환청·망상 증세 ‘조현병 10대’…왜 방치됐나?

입력 2019.04.26 (12:38) 수정 2019.04.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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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진주 안인득 사건에 이어 조현병을 앓던 10대가 휘두른 흉기에 70대 할머니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피의자를 조사한 프로파일러에 따르면 환청과 망상 등 전형적인 조현병 증세를 보였지만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고, 돌보는 사람은 아버지 밖에 없었습니다.

조현병 환자라는 걸 아는 이웃도 없었다고 알려지는데요.

이웃은 또 당해야만 했던걸까요?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이번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 빈소를 지키는 유족들은 비통한 심정뿐입니다.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저희 이모님이랑 저희 어머니가 두 분이서 이제 할머니 두 분이 사신 거예요. 서로 의지하시면서…."]

돌이켜 생각하니 후회되는 일이 있습니다.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스트레스가 너무 극에 달하다 보니까 차라리 이사를 가자고 했던 상황이었고요. 그 부분은 제일 후회가 되는 부분인데…."]

이사를 생각할 정도로 어르신 자매를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일까?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이렇게 낙서하고 쪽지를 이렇게 붙여놓고 갔어요. 내용은 하나같이 다 욕이니까."]

욕설과 알 수 없는 낙서는 남긴 건 아래층에 거주하는 18살 A군.

층간 소음 문제로 그동안 항의를 해왔다는데요.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그 친구 말에 따르면 많이 시끄럽대요. 근데 아기가 사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 두 분이 뛰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A군의 항의는 무려 3년간 이어져왔다는데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시끄럽게 발로 쿵쾅 쿵쾅거린다고 여기 올라와서 남학생이 유리창을 깨고, 낙서하고…."]

한 차례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이종택/마산중부경찰서 수사과장 2017년도 8월 30일에 112 신고가 있었는데 서로 합의했기 때문에 현장 종결한 사건이 한 건 있습니다.

할머니는 그냥 참고 넘기자 했다는데요.

[피해자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나이가 손주뻘이잖아요. 그래서 이러다 말겠지. 저러다가 그래도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그제 아침 아파트 승강기 앞.

할머니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곧이어 아래층에 사는 A군이 경찰에 검거됩니다.

그날 아침에도 층간 소음 문제로 할머니를 찾아왔다는데요.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이모님이 대문을 여시고 걸쇠를 거시고 이제 가라고 이제 그만하고 가라고 했다고 하는데…."]

할머니의 말대로 순순히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던 A군, 한 시간 뒤 무슨 일을 저질렀던걸까요?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밖이 너무 웅성웅성하길래 나가서 보니까 이제 이모님이 쓰러져 계셨던 거 같아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싸우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비슷하게 나길래 문을 열어보니까 그 일이 벌어져 있더라고요. 피를 안 밟고 가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승강기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A군이 복지관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할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른 겁니다.

그런데 사건 직후 A군의 행동 어딘가 이상합니다.

[이종택/마산중부경찰서 수사과장 : "계단을 통해서 (인근) 미술관 화장실에 가서 손에 피 묻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손을) 씻고 집으로 갔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A군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그때였습니다.

망상과 환청 등 전형적인 조현병 증세를 보인다는 게 프로파일러들의 얘기입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다른 사람들과 내 생각이 연결되어있다. 내가 직접 연결한 부분도 있고 다른 사람이 연결을 시도해서 내가 방어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많이 힘들고 신체적으로도 아프고…."]

이번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도 환청이 들렸다고 했다는 겁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할머니를 살해하면 증상이 좋아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그런데) '여전히 몸도 아프고요. 바뀐 게 없어요. 망했어요.'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고등학교에 진학이후 A군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됐습니다.

이종택/마산중부경찰서 수사과장 고등학교 1학년 때 헛소리를 하고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혼잣말을 하는 등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돼서 자퇴를 시켰답니다.

특히, 학교를 다닐땐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받지 않았고, 폭력 등 이상 행동에 상담 의뢰가 아닌 자퇴를 권유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되면 자기의 증상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에 갔는데 문이 잠겨있었답니다. 담을 넘어서 들어갔는데 경비원과 어떤 시비 중에 폭행이 있었고…."]

결국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아 관할 보건소나 경찰도 A군의 상태를 알지 못했습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아버지가 입원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의사도 권유하고 해서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노력은 하셨는데 본인이 거부하는 바람에 입원하지 못했다."]

홀로 A군을 돌봤던 아버지, 사건 당일에도 약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약을 본인이 복용하지 않았을 가능성, 그다음에 상태가 악화되는 과정에 있어서 용량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가장 먼저 생각됩니다."]

고 임세원 교수에, 최근 진주 참사까지 조현병에 대한 공포는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으면 94%까지도 폭력적인 행동은 예방 가능하다는 연구가 있거든요."]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는걸 막기위해선 강제적인 사법입원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별도의 준사법 기관이 정신과에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인신 구속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고요. 정신건강 관련된 전문가들이 붙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환자 개인과 가족이 감당해 온 의무와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사건이 있을 때마다 봇물 터지듯 나오는 원인 분석과 다양한 대책 속에 정작 조현병 환자들은 물론, 또 주변의 무고한 피해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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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청·망상 증세 ‘조현병 10대’…왜 방치됐나?
    • 입력 2019-04-26 12:47:29
    • 수정2019-04-26 12:49:42
    뉴스 12
[앵커]

진주 안인득 사건에 이어 조현병을 앓던 10대가 휘두른 흉기에 70대 할머니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피의자를 조사한 프로파일러에 따르면 환청과 망상 등 전형적인 조현병 증세를 보였지만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고, 돌보는 사람은 아버지 밖에 없었습니다.

조현병 환자라는 걸 아는 이웃도 없었다고 알려지는데요.

이웃은 또 당해야만 했던걸까요?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이번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 빈소를 지키는 유족들은 비통한 심정뿐입니다.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저희 이모님이랑 저희 어머니가 두 분이서 이제 할머니 두 분이 사신 거예요. 서로 의지하시면서…."]

돌이켜 생각하니 후회되는 일이 있습니다.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스트레스가 너무 극에 달하다 보니까 차라리 이사를 가자고 했던 상황이었고요. 그 부분은 제일 후회가 되는 부분인데…."]

이사를 생각할 정도로 어르신 자매를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일까?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이렇게 낙서하고 쪽지를 이렇게 붙여놓고 갔어요. 내용은 하나같이 다 욕이니까."]

욕설과 알 수 없는 낙서는 남긴 건 아래층에 거주하는 18살 A군.

층간 소음 문제로 그동안 항의를 해왔다는데요.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그 친구 말에 따르면 많이 시끄럽대요. 근데 아기가 사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 두 분이 뛰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A군의 항의는 무려 3년간 이어져왔다는데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시끄럽게 발로 쿵쾅 쿵쾅거린다고 여기 올라와서 남학생이 유리창을 깨고, 낙서하고…."]

한 차례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이종택/마산중부경찰서 수사과장 2017년도 8월 30일에 112 신고가 있었는데 서로 합의했기 때문에 현장 종결한 사건이 한 건 있습니다.

할머니는 그냥 참고 넘기자 했다는데요.

[피해자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나이가 손주뻘이잖아요. 그래서 이러다 말겠지. 저러다가 그래도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그제 아침 아파트 승강기 앞.

할머니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곧이어 아래층에 사는 A군이 경찰에 검거됩니다.

그날 아침에도 층간 소음 문제로 할머니를 찾아왔다는데요.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이모님이 대문을 여시고 걸쇠를 거시고 이제 가라고 이제 그만하고 가라고 했다고 하는데…."]

할머니의 말대로 순순히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던 A군, 한 시간 뒤 무슨 일을 저질렀던걸까요?

[피해 할머니 유가족/음성변조 : "밖이 너무 웅성웅성하길래 나가서 보니까 이제 이모님이 쓰러져 계셨던 거 같아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싸우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비슷하게 나길래 문을 열어보니까 그 일이 벌어져 있더라고요. 피를 안 밟고 가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승강기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A군이 복지관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할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른 겁니다.

그런데 사건 직후 A군의 행동 어딘가 이상합니다.

[이종택/마산중부경찰서 수사과장 : "계단을 통해서 (인근) 미술관 화장실에 가서 손에 피 묻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손을) 씻고 집으로 갔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A군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그때였습니다.

망상과 환청 등 전형적인 조현병 증세를 보인다는 게 프로파일러들의 얘기입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다른 사람들과 내 생각이 연결되어있다. 내가 직접 연결한 부분도 있고 다른 사람이 연결을 시도해서 내가 방어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많이 힘들고 신체적으로도 아프고…."]

이번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도 환청이 들렸다고 했다는 겁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할머니를 살해하면 증상이 좋아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그런데) '여전히 몸도 아프고요. 바뀐 게 없어요. 망했어요.'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고등학교에 진학이후 A군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됐습니다.

이종택/마산중부경찰서 수사과장 고등학교 1학년 때 헛소리를 하고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혼잣말을 하는 등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돼서 자퇴를 시켰답니다.

특히, 학교를 다닐땐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받지 않았고, 폭력 등 이상 행동에 상담 의뢰가 아닌 자퇴를 권유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되면 자기의 증상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에 갔는데 문이 잠겨있었답니다. 담을 넘어서 들어갔는데 경비원과 어떤 시비 중에 폭행이 있었고…."]

결국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아 관할 보건소나 경찰도 A군의 상태를 알지 못했습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아버지가 입원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의사도 권유하고 해서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노력은 하셨는데 본인이 거부하는 바람에 입원하지 못했다."]

홀로 A군을 돌봤던 아버지, 사건 당일에도 약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약을 본인이 복용하지 않았을 가능성, 그다음에 상태가 악화되는 과정에 있어서 용량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가장 먼저 생각됩니다."]

고 임세원 교수에, 최근 진주 참사까지 조현병에 대한 공포는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으면 94%까지도 폭력적인 행동은 예방 가능하다는 연구가 있거든요."]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는걸 막기위해선 강제적인 사법입원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별도의 준사법 기관이 정신과에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인신 구속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고요. 정신건강 관련된 전문가들이 붙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환자 개인과 가족이 감당해 온 의무와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사건이 있을 때마다 봇물 터지듯 나오는 원인 분석과 다양한 대책 속에 정작 조현병 환자들은 물론, 또 주변의 무고한 피해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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