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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우익 포퓰리즘 팽창…“독일인 절반, 망명 신청자에 반감”
입력 2019.04.26 (13:52) 특파원 리포트
유럽에 부는 우익 포퓰리즘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6월 서유럽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극우-포퓰리즘 정당의 연정이 출범한 것을 비롯해 헝가리와 슬로베니아에서도 포퓰리즘 정당이 참여하는 정권이 수립됐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도 포퓰리즘 정당이 제2당이나 3당의 자리까지 부상했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들은 반이민, 자국 제일주의, 강력한 국경통제 등을 기치로 내걸며 자국민들의 이방인에 대한 반감과 민족주의 성향을 자극해 표를 얻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비교적 난민과 망명자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에서 이주민에 대한 반감과 우익 포퓰리즘의 팽창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독일인 54.1% "망명 신청자에 반감"

독일 국민 중 절반 이상인 54.1%가 망명 신청자에 대해 반감을 표출했다. 독일 사회민주당 성향의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FES)의 지난해 조사 결과인데, 2016년 조사 때의 49.5%보다 4.6%포인트 증가했다. 망명 신청자에 대한 견해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6년 조사는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몰려온 직후 실시됐는데 그해 독일 망명 신청자는 74만 명에 이르렀다. 이후 유럽 각국에서 난민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이주자는 18만여 명으로 감소했다. 2년 전보다 망명 신청자 숫자는 크게 줄었는데도 이들에 대한 독일인의 반감은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망명 신청자에 대해 반감을 표출한 응답자들은 "독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너무 많다", "대부분의 망명 신청자들은 고향에서 박해를 받지 않는다"는 항목에 강한 동감을 나타냈다. 연구자들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경시가 사실로 정착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익 포퓰리즘의 고착화

이번 조사에서는 또 독일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고착화돼 있음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21%가 뚜렷하게 우익 포퓰리즘에 경도돼 있었고, 일부 경향성을 보이는 응답자까지 합하면 42%가 포퓰리즘 성향으로 분류됐다. 2014년 조사 이후 비슷한 수치가 유지되고 있었다. 우익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 권위주의와 독재에 대한 동조, 이주민과 무슬림, 망명 신청자에 대한 경시 등의 특성을 보인다고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은 설명했다.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정도 차이도 발견됐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기민/기사연합(CDU/CSU), 사민당(SPD), 자민당(FDP) 지지자들 중 20% 안팎이 우익 포퓰리즘 성향을 보인 데 반해, 극우정당인 대안당(AfD) 지지자들은 75%가 우익 포퓰리즘 성향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중도층이 설 자리를 잃은 채 민주주의의 방향성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를 이끈 빌레펠트 대학 학제간 갈등 및 폭력연구소 소장인 안드레아스 치크 교수는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도처에서 포퓰리즘이 강화됐다. 많은 중도층이 방향성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구동독 지역이 이방인에 더 배타적

구동독과 구서독 지역 사이에 편차도 발견됐다. 구동독 지역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더 강하게 확산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이방인에 대한 적대성(동 23%, 서 18%), 무슬림 경시(동 26%, 서 19%, 망명 신청자에 대한 반감(동 63%, 서 51%) 등의 항목에서 구동독 지역 주민의 이방인 경시 현상이 더욱 강했다. 구동독 지역에서 이방인에 대한 총체적인 분노는 52%로, 구서독 지역 44%보다 높았다. 구동독 지역에서 정치적 무력감이 심했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적었다.

정치적 음모론 확산도 확인

연구자들은 이번 조사에서 정치적 음모론에 대한 질문을 처음 던졌다. 결과는 놀라웠는데, 국가와 정치인, 미디어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응답자의 거의 반(45.7%)이 비밀조직이 정치적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믿고 있었다. 3분의 1(32.7%)은 정치가와 지도자들이 다른 권력의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4분의 1(24.2%)은 미디어와 정치가 한패라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남성 응답자(43.9%)가 여성(33.9%)보다 음모론을 더 많이 믿었다. 또 교육수준이 낮거나 중간의 응답자들이 고학력 응답자보다 음모론을 더 많이 받아들였다. 음모론은 테러주의와 극우주의 환경에서 더욱 선호됐다. 또 음모론 추종자들이 망명자와 이방인에 대한 적대감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는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이 18세 이상 독일 성인 1,890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했다. 설문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였다.

유럽의회 선거, 포퓰리즘 득세 얼마나?

포퓰리즘 확산 속에 다음달 23일부터 26일까지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포퓰리즘 정당과 극우 정당이 연합하면 기존 중도우파와 좌파 그룹을 제치고 최대 단일 그룹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와 헝가리, 폴란드 등의 극우.포퓰리즘 정당 대표들은 일찍부터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확인된 독일의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고착화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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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6 13:52:34
    특파원 리포트
유럽에 부는 우익 포퓰리즘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6월 서유럽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극우-포퓰리즘 정당의 연정이 출범한 것을 비롯해 헝가리와 슬로베니아에서도 포퓰리즘 정당이 참여하는 정권이 수립됐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도 포퓰리즘 정당이 제2당이나 3당의 자리까지 부상했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들은 반이민, 자국 제일주의, 강력한 국경통제 등을 기치로 내걸며 자국민들의 이방인에 대한 반감과 민족주의 성향을 자극해 표를 얻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비교적 난민과 망명자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에서 이주민에 대한 반감과 우익 포퓰리즘의 팽창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독일인 54.1% "망명 신청자에 반감"

독일 국민 중 절반 이상인 54.1%가 망명 신청자에 대해 반감을 표출했다. 독일 사회민주당 성향의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FES)의 지난해 조사 결과인데, 2016년 조사 때의 49.5%보다 4.6%포인트 증가했다. 망명 신청자에 대한 견해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6년 조사는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몰려온 직후 실시됐는데 그해 독일 망명 신청자는 74만 명에 이르렀다. 이후 유럽 각국에서 난민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이주자는 18만여 명으로 감소했다. 2년 전보다 망명 신청자 숫자는 크게 줄었는데도 이들에 대한 독일인의 반감은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망명 신청자에 대해 반감을 표출한 응답자들은 "독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너무 많다", "대부분의 망명 신청자들은 고향에서 박해를 받지 않는다"는 항목에 강한 동감을 나타냈다. 연구자들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경시가 사실로 정착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익 포퓰리즘의 고착화

이번 조사에서는 또 독일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고착화돼 있음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21%가 뚜렷하게 우익 포퓰리즘에 경도돼 있었고, 일부 경향성을 보이는 응답자까지 합하면 42%가 포퓰리즘 성향으로 분류됐다. 2014년 조사 이후 비슷한 수치가 유지되고 있었다. 우익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 권위주의와 독재에 대한 동조, 이주민과 무슬림, 망명 신청자에 대한 경시 등의 특성을 보인다고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은 설명했다.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정도 차이도 발견됐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기민/기사연합(CDU/CSU), 사민당(SPD), 자민당(FDP) 지지자들 중 20% 안팎이 우익 포퓰리즘 성향을 보인 데 반해, 극우정당인 대안당(AfD) 지지자들은 75%가 우익 포퓰리즘 성향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중도층이 설 자리를 잃은 채 민주주의의 방향성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를 이끈 빌레펠트 대학 학제간 갈등 및 폭력연구소 소장인 안드레아스 치크 교수는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도처에서 포퓰리즘이 강화됐다. 많은 중도층이 방향성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구동독 지역이 이방인에 더 배타적

구동독과 구서독 지역 사이에 편차도 발견됐다. 구동독 지역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더 강하게 확산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이방인에 대한 적대성(동 23%, 서 18%), 무슬림 경시(동 26%, 서 19%, 망명 신청자에 대한 반감(동 63%, 서 51%) 등의 항목에서 구동독 지역 주민의 이방인 경시 현상이 더욱 강했다. 구동독 지역에서 이방인에 대한 총체적인 분노는 52%로, 구서독 지역 44%보다 높았다. 구동독 지역에서 정치적 무력감이 심했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적었다.

정치적 음모론 확산도 확인

연구자들은 이번 조사에서 정치적 음모론에 대한 질문을 처음 던졌다. 결과는 놀라웠는데, 국가와 정치인, 미디어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응답자의 거의 반(45.7%)이 비밀조직이 정치적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믿고 있었다. 3분의 1(32.7%)은 정치가와 지도자들이 다른 권력의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4분의 1(24.2%)은 미디어와 정치가 한패라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남성 응답자(43.9%)가 여성(33.9%)보다 음모론을 더 많이 믿었다. 또 교육수준이 낮거나 중간의 응답자들이 고학력 응답자보다 음모론을 더 많이 받아들였다. 음모론은 테러주의와 극우주의 환경에서 더욱 선호됐다. 또 음모론 추종자들이 망명자와 이방인에 대한 적대감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는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이 18세 이상 독일 성인 1,890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했다. 설문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였다.

유럽의회 선거, 포퓰리즘 득세 얼마나?

포퓰리즘 확산 속에 다음달 23일부터 26일까지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포퓰리즘 정당과 극우 정당이 연합하면 기존 중도우파와 좌파 그룹을 제치고 최대 단일 그룹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와 헝가리, 폴란드 등의 극우.포퓰리즘 정당 대표들은 일찍부터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확인된 독일의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고착화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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