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손흥민과 차범근을 비교하면…’

입력 2019.04.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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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손흥민과 차범근 둘 다 빠르긴 한데...
최용수 감독, 우리 재원이 조심해!
태국대표팀? 중국클럽? 조만간 결정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신태용호'의 가장 큰 수확은 역시 '손세이셔널' 손흥민의 진가를 재확인한 것이다. 멕시코전 그림 같은 중거리 슛에 이어 월드컵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독일전 텅 빈 골문을 향한 질주. 경기 뒤 눈물을 흘리는 캡틴 손흥민과 신태용 감독이 나란히 서 감격을 나누던 순간은 많은 축구팬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남았다.

월드컵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손흥민은 이제 당당히 세계적인 공격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리우 올림픽과 러시아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통해 누구보다 손흥민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신태용 감독은 지금의 손흥민을 어떻게 평가할까?

"흥민이는 EPL 선수 랭킹 톱5 안에 들 정도로 최고입니다."

신 감독이 가장 높이 평가한 부분은 역시 스피드. 한국 축구는 대대로 빠른 발을 앞세운 전설들이 많았다. 차범근, 변병주 등 폭발적 질주로 한 시대를 주름잡은 대선배들과 비교해도 신 감독은 손흥민의 우위를 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순간 스피드를 내는 건 차범근 감독님, 변병주 선배님, 박경훈 선배님 등 많이 계셨죠. 뛰면 막 총알처럼 그냥 뛰는 질주! 정말 잘 달리셨죠. 근데 흥민이처럼 기술을 갖고 치고 들어오는 건 없었거든요. 흥민이는 페인팅하면서 뛰니까 더 멋있어 보이는 거에요. 빠르기로만 따진다면 그분들이 더 빨리 뛸 걸요?"

여기에 손흥민 경쟁력의 핵심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라고 분석했다.

"빠르기도 빠른데 흥민이는 양발로 드리블하면서 페인팅 쓰면서 가니까 상대 수비들이 중심을 못 잡는 거에요. 좌우로 막 흔들리면서 오니까 상대들이 무너지는 거죠."

"사실 우리가 상대를 수비할 때 '저 선수가 오른발잡이다, 왼발잡이다, 마지막에 차는 발이 자기가 좋아하는 발이다' 그런 걸 생각하고 수비를 하거든요. 그런데 흥민이는 막판에 어떤 발로 치고 올지 모르니까 수비들이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대비를 못 하는 거에요."

신태용 감독에게 이 질문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바로 아들 이야기다. 프로축구 FC서울에 입단해 지난 6일 프로 데뷔전을 치른 신재원 선수의 모습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을까?

"월드컵 때보다 속이 더 타들어 가는 거에요. 부모 마음이 이런 거구나 또 한 번 느꼈죠. 실수만 눈에 보이는데 그게 너무 크게 보이는 거에요. 보고 있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최근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기자단 인터뷰에서 신재원에 대해 평가를 하면서 선배 신태용보다 성격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신 감독의 반응은 정말 의외다. 최용수 감독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최용수 감독이 아들을 좋게 봐주니까 감사하지만, 성격은 내가 나은데. 재원이가 약간 똘끼(?)가 있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에요. 지금 최 감독이 재원이를 상당히 좋게 본 것 같지만. 막상 부딪혀보면 '이놈도 성격 만만치 않네….' 라고 느낄 거에요, 하하"

한국 축구는 지금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모처럼 분위기가 좋다. A매치는 매진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침체된 K리그도 살아나고 있다. 한때 추락을 거듭하던 한국 축구는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 이후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무엇보다도 신 감독은 K리그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도 그렇고 K리그도 인기가 상당히 많이 올라온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지금이 딱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K리그는 마케팅을 좀 더 공격적으로 하면 팬들이 더 많이 오고 인기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표팀은 어쨌든 4년마다 월드컵이란 대회가 찾아오고 월드컵 이후엔 올림픽이랑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국제대회가 주기적으로 있으니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지속해서 신경 써야 하고 노력해야 할 것은 리그거든요? 어느 순간 또다시 인기가 하락하면 끌어올리기 어려우니까 지금 좋은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최근 베트남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을 시작으로 동남아에는 한국 지도자 열풍이 불고 있다. 신태용 감독 역시 태국대표팀으로부터 사령탑 제의를 받은 상황. 신 감독이 동남아 지도자 한류 열풍에 합류하게 될까?

"저도 그 열풍에 합류하게 된다면 상당히 좋죠. 박항서 감독님, 호찌민시티FC의 정해성 감독님 등이 정말 잘하고 계시니까요. 이런 분들이 잘 해주시니까 우리 지도자들도 길이 넓어지는 거죠. 잘되면 좋겠고 저도 어디가 되든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태국도 아직 이야기가 계속 논의 중이고, 중국 팀에서도 제안이 와 있는 상태인데... 조만간 결정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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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용 감독 ‘손흥민과 차범근을 비교하면…’
    • 입력 2019-04-26 15:39:40
    스포츠K
손흥민과 차범근 둘 다 빠르긴 한데... <br />최용수 감독, 우리 재원이 조심해! <br />태국대표팀? 중국클럽? 조만간 결정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신태용호'의 가장 큰 수확은 역시 '손세이셔널' 손흥민의 진가를 재확인한 것이다. 멕시코전 그림 같은 중거리 슛에 이어 월드컵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독일전 텅 빈 골문을 향한 질주. 경기 뒤 눈물을 흘리는 캡틴 손흥민과 신태용 감독이 나란히 서 감격을 나누던 순간은 많은 축구팬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남았다.

월드컵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손흥민은 이제 당당히 세계적인 공격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리우 올림픽과 러시아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통해 누구보다 손흥민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신태용 감독은 지금의 손흥민을 어떻게 평가할까?

"흥민이는 EPL 선수 랭킹 톱5 안에 들 정도로 최고입니다."

신 감독이 가장 높이 평가한 부분은 역시 스피드. 한국 축구는 대대로 빠른 발을 앞세운 전설들이 많았다. 차범근, 변병주 등 폭발적 질주로 한 시대를 주름잡은 대선배들과 비교해도 신 감독은 손흥민의 우위를 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순간 스피드를 내는 건 차범근 감독님, 변병주 선배님, 박경훈 선배님 등 많이 계셨죠. 뛰면 막 총알처럼 그냥 뛰는 질주! 정말 잘 달리셨죠. 근데 흥민이처럼 기술을 갖고 치고 들어오는 건 없었거든요. 흥민이는 페인팅하면서 뛰니까 더 멋있어 보이는 거에요. 빠르기로만 따진다면 그분들이 더 빨리 뛸 걸요?"

여기에 손흥민 경쟁력의 핵심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라고 분석했다.

"빠르기도 빠른데 흥민이는 양발로 드리블하면서 페인팅 쓰면서 가니까 상대 수비들이 중심을 못 잡는 거에요. 좌우로 막 흔들리면서 오니까 상대들이 무너지는 거죠."

"사실 우리가 상대를 수비할 때 '저 선수가 오른발잡이다, 왼발잡이다, 마지막에 차는 발이 자기가 좋아하는 발이다' 그런 걸 생각하고 수비를 하거든요. 그런데 흥민이는 막판에 어떤 발로 치고 올지 모르니까 수비들이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대비를 못 하는 거에요."

신태용 감독에게 이 질문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바로 아들 이야기다. 프로축구 FC서울에 입단해 지난 6일 프로 데뷔전을 치른 신재원 선수의 모습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을까?

"월드컵 때보다 속이 더 타들어 가는 거에요. 부모 마음이 이런 거구나 또 한 번 느꼈죠. 실수만 눈에 보이는데 그게 너무 크게 보이는 거에요. 보고 있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최근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기자단 인터뷰에서 신재원에 대해 평가를 하면서 선배 신태용보다 성격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신 감독의 반응은 정말 의외다. 최용수 감독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최용수 감독이 아들을 좋게 봐주니까 감사하지만, 성격은 내가 나은데. 재원이가 약간 똘끼(?)가 있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에요. 지금 최 감독이 재원이를 상당히 좋게 본 것 같지만. 막상 부딪혀보면 '이놈도 성격 만만치 않네….' 라고 느낄 거에요, 하하"

한국 축구는 지금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모처럼 분위기가 좋다. A매치는 매진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침체된 K리그도 살아나고 있다. 한때 추락을 거듭하던 한국 축구는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 이후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무엇보다도 신 감독은 K리그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도 그렇고 K리그도 인기가 상당히 많이 올라온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지금이 딱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K리그는 마케팅을 좀 더 공격적으로 하면 팬들이 더 많이 오고 인기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표팀은 어쨌든 4년마다 월드컵이란 대회가 찾아오고 월드컵 이후엔 올림픽이랑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국제대회가 주기적으로 있으니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지속해서 신경 써야 하고 노력해야 할 것은 리그거든요? 어느 순간 또다시 인기가 하락하면 끌어올리기 어려우니까 지금 좋은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최근 베트남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을 시작으로 동남아에는 한국 지도자 열풍이 불고 있다. 신태용 감독 역시 태국대표팀으로부터 사령탑 제의를 받은 상황. 신 감독이 동남아 지도자 한류 열풍에 합류하게 될까?

"저도 그 열풍에 합류하게 된다면 상당히 좋죠. 박항서 감독님, 호찌민시티FC의 정해성 감독님 등이 정말 잘하고 계시니까요. 이런 분들이 잘 해주시니까 우리 지도자들도 길이 넓어지는 거죠. 잘되면 좋겠고 저도 어디가 되든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태국도 아직 이야기가 계속 논의 중이고, 중국 팀에서도 제안이 와 있는 상태인데... 조만간 결정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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