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③] 뉴욕, 무료 와이파이에 충전까지…빅 데이터의 도시

입력 2019.04.27 (13:35) 수정 2019.05.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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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급하게 보고서를 전송하거나 마감 시간 직전에 대용량의 과제물을 이메일로 제출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의 통신 설비가 고장이 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발을 동동 구르며 빨리 장애가 복구되기를 기다리다 마감 시간을 놓치거나 아니면 택시를 타고 통신 장애가 없는 지역의 인터넷 카페를 찾아가 메일을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뉴욕 시민이라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가까운 곳에 있는 링크 NYC(LinkNYC)를 찾아 접속한 뒤 보고서나 과제물을 제출하면 된다. 링크 NYC는 초고속 와이파이 핫스팟으로 뉴욕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24시간 365일 언제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거대한 무선 네트워크 링크 NYC
인터넷, 전화, 스마트폰 충전을 한 번에

뉴욕시는 지난 2014년부터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인터넷 접근권을 허용한다는 에퀴터블 시티(equitable city)를 목표로 링크 NYC(LinkNYC)라 불리는 거대한 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했다. 측면에 LCD 광고 화면이 설치된 좁은 공중전화부스처럼 생긴 링크 NYC 키오스크는 번화가의 인도를 중심으로 설치돼 있다. 주변 50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속도는 일반 무선 인터넷 보다 수십 배 빠른 1기가바이트에 달하고 동시에 200여 명까지 접속 가능하다.

뉴욕 도심 곳곳에 설치된 무료 초고속 무선 인터넷 핫스팟인 Link NYC 키오스크뉴욕 도심 곳곳에 설치된 무료 초고속 무선 인터넷 핫스팟인 Link NYC 키오스크

링크 NYC는 단순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키오스크에 내장된 태블릿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지도를 통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어폰을 연결하면 마치 집에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미국 전역에 공짜로 전화까지 걸 수 있다. 전화카드가 있으면 국제전화도 가능하다.

또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스마트폰 충전 기능도 갖추고 있다. 키오스크 한 대에 2곳의 USB 충전 포트가 있어 케이블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그래서 키오스크 주변에서는 길 안내를 받거나 충전을 하는 시민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Link NYC의 다양한 기능, 인터넷 전화, USB 충전, 911 긴급전화, 태블릿 안내 (좌측 상단으로부터 시계방향)Link NYC의 다양한 기능, 인터넷 전화, USB 충전, 911 긴급전화, 태블릿 안내 (좌측 상단으로부터 시계방향)

링크 NYC 키오스크는 해결사 역할도 한다. 키오스크 정면에는 311 민원 서비스와 911 긴급 전화 버튼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빨간색 버튼만 누르면 콜센터와 직접 연결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무료 서비스이다.

55인치 대형 스크린 활용 무료 서비스
500만 사용자 한 달 10억 건 접속

무료의 비밀은 바로 키오스크 측면에 있는 55인치 대형 화면 속에 있다. 뉴욕시는 키오스크 양 측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광고를 유치해 장비 관리 회사와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대형 화면에는 광고뿐만 아니라 뉴스, 날씨, 각종 행사 그리고 시청의 공지 사항 등 50여 가지 정보가 표시된다. 일종의 전자 게시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키오스크 측면의 대형 화면은 광고판은 물론 시의 행사를 알리는 게시판 역할까지 한다.키오스크 측면의 대형 화면은 광고판은 물론 시의 행사를 알리는 게시판 역할까지 한다.

지금까지 뉴욕의 5개 자치구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모두 1,800여 개이다. 현재는 유동 인구가 많은 맨해튼 지역에 가장 많이 설치돼 있고 브루클린 등 다른 자치구에도 번화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뉴욕 시는 오는 2024년까지 7,500여 개를 더 설치해 도시 전체를 커버하는 거대한 무선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

맨해튼 등 5개 자치구에 설치된 1,800여 개의 링크 NYC 키오스크 위치맨해튼 등 5개 자치구에 설치된 1,800여 개의 링크 NYC 키오스크 위치

현재 링크 NYC에 등록된 사용자만 500만 명이 넘고 한 달 평균 약 10억 건의 접속이 이뤄진다. 또 무료 인터넷 전화 사용량도 한 달에 50만 건에 이른다. 시 당국은 광고 유치를 통해 1년에 5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격자동검침(Automated Meter Reading) 시스템

스마트 시티로서 뉴욕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원격검침(AMR, Automated Meter Reading) 시스템이다. 뉴욕시는 83만 채의 건물에 공급되는 수도와 전기 등을 자동원격검침 시스템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AMR의 작동 방식은 이렇다. 우선 개별 사용자가 보유한 계량기에 부착된 센서가 전기와 수도 등의 사용량을 확인해 건물 옥상 등에 설치된 수신기로 보낸다. 수신기는 센서가 보낸 정보를 중앙통제센터로 전송하고 중앙통제센터는 이를 집계해 요금을 산정한다. 일반 가정은 하루에 4번, 사업자나 공장 등은 시간 단위로 최신 정보를 중앙센터로 보낸다.

스마트 미터를 활용한 AMR 시스템스마트 미터를 활용한 AMR 시스템

AMR 시스템은 요금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수집한다. 그래서 갑자기 사용이 중단되거나 사용량이 증가하는 등 평소와 다른 이상 징후가 감지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가정에서 수도 사용량이 평소보다 몇 배 이상 많아지면 당국이 누수 사고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한다. 사용자는 요금 폭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전기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스마트미터가 이를 검침 업체에 통보하고 엔지니어가 현장에서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뉴욕의 한 주택에서 전기 계량기 박스 내부에 배선이 느슨해져 화재가 발생할 뻔했지만 스마트 미터의 이상 징후를 감지한 전력 공급회사가 현장 점검에 나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사전에 예방한 사례가 TV 뉴스에 보도됐다.

스마트 미터를 통한 실시간 물 사용량 분석(좌)과 누전 등에 의한 화재 사고 예방 사례 TV 뉴스 보도(우)스마트 미터를 통한 실시간 물 사용량 분석(좌)과 누전 등에 의한 화재 사고 예방 사례 TV 뉴스 보도(우)

빅 데이터(Big Data)의 도시 - NYC Open Data

뉴욕시는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빅 데이터 활용에 세계의 어떤 도시보다 적극적이다.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시장 직속으로 데이터 공유를 관장하는 MODA(Mayor's Office of Data Analytics) 만들어 데이터 수집과 공유를 촉진하고 있다. 시당국은 민원 전화인 NYC311 등 100개의 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개인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수준으로 데이터를 가공해 NYC Open Data 사이트에 제공한다.

NYC Open Data 홈페이지NYC Open Data 홈페이지

NYC 오픈 데이터는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대학이나 민간 기관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된다. 오픈 데이터 홈페이지에서는 범죄, 311 등 키워드로 검색하거나 기관, 카테고리, 인기 있는 데이터 등 분야별로 데이터를 검색해 정보를 확인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렇게 제공된 데이터들은 각종 연구 프로젝트나 시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자료로 이용된다.

렌트로직(Rentlogic) - 빅 데이터를 활용한 주거 정보 제공

빅 데이터를 활용한 가장 성공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렌트로직(Rentlogic)이다. 서울에서 아파트나 원룸과 같은 공동 주택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앱을 이용하거나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검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이트들은 특정 지역의 매물이 얼마나 많은지, 임대료는 얼마인지 그리고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에 대한 정보와 실내 사진과 같은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건물이 안전 규정을 위반했는지, 수도나 전기와 같은 공공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는지, 쓰레기 수거는 잘 되는지, 건물주의 기타 위법 사례는 없는지 등 나중에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는 알 수 없다.

렌트로직은 빅 데이터를 이용해 뉴욕 시민들의 이런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렌트로직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건물에 대한 안전 규정 준수 여부와 유지 관리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관심 있는 지역의 아파트 건물 주소를 입력하면 건물의 안전도, 주변 환경, 온수와 난방 시설의 상태 그리고 건물주의 위법 사례 등은 물론 건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전과 관리 유지가 양호한 A등급 건물안전과 관리 유지가 양호한 A등급 건물

안전과 관리 유지에 개선점이 많은 C 등급 건물안전과 관리 유지에 개선점이 많은 C 등급 건물

렌트로직은 A, B, C, F 4 가지로 건물의 등급을 평가한다. A는 탁월, B는 양호하다는 의미이고 C는 개선이 필요하며 F는 임대할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등급 평가에는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다. NYC 311 전화나 앱을 통해 접수된 다양한 민원들 가운데 담당 공무원들이 확인하고 처리한 정보를 기준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인정받고 있다.

렌트로직에는 뉴욕 시에 있는 110만 채의 건물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렌트로직에 따르면 뉴욕 시민들은 93초마다 렌트로직에 접속하고 한 번에 4개에서 25개 정도의 건물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또 4명 가운데 1명은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렌트로직에 접속해 건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기반의 도시 - 스마트 도시가 가야 할 길

뉴욕시는 2010년부터 오픈 데이터 포 올(Open Data for All)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공개된 모든 데이터는 시민들의 것이고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 수립의 근거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래서 빅데이터 활용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계량화 커뮤니티(Quantified Community)’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허드슨 야드 등 시범 지역으로 지정된 구역에 수천 개의 센서를 설치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수집되는 데이터 종류는 보행자 및 교통량, 수질,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주민들 건강 상태와 활동량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런 데이터는 시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로 제공된다. 10여 년에 걸친 뉴욕시의 다양한 데이터 수집 활용 능력은 미래의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 시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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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시티③] 뉴욕, 무료 와이파이에 충전까지…빅 데이터의 도시
    • 입력 2019-04-27 13:35:48
    • 수정2019-05-10 16:52:00
    취재K
상사에게 급하게 보고서를 전송하거나 마감 시간 직전에 대용량의 과제물을 이메일로 제출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의 통신 설비가 고장이 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발을 동동 구르며 빨리 장애가 복구되기를 기다리다 마감 시간을 놓치거나 아니면 택시를 타고 통신 장애가 없는 지역의 인터넷 카페를 찾아가 메일을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뉴욕 시민이라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가까운 곳에 있는 링크 NYC(LinkNYC)를 찾아 접속한 뒤 보고서나 과제물을 제출하면 된다. 링크 NYC는 초고속 와이파이 핫스팟으로 뉴욕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24시간 365일 언제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거대한 무선 네트워크 링크 NYC
인터넷, 전화, 스마트폰 충전을 한 번에

뉴욕시는 지난 2014년부터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인터넷 접근권을 허용한다는 에퀴터블 시티(equitable city)를 목표로 링크 NYC(LinkNYC)라 불리는 거대한 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했다. 측면에 LCD 광고 화면이 설치된 좁은 공중전화부스처럼 생긴 링크 NYC 키오스크는 번화가의 인도를 중심으로 설치돼 있다. 주변 50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속도는 일반 무선 인터넷 보다 수십 배 빠른 1기가바이트에 달하고 동시에 200여 명까지 접속 가능하다.

뉴욕 도심 곳곳에 설치된 무료 초고속 무선 인터넷 핫스팟인 Link NYC 키오스크
링크 NYC는 단순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키오스크에 내장된 태블릿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지도를 통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어폰을 연결하면 마치 집에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미국 전역에 공짜로 전화까지 걸 수 있다. 전화카드가 있으면 국제전화도 가능하다.

또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스마트폰 충전 기능도 갖추고 있다. 키오스크 한 대에 2곳의 USB 충전 포트가 있어 케이블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그래서 키오스크 주변에서는 길 안내를 받거나 충전을 하는 시민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Link NYC의 다양한 기능, 인터넷 전화, USB 충전, 911 긴급전화, 태블릿 안내 (좌측 상단으로부터 시계방향)
링크 NYC 키오스크는 해결사 역할도 한다. 키오스크 정면에는 311 민원 서비스와 911 긴급 전화 버튼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빨간색 버튼만 누르면 콜센터와 직접 연결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무료 서비스이다.

55인치 대형 스크린 활용 무료 서비스
500만 사용자 한 달 10억 건 접속

무료의 비밀은 바로 키오스크 측면에 있는 55인치 대형 화면 속에 있다. 뉴욕시는 키오스크 양 측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광고를 유치해 장비 관리 회사와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대형 화면에는 광고뿐만 아니라 뉴스, 날씨, 각종 행사 그리고 시청의 공지 사항 등 50여 가지 정보가 표시된다. 일종의 전자 게시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키오스크 측면의 대형 화면은 광고판은 물론 시의 행사를 알리는 게시판 역할까지 한다.
지금까지 뉴욕의 5개 자치구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모두 1,800여 개이다. 현재는 유동 인구가 많은 맨해튼 지역에 가장 많이 설치돼 있고 브루클린 등 다른 자치구에도 번화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뉴욕 시는 오는 2024년까지 7,500여 개를 더 설치해 도시 전체를 커버하는 거대한 무선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

맨해튼 등 5개 자치구에 설치된 1,800여 개의 링크 NYC 키오스크 위치
현재 링크 NYC에 등록된 사용자만 500만 명이 넘고 한 달 평균 약 10억 건의 접속이 이뤄진다. 또 무료 인터넷 전화 사용량도 한 달에 50만 건에 이른다. 시 당국은 광고 유치를 통해 1년에 5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격자동검침(Automated Meter Reading) 시스템

스마트 시티로서 뉴욕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원격검침(AMR, Automated Meter Reading) 시스템이다. 뉴욕시는 83만 채의 건물에 공급되는 수도와 전기 등을 자동원격검침 시스템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AMR의 작동 방식은 이렇다. 우선 개별 사용자가 보유한 계량기에 부착된 센서가 전기와 수도 등의 사용량을 확인해 건물 옥상 등에 설치된 수신기로 보낸다. 수신기는 센서가 보낸 정보를 중앙통제센터로 전송하고 중앙통제센터는 이를 집계해 요금을 산정한다. 일반 가정은 하루에 4번, 사업자나 공장 등은 시간 단위로 최신 정보를 중앙센터로 보낸다.

스마트 미터를 활용한 AMR 시스템
AMR 시스템은 요금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수집한다. 그래서 갑자기 사용이 중단되거나 사용량이 증가하는 등 평소와 다른 이상 징후가 감지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가정에서 수도 사용량이 평소보다 몇 배 이상 많아지면 당국이 누수 사고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한다. 사용자는 요금 폭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전기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스마트미터가 이를 검침 업체에 통보하고 엔지니어가 현장에서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뉴욕의 한 주택에서 전기 계량기 박스 내부에 배선이 느슨해져 화재가 발생할 뻔했지만 스마트 미터의 이상 징후를 감지한 전력 공급회사가 현장 점검에 나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사전에 예방한 사례가 TV 뉴스에 보도됐다.

스마트 미터를 통한 실시간 물 사용량 분석(좌)과 누전 등에 의한 화재 사고 예방 사례 TV 뉴스 보도(우)
빅 데이터(Big Data)의 도시 - NYC Open Data

뉴욕시는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빅 데이터 활용에 세계의 어떤 도시보다 적극적이다.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시장 직속으로 데이터 공유를 관장하는 MODA(Mayor's Office of Data Analytics) 만들어 데이터 수집과 공유를 촉진하고 있다. 시당국은 민원 전화인 NYC311 등 100개의 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개인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수준으로 데이터를 가공해 NYC Open Data 사이트에 제공한다.

NYC Open Data 홈페이지
NYC 오픈 데이터는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대학이나 민간 기관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된다. 오픈 데이터 홈페이지에서는 범죄, 311 등 키워드로 검색하거나 기관, 카테고리, 인기 있는 데이터 등 분야별로 데이터를 검색해 정보를 확인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렇게 제공된 데이터들은 각종 연구 프로젝트나 시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자료로 이용된다.

렌트로직(Rentlogic) - 빅 데이터를 활용한 주거 정보 제공

빅 데이터를 활용한 가장 성공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렌트로직(Rentlogic)이다. 서울에서 아파트나 원룸과 같은 공동 주택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앱을 이용하거나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검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이트들은 특정 지역의 매물이 얼마나 많은지, 임대료는 얼마인지 그리고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에 대한 정보와 실내 사진과 같은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건물이 안전 규정을 위반했는지, 수도나 전기와 같은 공공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는지, 쓰레기 수거는 잘 되는지, 건물주의 기타 위법 사례는 없는지 등 나중에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는 알 수 없다.

렌트로직은 빅 데이터를 이용해 뉴욕 시민들의 이런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렌트로직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건물에 대한 안전 규정 준수 여부와 유지 관리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관심 있는 지역의 아파트 건물 주소를 입력하면 건물의 안전도, 주변 환경, 온수와 난방 시설의 상태 그리고 건물주의 위법 사례 등은 물론 건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전과 관리 유지가 양호한 A등급 건물
안전과 관리 유지에 개선점이 많은 C 등급 건물
렌트로직은 A, B, C, F 4 가지로 건물의 등급을 평가한다. A는 탁월, B는 양호하다는 의미이고 C는 개선이 필요하며 F는 임대할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등급 평가에는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다. NYC 311 전화나 앱을 통해 접수된 다양한 민원들 가운데 담당 공무원들이 확인하고 처리한 정보를 기준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인정받고 있다.

렌트로직에는 뉴욕 시에 있는 110만 채의 건물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렌트로직에 따르면 뉴욕 시민들은 93초마다 렌트로직에 접속하고 한 번에 4개에서 25개 정도의 건물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또 4명 가운데 1명은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렌트로직에 접속해 건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기반의 도시 - 스마트 도시가 가야 할 길

뉴욕시는 2010년부터 오픈 데이터 포 올(Open Data for All)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공개된 모든 데이터는 시민들의 것이고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 수립의 근거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래서 빅데이터 활용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계량화 커뮤니티(Quantified Community)’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허드슨 야드 등 시범 지역으로 지정된 구역에 수천 개의 센서를 설치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수집되는 데이터 종류는 보행자 및 교통량, 수질,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주민들 건강 상태와 활동량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런 데이터는 시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로 제공된다. 10여 년에 걸친 뉴욕시의 다양한 데이터 수집 활용 능력은 미래의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 시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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