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아베의 ‘도모다치’ 외교…골프는 치는데 성과가

입력 2019.04.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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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다치(友達)'.

'친구'를 일컫는 일본어다.

요즘 일본 아베 총리의 외교 행보는 이른바 '도모다치 외교'라고 이야기된다.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의 정상에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만들어 이를 외교에 이용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가 간 이익이 첨예하고 맞서는 정상 외교에서 이 '도모다치'식 접근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지는 일본 내에서조차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골프만 4번째...'밀월 관계' 성과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긴 뒤 당선인 신분인 그를 만나기 위해 아베 총리가 '골프채'를 들고 뉴욕으로 찾아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두 사람의 사이는 4번의 정상회담과 그와 같은 숫자만큼의 4번의 골프 회동이 말해주듯 '브로맨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외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미 방문 기간에도 이틀의 길지 않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따로 시간을 내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 시간을 가졌다. 이뿐만 아니라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축하를 위해 양국 정상 부부가 1시간 45분간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친밀한 관계임을 과시했다.

일본 외무성은 두 사람이 전화회담을 포함해 이번까지 모두 39차례 회담을 열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로서는 외교적으로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북일 관계를 풀기 위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현실 외교의 장에 들어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아베 총리가 이곳에 있는 것은 주로 무역 협상을 위해서다."라며 일본 측을 압박했고, "농산물에 있어서 강력한 협상을 하고 있다. 일본은 농산물에 거액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라는 불만까지 공개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여기에 자동차 수입 제한, 환율 개입 제한 등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여러 논점은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양국 현안들이라는 현실과는 별개임을 보여준다.

마이니치 신문은 "'밀월관계'가 충분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중시하는 TPP나 파리 기후협정, 이란 핵 합의 등 다국간 틀 거리에서 미국이 이탈하는 것에 대해 유효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이번 유럽과 미국 순방이 6월 G20 회담을 앞두고 회의 의장국으로서 의제에 대한 사전 조정 차원 성격이 강했음에도 유럽 쪽과 미국 쪽의 반응에 온도 차가 있었던 점도 결국은 '개인적 친교'와 '외교적 협상'은 별개임을 보여준다.

거기에 과연 안보 부분에서도 일본이 제대로 된 협상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사히 신문은 사설을 통해 "F-35A 추락사고의 원인 규명이나, 미 정권에서 검토하고 있는 주일미군 주둔비 경비의 대폭 증액 등도 의견 교환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정상회담인가?"

"군사 기술이 급속하게 진전하고, 안전보장과 경제가 연계된 미·중 대립 시대에 어떻게 안전 보장을 담보할 것인가? 빈번하게 얼굴을 마주하는 것 말고, 정상다운 본질적인 논의에 임해야 한다."

허공에 떠버린 푸틴 대통령과의 '브로맨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만큼이나 국제무대에서 브로맨스를 과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다.

2016년 12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의 온천장까지 초청한 아베 총리. '블라디미르'라는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기자회견에서 부를 정도로 돈독한 사이를 과시했다. 도쿄로 푸틴 대통령을 오게 해 그가 즐기는 유도 시범을 같이 보는 등 우선 상대 정상의 개인적 정서에 호소해 사이를 돈독히 하는 '감성 외교'는 당시에도 꽤 화제가 됐다.

사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구애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러시아로 귀속된 북방 4개 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이후 20차례 넘게 푸틴 대통령을 만났지만, 이 부분에 대한 진전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올해 일본 외교 청서에서 '북방 4개 섬'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삭제할 정도로 러시아의 심기를 살피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들 섬에 대한 개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일본 뜻대로 움직여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아베 총리의 '감성 외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다가가는 능동적 외교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정작 본말이 전도되는 듯한 양상을 보일 때는 오히려 현실 협상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어떤 상대로 보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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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아베의 ‘도모다치’ 외교…골프는 치는데 성과가
    • 입력 2019-04-29 17:17:13
    특파원 리포트
'도모다치(友達)'.

'친구'를 일컫는 일본어다.

요즘 일본 아베 총리의 외교 행보는 이른바 '도모다치 외교'라고 이야기된다.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의 정상에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만들어 이를 외교에 이용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가 간 이익이 첨예하고 맞서는 정상 외교에서 이 '도모다치'식 접근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지는 일본 내에서조차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골프만 4번째...'밀월 관계' 성과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긴 뒤 당선인 신분인 그를 만나기 위해 아베 총리가 '골프채'를 들고 뉴욕으로 찾아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두 사람의 사이는 4번의 정상회담과 그와 같은 숫자만큼의 4번의 골프 회동이 말해주듯 '브로맨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외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미 방문 기간에도 이틀의 길지 않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따로 시간을 내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 시간을 가졌다. 이뿐만 아니라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축하를 위해 양국 정상 부부가 1시간 45분간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친밀한 관계임을 과시했다.

일본 외무성은 두 사람이 전화회담을 포함해 이번까지 모두 39차례 회담을 열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로서는 외교적으로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북일 관계를 풀기 위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현실 외교의 장에 들어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아베 총리가 이곳에 있는 것은 주로 무역 협상을 위해서다."라며 일본 측을 압박했고, "농산물에 있어서 강력한 협상을 하고 있다. 일본은 농산물에 거액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라는 불만까지 공개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여기에 자동차 수입 제한, 환율 개입 제한 등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여러 논점은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양국 현안들이라는 현실과는 별개임을 보여준다.

마이니치 신문은 "'밀월관계'가 충분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중시하는 TPP나 파리 기후협정, 이란 핵 합의 등 다국간 틀 거리에서 미국이 이탈하는 것에 대해 유효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이번 유럽과 미국 순방이 6월 G20 회담을 앞두고 회의 의장국으로서 의제에 대한 사전 조정 차원 성격이 강했음에도 유럽 쪽과 미국 쪽의 반응에 온도 차가 있었던 점도 결국은 '개인적 친교'와 '외교적 협상'은 별개임을 보여준다.

거기에 과연 안보 부분에서도 일본이 제대로 된 협상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사히 신문은 사설을 통해 "F-35A 추락사고의 원인 규명이나, 미 정권에서 검토하고 있는 주일미군 주둔비 경비의 대폭 증액 등도 의견 교환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정상회담인가?"

"군사 기술이 급속하게 진전하고, 안전보장과 경제가 연계된 미·중 대립 시대에 어떻게 안전 보장을 담보할 것인가? 빈번하게 얼굴을 마주하는 것 말고, 정상다운 본질적인 논의에 임해야 한다."

허공에 떠버린 푸틴 대통령과의 '브로맨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만큼이나 국제무대에서 브로맨스를 과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다.

2016년 12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의 온천장까지 초청한 아베 총리. '블라디미르'라는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기자회견에서 부를 정도로 돈독한 사이를 과시했다. 도쿄로 푸틴 대통령을 오게 해 그가 즐기는 유도 시범을 같이 보는 등 우선 상대 정상의 개인적 정서에 호소해 사이를 돈독히 하는 '감성 외교'는 당시에도 꽤 화제가 됐다.

사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구애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러시아로 귀속된 북방 4개 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이후 20차례 넘게 푸틴 대통령을 만났지만, 이 부분에 대한 진전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올해 일본 외교 청서에서 '북방 4개 섬'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삭제할 정도로 러시아의 심기를 살피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들 섬에 대한 개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일본 뜻대로 움직여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아베 총리의 '감성 외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다가가는 능동적 외교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정작 본말이 전도되는 듯한 양상을 보일 때는 오히려 현실 협상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어떤 상대로 보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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