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천 원짜리 수천 장 세어가라”…갑질 퇴직금·취업 방해

입력 2019.04.29 (21:15) 수정 2019.04.2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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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백만 원은 천원짜리로 7천 장입니다.

한 업주가 종업원의 퇴직금 7백만 원을 천원짜리로 세어가도록 했습니다.

7천 장을 말이죠.

KBS 디지털뉴스팀에서 이걸 처음 취재해서, 인터넷 공간에 올렸는데 하루 종일 관심이 폭주했습니다.

물론 아직 이 기사를 보지 못하신 분들도 계실거고요.

그리고 이 종업원이 다른 가게로 일자리를 옮기자, 그쪽에 압력을 넣어 결국 이 종업원은 옮긴 곳에서도 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정부 당국이 이른바 갑질 퇴직금과 취업 방해에 대해 추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남승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빨리 와서 퇴직금 세어 가라'고. 가 봤더니, 천 원짜리 돈을 초장 박스에다가 담아 놓은 거예요. 그것까지는 내가 괜찮아요. 왜 내가 화가 나느냐, 나는 벌어야 먹고 사는데. 일을 못 하게 하니까 나는 거기에서 지금 화가 난단 말이에요."]

65살 손정희 씨는 올해 초, 사정상 4년 넘게 일하던 한 횟집에서 다른 가게로 일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그냥 내가 먹고살기 위해서, 자식한테 피해 주지 않고 부담 주지 않고."]

손 씨는 일한 만큼 퇴직금 달라고 했는데, 업주는 300만 원만 입금해 줬습니다.

[횟집 업주 : "언니, 그거 다 따지지 마요. 여기 수산시장에 그렇게 따지는 사람 없어요."]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는 손 씨의 퇴직금은 천만 원이라며, 700만 원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음성변조 : "퇴직금은 법적으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권고대로 하겠다던 업주, 지난 3월 갑자기 손 씨를 찾아와 퇴직금을 와서 직접 세어가라고 했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아니, 통장으로 넣으면 되지 왜 돈을 세어서 가라 하나, 내가 가 봤어요."]

일했던 가게를 가 봤더니, 천 원짜리 수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아니, 그러지 말고 그냥 은행에 가서 통장에 넣어' 그랬더니, 싫대요. 세어서 가래요."]

손 씨는 결국 돈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이렇게 쥐어서 물 찍어가면서 세었어요, 이렇게. 다 일일이 이렇게 하나씩."]

2시간 넘도록 돈을 세던 손 씨에게 주인 부부의 비난이 계속됐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두 부부가 왔다 갔다,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저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거예요. '퇴직금 달라고 뒤통수를 쳐?' 그러면서 시비가 붙을까 봐, 그래서 그거를 꾹꾹 참았어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퇴직금 요구를 문제 삼아 항구의 상점 주인들이 손 씨를 퇴출시키기로 집단 결의하고 손 씨를 새로 고용한 횟집을 압박했습니다.

[손 씨 새로 고용한 횟집 사장 : "상인회 쪽에서 사람을 그만두게 하고 이 시장에서 일을 못 하게 하고, 그냥 밀어붙이더라고요."]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걸 절대 하시지 말아라, 그렇게 지도를 하긴 했었죠."]

노동부까지 말렸지만, 상인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횟감을 요리해주는 식당들까지, 손 씨를 고용한 가게의 물건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그러면 답은 나온 거예요. 장사를 못 하는 거예요. 물건을 안 받아 주니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업주에게 자초지종을 직접 물어봤습니다.

[횟집 업주/음성변조 :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이른바 요즘 '갑질'이라고 하잖아요. 700만 원을 줄 때, 5만 원짜리로 해서 줄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양반이 돈을 많이 세어보라고 줬어요."]

[횟집 업주/음성변조 : "(계좌로 보내면 되잖아요.)계좌로 보내면 내 돈이 (수수료로) 또 빠져나가는데 천 원이고, 2천 원이고, 3천 원이고 없애가면서 내가 돈을 줄 이유가 없잖아요."]

[횟집 업주/음성변조 : "상인회 회의하는 데 가서 '나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당했으니 앞으로 이 양반을 쓰시려면 조심해서 쓰세요', 이 한마디밖에 안 했어요."]

손 씨는 결국 새 직장 일도 그만두게 됐고, 노동부는 취업 방해 여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업주를 처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음성변조 :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법 위반 사실 자체는 있어요."]

[손정희/전 횟집 직원 : "나는 나가서 내 몸뚱이 갖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라 나는 벌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생존권을 박탈시켜놓고 나를 일을 못 하게 만들어놨으니까 나는 거기에서 화가 난단 말입니다, 지금."]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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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참겠다] “천 원짜리 수천 장 세어가라”…갑질 퇴직금·취업 방해
    • 입력 2019-04-29 21:23:23
    • 수정2019-04-29 22:14:11
    뉴스 9
[앵커]

7백만 원은 천원짜리로 7천 장입니다.

한 업주가 종업원의 퇴직금 7백만 원을 천원짜리로 세어가도록 했습니다.

7천 장을 말이죠.

KBS 디지털뉴스팀에서 이걸 처음 취재해서, 인터넷 공간에 올렸는데 하루 종일 관심이 폭주했습니다.

물론 아직 이 기사를 보지 못하신 분들도 계실거고요.

그리고 이 종업원이 다른 가게로 일자리를 옮기자, 그쪽에 압력을 넣어 결국 이 종업원은 옮긴 곳에서도 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정부 당국이 이른바 갑질 퇴직금과 취업 방해에 대해 추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남승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빨리 와서 퇴직금 세어 가라'고. 가 봤더니, 천 원짜리 돈을 초장 박스에다가 담아 놓은 거예요. 그것까지는 내가 괜찮아요. 왜 내가 화가 나느냐, 나는 벌어야 먹고 사는데. 일을 못 하게 하니까 나는 거기에서 지금 화가 난단 말이에요."]

65살 손정희 씨는 올해 초, 사정상 4년 넘게 일하던 한 횟집에서 다른 가게로 일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그냥 내가 먹고살기 위해서, 자식한테 피해 주지 않고 부담 주지 않고."]

손 씨는 일한 만큼 퇴직금 달라고 했는데, 업주는 300만 원만 입금해 줬습니다.

[횟집 업주 : "언니, 그거 다 따지지 마요. 여기 수산시장에 그렇게 따지는 사람 없어요."]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는 손 씨의 퇴직금은 천만 원이라며, 700만 원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음성변조 : "퇴직금은 법적으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권고대로 하겠다던 업주, 지난 3월 갑자기 손 씨를 찾아와 퇴직금을 와서 직접 세어가라고 했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아니, 통장으로 넣으면 되지 왜 돈을 세어서 가라 하나, 내가 가 봤어요."]

일했던 가게를 가 봤더니, 천 원짜리 수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아니, 그러지 말고 그냥 은행에 가서 통장에 넣어' 그랬더니, 싫대요. 세어서 가래요."]

손 씨는 결국 돈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이렇게 쥐어서 물 찍어가면서 세었어요, 이렇게. 다 일일이 이렇게 하나씩."]

2시간 넘도록 돈을 세던 손 씨에게 주인 부부의 비난이 계속됐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두 부부가 왔다 갔다,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저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거예요. '퇴직금 달라고 뒤통수를 쳐?' 그러면서 시비가 붙을까 봐, 그래서 그거를 꾹꾹 참았어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퇴직금 요구를 문제 삼아 항구의 상점 주인들이 손 씨를 퇴출시키기로 집단 결의하고 손 씨를 새로 고용한 횟집을 압박했습니다.

[손 씨 새로 고용한 횟집 사장 : "상인회 쪽에서 사람을 그만두게 하고 이 시장에서 일을 못 하게 하고, 그냥 밀어붙이더라고요."]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걸 절대 하시지 말아라, 그렇게 지도를 하긴 했었죠."]

노동부까지 말렸지만, 상인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횟감을 요리해주는 식당들까지, 손 씨를 고용한 가게의 물건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손정희/전 횟집 직원 : "그러면 답은 나온 거예요. 장사를 못 하는 거예요. 물건을 안 받아 주니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업주에게 자초지종을 직접 물어봤습니다.

[횟집 업주/음성변조 :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이른바 요즘 '갑질'이라고 하잖아요. 700만 원을 줄 때, 5만 원짜리로 해서 줄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양반이 돈을 많이 세어보라고 줬어요."]

[횟집 업주/음성변조 : "(계좌로 보내면 되잖아요.)계좌로 보내면 내 돈이 (수수료로) 또 빠져나가는데 천 원이고, 2천 원이고, 3천 원이고 없애가면서 내가 돈을 줄 이유가 없잖아요."]

[횟집 업주/음성변조 : "상인회 회의하는 데 가서 '나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당했으니 앞으로 이 양반을 쓰시려면 조심해서 쓰세요', 이 한마디밖에 안 했어요."]

손 씨는 결국 새 직장 일도 그만두게 됐고, 노동부는 취업 방해 여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업주를 처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음성변조 :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법 위반 사실 자체는 있어요."]

[손정희/전 횟집 직원 : "나는 나가서 내 몸뚱이 갖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라 나는 벌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생존권을 박탈시켜놓고 나를 일을 못 하게 만들어놨으니까 나는 거기에서 화가 난단 말입니다, 지금."]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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