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재기 가능한 사회로]빚과 함께 지워진 이름

입력 2019.04.29 (23:34) 수정 2019.04.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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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우리 주변에는 10년, 20년씩 빚과 추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낮은 소득과 고령, 질병, 장애 등으로 빚을 갚을 힘이 없는 사회 취약계층인데요, KBS 부산방송은 빚의 수렁에서도 재기를 꿈꿀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최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년 넘게 빚을 지고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또 일상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장기 연체자 A 씨(음성변조)[인터뷰]
 "제 이름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 사회에서. 빚이 있다는 이유로. 그게 크든 작든."

 빚을 진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사회에서 자신의 이름마저 지워진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빚을 지게 됐을까요? 경로도 여러 갈래였습니다.

 투자나 사업 실패는 물론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선의가 빚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장기 연체자 B 씨[인터뷰]
 마사지 가게를 했어요, 찜질방 안에서. 부도가 난 거죠. 건물이. 그때가 3천이었죠. (임차보증금을) 다 못 찾았죠, 하나도.

 장기 연체자 C 씨[인터뷰]
 그 사람이 나한테 도움을 줬으니까 나도 이제 도움을 준다고 해서 보증을 해준 게 (그 사람이) 돈을 안 갚는 거예요.

 빌리긴 쉬워도 갚긴 어렵죠,

 허튼 데 쓰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빚은 원금보다 많은 이자가 붙어 갚을 힘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커졌습니다.

 장기 연체자 D 씨[녹취]
 한 400 빌리면 (이자가) 100 정도? 1,600은 얼추 30% 이자 보면 돼요. 이자가 세서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물가도 비싸고 생활도 어려운데...

 이들처럼 천만 원이 안 되는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소액 연체자'는 전국에 159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과도한 빚에 짓눌려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빚을 일부 탕감해주는 제도가 지난 2월까지 시행됐습니다.

 사례를 통해 확인해 봅니다.


 [리포트]

 영업 일을 하며 두 자녀를 키운 59살 A 씨.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대신해 아이 학비며, 집 임대료까지 모든 생계를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구멍 난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메우다 15년 전, 연체 사고가 터졌습니다.

 결국, 빚은 빚을 낳았습니다.

 장기 연체자 A 씨 [인터뷰]
 그게 70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걸 못 갚으면 연체이자라는 게 생기고, 그때 당시에는 연체 이자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극심한 추심이 시작됐고, 회사에서도 스스로 걸어 나와야 했습니다.

 남편 직장까지 불똥이 튀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주소를 떼 친구 집에 얹어놓고 추심을 피해 살았습니다.

 남은 건 여전한 빚과 화병뿐입니다.

 장기 연체자 A 씨 [인터뷰]
 이 시간이 거의 15년… 결혼해서 절반 이상을 그렇게 하다 보니까 우울증 같은 게 정말 심하게… 나가기도 싫고, 집에만 있고 싶고,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기도 싫고.

 A 씨는 최근 정부의 장기소액 연체자 지원 사업을 통해 추심의 압박에서 벗어나 다시 빚을 갚을 힘을 얻었습니다.

 원금 몇 배나 되던 이자는 털고, 남은 빚 600만 원은 매달 6만 8천 원씩 나눠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남편과 함께 열심히 일해 갚아나갈 생각입니다.

 장기 연체자 A 씨 [인터뷰]
 (남편이) 진짜 지금도 좀 굉장히 어렵게 일을 하거든요. 나이도 많은데. 환갑이 넘었거든요? 계약직으로 월급도 많이 깎였어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빚을 면제받거나 감면을 받은 채무자는 모두 62만 7천 명입니다.

 KBS뉴스 최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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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속 기획/재기 가능한 사회로]빚과 함께 지워진 이름
    • 입력 2019-04-29 23:34:34
    • 수정2019-04-30 09:54:48
    뉴스9(부산)
 [앵커멘트]  우리 주변에는 10년, 20년씩 빚과 추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낮은 소득과 고령, 질병, 장애 등으로 빚을 갚을 힘이 없는 사회 취약계층인데요, KBS 부산방송은 빚의 수렁에서도 재기를 꿈꿀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최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년 넘게 빚을 지고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또 일상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장기 연체자 A 씨(음성변조)[인터뷰]  "제 이름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 사회에서. 빚이 있다는 이유로. 그게 크든 작든."  빚을 진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사회에서 자신의 이름마저 지워진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빚을 지게 됐을까요? 경로도 여러 갈래였습니다.  투자나 사업 실패는 물론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선의가 빚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장기 연체자 B 씨[인터뷰]  마사지 가게를 했어요, 찜질방 안에서. 부도가 난 거죠. 건물이. 그때가 3천이었죠. (임차보증금을) 다 못 찾았죠, 하나도.  장기 연체자 C 씨[인터뷰]  그 사람이 나한테 도움을 줬으니까 나도 이제 도움을 준다고 해서 보증을 해준 게 (그 사람이) 돈을 안 갚는 거예요.  빌리긴 쉬워도 갚긴 어렵죠,  허튼 데 쓰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빚은 원금보다 많은 이자가 붙어 갚을 힘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커졌습니다.  장기 연체자 D 씨[녹취]  한 400 빌리면 (이자가) 100 정도? 1,600은 얼추 30% 이자 보면 돼요. 이자가 세서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물가도 비싸고 생활도 어려운데...  이들처럼 천만 원이 안 되는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소액 연체자'는 전국에 159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과도한 빚에 짓눌려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빚을 일부 탕감해주는 제도가 지난 2월까지 시행됐습니다.  사례를 통해 확인해 봅니다.  [리포트]  영업 일을 하며 두 자녀를 키운 59살 A 씨.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대신해 아이 학비며, 집 임대료까지 모든 생계를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구멍 난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메우다 15년 전, 연체 사고가 터졌습니다.  결국, 빚은 빚을 낳았습니다.  장기 연체자 A 씨 [인터뷰]  그게 70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걸 못 갚으면 연체이자라는 게 생기고, 그때 당시에는 연체 이자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극심한 추심이 시작됐고, 회사에서도 스스로 걸어 나와야 했습니다.  남편 직장까지 불똥이 튀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주소를 떼 친구 집에 얹어놓고 추심을 피해 살았습니다.  남은 건 여전한 빚과 화병뿐입니다.  장기 연체자 A 씨 [인터뷰]  이 시간이 거의 15년… 결혼해서 절반 이상을 그렇게 하다 보니까 우울증 같은 게 정말 심하게… 나가기도 싫고, 집에만 있고 싶고,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기도 싫고.  A 씨는 최근 정부의 장기소액 연체자 지원 사업을 통해 추심의 압박에서 벗어나 다시 빚을 갚을 힘을 얻었습니다.  원금 몇 배나 되던 이자는 털고, 남은 빚 600만 원은 매달 6만 8천 원씩 나눠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남편과 함께 열심히 일해 갚아나갈 생각입니다.  장기 연체자 A 씨 [인터뷰]  (남편이) 진짜 지금도 좀 굉장히 어렵게 일을 하거든요. 나이도 많은데. 환갑이 넘었거든요? 계약직으로 월급도 많이 깎였어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빚을 면제받거나 감면을 받은 채무자는 모두 62만 7천 명입니다.  KBS뉴스 최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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