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싶지 않은 실화…아동학대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

입력 2019.04.30 (11:13) 수정 2019.04.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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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경상북도 칠곡군 한 가정집에서 8세 여자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계모가 배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뒤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기 파열로 숨진 것이다.

계모의 악행은 이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 언니도 수차례 학대·폭행한 계모는 심지어 '동생을 죽였다'고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기까지 했다.

오는 5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에 발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해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피해자 변호사를 화자로 두고 상당 내용을 각색했다.

거대 로펌에 취업해 성공이 목표인 변호사 정엽(이동휘 분)은 나가서 일하라는 누나의 구박에 고향 아동복지센터에 취업한다. 근무 첫날 계모 지숙(유선)의 학대를 경찰에 신고한 10살 소녀 다빈(최명빈)을 만나게 된다.

친절했던 얼굴을 벗어던지고 본색을 드러낸 계모의 학대에 시달리던 다빈과 남동생 민준(이주원)은 정엽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정엽은 아이들이 귀찮기만 하다.

오래 기다렸던 대형 로펌 합격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간 정엽은 어느 날 다빈이 민준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죄책감에 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영화는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인 탓에 법 사각지대에 있던 아동학대 사건을 고발하는데 충실하다. 경찰은 "엄마가 쥐어박았다고 신고했다"고 다빈의 신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동복지센터 직원은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자괴감을 느낀다.

가해자인 부모는 "내 새끼 내가 때려죽이든 말든"이라고 큰소리친다. 상영시간 대부분은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엽의 모습 대신 사회가 결국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음을 고발하는데 할애한다.

끔찍한 학대 장면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영화가 무엇을 강조하고자 하는지는 잘 와닿으나 그 방식은 다소 진부하다. 성공을 위해 달리고 아이들에게는 관심 없던 변호사가 아이 죽음을 계기로 변하게 되는 과정 역시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마지막 법정 장면 역시 지나치게 극적이다.

배우들 연기는 빛난다. 세련되고 선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유선은 폭력적이며 악독한 지숙으로 변신해 관객들의 분노를 끌어낸다.

최근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선은 "이 영화가 부모들에게 책임감을 상기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더 힘들었다"며 "가해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전날부터 마음이 무거웠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동휘의 연기도 초반부에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가볍고 코믹하지만, 후반부에서 정엽의 변화와 함께 무게감을 얻는다.

다빈을 연기한 최명빈은 계모의 폭력에 두려워하는 모습부터 절제된 감정 연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연출은 '선생 김봉두'(2003), '여선생vs여제자'(2004), '이장과 군수'(2007),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의 장규성 감독이 맡았다.

장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을 때, 가장 마음에 크게 남은 것은 미안함이었다"며 "집중하려고 했던 것은 힘든 시간을 겪은 아이의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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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30 11:13:17
    • 수정2019-04-30 11:17:45
    연합뉴스
2013년 8월 경상북도 칠곡군 한 가정집에서 8세 여자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계모가 배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뒤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기 파열로 숨진 것이다.

계모의 악행은 이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 언니도 수차례 학대·폭행한 계모는 심지어 '동생을 죽였다'고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기까지 했다.

오는 5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에 발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해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피해자 변호사를 화자로 두고 상당 내용을 각색했다.

거대 로펌에 취업해 성공이 목표인 변호사 정엽(이동휘 분)은 나가서 일하라는 누나의 구박에 고향 아동복지센터에 취업한다. 근무 첫날 계모 지숙(유선)의 학대를 경찰에 신고한 10살 소녀 다빈(최명빈)을 만나게 된다.

친절했던 얼굴을 벗어던지고 본색을 드러낸 계모의 학대에 시달리던 다빈과 남동생 민준(이주원)은 정엽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정엽은 아이들이 귀찮기만 하다.

오래 기다렸던 대형 로펌 합격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간 정엽은 어느 날 다빈이 민준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죄책감에 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영화는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인 탓에 법 사각지대에 있던 아동학대 사건을 고발하는데 충실하다. 경찰은 "엄마가 쥐어박았다고 신고했다"고 다빈의 신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동복지센터 직원은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자괴감을 느낀다.

가해자인 부모는 "내 새끼 내가 때려죽이든 말든"이라고 큰소리친다. 상영시간 대부분은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엽의 모습 대신 사회가 결국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음을 고발하는데 할애한다.

끔찍한 학대 장면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영화가 무엇을 강조하고자 하는지는 잘 와닿으나 그 방식은 다소 진부하다. 성공을 위해 달리고 아이들에게는 관심 없던 변호사가 아이 죽음을 계기로 변하게 되는 과정 역시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마지막 법정 장면 역시 지나치게 극적이다.

배우들 연기는 빛난다. 세련되고 선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유선은 폭력적이며 악독한 지숙으로 변신해 관객들의 분노를 끌어낸다.

최근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선은 "이 영화가 부모들에게 책임감을 상기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더 힘들었다"며 "가해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전날부터 마음이 무거웠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동휘의 연기도 초반부에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가볍고 코믹하지만, 후반부에서 정엽의 변화와 함께 무게감을 얻는다.

다빈을 연기한 최명빈은 계모의 폭력에 두려워하는 모습부터 절제된 감정 연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연출은 '선생 김봉두'(2003), '여선생vs여제자'(2004), '이장과 군수'(2007),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의 장규성 감독이 맡았다.

장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을 때, 가장 마음에 크게 남은 것은 미안함이었다"며 "집중하려고 했던 것은 힘든 시간을 겪은 아이의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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