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비용 절감에만 초점…층간소음 고통은 ‘외면’

입력 2019.05.02 (21:27) 수정 2019.05.0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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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국토부가 층간소음 방지 대책에 뒷짐을 지면서, 건설 현장에선 비용을 줄이는데만 초점을 맞춘 공사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현행 규정은 층간소음 측정을 시공 후에 하지 않고 시공 전에 하도록 돼 있어, 제멋대로 지어도 짓고나면 그만이었습니다.

이슬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다음 달 입주를 앞둔 대전의 한 임대아파트입니다.

견본 가구에서 층간소음 시험을 먼저 거친 뒤 본 시공을 해야 하지만, 시험을 생략했습니다.

감사 결과, 이 아파트 6가구 중 5가구에서 소음이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LH 관계자/음성변조 : "공사를 빨리하기 위해서... 충격테스트 하고 나면 결과가 한참 뒤에 나오거든요. 늦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보니까 (기간을) 단축하려고."]

규정대로 시공했는데도 층간 소음이 기준치를 넘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밤 2시까지 발 쿵쿵 의자 끄는 그런 소리가 들린다는 거잖아요."]

이 아파트가 채택한 '벽식 구조'는 소음에 취약한 대신, 기둥 구조보다 20~30% 정도 건축 비용이 적게 듭니다.

기둥과 바닥이 분리되는 기둥 구조와 달리, 벽과 바닥이 일체형인 벽식 구조는 위층의 소음이 벽을 타고 그대로 전달됩니다.

[건설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상대적으로 공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벽식구조를 적용하는 아파트가 대부분인 게 사실입니다."]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건설사 편의대로 층간소음 저감 시공을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현행 규정에서는 시공 전에만 층간소음 성능을 확인할 뿐, 아파트 준공 뒤에는 성능 확인이 의무가 아닙니다.

엉터리 시공이 이뤄져도 잡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감사원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그제야 사후 성능 측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환경공단 상담 건수는 2012년 8,700여 건에서 지난해 2만 8,200여 건으로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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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 비용 절감에만 초점…층간소음 고통은 ‘외면’
    • 입력 2019-05-02 21:29:44
    • 수정2019-05-03 08: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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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국토부가 층간소음 방지 대책에 뒷짐을 지면서, 건설 현장에선 비용을 줄이는데만 초점을 맞춘 공사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현행 규정은 층간소음 측정을 시공 후에 하지 않고 시공 전에 하도록 돼 있어, 제멋대로 지어도 짓고나면 그만이었습니다. 이슬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다음 달 입주를 앞둔 대전의 한 임대아파트입니다. 견본 가구에서 층간소음 시험을 먼저 거친 뒤 본 시공을 해야 하지만, 시험을 생략했습니다. 감사 결과, 이 아파트 6가구 중 5가구에서 소음이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LH 관계자/음성변조 : "공사를 빨리하기 위해서... 충격테스트 하고 나면 결과가 한참 뒤에 나오거든요. 늦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보니까 (기간을) 단축하려고."] 규정대로 시공했는데도 층간 소음이 기준치를 넘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밤 2시까지 발 쿵쿵 의자 끄는 그런 소리가 들린다는 거잖아요."] 이 아파트가 채택한 '벽식 구조'는 소음에 취약한 대신, 기둥 구조보다 20~30% 정도 건축 비용이 적게 듭니다. 기둥과 바닥이 분리되는 기둥 구조와 달리, 벽과 바닥이 일체형인 벽식 구조는 위층의 소음이 벽을 타고 그대로 전달됩니다. [건설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상대적으로 공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벽식구조를 적용하는 아파트가 대부분인 게 사실입니다."]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건설사 편의대로 층간소음 저감 시공을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현행 규정에서는 시공 전에만 층간소음 성능을 확인할 뿐, 아파트 준공 뒤에는 성능 확인이 의무가 아닙니다. 엉터리 시공이 이뤄져도 잡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감사원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그제야 사후 성능 측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환경공단 상담 건수는 2012년 8,700여 건에서 지난해 2만 8,200여 건으로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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