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北 발사체, 국제법 위반 없는 훈련 행위?…북한판 ‘이스칸다르’ 주목

입력 2019.05.05 (13:50) 수정 2019.05.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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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北 동해안 화력타격훈련(출처:5일 노동신문)

트럼프 "김정은, 나와 약속 깨길 원치 않아..합의 이뤄질 것"

북한이 4일 오전 동해 상에서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메시지를 보냈다.

현지시각 4일 오전 9시 42분(한국시간 4일 오후 10시 42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김정은은 북한의 대단한 경제 잠재력을 완전히 알고 있고, 이를 방해하거나 중단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도 빼놓지 않았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해 이처럼 점잖은 어조의 성명서는 사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밝히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시각 4일 오후 10시 42분,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한국시각 4일 오후 10시 42분,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북한이 4일 오전 9시 6분부터 27분까지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으로 신형 다연장 로켓포로 단거리 발사체를 여러 발 발사한 지 13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그만큼 트럼프 입장에서도 심사숙고한 끝에 트윗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대응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보도가 현지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 가운데 최근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정황들을 가장 사실에 근접해 보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잡한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보도를 내놓았다.

출처 : 현지시간 4일, Vox 보도 캡처출처 : 현지시간 4일, Vox 보도 캡처

美 Vox "트럼프는 김정은이 그를 엿먹인 것처럼 화를 냈다."
"참모들,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 전에 어떤 트윗도 올리지 말라고 당부"

복스는 현지시각 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김정은이 그를 엿먹인 것처럼 화를 냈다"면서 "고위 보좌진(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추정)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는 어떤 트윗도 올리지 말라고 강력하게 당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저녁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북한의 발사체 발사 관련 보고를 받고 분노했다는 것인데, 보좌진의 권고를 받아들여서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강한 믿음과 신뢰가 묻어나 있다.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는 트윗을 올린 소식을 전하면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전날 밤처럼 화를 벌컥 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당국자들이 한국 정부의 카운터파트와 통화한 사실도 복스는 전했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 실험 한다면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돌아갈 것"

복스는 이어 북한이 어떤 발사체를 몇 이미 발사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발사체가 120마일(193km) 이상을 비행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미사일, 특히 핵탄두를 탑재하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하지 않는 한 장기간에 걸친 협상도 괜찮다고 거듭 말했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또 다른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 초강경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이 '외교는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2017년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화염과 분노'의 위협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으로 되돌아가는 초기 징후라고 분석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방연구소장은 논평을 통해 "핵전쟁 위협, 개인적인 모욕, 어떤 일이 있더라도 피해야 하는 긴장 고조의 위험한 사이클로 되돌아가는 초기 단계에 놓인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인내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모든 미사일 시험 완전 중단 약속 안 해"
"이번 메시지는 외교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올해 말까지 시한 설정"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카지아니스 소장은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자체적으로 유예했을 뿐 모든 미사일 시험의 완전한 중단을 약속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단거리 발사에 충격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국장은 "김 위원장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만 약속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이번 발사는 기술적으로 약속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도발을 "평양이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그레이스 류 연구원은 분석하고 있다. 안킷 판다 미국 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도 역설적으로 "이번 발사의 메시지는 외교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올해 말까지 시한을 설정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출처:AP 영상 캡처)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출처:AP 영상 캡처)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샌더스 상원의원 "트럼프 대북 정책은 흠잡을 수 없는 분야"

그런데 이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이 가진 카드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문제가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안에 대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확인된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종 정책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실제로 내가 트럼프 대통령의 흠을 잡을 수 없는 한 분야"라며 지지 견해를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샌더스 의원은 현지시각 4일 녹화된 ABC방송 프로그램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마주 앉겠다는 아이디어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어 "이것은 아주, 아주 어렵지만 분명히 그들(북한)은 세상에 대한 위협"이라며 "고립돼 있고 선동적"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쉬운 상황이 아니라"며 "미국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가능한 모든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4일 일본 NHK 방송 캡처4일 일본 NHK 방송 캡처

日, 이례적 '비난 자제'..북일 정상회담 성사 노려
중국 매체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 대한 불만 표출"
"훈련 행위며 어떤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았음을 보여줘"

북핵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오던 일본도 이례적으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후 일본 정부가 비난의 톤을 낮추면서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일본 정부가 발사체에 대한 정보 수집을 서두르면서도 일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판단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일을 시끄럽게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북한에 항의할 예정은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대북 강경파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전날 피지 방문 중 기자들에게 "우리나라(일본)의 안전보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항공기나 선박 피해 보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극우 성향이 강한 산케이신문마저도 비난을 자제하고 발사의 의도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과 관변 학자들은 대미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면서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신랑망(시나닷컴)은 북한의 이번 발사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대북 제재 압력 지속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많은 언론은 북한의 이번 행동과 관련해 미국에 고함을 지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해 북한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에 근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비핵화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북한의 최근 행태가 한반도의 긴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지융 푸단대 한국·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의 이번 행동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 재개에 대한 북한의 극단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군사 및 국방 분야에서도 후퇴하지 않았고 안보를 지킬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북한 강경파와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발사체가 단거리라는 점 자체가 훈련 행위며 어떤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연구원은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행동은 북한이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북한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정치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환구망은 북한의 발사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한다고 밝힌 점을 중점적으로 전했다.

북한 원산에서 발사한 미확인 단거리 발사체(출처:4일 북한 노동신문)북한 원산에서 발사한 미확인 단거리 발사체(출처:4일 북한 노동신문)

전문가 "북한판 이스칸다르' 미사일 시험 추정"
합참, '신형전술유도무기'...'이스칸다르' 발사 확인
"사거리 확장·수평 비행 가능한 '고체 탄도미사일'"...최종 확인 땐 파장 커질 듯

이런 가운데 북한이 4일 강원도 원산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가운데 하나는 '북한판 이스칸다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란 관측도 나오면서, 탄도미사일 발사로 최종 확인될 경우 트럼프의 앞으로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군사무기 전문가들은 발사체 중 한 발이 러시아의 이스칸다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유사해 '북한판 이스칸다르'라고도 불리는 탄도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4일 오전 9시 6분부터 9시 27분쯤까지 방사포를 발사했고, 추가로 이 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군사무기 전문가들은 이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보면서 사실상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당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비행 거리가 200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체연료 용량에 따라 사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쏠 경우 중부권 이남까지도 타격권에 들어간다. 이스칸다르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인다. 전술적 측면에서 유용하게 동원될 수 있는 미사일로 꼽힌다. 최대 사거리 40여㎞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려운 미사일이다. 합참도 5일 북측의 '신형전술유도무기'라고 1차 공식 평가를 하였다. 2018년 2월 8일 북한 건군절 때 처음 등장한 무기와 같은 종류라고 밝혀 사실상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 발사체가 단순한 훈련용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의 운영 능력 검열에 그쳤는지 아니면 신형 탄도 미사일 시험을 병행했는지에 따라 미국의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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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5 13:50:56
    • 수정2019-05-05 14: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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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北 동해안 화력타격훈련(출처:5일 노동신문)

트럼프 "김정은, 나와 약속 깨길 원치 않아..합의 이뤄질 것"

북한이 4일 오전 동해 상에서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메시지를 보냈다.

현지시각 4일 오전 9시 42분(한국시간 4일 오후 10시 42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김정은은 북한의 대단한 경제 잠재력을 완전히 알고 있고, 이를 방해하거나 중단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도 빼놓지 않았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해 이처럼 점잖은 어조의 성명서는 사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밝히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시각 4일 오후 10시 42분,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북한이 4일 오전 9시 6분부터 27분까지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으로 신형 다연장 로켓포로 단거리 발사체를 여러 발 발사한 지 13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그만큼 트럼프 입장에서도 심사숙고한 끝에 트윗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대응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보도가 현지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 가운데 최근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정황들을 가장 사실에 근접해 보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잡한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보도를 내놓았다.

출처 : 현지시간 4일, Vox 보도 캡처
美 Vox "트럼프는 김정은이 그를 엿먹인 것처럼 화를 냈다."
"참모들,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 전에 어떤 트윗도 올리지 말라고 당부"

복스는 현지시각 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김정은이 그를 엿먹인 것처럼 화를 냈다"면서 "고위 보좌진(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추정)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는 어떤 트윗도 올리지 말라고 강력하게 당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저녁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북한의 발사체 발사 관련 보고를 받고 분노했다는 것인데, 보좌진의 권고를 받아들여서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강한 믿음과 신뢰가 묻어나 있다.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는 트윗을 올린 소식을 전하면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전날 밤처럼 화를 벌컥 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당국자들이 한국 정부의 카운터파트와 통화한 사실도 복스는 전했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 실험 한다면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돌아갈 것"

복스는 이어 북한이 어떤 발사체를 몇 이미 발사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발사체가 120마일(193km) 이상을 비행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미사일, 특히 핵탄두를 탑재하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하지 않는 한 장기간에 걸친 협상도 괜찮다고 거듭 말했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또 다른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 초강경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이 '외교는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2017년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화염과 분노'의 위협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으로 되돌아가는 초기 징후라고 분석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방연구소장은 논평을 통해 "핵전쟁 위협, 개인적인 모욕, 어떤 일이 있더라도 피해야 하는 긴장 고조의 위험한 사이클로 되돌아가는 초기 단계에 놓인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인내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모든 미사일 시험 완전 중단 약속 안 해"
"이번 메시지는 외교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올해 말까지 시한 설정"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카지아니스 소장은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자체적으로 유예했을 뿐 모든 미사일 시험의 완전한 중단을 약속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단거리 발사에 충격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국장은 "김 위원장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만 약속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이번 발사는 기술적으로 약속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도발을 "평양이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그레이스 류 연구원은 분석하고 있다. 안킷 판다 미국 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도 역설적으로 "이번 발사의 메시지는 외교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올해 말까지 시한을 설정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출처:AP 영상 캡처)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샌더스 상원의원 "트럼프 대북 정책은 흠잡을 수 없는 분야"

그런데 이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이 가진 카드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문제가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안에 대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확인된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종 정책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실제로 내가 트럼프 대통령의 흠을 잡을 수 없는 한 분야"라며 지지 견해를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샌더스 의원은 현지시각 4일 녹화된 ABC방송 프로그램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마주 앉겠다는 아이디어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어 "이것은 아주, 아주 어렵지만 분명히 그들(북한)은 세상에 대한 위협"이라며 "고립돼 있고 선동적"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쉬운 상황이 아니라"며 "미국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가능한 모든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4일 일본 NHK 방송 캡처
日, 이례적 '비난 자제'..북일 정상회담 성사 노려
중국 매체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 대한 불만 표출"
"훈련 행위며 어떤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았음을 보여줘"

북핵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오던 일본도 이례적으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후 일본 정부가 비난의 톤을 낮추면서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일본 정부가 발사체에 대한 정보 수집을 서두르면서도 일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판단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일을 시끄럽게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북한에 항의할 예정은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대북 강경파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전날 피지 방문 중 기자들에게 "우리나라(일본)의 안전보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항공기나 선박 피해 보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극우 성향이 강한 산케이신문마저도 비난을 자제하고 발사의 의도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과 관변 학자들은 대미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면서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신랑망(시나닷컴)은 북한의 이번 발사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대북 제재 압력 지속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많은 언론은 북한의 이번 행동과 관련해 미국에 고함을 지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해 북한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에 근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비핵화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북한의 최근 행태가 한반도의 긴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지융 푸단대 한국·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의 이번 행동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 재개에 대한 북한의 극단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군사 및 국방 분야에서도 후퇴하지 않았고 안보를 지킬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북한 강경파와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발사체가 단거리라는 점 자체가 훈련 행위며 어떤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연구원은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행동은 북한이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북한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정치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환구망은 북한의 발사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한다고 밝힌 점을 중점적으로 전했다.

북한 원산에서 발사한 미확인 단거리 발사체(출처:4일 북한 노동신문)
전문가 "북한판 이스칸다르' 미사일 시험 추정"
합참, '신형전술유도무기'...'이스칸다르' 발사 확인
"사거리 확장·수평 비행 가능한 '고체 탄도미사일'"...최종 확인 땐 파장 커질 듯

이런 가운데 북한이 4일 강원도 원산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가운데 하나는 '북한판 이스칸다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란 관측도 나오면서, 탄도미사일 발사로 최종 확인될 경우 트럼프의 앞으로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군사무기 전문가들은 발사체 중 한 발이 러시아의 이스칸다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유사해 '북한판 이스칸다르'라고도 불리는 탄도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4일 오전 9시 6분부터 9시 27분쯤까지 방사포를 발사했고, 추가로 이 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군사무기 전문가들은 이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보면서 사실상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당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비행 거리가 200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체연료 용량에 따라 사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쏠 경우 중부권 이남까지도 타격권에 들어간다. 이스칸다르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인다. 전술적 측면에서 유용하게 동원될 수 있는 미사일로 꼽힌다. 최대 사거리 40여㎞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려운 미사일이다. 합참도 5일 북측의 '신형전술유도무기'라고 1차 공식 평가를 하였다. 2018년 2월 8일 북한 건군절 때 처음 등장한 무기와 같은 종류라고 밝혀 사실상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 발사체가 단순한 훈련용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의 운영 능력 검열에 그쳤는지 아니면 신형 탄도 미사일 시험을 병행했는지에 따라 미국의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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