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장기실종자 만 명 육박…애타는 기다림

[앵커]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성인 장기실종자 가족들이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데요,

성인 장기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과 수사 체계에 한계가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도 요원합니다.

하선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규형 씨의 아버지는 지난 2002년 집을 나간 뒤 16년 동안 장기실종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이 씨는 아버지가 2004년에 이미 숨진 채 발견돼 경찰에서 변사사건으로 처리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경찰서에 찾아가 유전자 등록을 했더니 국과수에 이미 등록돼 있던 신원미상 사망자 DNA와 일치한 겁니다.

[이규형/장기실종자 가족 : "어디에서 봤다는 분도 있으니까, 어디선가 잘 살고 계시구나 그 생각만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되니까 너무 분통 터지고."]

이 씨가 자발적으로 유전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혀버릴 진실이었습니다.

성인 실종자 가족은 법적으로 DNA를 채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종아동법이 제정돼 영장 없이도 실종아동과 치매환자 등의 위치와 인터넷 접속 확인, 가족 DNA 채취가 가능해졌지만, 대상에 일반성인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보니, 위치 추적을 위한 영장 신청에만 몇 시간이 걸리는 등 초동수사가 늦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일정 기간의 수색이 끝나면, 카드사용이나 건강보험 조회와 같은 '생활반응 수사'를 하는 데에 그치고 있습니다.

[나주봉/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 : "비교분석 시스템을 만들어서 경찰이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미 변사됐거나 시설에서 보호되는 분들 가운데 실종자를 많이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실종자 범위에 성인까지 포함하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지만,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성인 실종은 95% 이상이 단순 가출신고이고, 인력과 예산을 더 둬야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장기 성인 실종자는 9천 2백여 명, 가족들은 오늘도 애타는 기다림 속에 가정의 달 5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