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사라져 가는 옛것을 지키려는 장인 정신

입력 2019.05.07 (10:47) 수정 2019.05.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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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세기 초 사람들을 잡아먹는 이상한 기계라 불렸던 사진기.

말을 전하는 기계라 불렸던 다이얼 전화기.

모두 당시엔 획기적인 신문물이었지만 지금은 옛것이 돼 가고 있는데요.

이처럼 사라져 가는 옛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우크라이나 리비프 도심에 우뚝 서 있는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물.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이 빌라 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중요 문화유산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이 고색창연한 벽난로인데요.

집주인인 세레다 씨는 집안 전체를 현대식으로 고쳤지만 이 난로만은 옛 모습 그대로 남겨 두었습니다.

[스테판 세레다/리비프 물리치료센터장 : "이전엔 이런 종류의 벽난로가 3개 있었는데 구소련 시절에 2개는 소실됐고, 현재 이 아름다운 난로 한 개만 남았습니다."]

20세기 이후 난방 시스템이 현대화되면서 유럽에서도 벽난로로 난방을 하는 곳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리비프 지역은 좀 다릅니다.

본래의 기능은 잃었지만 역사적, 예술적 가치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리비프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것인데요.

[리리아 오니시첸코/리비프시의회 역사환경보호부장 : "지역 주민들이 과시용으로 리비프 타일 장인에게 맞춤 주문을 의뢰한 것이 지금의 아름다운 벽난로의 기원이 됐습니다."]

1792년부터 벽난로 타일을 제작해 오고 있는 이 공장 역시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재료와 도구는 현대적으로 바뀌었지만 타일을 만드는 방법과 장인 정신만은 전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리비프 도심에 사는 토마스 씨는 얼마 전 화재로 무너진 집을 재건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이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전통 벽난로의 타일 조각들인데요.

[토마스 제이 갈라허/리비프 주민 : "(타일을) 재사용하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전엔 기능을 잃고 쓰레기통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타일 전체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의 형태였기 때문에 그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쓸모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애정을 담은 고민의 결과, 벽난로는 멋진 세면대이자 수납장 기능을 가진 실내장식 소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러시아 무롬에는 18세기부터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에 의해 구워지고 있는 전통 빵이 있습니다.

꽈배기처럼 생긴 이 빵인데요. 이름은 카라치입니다.

카라치 빵 장인인 이리나 씨이와 동료들은 매일 밤 밑반죽 작업을 시작해 예전 방식 그대로 빵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일일이 수제로 빚어내고 있습니다.

[이리나 자프게티로바/제빵사 : "천연 재료로 빵을 만듭니다. 밀가루, 설탕, 소금, 이스트, 마가린을 넣어 반죽을 만들기 위해 치대면서 온 정성을 반죽에 담습니다."]

빵의 기원은 과거 수도사들이 수도원 유지와 가난한 아이들 구제를 위해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었는데요.

18세기 이 도시를 방문한 러시아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가 우연히 카라치를 맛보고 극찬을 했고.

[나탈야 모나크호바/민속공연 연출자 : "그녀는 이 빵을 무척 좋아했고, 도시의 문장에 넣기도 했습니다."]

이를 내용으로 한 민속 공연이 만들어져 인기를 끌면서 무롬의 전통 빵, 카라치 역시 그 유명세와 함께 여전히 맛있게 구워지고 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옛것을 지키는 사람들.

이들을 통해 옛것이 있어 오늘이 있다는 것.

온고지신의 정신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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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사라져 가는 옛것을 지키려는 장인 정신
    • 입력 2019-05-07 11:00:12
    • 수정2019-05-07 11:41:04
    지구촌뉴스
[앵커]

19세기 초 사람들을 잡아먹는 이상한 기계라 불렸던 사진기.

말을 전하는 기계라 불렸던 다이얼 전화기.

모두 당시엔 획기적인 신문물이었지만 지금은 옛것이 돼 가고 있는데요.

이처럼 사라져 가는 옛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우크라이나 리비프 도심에 우뚝 서 있는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물.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이 빌라 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중요 문화유산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이 고색창연한 벽난로인데요.

집주인인 세레다 씨는 집안 전체를 현대식으로 고쳤지만 이 난로만은 옛 모습 그대로 남겨 두었습니다.

[스테판 세레다/리비프 물리치료센터장 : "이전엔 이런 종류의 벽난로가 3개 있었는데 구소련 시절에 2개는 소실됐고, 현재 이 아름다운 난로 한 개만 남았습니다."]

20세기 이후 난방 시스템이 현대화되면서 유럽에서도 벽난로로 난방을 하는 곳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리비프 지역은 좀 다릅니다.

본래의 기능은 잃었지만 역사적, 예술적 가치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리비프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것인데요.

[리리아 오니시첸코/리비프시의회 역사환경보호부장 : "지역 주민들이 과시용으로 리비프 타일 장인에게 맞춤 주문을 의뢰한 것이 지금의 아름다운 벽난로의 기원이 됐습니다."]

1792년부터 벽난로 타일을 제작해 오고 있는 이 공장 역시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재료와 도구는 현대적으로 바뀌었지만 타일을 만드는 방법과 장인 정신만은 전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리비프 도심에 사는 토마스 씨는 얼마 전 화재로 무너진 집을 재건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이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전통 벽난로의 타일 조각들인데요.

[토마스 제이 갈라허/리비프 주민 : "(타일을) 재사용하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전엔 기능을 잃고 쓰레기통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타일 전체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의 형태였기 때문에 그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쓸모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애정을 담은 고민의 결과, 벽난로는 멋진 세면대이자 수납장 기능을 가진 실내장식 소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러시아 무롬에는 18세기부터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에 의해 구워지고 있는 전통 빵이 있습니다.

꽈배기처럼 생긴 이 빵인데요. 이름은 카라치입니다.

카라치 빵 장인인 이리나 씨이와 동료들은 매일 밤 밑반죽 작업을 시작해 예전 방식 그대로 빵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일일이 수제로 빚어내고 있습니다.

[이리나 자프게티로바/제빵사 : "천연 재료로 빵을 만듭니다. 밀가루, 설탕, 소금, 이스트, 마가린을 넣어 반죽을 만들기 위해 치대면서 온 정성을 반죽에 담습니다."]

빵의 기원은 과거 수도사들이 수도원 유지와 가난한 아이들 구제를 위해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었는데요.

18세기 이 도시를 방문한 러시아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가 우연히 카라치를 맛보고 극찬을 했고.

[나탈야 모나크호바/민속공연 연출자 : "그녀는 이 빵을 무척 좋아했고, 도시의 문장에 넣기도 했습니다."]

이를 내용으로 한 민속 공연이 만들어져 인기를 끌면서 무롬의 전통 빵, 카라치 역시 그 유명세와 함께 여전히 맛있게 구워지고 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옛것을 지키는 사람들.

이들을 통해 옛것이 있어 오늘이 있다는 것.

온고지신의 정신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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