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기량이 뛰어나서”…여성 육상선수 논란?

입력 2019.05.07 (20:35) 수정 2019.05.0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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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모두가 아는 올림픽 모토인데요.

기량이 지나치게 뛰어나서 세계대회 출전이 좌절된 한 여자 육상선수가 있습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양민효 특파원 연결해봅니다.

실력이 압도적이어서 대회출전이 어렵다, 이게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 이야기입니다.

세메냐 선수는 여성 선수인데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아서 문제가 된 겁니다.

세메냐는 2009년 베를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800미터 금메달을 따면서 국제 무대에 데뷔했는데요.

화려한 데뷔 이후 부터 세메냐는 10년 가까이 성 정체성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논란은 계속됐고요.

급기야 국제육상경기 연맹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기준 이상이면 여자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고, 지난해엔 이걸 더 강화했습니다.

타깃은 세메냐를 비롯한 성별 논란이 있는 선수들이죠.

세메냐 측은 스포츠중재 재판소에 제소했지만 지난 1일 재판소는 연맹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른 여자부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남성 호르몬 수치를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란 설명인데요.

세메냐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패트릭/세메냐 변호인 : "결과가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이건 공정성을 말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앵커]

그러면 세메냐 선수는 이제 영영 경기에서 뛸 수 없게 되는 걸까요?

[기자]

일단 재판부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국제 육상연맹은 당장 내일부터, 지침 시행을 발표했고요.

다만 출전을 원하면 6개월 전부터 약물을 투약해서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춰야 합니다.

수치를 낮춰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남자부 경기에 출전하라는 건데요.

앞서 세메냐는 성별 검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진 '간성'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놓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수영 선수 펠프스의 유전적 우월성은 찬양하면서 왜 세메냐의 유전적 차이는 처벌하느냐?”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호르몬 규제가 소수자를 배제하는 장치라며 비판하는 입장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도 맞서고 있습니다.

[앵커]

세메냐 선수의 입장이 궁금한데요, 어떤 입장을 냈나요?

[기자]

네, 세메냐 선수, 이제 스물여덟(28) 살입니다.

은퇴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 10년은 더 선수생활을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오랫동안 성 정체성 논란에 시달렸지만,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추기 위한 약물도 거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연맹의 새 지침 시행 전에 공식 출전할 수 있었던 마지막 경기죠.

지난 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대회 여자 800미터에서 세메냐는 또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호르몬 약물 투약을 계속 거부한다면 오는 9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세메냐/남아공 육상 선수 : "이렇게 태어난 이상 더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인간을 규정할 과학 실험도 그 어떤 것도 있을 수 없죠."]

세메냐 선수는 자신은 평생 여성으로 살아왔고, 이번 조치가 명백한 차별이라며 국제육상연맹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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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기량이 뛰어나서”…여성 육상선수 논란?
    • 입력 2019-05-07 20:39:44
    • 수정2019-05-07 20:52:28
    글로벌24
[앵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모두가 아는 올림픽 모토인데요.

기량이 지나치게 뛰어나서 세계대회 출전이 좌절된 한 여자 육상선수가 있습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양민효 특파원 연결해봅니다.

실력이 압도적이어서 대회출전이 어렵다, 이게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 이야기입니다.

세메냐 선수는 여성 선수인데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아서 문제가 된 겁니다.

세메냐는 2009년 베를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800미터 금메달을 따면서 국제 무대에 데뷔했는데요.

화려한 데뷔 이후 부터 세메냐는 10년 가까이 성 정체성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논란은 계속됐고요.

급기야 국제육상경기 연맹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기준 이상이면 여자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고, 지난해엔 이걸 더 강화했습니다.

타깃은 세메냐를 비롯한 성별 논란이 있는 선수들이죠.

세메냐 측은 스포츠중재 재판소에 제소했지만 지난 1일 재판소는 연맹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른 여자부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남성 호르몬 수치를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란 설명인데요.

세메냐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패트릭/세메냐 변호인 : "결과가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이건 공정성을 말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앵커]

그러면 세메냐 선수는 이제 영영 경기에서 뛸 수 없게 되는 걸까요?

[기자]

일단 재판부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국제 육상연맹은 당장 내일부터, 지침 시행을 발표했고요.

다만 출전을 원하면 6개월 전부터 약물을 투약해서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춰야 합니다.

수치를 낮춰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남자부 경기에 출전하라는 건데요.

앞서 세메냐는 성별 검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진 '간성'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놓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수영 선수 펠프스의 유전적 우월성은 찬양하면서 왜 세메냐의 유전적 차이는 처벌하느냐?”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호르몬 규제가 소수자를 배제하는 장치라며 비판하는 입장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도 맞서고 있습니다.

[앵커]

세메냐 선수의 입장이 궁금한데요, 어떤 입장을 냈나요?

[기자]

네, 세메냐 선수, 이제 스물여덟(28) 살입니다.

은퇴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 10년은 더 선수생활을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오랫동안 성 정체성 논란에 시달렸지만,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추기 위한 약물도 거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연맹의 새 지침 시행 전에 공식 출전할 수 있었던 마지막 경기죠.

지난 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대회 여자 800미터에서 세메냐는 또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호르몬 약물 투약을 계속 거부한다면 오는 9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세메냐/남아공 육상 선수 : "이렇게 태어난 이상 더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인간을 규정할 과학 실험도 그 어떤 것도 있을 수 없죠."]

세메냐 선수는 자신은 평생 여성으로 살아왔고, 이번 조치가 명백한 차별이라며 국제육상연맹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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