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1600년의 신비…중국 간쑤성 ‘마이지산 석굴’

입력 2019.05.11 (21:54) 수정 2019.05.1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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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5월 12일)은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우리나라도 단아하고 청초한 많은 불교 예술품을 갖고 있지만, 이웃 중국에는 수백미터 높이 산을 파서 만든 석굴과 같은 규모가 남다른 불교예술 유적지가 많습니다.

KBS가 그 중에 하나인 세계문화유산, 중국 간쑤성 마이지산 석굴을 다녀왔습니다.

천 600년 중국 불교 예술이 남긴 인류의 유산.

마이지산 석굴을 안양봉 특파원이 소개합니다.

[리포트]

우거진 삼림 속에 바위산 하나가 우뚝 솟았습니다.

보리 가마를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보리 맥에 쌓을 적 우리 말로 맥적산(麥積山)....

중국말로는 마이지산입니다.

산 절벽 중간 중간 난 구멍은 석굴입니다.

석굴과 석굴 사이를, 사다리가 끊어질 듯 이어갑니다.

마이지산 석굴에서 가장 큰 아미타 부처와 보살입니다.

높이 15.7미터...

수나라 때 시작해 남송 소흥년에 완성됐습니다.

제작에만 500년이 걸린 겁니다.

이 부처가 이 자리에서 그윽한 눈으로 세상을 보살핀 지도 벌써 900년 입니다.

[허홍옌/마이지산 석굴연구소 주임 : "마이지산에는 조각상이 10,632개, 석굴이 221개, 1천 평방미터의 벽화가 있습니다. 옛 사람들이 우리에게 풍성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남겼습니다.”]

4번 석굴 산화루입니다.

서기 557년 북주시대, 당시 이곳의 최고위급 관리였던 이충신 장군이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었습니다.

7칸의 석굴암에는 부처와 보살을 모셨습니다.

청나라 명필 왕료왕이 그 후 3곳에 현판을 달았는데, 그중 하나가 '스우등등'...

부처의 '무소유' 가르침입니다.

[리저쿤/마이지산 석굴 안내인 : "가진 것과 잃는 것, 소유와 무소유는 같은 것이다. 담대한 마음으로 공명과 부, 권력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386년 북위시대 시작해 송나라 때 중수한 121번 석굴입니다.

이 불상은 부처님 말씀을 듣는 두 제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엄숙한 자리에 선 두 제자의 표정이 좀 다릅니다.

[순씨아펑/마이지산 석굴연구소 연구주임 : "미소가 매우 평안하고 귀엽습니다. 특히 제자들의 두 손을 보세요. 보통은 합장을 합니다."]

적삼을 잡고 있거나....

미처 손을 모으지 못한 제자.

["저 생각에 세속으로 말하면 두 사람은 연인입니다."]

["박수를 치고 싶은데 못치는 거에요. 왜냐하면 부처님이 강론을 하고 있으니까."]

이처럼 이곳에는 신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불상이 유독 많습니다.

마이지산 불상이 '동방의 미소'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모습들 때문입니다.

아마도 불상을 만든 장인들의 마음도 이 작품처럼 자애롭고 너그러웠을 겁니다.

[순씨아펑/마이지산 석굴연구소 연구주임 : "장인들이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부처와 보살, 제자의 모습을 빌어서 표현한 겁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이곳에 들렸을 많은 수도승들은 아마도 마이지산의 이 벽화를 보면서 부처의 가르침을 다시한번 되새겼을 겁니다.

마이지산 석굴의 가치는, 서기 300년 무렵부터 청나라 시대까지 무려 1600여년 동안, 계속 새로운 불상들이 만들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1600년 세월의 흔적이 각기 다른 시대상으로 불상들에 남아 있습니다.

[차오원훠이/탐방객 : "당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세히 묘사 한 벽화 같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마이지산 석굴은 제작 기법도 다릅니다.

돌을 깨 불상을 만든 다른 석굴과 달리, 절벽에 나무기둥을 박아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진흙과 석회를 발랐습니다.

마이지산석굴은 1961년 중국 중점 문화재로 지정됐고, 2014년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건축과 조소, 벽화가 모두 어우러진 마이 지산 석굴은 동방불교 예술 진열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교통편이 좋지 않아 둔황 석굴과 같은 중국의 다른 불교 석굴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맥적, 보리가마를 쌓아 올린 것 같다는 이름 처럼 마이지산에는 불자와 장인들의 정성과 고행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옛날 실크르도 초입이었던 간쑤성 텐수에이.

그곳에서 만나는 마이지산 석굴은 시대를 거슬러 1600년, 그 시간을 한 걸음에 건너온 듯한 아득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중국 간쑤성 마이지산 석굴에서 KBS 뉴스 안양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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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1600년의 신비…중국 간쑤성 ‘마이지산 석굴’
    • 입력 2019-05-11 22:15:11
    • 수정2019-05-11 22: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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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5월 12일)은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우리나라도 단아하고 청초한 많은 불교 예술품을 갖고 있지만, 이웃 중국에는 수백미터 높이 산을 파서 만든 석굴과 같은 규모가 남다른 불교예술 유적지가 많습니다.

KBS가 그 중에 하나인 세계문화유산, 중국 간쑤성 마이지산 석굴을 다녀왔습니다.

천 600년 중국 불교 예술이 남긴 인류의 유산.

마이지산 석굴을 안양봉 특파원이 소개합니다.

[리포트]

우거진 삼림 속에 바위산 하나가 우뚝 솟았습니다.

보리 가마를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보리 맥에 쌓을 적 우리 말로 맥적산(麥積山)....

중국말로는 마이지산입니다.

산 절벽 중간 중간 난 구멍은 석굴입니다.

석굴과 석굴 사이를, 사다리가 끊어질 듯 이어갑니다.

마이지산 석굴에서 가장 큰 아미타 부처와 보살입니다.

높이 15.7미터...

수나라 때 시작해 남송 소흥년에 완성됐습니다.

제작에만 500년이 걸린 겁니다.

이 부처가 이 자리에서 그윽한 눈으로 세상을 보살핀 지도 벌써 900년 입니다.

[허홍옌/마이지산 석굴연구소 주임 : "마이지산에는 조각상이 10,632개, 석굴이 221개, 1천 평방미터의 벽화가 있습니다. 옛 사람들이 우리에게 풍성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남겼습니다.”]

4번 석굴 산화루입니다.

서기 557년 북주시대, 당시 이곳의 최고위급 관리였던 이충신 장군이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었습니다.

7칸의 석굴암에는 부처와 보살을 모셨습니다.

청나라 명필 왕료왕이 그 후 3곳에 현판을 달았는데, 그중 하나가 '스우등등'...

부처의 '무소유' 가르침입니다.

[리저쿤/마이지산 석굴 안내인 : "가진 것과 잃는 것, 소유와 무소유는 같은 것이다. 담대한 마음으로 공명과 부, 권력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386년 북위시대 시작해 송나라 때 중수한 121번 석굴입니다.

이 불상은 부처님 말씀을 듣는 두 제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엄숙한 자리에 선 두 제자의 표정이 좀 다릅니다.

[순씨아펑/마이지산 석굴연구소 연구주임 : "미소가 매우 평안하고 귀엽습니다. 특히 제자들의 두 손을 보세요. 보통은 합장을 합니다."]

적삼을 잡고 있거나....

미처 손을 모으지 못한 제자.

["저 생각에 세속으로 말하면 두 사람은 연인입니다."]

["박수를 치고 싶은데 못치는 거에요. 왜냐하면 부처님이 강론을 하고 있으니까."]

이처럼 이곳에는 신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불상이 유독 많습니다.

마이지산 불상이 '동방의 미소'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모습들 때문입니다.

아마도 불상을 만든 장인들의 마음도 이 작품처럼 자애롭고 너그러웠을 겁니다.

[순씨아펑/마이지산 석굴연구소 연구주임 : "장인들이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부처와 보살, 제자의 모습을 빌어서 표현한 겁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이곳에 들렸을 많은 수도승들은 아마도 마이지산의 이 벽화를 보면서 부처의 가르침을 다시한번 되새겼을 겁니다.

마이지산 석굴의 가치는, 서기 300년 무렵부터 청나라 시대까지 무려 1600여년 동안, 계속 새로운 불상들이 만들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1600년 세월의 흔적이 각기 다른 시대상으로 불상들에 남아 있습니다.

[차오원훠이/탐방객 : "당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세히 묘사 한 벽화 같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마이지산 석굴은 제작 기법도 다릅니다.

돌을 깨 불상을 만든 다른 석굴과 달리, 절벽에 나무기둥을 박아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진흙과 석회를 발랐습니다.

마이지산석굴은 1961년 중국 중점 문화재로 지정됐고, 2014년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건축과 조소, 벽화가 모두 어우러진 마이 지산 석굴은 동방불교 예술 진열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교통편이 좋지 않아 둔황 석굴과 같은 중국의 다른 불교 석굴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맥적, 보리가마를 쌓아 올린 것 같다는 이름 처럼 마이지산에는 불자와 장인들의 정성과 고행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옛날 실크르도 초입이었던 간쑤성 텐수에이.

그곳에서 만나는 마이지산 석굴은 시대를 거슬러 1600년, 그 시간을 한 걸음에 건너온 듯한 아득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중국 간쑤성 마이지산 석굴에서 KBS 뉴스 안양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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