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대로 꼬인 한일관계…물밑에서 개선 시동

입력 2019.05.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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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최악…이대로는 안 된다"

최근의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또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 엔으로 설치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는 대한민국 해군 함정을 상대로 저공 위협 비행을 했습니다. 한일 관계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전범 기업들의 압류 자산을 현금화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이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은 자국 기업에 실질적인 재산 피해가 발생되면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보복 조치로는 국제재판소 제소, 추가 관세 부과, 송금 제한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부 대신 국정원이 '키플레이어'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외교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명의의 정부 입장문을 보면 "사법부는 법적 판단만 하는 기관이며, 사법부의 판단에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다"라고 돼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우리 국민의 권리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절차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한일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서는 관계 개선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한일 관계를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인식은 점차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식 외교 라인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정보원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나서서 물밑에서 일본과 접촉해 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 외교부 내 대표적인 일본통인 고위 공무원이 국정원으로 파견을 갔는데, 외교부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고위급 인사는 국정원에서 한일 관계 조율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근본적 해결은 어려워…투트랙 전략 필요"

국정원 2차장 출신인 남관표 주일대사도 부임하자마자 "한일 관계가 과거사에 휘둘리지 않게 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며 활발한 대일 접촉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과거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남관표 대사도 부임 직전 기자들과 만나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에 없어질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에 실질적 협력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거나 흔들지 않는 기조로 나가고자 정책 기조를 밝혔지만, 현재는 그럴 수 없는 상태라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과거사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악화된 한일 관계로 일본 내부가 결속되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큰 의지가 없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적인 문제로 다루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양국 정부 모두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에 양국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때문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한 국가정보원도 우선은 북핵 문제 등 당면한 현안 위주 접촉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역사 문제로는 부딪히더라도 군사적, 경제적인 협력에는 문제가 없도록 투트랙으로 물밑에서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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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일대로 꼬인 한일관계…물밑에서 개선 시동
    • 입력 2019-05-17 09:00:32
    취재K
"한일 관계 최악…이대로는 안 된다"

최근의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또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 엔으로 설치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는 대한민국 해군 함정을 상대로 저공 위협 비행을 했습니다. 한일 관계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전범 기업들의 압류 자산을 현금화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이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은 자국 기업에 실질적인 재산 피해가 발생되면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보복 조치로는 국제재판소 제소, 추가 관세 부과, 송금 제한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부 대신 국정원이 '키플레이어'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외교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명의의 정부 입장문을 보면 "사법부는 법적 판단만 하는 기관이며, 사법부의 판단에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다"라고 돼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우리 국민의 권리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절차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한일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서는 관계 개선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한일 관계를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인식은 점차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식 외교 라인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정보원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나서서 물밑에서 일본과 접촉해 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 외교부 내 대표적인 일본통인 고위 공무원이 국정원으로 파견을 갔는데, 외교부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고위급 인사는 국정원에서 한일 관계 조율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근본적 해결은 어려워…투트랙 전략 필요"

국정원 2차장 출신인 남관표 주일대사도 부임하자마자 "한일 관계가 과거사에 휘둘리지 않게 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며 활발한 대일 접촉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과거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남관표 대사도 부임 직전 기자들과 만나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에 없어질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에 실질적 협력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거나 흔들지 않는 기조로 나가고자 정책 기조를 밝혔지만, 현재는 그럴 수 없는 상태라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과거사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악화된 한일 관계로 일본 내부가 결속되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큰 의지가 없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적인 문제로 다루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양국 정부 모두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에 양국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때문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한 국가정보원도 우선은 북핵 문제 등 당면한 현안 위주 접촉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역사 문제로는 부딪히더라도 군사적, 경제적인 협력에는 문제가 없도록 투트랙으로 물밑에서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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