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빅리거 출신 첫 메인코치 서재응의 원칙 ‘자율과 책임’

입력 2019.05.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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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 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지난 17일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의 새로운 코치진을 발표했다.

불펜 코치를 맡았던 서재응(42) 코치가 1군 투수코치로 승격됐다. 1군 마운드 운용의 총책임자로 위상이 격상된 셈이다.

서 코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다가 KBO리그로 돌아와 은퇴한 코리안 빅리거 중 최초로 팀의 메인 코치를 맡았다.

한국인 빅리거 시대를 개척한 초창기 멤버인 박찬호,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최희섭 등은 은퇴 후 현장을 떠나 방송 해설위원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008년 KIA 유니폼을 입고 KBO에 데뷔해 2015년을 끝으로 은퇴한 서 코치도 다른 빅리거들과 마찬가지로 이후 2년간 방송 해설위원을 지냈다.

그러다가 김기태 전 감독과 이대진 코치의 권유로 2018년 다시 KIA로 돌아와 지도자의 길을 밟고 있다.

팀이 현재 위기를 겪는 터라 언젠가 맡아야 할 1군 투수코치를 예상보다 일찍 꿰찼다.

작년엔 이대진 코치가 잠시 2군에 갔을 때 1군 투수코치 대행을 지내기도 했다.

서 코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감독님과 이대진 코치께서 날 불러줬는데, 감독님과 끝까지 가지 못해 아쉽고 죄송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1군 투수코치를 맡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빨리 팀을 추스를 수 있도록 퓨처스(2군)리그 잔류군으로 이동한 이대진 코치님과도 수시로 연락하며 부족한 부분을 배워가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KIA는 박 대행 체제에서 처음으로 치른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했다. 선발 투수 제이컵 터너와 양현종이 역투를 펼쳐 새로 출발하는 KIA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서 코치는 "선발 투수들이 제 몫을 해준 덕분에 첫 3연전에서 편하게 마운드 운용을 준비할 수 있었다"며 "투수교체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할 시기 '컨트롤 아티스트'로 불렸다.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앞세워 면도날 제구를 뽐냈다.

뉴욕 메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탬파베이 레이스 3개 팀에서 뛰며 통산 28승(40패)을 거뒀다.

KIA 구단에 물었더니 터너, 조 윌랜드 두 외국인 투수는 서 코치가 빅리그에서 뛴 것을 알고 있고,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모두 뛰었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서 코치에게 기대감을 보였다.

빅리거 출신 KBO리그 메인 투수코치로서 서 코치의 철학은 무엇일까.

서 코치는 "빅리거 출신이든 아니든 모든 투수코치는 투수들에게 적극적인 승부를 강조한다"며 "볼을 던지는 것보다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지라고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경기 전 전력 분석 회의에 들어가지 않는 점은 이전 투수코치들과 다르다. 투수들과 전력분석팀만 전략을 짜도록 자신은 빠졌다.

서 코치는 "외국인 투수들을 포함해 모든 투수에게 전력 분석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고 얘기했다"며 "단 특정 타자의 공략법을 물었을 때 투수가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벌칙을 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게 자율을 보장하면서 상대 팀을 철저히 파악하지 못한 책임도 확실하게 묻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외국인 투수들은 "서 코치가 책임감을 갖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하나하나 자세히 가르치기보단 선수 본인이 스스로 준비하고 그 준비한 부분에 책임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식은 미국 스타일에 가까운 거 같다"고 환영의 뜻을 보였다.

서 코치는 "후배를 키우는 게 꿈이었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KIA 구단은 현역 때 더그아웃 분위기메이커로 후배들의 기를 북돋웠던 서 코치의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 사서 그에게 1군 투수코치의 중임을 맡겼다.

서 코치는 빅리그와 KBO리그에서 익히고 보고 배운 지도 철학을 이제 막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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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 빅리거 출신 첫 메인코치 서재응의 원칙 ‘자율과 책임’
    • 입력 2019-05-21 09:10:32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 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지난 17일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의 새로운 코치진을 발표했다.

불펜 코치를 맡았던 서재응(42) 코치가 1군 투수코치로 승격됐다. 1군 마운드 운용의 총책임자로 위상이 격상된 셈이다.

서 코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다가 KBO리그로 돌아와 은퇴한 코리안 빅리거 중 최초로 팀의 메인 코치를 맡았다.

한국인 빅리거 시대를 개척한 초창기 멤버인 박찬호,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최희섭 등은 은퇴 후 현장을 떠나 방송 해설위원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008년 KIA 유니폼을 입고 KBO에 데뷔해 2015년을 끝으로 은퇴한 서 코치도 다른 빅리거들과 마찬가지로 이후 2년간 방송 해설위원을 지냈다.

그러다가 김기태 전 감독과 이대진 코치의 권유로 2018년 다시 KIA로 돌아와 지도자의 길을 밟고 있다.

팀이 현재 위기를 겪는 터라 언젠가 맡아야 할 1군 투수코치를 예상보다 일찍 꿰찼다.

작년엔 이대진 코치가 잠시 2군에 갔을 때 1군 투수코치 대행을 지내기도 했다.

서 코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감독님과 이대진 코치께서 날 불러줬는데, 감독님과 끝까지 가지 못해 아쉽고 죄송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1군 투수코치를 맡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빨리 팀을 추스를 수 있도록 퓨처스(2군)리그 잔류군으로 이동한 이대진 코치님과도 수시로 연락하며 부족한 부분을 배워가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KIA는 박 대행 체제에서 처음으로 치른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했다. 선발 투수 제이컵 터너와 양현종이 역투를 펼쳐 새로 출발하는 KIA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서 코치는 "선발 투수들이 제 몫을 해준 덕분에 첫 3연전에서 편하게 마운드 운용을 준비할 수 있었다"며 "투수교체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할 시기 '컨트롤 아티스트'로 불렸다.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앞세워 면도날 제구를 뽐냈다.

뉴욕 메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탬파베이 레이스 3개 팀에서 뛰며 통산 28승(40패)을 거뒀다.

KIA 구단에 물었더니 터너, 조 윌랜드 두 외국인 투수는 서 코치가 빅리그에서 뛴 것을 알고 있고,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모두 뛰었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서 코치에게 기대감을 보였다.

빅리거 출신 KBO리그 메인 투수코치로서 서 코치의 철학은 무엇일까.

서 코치는 "빅리거 출신이든 아니든 모든 투수코치는 투수들에게 적극적인 승부를 강조한다"며 "볼을 던지는 것보다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지라고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경기 전 전력 분석 회의에 들어가지 않는 점은 이전 투수코치들과 다르다. 투수들과 전력분석팀만 전략을 짜도록 자신은 빠졌다.

서 코치는 "외국인 투수들을 포함해 모든 투수에게 전력 분석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고 얘기했다"며 "단 특정 타자의 공략법을 물었을 때 투수가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벌칙을 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게 자율을 보장하면서 상대 팀을 철저히 파악하지 못한 책임도 확실하게 묻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외국인 투수들은 "서 코치가 책임감을 갖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하나하나 자세히 가르치기보단 선수 본인이 스스로 준비하고 그 준비한 부분에 책임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식은 미국 스타일에 가까운 거 같다"고 환영의 뜻을 보였다.

서 코치는 "후배를 키우는 게 꿈이었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KIA 구단은 현역 때 더그아웃 분위기메이커로 후배들의 기를 북돋웠던 서 코치의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 사서 그에게 1군 투수코치의 중임을 맡겼다.

서 코치는 빅리그와 KBO리그에서 익히고 보고 배운 지도 철학을 이제 막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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