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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상승=수출호재?…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입력 2019.05.21 (18:54) 취재K
이틀 연속 '주춤'한 환율

급등하던 환율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양새입니다. 오늘(2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1,194원으로 어제보다 0.2원 하락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달러당 1,195.50원으로 1,200원대 턱밑까지 올랐다가 어제오늘 이틀 연속 소폭 하락했습니다.

정책당국의 '구두개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안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도 우리 환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달러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위협하자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며 개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여전한 1,200원 돌파 가능성…환율상승〓수출 호재? 일부 산업만.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환율은 여전히 '상승세'입니다. 지난달 19일만 해도 환율은 1,136.50원이었습니다. 약 한 달 만에 57.50원 오른 것입니다. 가장 최근 환율이 1,200원 대에서 1,190원대로 내려온 게 2017년 1월 초였으니, 지금 환율은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의 경기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 급등의 원인인데 당분간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1,200원 돌파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렇다면 환율 상승은 수출에 호재일까요?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가치가 떨어져서 외국에서 팔리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깁니다. 자동차를 예를 들자면, 환율이 올랐다고 당장 소비자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진이 커지고 '싸게 팔' 여지가 생깁니다.


지난해 현대차의 대미 수출 1위 '투싼'의 경우 현지 평균 소비자 가격은 2만 6천 달러입니다. 1년 전만 해도 한 대를 팔면 원화로 2천8백만 원을 손에 쥐었지만, 지금은 3천1백만 원이 생깁니다. 마진이 높아질 뿐 아니라 현지에서 그만큼 할인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여력이 생겨서 판매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기조 속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산업은 물량 증가가 동반되는 산업"이라며 "그런 산업으로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꼽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환율 상승, 수출 반등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그렇지만 지금의 환율 상승이 전체 수출 반등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최근 한국의 수출 감소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 부진과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 기인합니다. 글로벌 수요 부진은 환율과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고, D램 가격은 4월에만 9.9% 하락해 같은 기간 환율 상승폭 이상으로 떨어졌습니다. 환율이 오른다고 수요가 늘고 반도체 가격이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수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환율과 수출의 관계를 분석한 최근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BOK 경제연구의 '국면전환을 고려한 수출변화에 관한 실증연구' 보고서를 보면 수출 확장기에는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수출 수축기에는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 긍정적 영향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환율이 수출 및 내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재고찰'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수출에는 환율 상승보다 글로벌 경기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의 경우 국제시장 가격보다 글로벌 수요가 수출 물량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우리 수출이 수출 가격 경쟁력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브랜드 등 비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 점도 고환율이 곧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또 최근 들어서 우리 주력 수출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도 원·달러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배경입니다.

"환율 급등은 오히려 불안 요인"

현재의 환율 상승은 수출에 곧바로 호재가 되지 못하는 데다, 금융시장에서는 오히려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의 외환위기 같은 상황을 우려하지는 않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 상승 가능성도 있지만 경기부진으로 금리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나가더라도 금리 충격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의 결과보다 근본적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주된 원인은 국내 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점, 특히 우리 주력 수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져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는 현상보다는 한국 경제가 부진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환율상승=수출호재?…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 입력 2019-05-21 18:54:34
    취재K
이틀 연속 '주춤'한 환율

급등하던 환율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양새입니다. 오늘(2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1,194원으로 어제보다 0.2원 하락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달러당 1,195.50원으로 1,200원대 턱밑까지 올랐다가 어제오늘 이틀 연속 소폭 하락했습니다.

정책당국의 '구두개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안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도 우리 환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달러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위협하자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며 개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여전한 1,200원 돌파 가능성…환율상승〓수출 호재? 일부 산업만.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환율은 여전히 '상승세'입니다. 지난달 19일만 해도 환율은 1,136.50원이었습니다. 약 한 달 만에 57.50원 오른 것입니다. 가장 최근 환율이 1,200원 대에서 1,190원대로 내려온 게 2017년 1월 초였으니, 지금 환율은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의 경기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 급등의 원인인데 당분간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1,200원 돌파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렇다면 환율 상승은 수출에 호재일까요?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가치가 떨어져서 외국에서 팔리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깁니다. 자동차를 예를 들자면, 환율이 올랐다고 당장 소비자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진이 커지고 '싸게 팔' 여지가 생깁니다.


지난해 현대차의 대미 수출 1위 '투싼'의 경우 현지 평균 소비자 가격은 2만 6천 달러입니다. 1년 전만 해도 한 대를 팔면 원화로 2천8백만 원을 손에 쥐었지만, 지금은 3천1백만 원이 생깁니다. 마진이 높아질 뿐 아니라 현지에서 그만큼 할인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여력이 생겨서 판매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기조 속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산업은 물량 증가가 동반되는 산업"이라며 "그런 산업으로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꼽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환율 상승, 수출 반등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그렇지만 지금의 환율 상승이 전체 수출 반등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최근 한국의 수출 감소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 부진과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 기인합니다. 글로벌 수요 부진은 환율과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고, D램 가격은 4월에만 9.9% 하락해 같은 기간 환율 상승폭 이상으로 떨어졌습니다. 환율이 오른다고 수요가 늘고 반도체 가격이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수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환율과 수출의 관계를 분석한 최근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BOK 경제연구의 '국면전환을 고려한 수출변화에 관한 실증연구' 보고서를 보면 수출 확장기에는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수출 수축기에는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 긍정적 영향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환율이 수출 및 내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재고찰'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수출에는 환율 상승보다 글로벌 경기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의 경우 국제시장 가격보다 글로벌 수요가 수출 물량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우리 수출이 수출 가격 경쟁력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브랜드 등 비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 점도 고환율이 곧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또 최근 들어서 우리 주력 수출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도 원·달러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배경입니다.

"환율 급등은 오히려 불안 요인"

현재의 환율 상승은 수출에 곧바로 호재가 되지 못하는 데다, 금융시장에서는 오히려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의 외환위기 같은 상황을 우려하지는 않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 상승 가능성도 있지만 경기부진으로 금리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나가더라도 금리 충격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의 결과보다 근본적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주된 원인은 국내 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점, 특히 우리 주력 수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져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는 현상보다는 한국 경제가 부진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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