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뺨 맞는 경찰’ 논란…위협받는 공권력 실태는?

입력 2019.05.22 (08:29) 수정 2019.05.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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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경찰관 폭행' 영상을 두고 "대응이 적절했다. 아니다. 최선의 대응이다. 경찰을 믿을수 있겠나" 온갖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죠.

그런데, 정작 취약한 공권력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경찰이 수난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자, 시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경찰들은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한밤의 경찰 지구대 안.

술에 취한 시민의 발길질에 이어 욕설이 난무하고.

["이게 XX. 이게 민중의 지팡이냐고! XXX!"]

기물 파손에 난동도 예사로 벌어집니다.

["똑바로 해 XX야. 그런 게 경찰이야? XX 필요 없다고."]

지구대 경찰들의 수난, 그동안 뉴스에서 자주 보셨죠?

자, 그젯밤 서울의 한 지구대를 찾았습니다.

유흥가 근처에 있는 터라 하루 신고건수가 서울시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바쁜 곳인데요.

밤 10시가 넘어가면 경찰관들은 자리에 앉을 새 없이 출동이 이어집니다.

[택시 기사/음성변조 : "(손님이) 약주에 많이 취해서 아무리 소리 질러도 안 일어나서 경찰 불렀어요."]

["선생님 일어나세요. 선생님 일어나세요."]

아무리 깨워도 요지부동인 취객.

["아, 아파!"]

취객의 안전 귀가를 마무리 짓고는 바로 다음 현장으로 향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취객들입니다.

["아, XX! 알려주는 게 맞아요. 당신들 나한테 싸우자는 거예요?"]

가게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경찰에게 막무가내로 사장 연락처를 알려 달라 요구하는데요.

밤새 출동하는 현장에선 늘 취객과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습니다.

[문종규/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 "술 드신 분들이 일단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되시면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시거나 아니면 본인의 주장만 옳다고 계속 우기시는 경향이 많아요. 최대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설득하려고 노력 중이죠."]

[고은정/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 "깨우는데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으세요. 곤히 자고 있는데 왜 깨웠느냐……."]

일단 경찰에게 시비부터 걸고보는 취객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붙잡힌 10명 가운데 7명이 취객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반말과 욕설로 시작해서.

["야 인사할 줄 모르냐?"]

["내가 지금 변호사랑 통화하고 싶은데 왜 그 권리는 안 주는데요. 이 XXX들아!"]

경찰관을 때리거나 경찰서 기물을 부수는 등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해마다 만 건 이상, 하루 평균 30여 건에 이릅니다.

이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 9일, 충북 충주에서는 20대 조현병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경찰 두 명이 얼굴과 손을 다쳤습니다.

[경찰 관계자 : "왼쪽 눈 밑 광대 부위에 1cm 정도. 목 부위, 팔뚝에 찰과상 있고요. 또 한 분은 방검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찔렸는데도 3cm 상처 입었고요."]

지난해 경북 영양에선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흉기에 다쳤다고 하는 무전이 날아오고요."]

근무수칙대로 보호장구를 갖추고 있어도 갑자기 휘두르는 흉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맞지 않게 해달라며 경찰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욕설과 폭행을 당해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염건웅/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있어서 남용되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보충적으로 사용해야 된다는 그런 어려운 점들을 악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테이저건 사용에도 과잉진압 꼬리표가 붙는 분위기 속에서 현장을 뛰는 경찰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미국처럼 공권력이 강해서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총 가지고 쏠 수 있다 이게 아니잖아요, 우리나라 현실은. 사회 분위기라든지 또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염건웅/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시민이 다쳤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결국 경찰은 징계 받게 되거나 또는 소송을 당하는 책임들 때문에 결국 자신이 책임지는 상황에 대해서 두려울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라는 거죠."]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경우 징역형 등 엄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솜방망이 처벌이 공권력 경시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염건웅/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 "공권력에 대한 침해는 곧 국가에 대한 침해다라는 그런 생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이거든요."]

물론, 경찰의 역할과 위상은 경찰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다, 경찰 관련 각종 비리나 사건 사고가 엄정한 법집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 폭행 등 공권력 경시 풍조가 확산된다면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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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뺨 맞는 경찰’ 논란…위협받는 공권력 실태는?
    • 입력 2019-05-22 08:33:07
    • 수정2019-05-22 11: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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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경찰관 폭행' 영상을 두고 "대응이 적절했다. 아니다. 최선의 대응이다. 경찰을 믿을수 있겠나" 온갖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죠.

그런데, 정작 취약한 공권력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경찰이 수난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자, 시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경찰들은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한밤의 경찰 지구대 안.

술에 취한 시민의 발길질에 이어 욕설이 난무하고.

["이게 XX. 이게 민중의 지팡이냐고! XXX!"]

기물 파손에 난동도 예사로 벌어집니다.

["똑바로 해 XX야. 그런 게 경찰이야? XX 필요 없다고."]

지구대 경찰들의 수난, 그동안 뉴스에서 자주 보셨죠?

자, 그젯밤 서울의 한 지구대를 찾았습니다.

유흥가 근처에 있는 터라 하루 신고건수가 서울시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바쁜 곳인데요.

밤 10시가 넘어가면 경찰관들은 자리에 앉을 새 없이 출동이 이어집니다.

[택시 기사/음성변조 : "(손님이) 약주에 많이 취해서 아무리 소리 질러도 안 일어나서 경찰 불렀어요."]

["선생님 일어나세요. 선생님 일어나세요."]

아무리 깨워도 요지부동인 취객.

["아, 아파!"]

취객의 안전 귀가를 마무리 짓고는 바로 다음 현장으로 향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취객들입니다.

["아, XX! 알려주는 게 맞아요. 당신들 나한테 싸우자는 거예요?"]

가게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경찰에게 막무가내로 사장 연락처를 알려 달라 요구하는데요.

밤새 출동하는 현장에선 늘 취객과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습니다.

[문종규/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 "술 드신 분들이 일단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되시면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시거나 아니면 본인의 주장만 옳다고 계속 우기시는 경향이 많아요. 최대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설득하려고 노력 중이죠."]

[고은정/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 "깨우는데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으세요. 곤히 자고 있는데 왜 깨웠느냐……."]

일단 경찰에게 시비부터 걸고보는 취객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붙잡힌 10명 가운데 7명이 취객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반말과 욕설로 시작해서.

["야 인사할 줄 모르냐?"]

["내가 지금 변호사랑 통화하고 싶은데 왜 그 권리는 안 주는데요. 이 XXX들아!"]

경찰관을 때리거나 경찰서 기물을 부수는 등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해마다 만 건 이상, 하루 평균 30여 건에 이릅니다.

이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 9일, 충북 충주에서는 20대 조현병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경찰 두 명이 얼굴과 손을 다쳤습니다.

[경찰 관계자 : "왼쪽 눈 밑 광대 부위에 1cm 정도. 목 부위, 팔뚝에 찰과상 있고요. 또 한 분은 방검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찔렸는데도 3cm 상처 입었고요."]

지난해 경북 영양에선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흉기에 다쳤다고 하는 무전이 날아오고요."]

근무수칙대로 보호장구를 갖추고 있어도 갑자기 휘두르는 흉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맞지 않게 해달라며 경찰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욕설과 폭행을 당해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염건웅/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있어서 남용되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보충적으로 사용해야 된다는 그런 어려운 점들을 악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테이저건 사용에도 과잉진압 꼬리표가 붙는 분위기 속에서 현장을 뛰는 경찰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미국처럼 공권력이 강해서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총 가지고 쏠 수 있다 이게 아니잖아요, 우리나라 현실은. 사회 분위기라든지 또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염건웅/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시민이 다쳤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결국 경찰은 징계 받게 되거나 또는 소송을 당하는 책임들 때문에 결국 자신이 책임지는 상황에 대해서 두려울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라는 거죠."]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경우 징역형 등 엄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솜방망이 처벌이 공권력 경시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염건웅/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 "공권력에 대한 침해는 곧 국가에 대한 침해다라는 그런 생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이거든요."]

물론, 경찰의 역할과 위상은 경찰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다, 경찰 관련 각종 비리나 사건 사고가 엄정한 법집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 폭행 등 공권력 경시 풍조가 확산된다면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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