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강원국 “벌판에 홀로 서 있던 노무현”

입력 2019.05.22 (09:17) 수정 2019.05.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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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만 가지고 연설한 경우도 많아. 탄핵 국면서 “입에 발린 사과 않겠다.” 인상적
- “나는 산맥없이 우뚝 솟은 봉화산 같은 존재”, ‘외로움’ 자주 언급했었어
- 언론의 역할 중요히 여겼고, 언론이 ‘대안’ 제시하면 기꺼이 수용했던 분
- 언론은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했는지, 노무현의 성공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는지...
- 현실 어려워도 일희일비·의기소침하는 스타일 아냐. 미래와 희망 바라봤어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1>
■ 방송시간 : 5월 22일(수) 7:35~7:58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 김경래 : 5월 23일 내일이 다 아시겠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 선거 10주기입니다. 지난 주말에 여러 가지 행사도 있었고요. 그런데 어제 뉴스타파에서 보도를 한 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에 직접 작성한 메모가 한 200여 건이 공개가 됐습니다. 이게 공식적인 어떤 서류가 아니라 개인적인 메모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당시에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가 엿보이는 그런 자료인 것 같습니다. 저도 메모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통 지근거리라고 하죠. 지켜봤던 분 중에 한 분입니다. 전 연설비서관으로 계셨던 강원국 작가님과 함께 관련된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강 작가님, 안녕하세요?

▶ 강원국 : 안녕하세요? 지근거리는 아니었고요. 멀찌감치.

▷ 김경래 : 연설비서관이면 대통령이 하는 연설 대부분을 다 직접 작성을 해서 드리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 강원국 : 그렇긴 하죠. 그런데 연설 쓰는 일은 공적인 업무여서. 그러니까 사적으로 대통령님의 소회를 듣거나 이런 일은 드물고요. 그건 부속실이나 이런 쪽, 그야말로 가까운 데 계신 분들이 하는 일이고.

▷ 김경래 : 그런데 연설문이라는 것을 쓰게 되면 이게 사실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지 쓰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의사소통을 되게 자주 하셨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은 드는데 맞나요?

▶ 강원국 : 비교적 다른 비서관들보다는 들을 기회는 많죠. 하지만 그게 다 어찌 보면 공적인 얘기고요. 방금 말씀하셨듯이 이렇게 사적인 메모 같은 얘기는 아니니까. 그런 얘기는 그야말로 가까이 있는 분들하고 나누는 얘기죠.

▷ 김경래 : 그런데 제가 그냥 기억을 해보면 언뜻 생각하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그냥 이른바 약간 프리토킹, 연설할 때도 되게 자연스럽게 연설문이 마치 없는 듯이 하셨던 분인 것으로 기억이 돼요.

▶ 강원국 : 그게 실제로 연설문이 없었던 연설도 많고요. 그거는 그야말로 정말 메모를 가지고 연설하신 거고요. 연설문을 미리 준비해서 가지고 가신 경우에도 연설문을 그대로 읽지 않으시고 현장 분위기에 또 맞춰서 이렇게 읽으시고 그러셨기 때문에. 누가 보면 그냥 현장에서 즉석에서 연설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죠.

▷ 김경래 : 연설비서관으로서 섭섭하지는 않으셨어요? 기껏 정성들여서 써서 드렸는데 그대로 안 하시고.

▶ 강원국 : 제가 쓴 건 아니고 대통령이 그만큼 고생해서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신 건데. 그런데 본인께서 현장에서 그냥 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하셔서 하는 거는 연설은 대통령 거죠. 제가 무슨 거기에 서운할 일도 없는 거고 관여할 바도 아니고 그렇습니다.

▷ 김경래 : 벌써 10년입니다. 물론 서거일로부터 10년이고 사실 재임기간으로 따지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났죠. 1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좀 있을 텐데 강 작가님은 서거 10년이라는 내일이죠,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 강원국 : 저도 10주기라서 행사가 많이 있었어요. 지난 주말에도 저도 부산에 가서 유시민 이사장과 토크도 했고 이러저러한 행사에 갔었는데 10년이 지났는데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어떤 그리움 같은 건 더 커진 것 같다는 느낌이었고요. 여전히 우리 속에 계시구나, 그런 느낌 이번에 더 강하게 느꼈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사람이 눈에 안 보이면 멀어지는 거잖아요.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들이 좀 희미해지고 잊히고 하는 게 당연한 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년이 지났는데도 점점 더 그리워지고 있다, 이게 아마 강 작가님만의 생각은 아닐 거거든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 강원국 : 새로운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요. 또 얘기하신 것에 대한 해석들이 더 깊이 있게 들어가고. 그러니까 그만큼 그분이 자기를 많이 보여줬다는 거고요. 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야기가 많다, 이런 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분의 생각이 깊었다는 거죠. 그 깊은 생각에 대한 해석이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가 바뀌면서 그걸 다시 끌어내서 이 시대에 맞게 또 다른 해석을 계속 낳고 있기 때문에 계속 회자될 수밖에 없고 잊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연설비서관으로서 강 작가님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국민의 정부 때부터 사실 청와대 일을 관여하셨어요. 그때 행정관으로도 계시고 그뒤에 참여정부 때는 비서관으로 계셨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연설로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고 명연설가셨지 않습니까?

▶ 강원국 : 원조죠.

▷ 김경래 : 원조.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두 분의 스타일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어떻게 달랐습니까, 가까이서 보시기에는?

▶ 강원국 : 일단은 두 분 다 말과 글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셨고요. 거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하셨던 분들이고. 그런데 좀 다른 점은 김대중 대통령은 본인의 말과 글을 어떤 역사 또는 기록으로 좀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 당대에 어떤 현재 시점에서 청중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으셨나.

▷ 김경래 : 현장 중심?

▶ 강원국 : 그렇죠. 그런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어제 노무현 대통령님 메모를 제가 쭉 읽어보니까 굉장히 주목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가장 첫 번째 눈에 들어오는 게 저는 외로움이었어요, 고립감. 그게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본질적인 어떤 외로움일 수도 있을 텐데 당시 상황도 그랬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외로워하고 힘들어하고 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강 작가님이 가까이서 보시기에는 어땠습니까?

▶ 강원국 : 저는 정말 다시 얘기하지만 가까이서 본 건 아니고요.

▷ 김경래 : 저보다 가까이에서.

▶ 강원국 :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원래 고독한 자리죠. 어찌 보면 두려운 자리예요. 왜 그러냐 하면 결국 최종 판단과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하고 책임까지 본인이 감수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물론 보고도 받고 조언도 듣고 회의도 하고 하지만 최종 결정이라는 게 늘 외로운 결정이거든요. 거기에다가 특히 또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자주 하셨던 말인데 “봉화에 나는 산맥이 없이 우뚝 솟은 그냥 봉화산 같은 존재다, 산맥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 김경래 : 아, 봉화산이 산만 하나 우뚝 서 있다고 하더라고요.

▶ 강원국 : 벌판에 그냥 서 있어요. 주변에 연결이 안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그 한마디가 본인을 그 당시 처지라든가 상황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고. 그 말 들을 때 정말 짠했어요. 그런 것들이 메모에... 그 메모는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쓰신 건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본인의 진심, 본인의 그 당시의 심경을 쓰시고 이런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메모에 그런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메모를 이렇게 기록물로 지정을 하는 건,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기록에 대한 어떤 의지, 철학?

▶ 강원국 :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건 확고하세요. 기록물로 넘길 때 뭘 가리지 않았어요.

▷ 김경래 : 불리한 것도?

▶ 강원국 : 그런 건 전혀 가리지 않고 다 넘기는 걸 전제로 해서 다 넘겼죠. 그것 때문에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르셨겠어요. 그렇지만 기록을 남긴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가려서 하지 않으셨습니다.

▷ 김경래 :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또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분이었는지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메모를 보시면서 가장 좀 강 작가님이 보시기에는 인상적인 부분이 어떤 부분이었습니까?

▶ 강원국 : 저는 글 쓰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국민들’이라고 그랬다가 ‘들’ 자를 뺐더라고요. 메모에서도 교정교열을 보셨더라고요. 국민은 ‘들’ 자 붙으면 안 되거든요. 그냥 ‘국민’이죠. 국민이 복수인데.

▷ 김경래 : 국민 자체가 어떤 집단의 개념이기 때문에.

▶ 강원국 : 그러니까 ‘들’ 자를 빼셨더라고요. 굳이 안 빼셔도 됐는데 그걸 빼시고 본인의 어떤 특유의 어투가 있으시거든요. “맞습니다, 맞고요.” 이렇게 반복을 좋아하세요. 그런데 메모에도 여전히 그런 반복을 그냥 그대로 쓰셨어요. 그러니까 말하듯이 이렇게 쓰신 것 같아요. 그걸 가려서 쓰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쓰셨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더라고요.

▷ 김경래 : 글을 쓰시는 분이라 그런 게 보이시는군요.

▶ 강원국 : 저는 내용은 그다지 관심 없고요.

▷ 김경래 : 외로움에 대해서 조금 한마디 더 제가 붙이면 아마 그 외로움의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언론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론에 대한 단상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메모에 보면.

▶ 강원국 : 원래 관심이 굉장히 많으셨고요.

▷ 김경래 : 실제로 언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거를 노무현 대통령하고 좀 대화를 했던 기억이 있으십니까?

▶ 강원국 : 대화를 했다기보다 언론 관련 연설을 할 기회들이 신문의 날이라든가 이렇게 또 언론사 창립기념식 같은 데서 연설을 하실 기회가 있으셨기 때문에 그럴 때 대통령 구술을 들은 적은 있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언론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하세요. 언론의 역할, 사명이 막중하다고 생각하시고 그에 비례해서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그 생각은 정말 확고하셨던 것 같아요, 5년 내내. 그리고 지금 보면 참여정부 이후 정부에서 언론이 보인 행태라든가 지금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그런 것들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언론은 중요한 거다. 언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그때 제대로 보셨던 것 같고 그만큼 거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고민을 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기에도 많이 남아 있는 거고요, 메모에도.

▷ 김경래 : 그런데 언론하고 기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님 철학은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원하셨던 것 같은데 결국은 또 굉장히 적대적인 관계로 변절되어버린 측면이 있어요. 특히 보수 극우 언론이라고 할까요? 그런 언론들의 공격들이 굉장히 심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메모에 이런 단어들이 나오는데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 이런 단어를 보면, 이런 문장을 보면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는지를 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 강원국 : 그런데 그 숙명적인 것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론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니까 숙명적으로 대척점에 있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을 두고 대안경쟁을 하자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이 정책보다는 언론이 제시하는 대안이 더 좋으면 제시를 하고 서로 경쟁을 하자, 그게 국민을 위해서 좋은 거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거다. 그래서 사실은 건전제안, 이런 것들 분류를 해서 정책에 다 반영했어요. 그러니까 언론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무슨 언론 중재인가요? 이런 게 한 것보다 훨씬 많이 언론에서 제안한 것들을 받아주고 좋은 제안에 대해서는 직접 편지도 쓰셨어요, 언론에 쓴 기자한테 이런 좋은 제안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반영하도록 하겠다, 정말 많이 썼어요. 그런데 그런 건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요. 그런데 심각한 건 아까 적대적 관계라고 그랬는데 그런 관계, 대안 경쟁을 하고 하려면 가장 기본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줘야 돼요, 상대를 인정해줘야 되죠. 그런데 과연 몇몇 언론들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인정해줬는가, 처음부터. 아예 대통령의 성공을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았는가. 성공하기를 과연 바랐는가. 그에 앞서서 정말 대통령으로서 인정했는가. 저는 그것부터가 잘 안 됐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관계가 될 수가 없죠. 서로 대안경쟁을 하고 방금 얘기했던 건전한 긴장관계, 이런 게 될 수 없는 거죠.

▷ 김경래 : 당시 상황이요?

▶ 강원국 : 예, 그런데 지금도 그렇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에서도?

▷ 김경래 :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죠.

▶ 강원국 : 크게 저는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김경래 : 아마 그런 관계가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이 됐던 시기가 탄핵정국이었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2004년이죠?

▶ 강원국 : 그렇죠. 결국 그걸로 나타났죠.

▷ 김경래 : 연설 비서관이시니까 그런 식으로 한번 여쭤볼게요. 탄핵이 가결되기 직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연설이 있습니다. 그때는 아마 연설비서관이 연설을 작성한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 강원국 : 아니, 구술은 그러니까 저는 치는 역할만 했죠, 치기는 누가 쳐야 돼요. 대통령이 직접 다 쓰지는 않으시니까. 대통령 구술을 받아서 치기는 했는데요. 거의 100% 대통령님 구술에 내가 토씨 거의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런 거죠. “내가 지금 사과하면 탄핵 면해줍니까? 그래서 사과하면 봐주고 사과하지 않으면 탄핵되는 겁니까?” 그걸 물어봤죠. “그런 사과라면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입에 발린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리고 결국 탄핵당하셨죠.

▷ 김경래 : 이게 연설의 첫 번째 청중이시기도 하군요, 연설비서관이. 누구보다도 먼저.

▶ 강원국 : 그렇죠. 그런 영광은 있죠.

▷ 김경래 : 남들보다 먼저 듣는 거잖아요, 하루라도. 그럴 때 느낌이 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아, 이거는 좀 안 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말은.” 이런 생각도 드셨을 것 같고요.

▶ 강원국 : 제가 그런 말할 위치는 아니고요. 처음에 들을 때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는 있죠. 대연정 제안을 하신다든가 그런 큰 걸 말씀하실 때 그런 말은 처음 듣는 거죠, 제가.

▷ 김경래 : 뭐라고 얘기는 못하겠고 충격은 받으시고 그런 상황이었겠군요?

▶ 강원국 : 놀랐죠.

▷ 김경래 : 지금 대략 10년 지나고 나서도 아까 그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 상황이 뭐가 그렇게 많이 달라졌냐? 비슷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듣는 분들도 그렇고 약간 뭐라고 할까요? 허무하다, 허탈하다, 이런 느낌이 좀 들어요. 우리가 10년 동안 무엇을 발전시켜왔는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했던 꿈꿨던 세상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게 메모에도 있어요. 예를 들어 “역사를 대담하게 그려야 하는 시대다.” 이런 메모도 있고요. “해보고 싶은 일이 멀리 내다보는 일이다.” 이런 말도 있고요. 그런 노무현 대통령의 어떤 꿈이라든가 이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10년 동안 많이 진행이 안 됐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 강원국 : 일단 대통령 재임 당시에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마지막에는 많이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대통령 권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거는 결국 시민들이 나서야 된다. 시민민주주의가 핵심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지금 현재진행형이죠. 앞으로 과제로 남아 있는 거죠. 대통령에게 기대고 정치권에 의지해서 될 일은 아니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만들어나가야 된다는 거죠.

▷ 김경래 : 그런 면에서 보면 이게 굉장히 좀 외로움, 이런 것들도 묻어 있지만 메모 같은 걸 보면.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성격은 저도 화면으로 보거나 이러면 어떤 낙천, 낙관 이런 것들이 강한 분이 아니셨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강원국 : 정확히 보셨는데 저는 지도자는 그래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의기소침하거나 일희일비하는 걸 잘 못 봤어요. 늘 자신감이 있으시고 늘 희망을 얘기하고 그리고 오히려 우리가 무슨 재보선 다 졌잖아요. 그럴 때마다 의기소침해 있으면 “다 그런 거다, 이런 거 하나에 이러면 안 된다. 그래서 잘될 거다.” 늘 미래를 얘기하고 희망을 얘기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야 또 좋은 미래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고.

▷ 김경래 : 그 말씀을 하시니까 이거를 안 여쭤볼 수가 없는데 그랬던 분이 10년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던 것은 그때 받아들였던 느낌은...

▶ 강원국 : 저는 역시 그 대목에서도 노무현다웠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경래 : 노무현다웠다? 이게 어떤 의미죠? 간단하게만 설명해 주시면.

▶ 강원국 : 방금 얘기했듯이 시도하고 도전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고 역사의 진보를 믿고 몸을 던지고 늘 그래왔거든요. 그거를 이렇게 했을 때 어떻게 더 계산을 하고 실패할까 이런 걸 또 두려워하고 이런 분이 아니시라는 거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내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이해서 강원국 작가님, 참여정부 때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강원국 작가님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는. ‘추억하는’이라는 단어는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소박하게나마 저희들이 가져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원국 : 고맙습니다.

▷ 김경래 :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 작가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문자를 많이 보내주시네요. 1337님이 “푸른바다였던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파집니다.” 이런 말씀 보내주셨고 이종욱님은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대통령 흔들기만 했었다. 우리는 불행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되자.” 이런 말씀도 해 주셨고요. K7414님은 “KBS가 국민의 방송이었으면 좋겠다. 공정하고 객관성이 있는.” 다 관련된 말씀이시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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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강원국 “벌판에 홀로 서 있던 노무현”
    • 입력 2019-05-22 09:17:47
    • 수정2019-05-22 13:15:05
    최강시사
- 메모만 가지고 연설한 경우도 많아. 탄핵 국면서 “입에 발린 사과 않겠다.” 인상적
- “나는 산맥없이 우뚝 솟은 봉화산 같은 존재”, ‘외로움’ 자주 언급했었어
- 언론의 역할 중요히 여겼고, 언론이 ‘대안’ 제시하면 기꺼이 수용했던 분
- 언론은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했는지, 노무현의 성공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는지...
- 현실 어려워도 일희일비·의기소침하는 스타일 아냐. 미래와 희망 바라봤어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1>
■ 방송시간 : 5월 22일(수) 7:35~7:58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 김경래 : 5월 23일 내일이 다 아시겠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 선거 10주기입니다. 지난 주말에 여러 가지 행사도 있었고요. 그런데 어제 뉴스타파에서 보도를 한 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에 직접 작성한 메모가 한 200여 건이 공개가 됐습니다. 이게 공식적인 어떤 서류가 아니라 개인적인 메모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당시에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가 엿보이는 그런 자료인 것 같습니다. 저도 메모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통 지근거리라고 하죠. 지켜봤던 분 중에 한 분입니다. 전 연설비서관으로 계셨던 강원국 작가님과 함께 관련된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강 작가님, 안녕하세요?

▶ 강원국 : 안녕하세요? 지근거리는 아니었고요. 멀찌감치.

▷ 김경래 : 연설비서관이면 대통령이 하는 연설 대부분을 다 직접 작성을 해서 드리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 강원국 : 그렇긴 하죠. 그런데 연설 쓰는 일은 공적인 업무여서. 그러니까 사적으로 대통령님의 소회를 듣거나 이런 일은 드물고요. 그건 부속실이나 이런 쪽, 그야말로 가까운 데 계신 분들이 하는 일이고.

▷ 김경래 : 그런데 연설문이라는 것을 쓰게 되면 이게 사실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지 쓰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의사소통을 되게 자주 하셨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은 드는데 맞나요?

▶ 강원국 : 비교적 다른 비서관들보다는 들을 기회는 많죠. 하지만 그게 다 어찌 보면 공적인 얘기고요. 방금 말씀하셨듯이 이렇게 사적인 메모 같은 얘기는 아니니까. 그런 얘기는 그야말로 가까이 있는 분들하고 나누는 얘기죠.

▷ 김경래 : 그런데 제가 그냥 기억을 해보면 언뜻 생각하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그냥 이른바 약간 프리토킹, 연설할 때도 되게 자연스럽게 연설문이 마치 없는 듯이 하셨던 분인 것으로 기억이 돼요.

▶ 강원국 : 그게 실제로 연설문이 없었던 연설도 많고요. 그거는 그야말로 정말 메모를 가지고 연설하신 거고요. 연설문을 미리 준비해서 가지고 가신 경우에도 연설문을 그대로 읽지 않으시고 현장 분위기에 또 맞춰서 이렇게 읽으시고 그러셨기 때문에. 누가 보면 그냥 현장에서 즉석에서 연설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죠.

▷ 김경래 : 연설비서관으로서 섭섭하지는 않으셨어요? 기껏 정성들여서 써서 드렸는데 그대로 안 하시고.

▶ 강원국 : 제가 쓴 건 아니고 대통령이 그만큼 고생해서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신 건데. 그런데 본인께서 현장에서 그냥 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하셔서 하는 거는 연설은 대통령 거죠. 제가 무슨 거기에 서운할 일도 없는 거고 관여할 바도 아니고 그렇습니다.

▷ 김경래 : 벌써 10년입니다. 물론 서거일로부터 10년이고 사실 재임기간으로 따지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났죠. 1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좀 있을 텐데 강 작가님은 서거 10년이라는 내일이죠,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 강원국 : 저도 10주기라서 행사가 많이 있었어요. 지난 주말에도 저도 부산에 가서 유시민 이사장과 토크도 했고 이러저러한 행사에 갔었는데 10년이 지났는데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어떤 그리움 같은 건 더 커진 것 같다는 느낌이었고요. 여전히 우리 속에 계시구나, 그런 느낌 이번에 더 강하게 느꼈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사람이 눈에 안 보이면 멀어지는 거잖아요.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들이 좀 희미해지고 잊히고 하는 게 당연한 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년이 지났는데도 점점 더 그리워지고 있다, 이게 아마 강 작가님만의 생각은 아닐 거거든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 강원국 : 새로운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요. 또 얘기하신 것에 대한 해석들이 더 깊이 있게 들어가고. 그러니까 그만큼 그분이 자기를 많이 보여줬다는 거고요. 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야기가 많다, 이런 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분의 생각이 깊었다는 거죠. 그 깊은 생각에 대한 해석이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가 바뀌면서 그걸 다시 끌어내서 이 시대에 맞게 또 다른 해석을 계속 낳고 있기 때문에 계속 회자될 수밖에 없고 잊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연설비서관으로서 강 작가님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국민의 정부 때부터 사실 청와대 일을 관여하셨어요. 그때 행정관으로도 계시고 그뒤에 참여정부 때는 비서관으로 계셨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연설로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고 명연설가셨지 않습니까?

▶ 강원국 : 원조죠.

▷ 김경래 : 원조.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두 분의 스타일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어떻게 달랐습니까, 가까이서 보시기에는?

▶ 강원국 : 일단은 두 분 다 말과 글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셨고요. 거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하셨던 분들이고. 그런데 좀 다른 점은 김대중 대통령은 본인의 말과 글을 어떤 역사 또는 기록으로 좀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 당대에 어떤 현재 시점에서 청중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으셨나.

▷ 김경래 : 현장 중심?

▶ 강원국 : 그렇죠. 그런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어제 노무현 대통령님 메모를 제가 쭉 읽어보니까 굉장히 주목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가장 첫 번째 눈에 들어오는 게 저는 외로움이었어요, 고립감. 그게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본질적인 어떤 외로움일 수도 있을 텐데 당시 상황도 그랬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외로워하고 힘들어하고 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강 작가님이 가까이서 보시기에는 어땠습니까?

▶ 강원국 : 저는 정말 다시 얘기하지만 가까이서 본 건 아니고요.

▷ 김경래 : 저보다 가까이에서.

▶ 강원국 :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원래 고독한 자리죠. 어찌 보면 두려운 자리예요. 왜 그러냐 하면 결국 최종 판단과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하고 책임까지 본인이 감수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물론 보고도 받고 조언도 듣고 회의도 하고 하지만 최종 결정이라는 게 늘 외로운 결정이거든요. 거기에다가 특히 또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자주 하셨던 말인데 “봉화에 나는 산맥이 없이 우뚝 솟은 그냥 봉화산 같은 존재다, 산맥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 김경래 : 아, 봉화산이 산만 하나 우뚝 서 있다고 하더라고요.

▶ 강원국 : 벌판에 그냥 서 있어요. 주변에 연결이 안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그 한마디가 본인을 그 당시 처지라든가 상황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고. 그 말 들을 때 정말 짠했어요. 그런 것들이 메모에... 그 메모는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쓰신 건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본인의 진심, 본인의 그 당시의 심경을 쓰시고 이런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메모에 그런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메모를 이렇게 기록물로 지정을 하는 건,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기록에 대한 어떤 의지, 철학?

▶ 강원국 :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건 확고하세요. 기록물로 넘길 때 뭘 가리지 않았어요.

▷ 김경래 : 불리한 것도?

▶ 강원국 : 그런 건 전혀 가리지 않고 다 넘기는 걸 전제로 해서 다 넘겼죠. 그것 때문에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르셨겠어요. 그렇지만 기록을 남긴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가려서 하지 않으셨습니다.

▷ 김경래 :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또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분이었는지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메모를 보시면서 가장 좀 강 작가님이 보시기에는 인상적인 부분이 어떤 부분이었습니까?

▶ 강원국 : 저는 글 쓰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국민들’이라고 그랬다가 ‘들’ 자를 뺐더라고요. 메모에서도 교정교열을 보셨더라고요. 국민은 ‘들’ 자 붙으면 안 되거든요. 그냥 ‘국민’이죠. 국민이 복수인데.

▷ 김경래 : 국민 자체가 어떤 집단의 개념이기 때문에.

▶ 강원국 : 그러니까 ‘들’ 자를 빼셨더라고요. 굳이 안 빼셔도 됐는데 그걸 빼시고 본인의 어떤 특유의 어투가 있으시거든요. “맞습니다, 맞고요.” 이렇게 반복을 좋아하세요. 그런데 메모에도 여전히 그런 반복을 그냥 그대로 쓰셨어요. 그러니까 말하듯이 이렇게 쓰신 것 같아요. 그걸 가려서 쓰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쓰셨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더라고요.

▷ 김경래 : 글을 쓰시는 분이라 그런 게 보이시는군요.

▶ 강원국 : 저는 내용은 그다지 관심 없고요.

▷ 김경래 : 외로움에 대해서 조금 한마디 더 제가 붙이면 아마 그 외로움의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언론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론에 대한 단상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메모에 보면.

▶ 강원국 : 원래 관심이 굉장히 많으셨고요.

▷ 김경래 : 실제로 언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거를 노무현 대통령하고 좀 대화를 했던 기억이 있으십니까?

▶ 강원국 : 대화를 했다기보다 언론 관련 연설을 할 기회들이 신문의 날이라든가 이렇게 또 언론사 창립기념식 같은 데서 연설을 하실 기회가 있으셨기 때문에 그럴 때 대통령 구술을 들은 적은 있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언론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하세요. 언론의 역할, 사명이 막중하다고 생각하시고 그에 비례해서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그 생각은 정말 확고하셨던 것 같아요, 5년 내내. 그리고 지금 보면 참여정부 이후 정부에서 언론이 보인 행태라든가 지금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그런 것들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언론은 중요한 거다. 언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그때 제대로 보셨던 것 같고 그만큼 거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고민을 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기에도 많이 남아 있는 거고요, 메모에도.

▷ 김경래 : 그런데 언론하고 기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님 철학은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원하셨던 것 같은데 결국은 또 굉장히 적대적인 관계로 변절되어버린 측면이 있어요. 특히 보수 극우 언론이라고 할까요? 그런 언론들의 공격들이 굉장히 심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메모에 이런 단어들이 나오는데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 이런 단어를 보면, 이런 문장을 보면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는지를 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 강원국 : 그런데 그 숙명적인 것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론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니까 숙명적으로 대척점에 있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을 두고 대안경쟁을 하자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이 정책보다는 언론이 제시하는 대안이 더 좋으면 제시를 하고 서로 경쟁을 하자, 그게 국민을 위해서 좋은 거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거다. 그래서 사실은 건전제안, 이런 것들 분류를 해서 정책에 다 반영했어요. 그러니까 언론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무슨 언론 중재인가요? 이런 게 한 것보다 훨씬 많이 언론에서 제안한 것들을 받아주고 좋은 제안에 대해서는 직접 편지도 쓰셨어요, 언론에 쓴 기자한테 이런 좋은 제안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반영하도록 하겠다, 정말 많이 썼어요. 그런데 그런 건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요. 그런데 심각한 건 아까 적대적 관계라고 그랬는데 그런 관계, 대안 경쟁을 하고 하려면 가장 기본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줘야 돼요, 상대를 인정해줘야 되죠. 그런데 과연 몇몇 언론들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인정해줬는가, 처음부터. 아예 대통령의 성공을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았는가. 성공하기를 과연 바랐는가. 그에 앞서서 정말 대통령으로서 인정했는가. 저는 그것부터가 잘 안 됐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관계가 될 수가 없죠. 서로 대안경쟁을 하고 방금 얘기했던 건전한 긴장관계, 이런 게 될 수 없는 거죠.

▷ 김경래 : 당시 상황이요?

▶ 강원국 : 예, 그런데 지금도 그렇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에서도?

▷ 김경래 :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죠.

▶ 강원국 : 크게 저는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김경래 : 아마 그런 관계가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이 됐던 시기가 탄핵정국이었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2004년이죠?

▶ 강원국 : 그렇죠. 결국 그걸로 나타났죠.

▷ 김경래 : 연설 비서관이시니까 그런 식으로 한번 여쭤볼게요. 탄핵이 가결되기 직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연설이 있습니다. 그때는 아마 연설비서관이 연설을 작성한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 강원국 : 아니, 구술은 그러니까 저는 치는 역할만 했죠, 치기는 누가 쳐야 돼요. 대통령이 직접 다 쓰지는 않으시니까. 대통령 구술을 받아서 치기는 했는데요. 거의 100% 대통령님 구술에 내가 토씨 거의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런 거죠. “내가 지금 사과하면 탄핵 면해줍니까? 그래서 사과하면 봐주고 사과하지 않으면 탄핵되는 겁니까?” 그걸 물어봤죠. “그런 사과라면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입에 발린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리고 결국 탄핵당하셨죠.

▷ 김경래 : 이게 연설의 첫 번째 청중이시기도 하군요, 연설비서관이. 누구보다도 먼저.

▶ 강원국 : 그렇죠. 그런 영광은 있죠.

▷ 김경래 : 남들보다 먼저 듣는 거잖아요, 하루라도. 그럴 때 느낌이 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아, 이거는 좀 안 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말은.” 이런 생각도 드셨을 것 같고요.

▶ 강원국 : 제가 그런 말할 위치는 아니고요. 처음에 들을 때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는 있죠. 대연정 제안을 하신다든가 그런 큰 걸 말씀하실 때 그런 말은 처음 듣는 거죠, 제가.

▷ 김경래 : 뭐라고 얘기는 못하겠고 충격은 받으시고 그런 상황이었겠군요?

▶ 강원국 : 놀랐죠.

▷ 김경래 : 지금 대략 10년 지나고 나서도 아까 그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 상황이 뭐가 그렇게 많이 달라졌냐? 비슷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듣는 분들도 그렇고 약간 뭐라고 할까요? 허무하다, 허탈하다, 이런 느낌이 좀 들어요. 우리가 10년 동안 무엇을 발전시켜왔는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했던 꿈꿨던 세상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게 메모에도 있어요. 예를 들어 “역사를 대담하게 그려야 하는 시대다.” 이런 메모도 있고요. “해보고 싶은 일이 멀리 내다보는 일이다.” 이런 말도 있고요. 그런 노무현 대통령의 어떤 꿈이라든가 이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10년 동안 많이 진행이 안 됐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 강원국 : 일단 대통령 재임 당시에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마지막에는 많이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대통령 권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거는 결국 시민들이 나서야 된다. 시민민주주의가 핵심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지금 현재진행형이죠. 앞으로 과제로 남아 있는 거죠. 대통령에게 기대고 정치권에 의지해서 될 일은 아니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만들어나가야 된다는 거죠.

▷ 김경래 : 그런 면에서 보면 이게 굉장히 좀 외로움, 이런 것들도 묻어 있지만 메모 같은 걸 보면.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성격은 저도 화면으로 보거나 이러면 어떤 낙천, 낙관 이런 것들이 강한 분이 아니셨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강원국 : 정확히 보셨는데 저는 지도자는 그래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의기소침하거나 일희일비하는 걸 잘 못 봤어요. 늘 자신감이 있으시고 늘 희망을 얘기하고 그리고 오히려 우리가 무슨 재보선 다 졌잖아요. 그럴 때마다 의기소침해 있으면 “다 그런 거다, 이런 거 하나에 이러면 안 된다. 그래서 잘될 거다.” 늘 미래를 얘기하고 희망을 얘기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야 또 좋은 미래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고.

▷ 김경래 : 그 말씀을 하시니까 이거를 안 여쭤볼 수가 없는데 그랬던 분이 10년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던 것은 그때 받아들였던 느낌은...

▶ 강원국 : 저는 역시 그 대목에서도 노무현다웠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경래 : 노무현다웠다? 이게 어떤 의미죠? 간단하게만 설명해 주시면.

▶ 강원국 : 방금 얘기했듯이 시도하고 도전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고 역사의 진보를 믿고 몸을 던지고 늘 그래왔거든요. 그거를 이렇게 했을 때 어떻게 더 계산을 하고 실패할까 이런 걸 또 두려워하고 이런 분이 아니시라는 거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내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이해서 강원국 작가님, 참여정부 때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강원국 작가님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는. ‘추억하는’이라는 단어는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소박하게나마 저희들이 가져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원국 : 고맙습니다.

▷ 김경래 :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 작가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문자를 많이 보내주시네요. 1337님이 “푸른바다였던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파집니다.” 이런 말씀 보내주셨고 이종욱님은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대통령 흔들기만 했었다. 우리는 불행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되자.” 이런 말씀도 해 주셨고요. K7414님은 “KBS가 국민의 방송이었으면 좋겠다. 공정하고 객관성이 있는.” 다 관련된 말씀이시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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