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서식지 평택 ‘금개구리’ 모두 사라져

입력 2019.05.22 (12: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07년 평택 미군기지 부지에서 국내 최대 '금개구리' 서식지 발견

지난 2007년 평택 미군기지 부지에서 '금개구리' 서식지가 발견됩니다. 금개구리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개발 과정에서 발견되면 사업 시행자가 책임지고 서식 환경을 조성해주게 돼 있습니다. 국방부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금개구리 서식지로 보고 서울대에 의뢰해 사업 부지 안에 금개구리가 얼마나 있는지, 대체 서식지로 적당한 곳은 어디인지 찾게 됩니다.

서울대 조사팀이 2007년 첫해 발견한 금개구리는 205마리. 이듬해에는 무려 1,127마리, 2009년에는 239마리로 모두 합하면 1,571마리나 됩니다. 대체서식지를 찾던 서울대 조사팀은 안성천 인근 습지 한 곳을 찾아 금개구리들을 옮겼습니다.


대체서식지로 옮긴 '금개구리' 2016년 이후 '실종'

범람할 가능성이 낮은 곳이어서 알이나 올챙이가 쓸려 갈 위험이 적었고, 적당한 웅덩이 높이도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는 조건에도 맞는 곳이었습니다. 모든 게 순탄해 보였지만 금개구리가 살기에 이전 동네처럼 좋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천5백여 마리를 옮긴 뒤 매년 개체 수를 관찰했더니 2010년에는 불과 26마리만 발견됐습니다. 다음 해에는 더 적어져 15마리가 확인됐고, 2012년 5마리, 2013년에는 4마리가 관찰됐습니다.

매년 줄어들던 금개구리는 2014년에 14마리, 2015년에 71마리로 점점 많이 보이면서 대체서식지에 자리를 잡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왔지만 결국 2016년에는 단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의 의뢰로 했던 서울대의 모니터링은 결국 '금개구리 0'으로 끝났습니다.

이듬해 평택시는 환경부생태계보전협력금반환사업으로 '평택 덕목제 멸종위기종(양서류)대체서식지 보전, 복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모니터링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금개구리 개체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금개구리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관기사] 그 많던 금개구리는 어디로 갔을까?


천적과 오염원이 '금개구리 실종' 원인으로 지목돼

해당 사업을 진행한 전문 업체는 금개구리의 개체 수 감소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추정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황소개구리. 2017년 4월에서 10월에 걸쳐 9차례 황소개구리 서식 여부와 환경을 조사한 결과 매번 육안으로 확인되거나 포획됐습니다. 특히 5월에 진행한 2차 조사에서는 황소개구리의 뱃속에서 금개구리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은 금개구리 개체를 발견하지 못한 해입니다.

두 번째로는 주변 오염원에서 유입되는 물질입니다. 논밭이 있어 농약 사용 우려가 컸고 농수로가 유입되고 있어 유해 화학 물질이 그대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으로 판단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낚시 인구 증가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로 추정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황소개구리 포획 작업을 벌이고 외부에서 금개구리 서식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높이 47cm의 양서류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인근 오염원에서 유입될 지도 모를 유해 물질을 막기 위해서는 농수로에 우회관을 만들어 수생식물로 정화하는 공법을 적용했습니다. 낚시 인구 증가 요인은 가능성이 있으나 영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따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금개구리 급감'은 인간 삶을 되돌아볼 지표

생태환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멸종위기 2급은 개체 수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급격하게 줄면서 보호 필요성이 커진 종을 지정한다고 합니다.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4대강 주변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낙동강 유역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워낙 보기 힘들어지다 보니 어디서든 1마리만 보이면 뉴스가 되고 관심을 끄는 희귀종이 됐습니다. 작은 개구리에게 우리가 왜 관심을 갖고 보호를 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생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로 인간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금개구리가 살던 지역은 농사가 잘되고 비옥한 땅이었다고 합니다. 급격한 개발 탓에 금개구리가 서식지를 잃으면서 급감했다는 건데 그 서식지라는 곳이 인간에게도 매우 유용한 땅인 셈입니다.

결국, 금개구리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풀이하면 인간의 토양도 그만큼 줄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는 겁니다. 당위적인 '공존'과 '보호'를 넘어서 금개구리는 인간 삶의 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개구리가 멸종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간에게도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는 게 생태 전문가들의 전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국내 최대 서식지 평택 ‘금개구리’ 모두 사라져
    • 입력 2019-05-22 12:07:10
    취재K
2007년 평택 미군기지 부지에서 국내 최대 '금개구리' 서식지 발견

지난 2007년 평택 미군기지 부지에서 '금개구리' 서식지가 발견됩니다. 금개구리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개발 과정에서 발견되면 사업 시행자가 책임지고 서식 환경을 조성해주게 돼 있습니다. 국방부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금개구리 서식지로 보고 서울대에 의뢰해 사업 부지 안에 금개구리가 얼마나 있는지, 대체 서식지로 적당한 곳은 어디인지 찾게 됩니다.

서울대 조사팀이 2007년 첫해 발견한 금개구리는 205마리. 이듬해에는 무려 1,127마리, 2009년에는 239마리로 모두 합하면 1,571마리나 됩니다. 대체서식지를 찾던 서울대 조사팀은 안성천 인근 습지 한 곳을 찾아 금개구리들을 옮겼습니다.


대체서식지로 옮긴 '금개구리' 2016년 이후 '실종'

범람할 가능성이 낮은 곳이어서 알이나 올챙이가 쓸려 갈 위험이 적었고, 적당한 웅덩이 높이도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는 조건에도 맞는 곳이었습니다. 모든 게 순탄해 보였지만 금개구리가 살기에 이전 동네처럼 좋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천5백여 마리를 옮긴 뒤 매년 개체 수를 관찰했더니 2010년에는 불과 26마리만 발견됐습니다. 다음 해에는 더 적어져 15마리가 확인됐고, 2012년 5마리, 2013년에는 4마리가 관찰됐습니다.

매년 줄어들던 금개구리는 2014년에 14마리, 2015년에 71마리로 점점 많이 보이면서 대체서식지에 자리를 잡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왔지만 결국 2016년에는 단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의 의뢰로 했던 서울대의 모니터링은 결국 '금개구리 0'으로 끝났습니다.

이듬해 평택시는 환경부생태계보전협력금반환사업으로 '평택 덕목제 멸종위기종(양서류)대체서식지 보전, 복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모니터링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금개구리 개체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금개구리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관기사] 그 많던 금개구리는 어디로 갔을까?


천적과 오염원이 '금개구리 실종' 원인으로 지목돼

해당 사업을 진행한 전문 업체는 금개구리의 개체 수 감소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추정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황소개구리. 2017년 4월에서 10월에 걸쳐 9차례 황소개구리 서식 여부와 환경을 조사한 결과 매번 육안으로 확인되거나 포획됐습니다. 특히 5월에 진행한 2차 조사에서는 황소개구리의 뱃속에서 금개구리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은 금개구리 개체를 발견하지 못한 해입니다.

두 번째로는 주변 오염원에서 유입되는 물질입니다. 논밭이 있어 농약 사용 우려가 컸고 농수로가 유입되고 있어 유해 화학 물질이 그대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으로 판단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낚시 인구 증가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로 추정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황소개구리 포획 작업을 벌이고 외부에서 금개구리 서식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높이 47cm의 양서류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인근 오염원에서 유입될 지도 모를 유해 물질을 막기 위해서는 농수로에 우회관을 만들어 수생식물로 정화하는 공법을 적용했습니다. 낚시 인구 증가 요인은 가능성이 있으나 영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따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금개구리 급감'은 인간 삶을 되돌아볼 지표

생태환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멸종위기 2급은 개체 수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급격하게 줄면서 보호 필요성이 커진 종을 지정한다고 합니다.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4대강 주변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낙동강 유역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워낙 보기 힘들어지다 보니 어디서든 1마리만 보이면 뉴스가 되고 관심을 끄는 희귀종이 됐습니다. 작은 개구리에게 우리가 왜 관심을 갖고 보호를 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생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로 인간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금개구리가 살던 지역은 농사가 잘되고 비옥한 땅이었다고 합니다. 급격한 개발 탓에 금개구리가 서식지를 잃으면서 급감했다는 건데 그 서식지라는 곳이 인간에게도 매우 유용한 땅인 셈입니다.

결국, 금개구리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풀이하면 인간의 토양도 그만큼 줄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는 겁니다. 당위적인 '공존'과 '보호'를 넘어서 금개구리는 인간 삶의 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개구리가 멸종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간에게도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는 게 생태 전문가들의 전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