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이 보일 듯이~” 40년 만에 야생으로 돌아가는 따오기

입력 2019.05.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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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농약 사용 늘며 서식지 파괴… 40년간 멸종됐던 비운의 새 '따오기'
2008년 한·중 정상회담 때 기증받은 한 쌍에서 시작해 3백여 마리까지 늘려
오늘 경남 창녕 우포늪서 40마리 자연 방사…생존율 30~40% 예상

먹이를 먹고 있는 따오기의 모습. 눈 주변 피부가 붉은빛을 띠는 게 특징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8호다. 환경부 제공.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우리에게 익숙한 이 동요가 만들어진 건 일제강점기인 1925년입니다. 당시만 해도 따오기는 동요 소재가 될 정도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새였습니다. 영국인 외교관이자 여행가였던 C. W. 캠벨(Charles William Campbell, 1861~1927)이 따오기를 '한국에서 흔한 새',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새'로 표현한 기록도 있습니다. '흔한 새' 따오기는 어쩌다 멸종까지 됐을까요?

농약 들이부은 논에서 따오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우리나라에 사는 따오기 수가 급격히 줄어든 건 6.25 직후부터였습니다. 전쟁 후 물자 공급을 받으며 반입량이 늘어난 농약과 비료가 문제였습니다. 청정 환경의 대표 종인 따오기는 습지나 논에서 먹이를 찾습니다. 미꾸라지나 개구리 등 양서 파충류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농약과 비료 사용이 늘면서 이 먹잇감들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따오기의 개체 수도 급감했습니다.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사냥과 국토 개발에 따른 산림 감소도 멸종의 큰 원인이었습니다. 1979년 12월 국제 야생조류 보호운동가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가 비무장지대에서 포착한 게 따오기의 공식적인 마지막 기록입니다.

중국에서 온 따오기 한 쌍으로 시작된 복원 사업

따오기 멸종 현상은 이웃한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1981년 중국의 산시성에서 따오기 7마리가 극적으로 발견되며 상황이 반전됩니다. 이 발견을 시작으로 중국은 우리보다 먼저 따오기 복원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복원된 따오기 중 한 쌍을 2008년 한·중 정상회담 때 우리나라에 기증했습니다.

기증받은 따오기 한 쌍은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가 있는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늪 인근 따오기 복원센터로 옮겨졌습니다. 창녕군은 중국 사육사로부터 사육 기술을 전수받아 독자적인 증식기술을 발전시켰고, 복원 10년 만인 현재 따오기 개체 수는 363마리로 늘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병할 때마다 센터 직원들이 24시간 따오기를 지키는 등 정성을 쏟았다고 합니다.

야생적응 훈련장에서 비행 훈련을 받고 있는 따오기. 환경부 제공.야생적응 훈련장에서 비행 훈련을 받고 있는 따오기. 환경부 제공.

멸종 40년 만에 첫 자연 방사…"잘 적응해야 할 텐데"

복원된 따오기 363마리 중 일부가 '생물 다양성의 날'인 오늘(22일) 야생에 방사됐습니다. 멸종 40년의 의미를 살려 40마리를 방사하는데, 건강한 개체들 위주로 성비까지 고려해 방사 대상을 골랐다고 합니다. 방사 대상이 된 따오기들은 야생적응 훈련장에서 비행훈련과 대인·대물 적응훈련, 먹이 섭취 훈련 등 3개월간 다양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방사 방식은 야생적응 훈련장의 문을 개방하면 따오기가 야생과 훈련장을 오가다가 스스로 자연으로 나가도록 하는 연방사(soft release)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상자에 가둬놨다 방사하는 경방사(hard release)에 비해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덜합니다.

관건은 '생존율'입니다. 창녕군은 따오기의 성공적인 야생 적응을 위해 2010년부터 우포늪 일대 국유지를 대상으로 따오기가 먹이 활동을 할 논 습지 16ha와 잠을 자거나 활동할 수 있는 숲 23ha를 조성했습니다. 야생 정착을 도울 방법도 고안했습니다. 따오기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해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유인 훈련을 했고, 이 소리를 우포늪 인근에서도 틀어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방사된 따오기가 어디로 날아가 앉을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방사되는 따오기를 바라보는 창녕군과 환경부 등 관계자들, 마음 깨나 졸이고 있습니다.

예상 생존율 30~40%, 위험요인 1위는 '사람'

복원사업 관계자들은 따오기의 예상 생존율을 30~40%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 야생 방사라 쉽게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그 정도면 성공으로 본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2008년부터 지금까지 19차례 따오기를 방사한 결과 평균 3년간 생존율이 40% 정도였습니다.

예상 못 한 천적이 있을 수도 있고, 바뀐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역시 '사람'입니다. 창녕군 등은 우포늪을 찾는 관광객들이 따오기 서식지까지 다가가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 서식지 곳곳에 CCTV도 달고 감시원도 배치할 예정입니다. 따오기들이 살게 될 서식지의 정확한 위치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연 방사 예정인 따오기의 등에 위치추적기가 붙어있다. 창녕군 우포 따오기 사업소 제공.자연 방사 예정인 따오기의 등에 위치추적기가 붙어있다. 창녕군 우포 따오기 사업소 제공.

혹자는 먹고살기도 바쁜 데 따오기 따위를 복원해서 무엇하냐고 묻습니다. 8년째 창녕군 우포 따오기 사업소에서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성진 박사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따오기 복원이 곧 생태계 복원의 시작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깨끗한 논에서는 따오기도 살지만, 인간이 먹는 쌀도 나온다"면서 "따오기가 살 수 있는 땅을 늘려가는 것은 결국 사람과 환경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40년 만에 야생으로 돌아가는 따오기가 모쪼록 건강하게 적응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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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일 듯이 보일 듯이~” 40년 만에 야생으로 돌아가는 따오기
    • 입력 2019-05-22 17:21:55
    취재K
농약 사용 늘며 서식지 파괴… 40년간 멸종됐던 비운의 새 '따오기' <br />2008년 한·중 정상회담 때 기증받은 한 쌍에서 시작해 3백여 마리까지 늘려 <br />오늘 경남 창녕 우포늪서 40마리 자연 방사…생존율 30~40% 예상
먹이를 먹고 있는 따오기의 모습. 눈 주변 피부가 붉은빛을 띠는 게 특징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8호다. 환경부 제공.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우리에게 익숙한 이 동요가 만들어진 건 일제강점기인 1925년입니다. 당시만 해도 따오기는 동요 소재가 될 정도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새였습니다. 영국인 외교관이자 여행가였던 C. W. 캠벨(Charles William Campbell, 1861~1927)이 따오기를 '한국에서 흔한 새',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새'로 표현한 기록도 있습니다. '흔한 새' 따오기는 어쩌다 멸종까지 됐을까요?

농약 들이부은 논에서 따오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우리나라에 사는 따오기 수가 급격히 줄어든 건 6.25 직후부터였습니다. 전쟁 후 물자 공급을 받으며 반입량이 늘어난 농약과 비료가 문제였습니다. 청정 환경의 대표 종인 따오기는 습지나 논에서 먹이를 찾습니다. 미꾸라지나 개구리 등 양서 파충류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농약과 비료 사용이 늘면서 이 먹잇감들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따오기의 개체 수도 급감했습니다.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사냥과 국토 개발에 따른 산림 감소도 멸종의 큰 원인이었습니다. 1979년 12월 국제 야생조류 보호운동가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가 비무장지대에서 포착한 게 따오기의 공식적인 마지막 기록입니다.

중국에서 온 따오기 한 쌍으로 시작된 복원 사업

따오기 멸종 현상은 이웃한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1981년 중국의 산시성에서 따오기 7마리가 극적으로 발견되며 상황이 반전됩니다. 이 발견을 시작으로 중국은 우리보다 먼저 따오기 복원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복원된 따오기 중 한 쌍을 2008년 한·중 정상회담 때 우리나라에 기증했습니다.

기증받은 따오기 한 쌍은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가 있는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늪 인근 따오기 복원센터로 옮겨졌습니다. 창녕군은 중국 사육사로부터 사육 기술을 전수받아 독자적인 증식기술을 발전시켰고, 복원 10년 만인 현재 따오기 개체 수는 363마리로 늘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병할 때마다 센터 직원들이 24시간 따오기를 지키는 등 정성을 쏟았다고 합니다.

야생적응 훈련장에서 비행 훈련을 받고 있는 따오기. 환경부 제공.
멸종 40년 만에 첫 자연 방사…"잘 적응해야 할 텐데"

복원된 따오기 363마리 중 일부가 '생물 다양성의 날'인 오늘(22일) 야생에 방사됐습니다. 멸종 40년의 의미를 살려 40마리를 방사하는데, 건강한 개체들 위주로 성비까지 고려해 방사 대상을 골랐다고 합니다. 방사 대상이 된 따오기들은 야생적응 훈련장에서 비행훈련과 대인·대물 적응훈련, 먹이 섭취 훈련 등 3개월간 다양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방사 방식은 야생적응 훈련장의 문을 개방하면 따오기가 야생과 훈련장을 오가다가 스스로 자연으로 나가도록 하는 연방사(soft release)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상자에 가둬놨다 방사하는 경방사(hard release)에 비해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덜합니다.

관건은 '생존율'입니다. 창녕군은 따오기의 성공적인 야생 적응을 위해 2010년부터 우포늪 일대 국유지를 대상으로 따오기가 먹이 활동을 할 논 습지 16ha와 잠을 자거나 활동할 수 있는 숲 23ha를 조성했습니다. 야생 정착을 도울 방법도 고안했습니다. 따오기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해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유인 훈련을 했고, 이 소리를 우포늪 인근에서도 틀어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방사된 따오기가 어디로 날아가 앉을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방사되는 따오기를 바라보는 창녕군과 환경부 등 관계자들, 마음 깨나 졸이고 있습니다.

예상 생존율 30~40%, 위험요인 1위는 '사람'

복원사업 관계자들은 따오기의 예상 생존율을 30~40%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 야생 방사라 쉽게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그 정도면 성공으로 본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2008년부터 지금까지 19차례 따오기를 방사한 결과 평균 3년간 생존율이 40% 정도였습니다.

예상 못 한 천적이 있을 수도 있고, 바뀐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역시 '사람'입니다. 창녕군 등은 우포늪을 찾는 관광객들이 따오기 서식지까지 다가가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 서식지 곳곳에 CCTV도 달고 감시원도 배치할 예정입니다. 따오기들이 살게 될 서식지의 정확한 위치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연 방사 예정인 따오기의 등에 위치추적기가 붙어있다. 창녕군 우포 따오기 사업소 제공.
혹자는 먹고살기도 바쁜 데 따오기 따위를 복원해서 무엇하냐고 묻습니다. 8년째 창녕군 우포 따오기 사업소에서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성진 박사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따오기 복원이 곧 생태계 복원의 시작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깨끗한 논에서는 따오기도 살지만, 인간이 먹는 쌀도 나온다"면서 "따오기가 살 수 있는 땅을 늘려가는 것은 결국 사람과 환경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40년 만에 야생으로 돌아가는 따오기가 모쪼록 건강하게 적응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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