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3주기…‘김 군’ 동료들은?

입력 2019.05.28 (12:49) 수정 2019.05.2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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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오늘, 지하철 승강장의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김모 군이 숨졌습니다.

바로 구의역 사고죠,

지난 주말에는 3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동료, 시민들은 물론 제주 음료 공장에서 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고 이민호 군 가족도 함께 했습니다.

제2의 구의역 사고, 또 '위험의 외주화'를 막으려는 노력은 과연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 군이 사고를 당했던 구의역 9-4번 승강장.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의 소지품은 정비 도구와 컵라면 하나뿐이었죠.

이제는 좀 천천히 먹으라며 샌드위치가 놓여졌고요, 국화꽃을 든 수십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김용기/서울시 광진구 : "잊지 않기 위해서. 또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계기. 이런 걸 좀 알리고 싶고 해서 (추모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메모지를 통해 추모하는 짧은 편지를 남겼습니다.

[홍진희/서울시 노원구 : "제가 사실 요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어떻게 하면 또 제2의 김 군이 생기지 않게 세상을 바꿔 나갈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열린 추모 현장엔, 동료들과 또 다른 김 군을 가슴에 묻고 사는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제주 음료공장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아직 변한 게 없다며 울분을 토합니다.

[이상영/故 이민호 군 아버지 : "대한민국 정부, 특히 (고용)노동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현장 실습생들이 나가서 일을 하는데 안전한지 안 한 지 신경도 안 써요. 왜 없이 태어나게 했는가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내 자식을 보내놓고…."]

구호와 편지를 통해 다시는 친구를, 동료를, 청년 노동자를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나다."]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3년 전 네가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난 이후 세상은 더디지만 조금씩이나마 변하고 있단다. 이율과 효율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다시는 청년 노동자들을 떠나보내지 않겠노라는 약속을 하며 이만 마친다."]

구의역 사고로 김 군이 세상을 떠난지 3년, 제2의 김 군을 막기 위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은 140여명에서 20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잦은 고장으로 안전 문제가 끝없이 제기됐던 스크린도어도 감지 센서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고장 건수를 봤더니, 2016년 하루 평균 9건 이상에서 1/3 수준으로 줄었다고 하는데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스크린도어 정비 일을 하는 임선재 씨입니다.

임씨가 수십 개의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없는 지 하나하나 확인하는데요.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열차가 운행 중이어서 선로 쪽에서 업무하기는 어렵고 승강장 쪽에서 주로 육안으로 장비들이 정상작동하고 있는지 이상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김 군이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안전 문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한 시간 이내에 장애처리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겠다. 소위 말하는 갑질 이런 것들이 현재는 다 해소가 되었고요. 위험을 무릅쓰고 근무해야 되는 환경들이 좀 개선되어서 위험하다 싶으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많이 생겼고…."]

예전에는 이런 문제도 있었는데요,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감지되면 사람이 선로 안쪽으로 들어가 수리했죠,

지금 보시는 장비는 레이저인데요.

이상 여부나 사물을 레이저로 탐지하고 외부에서 고칠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1시간 이내 출동해야 하는 매뉴얼이 사라지고,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에서도 지적됐던 2인 1조 근무여건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현장에선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두 명이) 10개 역사, 7~8개 역사를 나눠 맡아서 점검을 주간에는 하게 됩니다. 한 역사의 경우 상하선 놓고 보면 총 80개의 스크린도어가 있는 거죠."]

동시 다발적으로 고장이 났을 땐 안전보단 시간에 쫓기게 될 수밖에 없다는데요.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한 개조가 10개, 15개 역사를 담당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관리소도 더 늘어나고 그에 맞는 인원도 충원이 돼야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고요."]

구의역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다른 업무에선 외주화가 그대로 남아있어 회사 측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김 군의 동료들은 무엇보다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선 결국 정규직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황철우/서울교통공사노조 사무처장 : "비정규직 특히 불안정 노동자들은 사고가 나도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고요. 젊은 청년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바뀌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고…."]

구의역 사고 3년.

재발을 막고 또 안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에 희생된 피해자 가족들과 동료들, 그리고 현장에선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여전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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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의역 사고 3주기…‘김 군’ 동료들은?
    • 입력 2019-05-28 12:54:42
    • 수정2019-05-28 12:57:36
    뉴스 12
[앵커]

3년 전 오늘, 지하철 승강장의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김모 군이 숨졌습니다.

바로 구의역 사고죠,

지난 주말에는 3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동료, 시민들은 물론 제주 음료 공장에서 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고 이민호 군 가족도 함께 했습니다.

제2의 구의역 사고, 또 '위험의 외주화'를 막으려는 노력은 과연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 군이 사고를 당했던 구의역 9-4번 승강장.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의 소지품은 정비 도구와 컵라면 하나뿐이었죠.

이제는 좀 천천히 먹으라며 샌드위치가 놓여졌고요, 국화꽃을 든 수십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김용기/서울시 광진구 : "잊지 않기 위해서. 또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계기. 이런 걸 좀 알리고 싶고 해서 (추모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메모지를 통해 추모하는 짧은 편지를 남겼습니다.

[홍진희/서울시 노원구 : "제가 사실 요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어떻게 하면 또 제2의 김 군이 생기지 않게 세상을 바꿔 나갈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열린 추모 현장엔, 동료들과 또 다른 김 군을 가슴에 묻고 사는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제주 음료공장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아직 변한 게 없다며 울분을 토합니다.

[이상영/故 이민호 군 아버지 : "대한민국 정부, 특히 (고용)노동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현장 실습생들이 나가서 일을 하는데 안전한지 안 한 지 신경도 안 써요. 왜 없이 태어나게 했는가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내 자식을 보내놓고…."]

구호와 편지를 통해 다시는 친구를, 동료를, 청년 노동자를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나다."]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3년 전 네가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난 이후 세상은 더디지만 조금씩이나마 변하고 있단다. 이율과 효율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다시는 청년 노동자들을 떠나보내지 않겠노라는 약속을 하며 이만 마친다."]

구의역 사고로 김 군이 세상을 떠난지 3년, 제2의 김 군을 막기 위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은 140여명에서 20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잦은 고장으로 안전 문제가 끝없이 제기됐던 스크린도어도 감지 센서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고장 건수를 봤더니, 2016년 하루 평균 9건 이상에서 1/3 수준으로 줄었다고 하는데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스크린도어 정비 일을 하는 임선재 씨입니다.

임씨가 수십 개의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없는 지 하나하나 확인하는데요.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열차가 운행 중이어서 선로 쪽에서 업무하기는 어렵고 승강장 쪽에서 주로 육안으로 장비들이 정상작동하고 있는지 이상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김 군이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안전 문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한 시간 이내에 장애처리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겠다. 소위 말하는 갑질 이런 것들이 현재는 다 해소가 되었고요. 위험을 무릅쓰고 근무해야 되는 환경들이 좀 개선되어서 위험하다 싶으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많이 생겼고…."]

예전에는 이런 문제도 있었는데요,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감지되면 사람이 선로 안쪽으로 들어가 수리했죠,

지금 보시는 장비는 레이저인데요.

이상 여부나 사물을 레이저로 탐지하고 외부에서 고칠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1시간 이내 출동해야 하는 매뉴얼이 사라지고,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에서도 지적됐던 2인 1조 근무여건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현장에선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두 명이) 10개 역사, 7~8개 역사를 나눠 맡아서 점검을 주간에는 하게 됩니다. 한 역사의 경우 상하선 놓고 보면 총 80개의 스크린도어가 있는 거죠."]

동시 다발적으로 고장이 났을 땐 안전보단 시간에 쫓기게 될 수밖에 없다는데요.

[임선재/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 "한 개조가 10개, 15개 역사를 담당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관리소도 더 늘어나고 그에 맞는 인원도 충원이 돼야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고요."]

구의역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다른 업무에선 외주화가 그대로 남아있어 회사 측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김 군의 동료들은 무엇보다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선 결국 정규직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황철우/서울교통공사노조 사무처장 : "비정규직 특히 불안정 노동자들은 사고가 나도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고요. 젊은 청년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바뀌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고…."]

구의역 사고 3년.

재발을 막고 또 안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에 희생된 피해자 가족들과 동료들, 그리고 현장에선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여전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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