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중계권 ‘황금알 낳지 못하는 거위’

입력 2019.05.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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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농구 중계권 반납, '충격적 사건'

MBC스포츠 플러스가 국내 프로농구 중계권을 반납한 것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중계권료를 높여왔던 한국농구연맹 KBL로서는 통탄할 노릇이다.

[연관 기사] KBL “프로농구 중계해주실 분 없나요?”

프로농구시즌, 프로야구와 같은 7개월
정규리그 + P.O. 다하면 약 300경기
제작비 30억 원 + 중계권료 30억 원

KBL이 주관하는 프로농구는 팀당 54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러 총 270경기가 열린다. 시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전을 합하면 300경기 가깝게 열린다. 2018~2019시즌의 경우 올스타전과 플레이오프 21경기를 합해 총 292경기가 열렸다.

프로농구 주관방송사인 MBC 스포츠 플러스는 올스타전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까지 합해 경기가 열리는 137일 동안 최소 1경기 이상 중계방송을 제작했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방송사의 한 PD는 프로농구가 프로야구와 같은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종목이라고 밝혔다. 10월에 개막해 다음 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제작하는 상황이 프로야구와 같기 때문이다.

7개월 동안 방송사는 최소 3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다. 여기에 중계권료로 해마다 30억 원씩 KBL에 내야 하므로 투입되는 비용은 적게 잡아 60억 원이다.

주관방송사는 광고 판매로 그 비용을 메워야 하는데, 광고 수익은 기대치를 한참 밑 돈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주 입장에서 시청률이 낮은 스포츠 프로그램은 광고 효과가 없어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

MBC 스포츠 플러스가 프로농구를 중계한 3시즌 동안 시청률은 정규리그 기준으로 2016~2017시즌 평균 0.26%를 찍은 이후, 2017~2018시즌 0.18%, 2018~2019시즌 0.19%로 시청률이 매우 저조했다.

MBC 스포츠 플러스는 광고가 들어오지 않고 적자가 쌓이자, KBL 10개 구단에 각각 광고비 1억 2천만 원을 집행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중계할수록 적자가 심화하는 구조를 견디다 못해 MBC 스포츠 플러스는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4~2005시즌 중계권은 한 해 34억 원
이후 4년 총액 200억 원에 IB스포츠와 계약

KBL이 2004~2005시즌에 지상파 3사와 농구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규모는 34억 원이었다. 이후 새로운 총재가 취임할 때마다 중계권 계약을 두고 펼친 KBL의 행보는 그 이전과 사뭇 달랐다. 김영수 총재 시절인 2005년 10월 KBL은 IB스포츠와 4년간 장기 계약을 맺었다. 2005~2006 첫 시즌 중계권료 50억 원에, 4년 총액은 200억 원이었다.

스포츠채널을 보유한 방송사가 아닌 대행사였던 IB스포츠는 지상파 3사에 재판매를 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기획 단계부터 차질을 빚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구매를 거부했고, IB스포츠는 결국 'Xports'라는 자체 채널로 중계할 수밖에 없었다.

채널 하나로 전 경기 중계를 감당할 수 없었던 IB스포츠는 이후 KBL 정규 시즌의 60%인 166경기만 중계하겠다는 발표로 KBL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KBL은 2005~2006시즌 초반 뉴스 채널인 YTN에 중계권료를 받지 않을 테니 프로농구를 중계해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후 KBL은 지역 민방인 PSB(부산방송), TBC(대구방송) 등을 참여시키면서 중계 경기를 늘리는 궁여지책을 마련했다.

KBL, 2009~2010시즌부터 4년간 '에이클라’와 계약

한 차례 혼란을 겪은 4년 뒤 전육 총재 시절, KBL은 다시 한 번 방송사가 아닌 에이전트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 회사는 '에이클라'였고, 2009~2010시즌부터 4년이었다. KBL과 '에이클라’의 합의로 중계권료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고, 다만 4년 전 IB스포츠와 맺었던 금액을 웃도는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클라 역시 방송사 재판매가 수월치 않자, 한 시즌이 지난 2010년 5월 SPOTV라는 자체 채널로 프로농구를 중계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농구 중계권은 지난 2016년 MBC 스포츠 플러스에 넘어갔지만, 5년간의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3시즌 만에 중계권을 반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KBL, 주말 경기를 4경기로 늘릴 계획
전 경기 중계하려면 1개 채널로는 불가능

새로운 중계방송사를 찾아야 하는 한국농구연맹, KBL은 다가오는 2019~2020시즌 부터 방송사 사정에 따라 전 경기를 중계 방송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올 시즌부터 주말 경기 수를 4경기로 대폭 늘리겠다고 계획한 이상, 시간대를 달리한다 해도 주말 경기를 모두 중계 제작하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채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7월 1일 취임한 KBL 9대 이정대 총재. 이정대 총재는 ‘어게인 1987’을 구호로 내걸고,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취임 인사말을 전했다.지난 2018년 7월 1일 취임한 KBL 9대 이정대 총재. 이정대 총재는 ‘어게인 1987’을 구호로 내걸고,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취임 인사말을 전했다.

방송사, 스포츠 중계권 쟁탈전 치열
'황금알 낳지 못하는 거위' 인식도….

프로스포츠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인식된 적이 있었다. 막대한 광고비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예상 때문에 텔레비전 채널이 없어 직접 중계할 능력이 없는 대행사 (에이전트)까지 몰려들어 프로스포츠 중계권 쟁탈전이 벌어졌다.

김기수와 홍수환, 유명우, 장정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챔피언이 명성을 날리던 시절에는 프로복싱 중계권을 두고 난타전이 펼쳐졌고, 프로레슬링을 두고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의 경우에도 그 쟁탈전은 치열하게 전개된다. 후발 방송국의 경우에는 채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인식되면서 국외로 막대한 스포츠 중계권료를 지급하는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중계권 획득에 집착했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시장에 국한해서 볼 때에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요즘 스포츠 중계권의 현실이다. 국내의 프로스포츠가 더는 '황금알'을 낳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냉정한 현실을 방송사들은 직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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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중계권 ‘황금알 낳지 못하는 거위’
    • 입력 2019-05-28 18:30:36
    스포츠K
국내 프로농구 중계권 반납, '충격적 사건'

MBC스포츠 플러스가 국내 프로농구 중계권을 반납한 것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중계권료를 높여왔던 한국농구연맹 KBL로서는 통탄할 노릇이다.

[연관 기사] KBL “프로농구 중계해주실 분 없나요?”

프로농구시즌, 프로야구와 같은 7개월
정규리그 + P.O. 다하면 약 300경기
제작비 30억 원 + 중계권료 30억 원

KBL이 주관하는 프로농구는 팀당 54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러 총 270경기가 열린다. 시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전을 합하면 300경기 가깝게 열린다. 2018~2019시즌의 경우 올스타전과 플레이오프 21경기를 합해 총 292경기가 열렸다.

프로농구 주관방송사인 MBC 스포츠 플러스는 올스타전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까지 합해 경기가 열리는 137일 동안 최소 1경기 이상 중계방송을 제작했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방송사의 한 PD는 프로농구가 프로야구와 같은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종목이라고 밝혔다. 10월에 개막해 다음 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제작하는 상황이 프로야구와 같기 때문이다.

7개월 동안 방송사는 최소 3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다. 여기에 중계권료로 해마다 30억 원씩 KBL에 내야 하므로 투입되는 비용은 적게 잡아 60억 원이다.

주관방송사는 광고 판매로 그 비용을 메워야 하는데, 광고 수익은 기대치를 한참 밑 돈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주 입장에서 시청률이 낮은 스포츠 프로그램은 광고 효과가 없어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

MBC 스포츠 플러스가 프로농구를 중계한 3시즌 동안 시청률은 정규리그 기준으로 2016~2017시즌 평균 0.26%를 찍은 이후, 2017~2018시즌 0.18%, 2018~2019시즌 0.19%로 시청률이 매우 저조했다.

MBC 스포츠 플러스는 광고가 들어오지 않고 적자가 쌓이자, KBL 10개 구단에 각각 광고비 1억 2천만 원을 집행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중계할수록 적자가 심화하는 구조를 견디다 못해 MBC 스포츠 플러스는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4~2005시즌 중계권은 한 해 34억 원
이후 4년 총액 200억 원에 IB스포츠와 계약

KBL이 2004~2005시즌에 지상파 3사와 농구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규모는 34억 원이었다. 이후 새로운 총재가 취임할 때마다 중계권 계약을 두고 펼친 KBL의 행보는 그 이전과 사뭇 달랐다. 김영수 총재 시절인 2005년 10월 KBL은 IB스포츠와 4년간 장기 계약을 맺었다. 2005~2006 첫 시즌 중계권료 50억 원에, 4년 총액은 200억 원이었다.

스포츠채널을 보유한 방송사가 아닌 대행사였던 IB스포츠는 지상파 3사에 재판매를 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기획 단계부터 차질을 빚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구매를 거부했고, IB스포츠는 결국 'Xports'라는 자체 채널로 중계할 수밖에 없었다.

채널 하나로 전 경기 중계를 감당할 수 없었던 IB스포츠는 이후 KBL 정규 시즌의 60%인 166경기만 중계하겠다는 발표로 KBL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KBL은 2005~2006시즌 초반 뉴스 채널인 YTN에 중계권료를 받지 않을 테니 프로농구를 중계해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후 KBL은 지역 민방인 PSB(부산방송), TBC(대구방송) 등을 참여시키면서 중계 경기를 늘리는 궁여지책을 마련했다.

KBL, 2009~2010시즌부터 4년간 '에이클라’와 계약

한 차례 혼란을 겪은 4년 뒤 전육 총재 시절, KBL은 다시 한 번 방송사가 아닌 에이전트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 회사는 '에이클라'였고, 2009~2010시즌부터 4년이었다. KBL과 '에이클라’의 합의로 중계권료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고, 다만 4년 전 IB스포츠와 맺었던 금액을 웃도는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클라 역시 방송사 재판매가 수월치 않자, 한 시즌이 지난 2010년 5월 SPOTV라는 자체 채널로 프로농구를 중계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농구 중계권은 지난 2016년 MBC 스포츠 플러스에 넘어갔지만, 5년간의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3시즌 만에 중계권을 반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KBL, 주말 경기를 4경기로 늘릴 계획
전 경기 중계하려면 1개 채널로는 불가능

새로운 중계방송사를 찾아야 하는 한국농구연맹, KBL은 다가오는 2019~2020시즌 부터 방송사 사정에 따라 전 경기를 중계 방송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올 시즌부터 주말 경기 수를 4경기로 대폭 늘리겠다고 계획한 이상, 시간대를 달리한다 해도 주말 경기를 모두 중계 제작하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채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7월 1일 취임한 KBL 9대 이정대 총재. 이정대 총재는 ‘어게인 1987’을 구호로 내걸고,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취임 인사말을 전했다.
방송사, 스포츠 중계권 쟁탈전 치열
'황금알 낳지 못하는 거위' 인식도….

프로스포츠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인식된 적이 있었다. 막대한 광고비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예상 때문에 텔레비전 채널이 없어 직접 중계할 능력이 없는 대행사 (에이전트)까지 몰려들어 프로스포츠 중계권 쟁탈전이 벌어졌다.

김기수와 홍수환, 유명우, 장정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챔피언이 명성을 날리던 시절에는 프로복싱 중계권을 두고 난타전이 펼쳐졌고, 프로레슬링을 두고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의 경우에도 그 쟁탈전은 치열하게 전개된다. 후발 방송국의 경우에는 채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인식되면서 국외로 막대한 스포츠 중계권료를 지급하는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중계권 획득에 집착했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시장에 국한해서 볼 때에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요즘 스포츠 중계권의 현실이다. 국내의 프로스포츠가 더는 '황금알'을 낳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냉정한 현실을 방송사들은 직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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