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인간에 대한 예의·존엄에 관한 이야기”

입력 2019.05.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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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신작 '기생충'이 28일 오후 시사회를 통해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가족희비극'이라는 수식어처럼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영화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냈다.

밑바닥에 깔린 정서는 블랙코미디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스릴러와 공포적인 요소까지 가미돼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봉 감독 전작들의 흔적이 남아있으면서도 촘촘한 서사구조와 탄탄하게 구축된 캐릭터, 상당한 공을 들인 듯한 미장센은 그의 전작들을 훨씬 뛰어넘는다.

대중적인 재미와 함께 메시지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빈부격차, 실업, 정당한 방법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계층 간 이동 사다리' 등 우리 사회 현실을 마치 현미경 들여다보듯 미세하게 짚어낸다.

전원 백수인 기택네 가족은 영화 '괴물'에서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인물들이나 '설국열차' 속 꼬리 칸에 탄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쉽사리 '선'을 넘을 수 없는 처지도 비슷하다. 영화 속 계층 갈등이 빈부간 갈등을 넘어 가난한 자 대 가난한 자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점도 씁쓸함을 남긴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가난한 자와 부자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면서 "양극화라는 경제 사회적 단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관한 영화"라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 지키느냐에 따라 영화 제목처럼 기생이냐, 좋은 의미의 공생이냐로 갈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이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13년 '설국열차' 후반 작업 때다.

그는 "4인 가족과 4인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는 것이 최초의 출발점이었다"면서 "'설국열차'도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지만 장르가 SF였고, '기생충'은 일상과 현실에서 가까운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보면 어떨지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기생충'에는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감독의 시선도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솔직해지고 싶었다"면서 "잘 되고 싶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런 젊은 세대들의 슬픔과 두려움 등 복합적인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에는 '냄새'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봉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사실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 비행기를 탈 때도, 식당이나 일하는 곳에서도 동선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등장인물들은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상황에 연속적으로 처하는데, 냄새가 날카롭고 예민한 도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백수 가장인 기택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 송강호는 "이 작품은 장르 영화 틀을 갖추면서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것 같은 변주된 느낌을 준다"면서 "그런 낯섦이 두렵기도 했고,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할까 고민했지만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통해 자연스럽게 잘 체득하면서 연기한 것 같다"고 떠올렸다.

기택네 장남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은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아버지 역을 맡은 송강호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대목을 꼽았다. 그는 "제 나이 또래 배우가 송강호 선배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것은 아무리 연기지만 너무 긴장되고, 재밌었다"면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는 없을 것 같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회견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등이 참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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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기생충’ 인간에 대한 예의·존엄에 관한 이야기”
    • 입력 2019-05-28 18:48:36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 신작 '기생충'이 28일 오후 시사회를 통해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가족희비극'이라는 수식어처럼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영화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냈다.

밑바닥에 깔린 정서는 블랙코미디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스릴러와 공포적인 요소까지 가미돼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봉 감독 전작들의 흔적이 남아있으면서도 촘촘한 서사구조와 탄탄하게 구축된 캐릭터, 상당한 공을 들인 듯한 미장센은 그의 전작들을 훨씬 뛰어넘는다.

대중적인 재미와 함께 메시지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빈부격차, 실업, 정당한 방법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계층 간 이동 사다리' 등 우리 사회 현실을 마치 현미경 들여다보듯 미세하게 짚어낸다.

전원 백수인 기택네 가족은 영화 '괴물'에서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인물들이나 '설국열차' 속 꼬리 칸에 탄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쉽사리 '선'을 넘을 수 없는 처지도 비슷하다. 영화 속 계층 갈등이 빈부간 갈등을 넘어 가난한 자 대 가난한 자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점도 씁쓸함을 남긴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가난한 자와 부자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면서 "양극화라는 경제 사회적 단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관한 영화"라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 지키느냐에 따라 영화 제목처럼 기생이냐, 좋은 의미의 공생이냐로 갈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이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13년 '설국열차' 후반 작업 때다.

그는 "4인 가족과 4인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는 것이 최초의 출발점이었다"면서 "'설국열차'도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지만 장르가 SF였고, '기생충'은 일상과 현실에서 가까운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보면 어떨지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기생충'에는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감독의 시선도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솔직해지고 싶었다"면서 "잘 되고 싶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런 젊은 세대들의 슬픔과 두려움 등 복합적인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에는 '냄새'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봉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사실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 비행기를 탈 때도, 식당이나 일하는 곳에서도 동선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등장인물들은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상황에 연속적으로 처하는데, 냄새가 날카롭고 예민한 도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백수 가장인 기택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 송강호는 "이 작품은 장르 영화 틀을 갖추면서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것 같은 변주된 느낌을 준다"면서 "그런 낯섦이 두렵기도 했고,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할까 고민했지만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통해 자연스럽게 잘 체득하면서 연기한 것 같다"고 떠올렸다.

기택네 장남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은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아버지 역을 맡은 송강호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대목을 꼽았다. 그는 "제 나이 또래 배우가 송강호 선배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것은 아무리 연기지만 너무 긴장되고, 재밌었다"면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는 없을 것 같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회견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등이 참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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