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임권택 “기생충 흥행 돌풍, 칸 수상작 징크스 깬 듯”

입력 2019.06.03 (11:10) 수정 2019.06.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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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상은 감독상과 달라... 영화의 총체적 수준이 최고라 평가받은 것
-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 보면서 ‘이런 좋은 감독도 있었구나.’ 생각
- <기생충> 대단히 재밌고 격조 높아. 칸 수상작은 ‘흥행 안 된다’는 징크스 깬 듯
- 내가 찍은 영화 대략 100편... 건강 허락하는 대로 작은 영화 찍고 싶어.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2>
■ 방송시간 : 6월 3일(월) 8:05~8:2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임권택 감독



▷ 김경래 : 봉준호 감독이 칸에서 황금종려상 받고 금의환향을 했는데 '기생충'이 주말에 300만 명을 넘겼다고 하죠, 관객 수가. 흥행도 굉장히 잘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올해 생각을 해 보면 한국 영화 100주년이라고 합니다. 이 100주년을 기념하는 어떤 선물 이런 느낌도 있어요. 100주년 기념 해서 여러 가지 지금 행사들, 조사들 이런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뭐랄까요, 100주년에 가장 훌륭한 감독님 뽑았는데 임권택 감독님이 뽑혔고요. 그리고 따져보면 칸의 문턱을 처음으로 두드렸던 분도 임권택 감독님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별로 안 좋아하실 수도 있지만 한국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 임권택 감독님 전화로 잠시 연결해서 최근 근황 좀 여쭤볼게요. 안녕하세요?

▶ 임권택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감독님 건강은 요즘 어떠십니까?

▶ 임권택 : 아이고, 그냥 나이만큼 그렇습니다.

▷ 김경래 : 지난주에 저희 PD가 전화를 해 보니까 목이 많이 아프다고 그러셔서요.

▶ 임권택 : 그래서 이게 방송을 해도 되는 목소리가 아닌데 약속이 되어서 지금 앉아 있는 겁니다.

▷ 김경래 : 방송에는 충분한 목소리인데 안 힘드셨으면 좋겠네요. 감독님 최근에 감독으로 작품을 내신 게 2014년에 화장이 지금까지는 마지막이었죠?

▶ 임권택 : 네, 그렇죠.

▷ 김경래 : 그 이후로는 지금 작업을 하고 계신 건 없고요?

▶ 임권택 : 지금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놀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아이고, 놀다니요. 이번에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 받았다는 소식 들으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감독님은.

▶ 임권택 : 우리 한국 영화계로서는 큰 경사를 만난 거죠. 그게 왜 그러냐면 우리나라에는 부산영화제며 뭐 몇 영화제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영화제를 하는 나라임에도, 그런 나라는 영화로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 나라인가 이런 거 볼 때는 좀 미흡했어요. 그런데 이제 칸 영화제에서 작품상이라고 하면 하여튼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거니까 비로소 이제 채워졌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 김경래 : 그런데 2002년도에 감독님이 이미 '취화선'이라는 작품으로 감독상을 받으셨잖아요.

▶ 임권택 : 네, 그러니까 감독상하고 작품상하고는 다르죠. 감독상은 영화 안에 여러 장르가 있는데 그중에 감독 부분, 물론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상을 탄 거고 이번 영화는 이 영화의 총체적인 부분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한 거니까 아주 경사입니다.

▷ 김경래 : 그래도 감독님은 지금은 아까 조금 작품을 쉬고 계시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그래도 2002년도에 감독상 받고 아, 젊은 시절에 내가 이 황금종려상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은 안 드셨습니까?

▶ 임권택 : 아니, 그런데 이제 제가 워낙 나이 들어서 영화제에 출품도 하고 했는데 점점 누군가가 후배 중에서 이런 작품상을 타는 이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또 근자에 와서 우리 영화들을 잘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그게 봉준호 감독이 탄 거죠.

▷ 김경래 : 봉준호 감독 영화 뭐 보신 거 기억나는 게 있으십니까, 혹시?

▶ 임권택 : 나는 봉준호 감독 거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이야, 이런 좋은 감독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만약에 외국에서 상을 타는 일이 있대도 이런 감독도 해당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 그때.

▷ 김경래 : 이번 영화는 혹시 아직 못 보셨죠?

▶ 임권택 : 이제 최근에 엊그제 봤어요.

▷ 김경래 : 보셨어요?

▶ 임권택 : 네.

▷ 김경래 : 어떻게 보셨습니까?

▶ 임권택 : 아니, 재미있게 봤어요.

▷ 김경래 : 그러세요?

▶ 임권택 : 제가 왜냐하면 칸 영화제에서 상을 타면 흥행이 안 되는 것처럼 아주 소문이 나 있는데.

▷ 김경래 : 그렇죠, 좀 영화가 어렵다 이런 느낌도 있고요.

▶ 임권택 : 네, 이 영화도 좀 그런 면이 있고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봉 감독 영화는 아주 재미도 있고 또 그런 징크스를 깨기도 했고 해서 너무 잘됐어요, 여러모로.

▷ 김경래 : 또 빨리 보셨네요.

▶ 임권택 : 네.

▷ 김경래 : 굉장히 좀 기특하다는 생각도 드실 것 같아요.

▶ 임권택 : 네, 기특하기도 하고 대단히 영화가 재미도 있고 상당히 격조도 높고 좋았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이게 뭐 아직 안 보신 분들 때문에 영화 내용을 이렇게 자세하게 여쭤보기는 좀 그래요. 그렇죠?

▶ 임권택 : 네, 그런데 저도 염려는 했어요. 칸에서 작품상을 받다 보면 흥행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굉장히 재미도 있었고 흥행도 될 만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봉준호 감독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임권택 감독님 이야기를 좀 여쭤볼게요. 이번에 씨네21 등등 해서 한국 영화 100년 정리를 하면서 한국 영화 100년을 대표하는 영화인 중에 감독으로는 임권택 감독님이 당연히 1위로 선정이 됐습니다. 그 말씀 들으시고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 임권택 : 아니, 그러니까요. 우리나라에는 영화감독도 많고 또 능력이 있는 감독들도 많고 하는데 내가 너무 일찍 시작했고 너무 늦게까지 제가 감독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겠죠, 뭐.

▷ 김경래 : 지금 감독님이 감독으로 만든 영화가 몇 편인지 혹시 꼽으실 수 있으세요?

▶ 임권택 : 한 100편 될 겁니다, 100편.

▷ 김경래 : 한 100편이요? 그중에 물론 뭐 너무 작품들이, 이번에 한국 영화 100대 영화를 정리할 때도 보니까 감독님 영화가 5개나 들어가 있어요, 사실. 제가 간단하게 말씀해 드리면,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만다라, 길소뜸, 씨받이, 서편제, 취화선' 이런 영화들이 들어가 있거든요. 뭐 이 5개뿐만 아니라 감독님이 생각하실 때 지금까지 만든, 앞으로도 더 만드시겠지만 지금까지 만든 내 최고의 작품은 뭐다 이렇게. 혹시 꼽으실 수 있겠습니까? 이게 참 어려운 질문인데.

▶ 임권택 : 그런데 참 이게 이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제 작품 중에 최고로 뽑으라면 어떤 작품이냐고 물을 때는 대답이 없어요. 왜 대답이 없냐 하면 모두가 뭔가 부족해도 부족한 겁니다, 제 안에서는. 그래서 완승을 향해서 간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는데 여하튼 부족해요, 어떤 영화든 간에. 단지 그래도 기억에 남고 뭐 하는 영화는 뭐냐 하면 서편제 가지고 우리 판소리로 흥행을 크게 시켰다는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랄까요? 나머지는 작품을 가지고는 하여튼 지금도 매번 함양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아까 5편 제가 말씀드리면서 순서를 잘못 말씀드렸어요. '짝코'가 또 들어가 있네요.

▶ 임권택 : 그것도 올라간 모양이네요.

▷ 김경래 : 그러니까 '취화선'보다는 평론가들은 짝코하고 아까 말씀드린 4편을 이렇게 선정했더라고요.

▶ 임권택 : 그렇게 되네요.

▷ 김경래 : 물론 이거는 다수결로 한 거라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닌데.

▶ 임권택 : 평론가들께 감사드립니다.

▷ 김경래 : 지금 아까 봉준호 감독님 영화를 이렇게 기특하게 보셨다고 했는데 이번에 수상할 때 보니까 송강호 배우한테 봉준호 감독이 이렇게 상을 바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임권택 감독님도 임권택 감독님의 페르소나 이런 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예전에 보면 저는 강수연 배우가 생각이 나고 그러는데 임권택 감독님이 가장 뭐랄까요. 아끼는 배우,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배우 그런 배우가 또 이것도 꼽기는 어렵겠지만 혹시 좀 생각나시는 게 있으십니까?

▶ 임권택 : 그런 것을 뽑았다가는 제가 나머지 여생이 편치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런 노력들이 이렇게 다 같이 이루어진 거죠. 뭐 물론 어떤 주연배우가 참 특별나게 잘한 영화도 없지 않아 있었을 테지만 저는 그 공조차도 다 같이 이루어낸 공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 김경래 : 제가 자꾸 우문만 드리고.

▶ 임권택 : 그러게요.

▷ 김경래 : 한 가지 좀 더 여쭤보면 한국 영화가 사실 서구에서 보면 변방 아니겠습니까?

▶ 임권택 : 네?

▷ 김경래 : 변방, 변두리. 한국 영화가요.

▶ 임권택 : 그렇죠.

▷ 김경래 : 서구의 눈으로 보면.

▶ 임권택 : 네, 변두리였죠, 변두리.

▷ 김경래 : 그런데 이렇게 어떤 요새 영화제에서 상 타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인정을 받는 한국 영화만의 어떤 힘 이런 것들이 어떤 게 있을지 좀 감독님이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임권택 : 그런데 저는 우리 한국 영화인들이 재능이 없어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 김경래 : 원래도요?

▶ 임권택 : 네, 재능은 있었지만 경제적인 거, 또 검열이라는 그 엄청난 통제 저는 이런 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눅 들게 했고 기를 못 펴게 했던 건데 이제 어쨌거나 검열이 이제 완전히 완화가 되고 우리 한국이 좀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해 가고 이러면서 이렇게 영화도 같이 좋아졌거든요. 그렇게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 김경래 : 원래부터 우리의 저력들은 있었는데.

▶ 임권택 : 있었겠지만 그 재능을 마음껏 펴낼 그런 마당이 없었다는 거죠.

▷ 김경래 : 그런데 감독님, 뭐 후배들이나 후배 감독이나 배우들이나 아니면 또 제작자들, 기획자들 이런 사람들이 임권택 감독님이 이렇게 마음껏 쉬게 놔두지를 않을 것 같아요. 다음 작품 뭐 좀 언제 하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임권택 : 아니, 뭐 작은 이야기라도 뭔가 영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요. 뭐 이제 힘이 떨어져서 옛날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는 할 염두도 이제 못 내고요.

▷ 김경래 : 작은 영화를 한번 해볼 생각은 있으시다?

▶ 임권택 : 네, 한번 하려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영화팬들 다 기다릴 거예요.

▶ 임권택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임권택 : 네.

▷ 김경래 : 임권택 영화감독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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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임권택 “기생충 흥행 돌풍, 칸 수상작 징크스 깬 듯”
    • 입력 2019-06-03 11:10:47
    • 수정2019-06-03 11:12:57
    최강시사
- 작품상은 감독상과 달라... 영화의 총체적 수준이 최고라 평가받은 것
-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 보면서 ‘이런 좋은 감독도 있었구나.’ 생각
- <기생충> 대단히 재밌고 격조 높아. 칸 수상작은 ‘흥행 안 된다’는 징크스 깬 듯
- 내가 찍은 영화 대략 100편... 건강 허락하는 대로 작은 영화 찍고 싶어.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2>
■ 방송시간 : 6월 3일(월) 8:05~8:2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임권택 감독



▷ 김경래 : 봉준호 감독이 칸에서 황금종려상 받고 금의환향을 했는데 '기생충'이 주말에 300만 명을 넘겼다고 하죠, 관객 수가. 흥행도 굉장히 잘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올해 생각을 해 보면 한국 영화 100주년이라고 합니다. 이 100주년을 기념하는 어떤 선물 이런 느낌도 있어요. 100주년 기념 해서 여러 가지 지금 행사들, 조사들 이런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뭐랄까요, 100주년에 가장 훌륭한 감독님 뽑았는데 임권택 감독님이 뽑혔고요. 그리고 따져보면 칸의 문턱을 처음으로 두드렸던 분도 임권택 감독님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별로 안 좋아하실 수도 있지만 한국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 임권택 감독님 전화로 잠시 연결해서 최근 근황 좀 여쭤볼게요. 안녕하세요?

▶ 임권택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감독님 건강은 요즘 어떠십니까?

▶ 임권택 : 아이고, 그냥 나이만큼 그렇습니다.

▷ 김경래 : 지난주에 저희 PD가 전화를 해 보니까 목이 많이 아프다고 그러셔서요.

▶ 임권택 : 그래서 이게 방송을 해도 되는 목소리가 아닌데 약속이 되어서 지금 앉아 있는 겁니다.

▷ 김경래 : 방송에는 충분한 목소리인데 안 힘드셨으면 좋겠네요. 감독님 최근에 감독으로 작품을 내신 게 2014년에 화장이 지금까지는 마지막이었죠?

▶ 임권택 : 네, 그렇죠.

▷ 김경래 : 그 이후로는 지금 작업을 하고 계신 건 없고요?

▶ 임권택 : 지금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놀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아이고, 놀다니요. 이번에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 받았다는 소식 들으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감독님은.

▶ 임권택 : 우리 한국 영화계로서는 큰 경사를 만난 거죠. 그게 왜 그러냐면 우리나라에는 부산영화제며 뭐 몇 영화제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영화제를 하는 나라임에도, 그런 나라는 영화로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 나라인가 이런 거 볼 때는 좀 미흡했어요. 그런데 이제 칸 영화제에서 작품상이라고 하면 하여튼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거니까 비로소 이제 채워졌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 김경래 : 그런데 2002년도에 감독님이 이미 '취화선'이라는 작품으로 감독상을 받으셨잖아요.

▶ 임권택 : 네, 그러니까 감독상하고 작품상하고는 다르죠. 감독상은 영화 안에 여러 장르가 있는데 그중에 감독 부분, 물론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상을 탄 거고 이번 영화는 이 영화의 총체적인 부분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한 거니까 아주 경사입니다.

▷ 김경래 : 그래도 감독님은 지금은 아까 조금 작품을 쉬고 계시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그래도 2002년도에 감독상 받고 아, 젊은 시절에 내가 이 황금종려상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은 안 드셨습니까?

▶ 임권택 : 아니, 그런데 이제 제가 워낙 나이 들어서 영화제에 출품도 하고 했는데 점점 누군가가 후배 중에서 이런 작품상을 타는 이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또 근자에 와서 우리 영화들을 잘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그게 봉준호 감독이 탄 거죠.

▷ 김경래 : 봉준호 감독 영화 뭐 보신 거 기억나는 게 있으십니까, 혹시?

▶ 임권택 : 나는 봉준호 감독 거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이야, 이런 좋은 감독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만약에 외국에서 상을 타는 일이 있대도 이런 감독도 해당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 그때.

▷ 김경래 : 이번 영화는 혹시 아직 못 보셨죠?

▶ 임권택 : 이제 최근에 엊그제 봤어요.

▷ 김경래 : 보셨어요?

▶ 임권택 : 네.

▷ 김경래 : 어떻게 보셨습니까?

▶ 임권택 : 아니, 재미있게 봤어요.

▷ 김경래 : 그러세요?

▶ 임권택 : 제가 왜냐하면 칸 영화제에서 상을 타면 흥행이 안 되는 것처럼 아주 소문이 나 있는데.

▷ 김경래 : 그렇죠, 좀 영화가 어렵다 이런 느낌도 있고요.

▶ 임권택 : 네, 이 영화도 좀 그런 면이 있고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봉 감독 영화는 아주 재미도 있고 또 그런 징크스를 깨기도 했고 해서 너무 잘됐어요, 여러모로.

▷ 김경래 : 또 빨리 보셨네요.

▶ 임권택 : 네.

▷ 김경래 : 굉장히 좀 기특하다는 생각도 드실 것 같아요.

▶ 임권택 : 네, 기특하기도 하고 대단히 영화가 재미도 있고 상당히 격조도 높고 좋았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이게 뭐 아직 안 보신 분들 때문에 영화 내용을 이렇게 자세하게 여쭤보기는 좀 그래요. 그렇죠?

▶ 임권택 : 네, 그런데 저도 염려는 했어요. 칸에서 작품상을 받다 보면 흥행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굉장히 재미도 있었고 흥행도 될 만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봉준호 감독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임권택 감독님 이야기를 좀 여쭤볼게요. 이번에 씨네21 등등 해서 한국 영화 100년 정리를 하면서 한국 영화 100년을 대표하는 영화인 중에 감독으로는 임권택 감독님이 당연히 1위로 선정이 됐습니다. 그 말씀 들으시고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 임권택 : 아니, 그러니까요. 우리나라에는 영화감독도 많고 또 능력이 있는 감독들도 많고 하는데 내가 너무 일찍 시작했고 너무 늦게까지 제가 감독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겠죠, 뭐.

▷ 김경래 : 지금 감독님이 감독으로 만든 영화가 몇 편인지 혹시 꼽으실 수 있으세요?

▶ 임권택 : 한 100편 될 겁니다, 100편.

▷ 김경래 : 한 100편이요? 그중에 물론 뭐 너무 작품들이, 이번에 한국 영화 100대 영화를 정리할 때도 보니까 감독님 영화가 5개나 들어가 있어요, 사실. 제가 간단하게 말씀해 드리면,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만다라, 길소뜸, 씨받이, 서편제, 취화선' 이런 영화들이 들어가 있거든요. 뭐 이 5개뿐만 아니라 감독님이 생각하실 때 지금까지 만든, 앞으로도 더 만드시겠지만 지금까지 만든 내 최고의 작품은 뭐다 이렇게. 혹시 꼽으실 수 있겠습니까? 이게 참 어려운 질문인데.

▶ 임권택 : 그런데 참 이게 이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제 작품 중에 최고로 뽑으라면 어떤 작품이냐고 물을 때는 대답이 없어요. 왜 대답이 없냐 하면 모두가 뭔가 부족해도 부족한 겁니다, 제 안에서는. 그래서 완승을 향해서 간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는데 여하튼 부족해요, 어떤 영화든 간에. 단지 그래도 기억에 남고 뭐 하는 영화는 뭐냐 하면 서편제 가지고 우리 판소리로 흥행을 크게 시켰다는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랄까요? 나머지는 작품을 가지고는 하여튼 지금도 매번 함양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아까 5편 제가 말씀드리면서 순서를 잘못 말씀드렸어요. '짝코'가 또 들어가 있네요.

▶ 임권택 : 그것도 올라간 모양이네요.

▷ 김경래 : 그러니까 '취화선'보다는 평론가들은 짝코하고 아까 말씀드린 4편을 이렇게 선정했더라고요.

▶ 임권택 : 그렇게 되네요.

▷ 김경래 : 물론 이거는 다수결로 한 거라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닌데.

▶ 임권택 : 평론가들께 감사드립니다.

▷ 김경래 : 지금 아까 봉준호 감독님 영화를 이렇게 기특하게 보셨다고 했는데 이번에 수상할 때 보니까 송강호 배우한테 봉준호 감독이 이렇게 상을 바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임권택 감독님도 임권택 감독님의 페르소나 이런 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예전에 보면 저는 강수연 배우가 생각이 나고 그러는데 임권택 감독님이 가장 뭐랄까요. 아끼는 배우,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배우 그런 배우가 또 이것도 꼽기는 어렵겠지만 혹시 좀 생각나시는 게 있으십니까?

▶ 임권택 : 그런 것을 뽑았다가는 제가 나머지 여생이 편치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런 노력들이 이렇게 다 같이 이루어진 거죠. 뭐 물론 어떤 주연배우가 참 특별나게 잘한 영화도 없지 않아 있었을 테지만 저는 그 공조차도 다 같이 이루어낸 공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 김경래 : 제가 자꾸 우문만 드리고.

▶ 임권택 : 그러게요.

▷ 김경래 : 한 가지 좀 더 여쭤보면 한국 영화가 사실 서구에서 보면 변방 아니겠습니까?

▶ 임권택 : 네?

▷ 김경래 : 변방, 변두리. 한국 영화가요.

▶ 임권택 : 그렇죠.

▷ 김경래 : 서구의 눈으로 보면.

▶ 임권택 : 네, 변두리였죠, 변두리.

▷ 김경래 : 그런데 이렇게 어떤 요새 영화제에서 상 타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인정을 받는 한국 영화만의 어떤 힘 이런 것들이 어떤 게 있을지 좀 감독님이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임권택 : 그런데 저는 우리 한국 영화인들이 재능이 없어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 김경래 : 원래도요?

▶ 임권택 : 네, 재능은 있었지만 경제적인 거, 또 검열이라는 그 엄청난 통제 저는 이런 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눅 들게 했고 기를 못 펴게 했던 건데 이제 어쨌거나 검열이 이제 완전히 완화가 되고 우리 한국이 좀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해 가고 이러면서 이렇게 영화도 같이 좋아졌거든요. 그렇게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 김경래 : 원래부터 우리의 저력들은 있었는데.

▶ 임권택 : 있었겠지만 그 재능을 마음껏 펴낼 그런 마당이 없었다는 거죠.

▷ 김경래 : 그런데 감독님, 뭐 후배들이나 후배 감독이나 배우들이나 아니면 또 제작자들, 기획자들 이런 사람들이 임권택 감독님이 이렇게 마음껏 쉬게 놔두지를 않을 것 같아요. 다음 작품 뭐 좀 언제 하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임권택 : 아니, 뭐 작은 이야기라도 뭔가 영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요. 뭐 이제 힘이 떨어져서 옛날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는 할 염두도 이제 못 내고요.

▷ 김경래 : 작은 영화를 한번 해볼 생각은 있으시다?

▶ 임권택 : 네, 한번 하려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영화팬들 다 기다릴 거예요.

▶ 임권택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임권택 : 네.

▷ 김경래 : 임권택 영화감독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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