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고지서 맘편히 볼 수 있나…개편안 핵심은?

입력 2019.06.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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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 전력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전기요금 폭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7, 8월에 한해 누진제를 완화하는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를 발표했습니다. 3단계로 적용되는 누진제의 구간별 사용량 상한을 100kWh씩 올려 낮은 단가가 적용되는 범위를 한시적으로 넓힌 것입니다. 가구당 월평균 1만 원 정도의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봤지만, 일시적 감면에 그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여름철 폭염에 전기요금 걱정까지…올여름에는 다를까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민관 합동 '누진제 TF'꾸려 개편안 마련에 착수했고, 오늘(3일)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검토 중인 3개 대안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처럼 현행 3단계 누진제 구조를 유지하되 구간을 늘리는 방안 ▲3단계 누진제를 2단계로 줄이는 방안 ▲누진제를 폐지하고 연중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안은 여름철 요금 폭탄 방지에 중점을 둔 방안입니다. 현행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1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하고 2구간(201∼400kWh)에 187.9원을, 3구간(400kWh 초과)에는 280.6원을 부과합니다. TF가 내놓은 1안은 1구간 상한을 300kWh로, 2구간 상한을 450kWh로 각각 올리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상한을 높이면 약 1,500만~1,600만 가구가 한 달에 15~18%의 전기요금 할인을 받게 됩니다.

2안은 여름철에만 3단계 누진을 폐지해 누진 구간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방법입니다. 지금은 400kWh를 넘으면 kWh당 280.6원을 적용받는데, 이 개편안 대로면 187.9원을 적용받게 됩니다. 400kWh 넘게 쓰는 가구가 여름철 혜택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대상 가구는 폭염시는 609만 가구 정도이고 할인율은 15.4~17.2%입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연중 단일요금제' 적용시 1,400만 가구 요금 인상 불가피

3안은 '연중 단일요금제'입니다. 계절이나 사용량 구분 없이 kWh당 125.5원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누진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요금은 인상되고, 많이 쓰는 가구는 요금이 인하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350kWh인데, 200kWh 이하까지 기존 93.3원에서 변경 후 125.5원을 적용받게 되니 요금이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는 가구는 1,400만 가구로, 월 4,300원 정도를 더 부담하게 되고 인상률은 약 23%입니다. 반면 사용량이 350kWh를 넘는 상위 17%의 가구는 가구당 적게는 월 3,300원에서 많게는 4만 8610원을 할인받게 됩니다.

방안별 효과를 살펴보면, 간단히 말해 전기 사용량이 350kWh를 넘지 않는 가구는 1안 또는 2안이 유리하고, 350kWh가 넘는 가구는 3안이 이득이 됩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어느 한쪽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누진제 TF는 오늘 토론회 이후 공청회와 온라인게시판을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안에 한전에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한편에선 소비자 혜택만 늘려 3분기 연속 쌓이고 있는 한전의 적자가 더 심해진다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누구를 위한 요금제 개편? …취약계층 지원책 마련돼야!

소비자 부담 경감과 한전의 적자 해소 모두 필요하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전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공재라는 것입니다. 전기요금제 개편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폭염은 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누진제 TF가 내놓은 3가지 대안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견 수렴과정을 통해 충분히 보완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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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료 고지서 맘편히 볼 수 있나…개편안 핵심은?
    • 입력 2019-06-03 17:14:33
    취재K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 전력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전기요금 폭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7, 8월에 한해 누진제를 완화하는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를 발표했습니다. 3단계로 적용되는 누진제의 구간별 사용량 상한을 100kWh씩 올려 낮은 단가가 적용되는 범위를 한시적으로 넓힌 것입니다. 가구당 월평균 1만 원 정도의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봤지만, 일시적 감면에 그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여름철 폭염에 전기요금 걱정까지…올여름에는 다를까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민관 합동 '누진제 TF'꾸려 개편안 마련에 착수했고, 오늘(3일)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검토 중인 3개 대안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처럼 현행 3단계 누진제 구조를 유지하되 구간을 늘리는 방안 ▲3단계 누진제를 2단계로 줄이는 방안 ▲누진제를 폐지하고 연중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안은 여름철 요금 폭탄 방지에 중점을 둔 방안입니다. 현행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1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하고 2구간(201∼400kWh)에 187.9원을, 3구간(400kWh 초과)에는 280.6원을 부과합니다. TF가 내놓은 1안은 1구간 상한을 300kWh로, 2구간 상한을 450kWh로 각각 올리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상한을 높이면 약 1,500만~1,600만 가구가 한 달에 15~18%의 전기요금 할인을 받게 됩니다.

2안은 여름철에만 3단계 누진을 폐지해 누진 구간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방법입니다. 지금은 400kWh를 넘으면 kWh당 280.6원을 적용받는데, 이 개편안 대로면 187.9원을 적용받게 됩니다. 400kWh 넘게 쓰는 가구가 여름철 혜택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대상 가구는 폭염시는 609만 가구 정도이고 할인율은 15.4~17.2%입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연중 단일요금제' 적용시 1,400만 가구 요금 인상 불가피

3안은 '연중 단일요금제'입니다. 계절이나 사용량 구분 없이 kWh당 125.5원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누진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요금은 인상되고, 많이 쓰는 가구는 요금이 인하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350kWh인데, 200kWh 이하까지 기존 93.3원에서 변경 후 125.5원을 적용받게 되니 요금이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는 가구는 1,400만 가구로, 월 4,300원 정도를 더 부담하게 되고 인상률은 약 23%입니다. 반면 사용량이 350kWh를 넘는 상위 17%의 가구는 가구당 적게는 월 3,300원에서 많게는 4만 8610원을 할인받게 됩니다.

방안별 효과를 살펴보면, 간단히 말해 전기 사용량이 350kWh를 넘지 않는 가구는 1안 또는 2안이 유리하고, 350kWh가 넘는 가구는 3안이 이득이 됩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어느 한쪽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누진제 TF는 오늘 토론회 이후 공청회와 온라인게시판을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안에 한전에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한편에선 소비자 혜택만 늘려 3분기 연속 쌓이고 있는 한전의 적자가 더 심해진다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누구를 위한 요금제 개편? …취약계층 지원책 마련돼야!

소비자 부담 경감과 한전의 적자 해소 모두 필요하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전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공재라는 것입니다. 전기요금제 개편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폭염은 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누진제 TF가 내놓은 3가지 대안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견 수렴과정을 통해 충분히 보완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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