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총수 학벌 지키자”…조원태 회장 보호 ‘안간힘’

입력 2019.06.04 (16:16) 수정 2019.06.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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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면에 나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IATA 총회 이끌어

故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받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서울에서 처음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차 연차총회에서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 자격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 의장을 맡아 회의를 이끌었다. 조 회장은 IATA의 최고 정책심의·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에 선임됐다. 이와 함께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회장단 의장으로도 선출되며 국제항공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 자리에서 조원태 회장은 향후 창업주 조중훈 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인 '수송보국'을 이어 간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도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물려받지 못한 자리가 있다. 바로 인하대학교와 항공대학교를 운영하는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 자리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에는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선임됐다.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한 현정택 신임 이사장은 조양호 전 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하는 등 고인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의 '키 플레이어' 정석인하학원

한진그룹의 후계승계 구도를 고려한다면 정석인하학원은 단순한 사학재단이 아니다. 정석인하학원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2.14%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지분 17.84% 가운데 조원태와 조현아, 조현민 삼 남매에게 돌아가는 지분이 각각 3.95%인 점을 감안하면 정석인하학원의 2.14% 지분은 결코 적은 비중이 아니다. 정석인하학원은 대한항공 지분 역시 2.73%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지분 구도는 조양호 전 회장이 생전에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인하대학교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특수관계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 인하대병원 커피숍 운영 배임 의혹, 일우재단(이명희 이사장)의 장학금 유용 등이 적발됐는데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조양호 전 회장의 재단 이사장 직위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사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조양호 전 회장은 정석인하학원을 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이사장 직위 취소도, 행정소송도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조원태 회장 학위 지키기 위해 시간 끌기?"

교육부와 한진그룹의 악연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인하대 학위취소 처분과 이를 둘러싼 갈등이다.

조원태 회장은 미국에서 2년제 대학인 힐버 칼리지 대학을 다니다가 1998년 인하대 경영학과에 편입학했다. 하지만 편입학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 고발 등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특별감사를 벌여 조 회장은 이수학점과 평점이 졸업요건에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인하대로의 편입학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인하대에 학위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인하대의 운영재단인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교육부 통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정석인하학원은 행정소송을 돌연 취하하고, 지난 1월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조원태 회장의 학위 취소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은 청구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심리기일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피청구인인 교육부의 답변서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됐으나, 청구인인 정석인하학원 측이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연기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행정심판의 법적 처리 기간인 최대 90일은 이미 한참 지났다. 현재로서는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조차 기약할 수 없다. 행정심판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조원태 회장의 학위 취소 통보에 대한 적법 여부는 대체 언제 결론이 날지 요원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조원태 회장의 부정 편입학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인하대 총학생회동문회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의 학위는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이제는 인하대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학위 취소를 막기 위해 한진그룹과 재단 측이 시간만 계속 끄는 셈"이라고 말했다.

행정소송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정석인하학원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측이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정원 감축 등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다면서도 학위 취소에 대한 최종 이행은 학교 측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인하대와 재단 측이 조원태 회장의 학위 취소 통보를 따르지 않는다면 애꿎은 재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인하대와 정석인하학원, 대한항공 측은 조원태 회장의 학위취소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행정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6월 4일 현재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 게시된 조원태 회장의 공식 학력은 여전히 '인하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로 되어 있다.

만약 조원태 회장의 인하대학교 학사 학위가 최종 취소되면, 조원태 회장이 취득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경영학 석사 학위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조양호 전 회장은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재단 이사를 맡아 20년 넘게 활동해오면서 상당한 금액을 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조현민 3남매는 모두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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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4 16:16:27
    • 수정2019-06-04 16:58:46
    취재K
경영 전면에 나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IATA 총회 이끌어

故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받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서울에서 처음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차 연차총회에서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 자격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 의장을 맡아 회의를 이끌었다. 조 회장은 IATA의 최고 정책심의·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에 선임됐다. 이와 함께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회장단 의장으로도 선출되며 국제항공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 자리에서 조원태 회장은 향후 창업주 조중훈 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인 '수송보국'을 이어 간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도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물려받지 못한 자리가 있다. 바로 인하대학교와 항공대학교를 운영하는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 자리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에는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선임됐다.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한 현정택 신임 이사장은 조양호 전 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하는 등 고인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의 '키 플레이어' 정석인하학원

한진그룹의 후계승계 구도를 고려한다면 정석인하학원은 단순한 사학재단이 아니다. 정석인하학원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2.14%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지분 17.84% 가운데 조원태와 조현아, 조현민 삼 남매에게 돌아가는 지분이 각각 3.95%인 점을 감안하면 정석인하학원의 2.14% 지분은 결코 적은 비중이 아니다. 정석인하학원은 대한항공 지분 역시 2.73%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지분 구도는 조양호 전 회장이 생전에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인하대학교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특수관계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 인하대병원 커피숍 운영 배임 의혹, 일우재단(이명희 이사장)의 장학금 유용 등이 적발됐는데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조양호 전 회장의 재단 이사장 직위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사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조양호 전 회장은 정석인하학원을 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이사장 직위 취소도, 행정소송도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조원태 회장 학위 지키기 위해 시간 끌기?"

교육부와 한진그룹의 악연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인하대 학위취소 처분과 이를 둘러싼 갈등이다.

조원태 회장은 미국에서 2년제 대학인 힐버 칼리지 대학을 다니다가 1998년 인하대 경영학과에 편입학했다. 하지만 편입학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 고발 등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특별감사를 벌여 조 회장은 이수학점과 평점이 졸업요건에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인하대로의 편입학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인하대에 학위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인하대의 운영재단인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교육부 통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정석인하학원은 행정소송을 돌연 취하하고, 지난 1월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조원태 회장의 학위 취소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은 청구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심리기일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피청구인인 교육부의 답변서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됐으나, 청구인인 정석인하학원 측이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연기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행정심판의 법적 처리 기간인 최대 90일은 이미 한참 지났다. 현재로서는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조차 기약할 수 없다. 행정심판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조원태 회장의 학위 취소 통보에 대한 적법 여부는 대체 언제 결론이 날지 요원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조원태 회장의 부정 편입학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인하대 총학생회동문회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의 학위는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이제는 인하대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학위 취소를 막기 위해 한진그룹과 재단 측이 시간만 계속 끄는 셈"이라고 말했다.

행정소송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정석인하학원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측이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정원 감축 등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다면서도 학위 취소에 대한 최종 이행은 학교 측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인하대와 재단 측이 조원태 회장의 학위 취소 통보를 따르지 않는다면 애꿎은 재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인하대와 정석인하학원, 대한항공 측은 조원태 회장의 학위취소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행정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6월 4일 현재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 게시된 조원태 회장의 공식 학력은 여전히 '인하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로 되어 있다.

만약 조원태 회장의 인하대학교 학사 학위가 최종 취소되면, 조원태 회장이 취득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경영학 석사 학위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조양호 전 회장은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재단 이사를 맡아 20년 넘게 활동해오면서 상당한 금액을 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조현민 3남매는 모두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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