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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닫혀도 국회 숲은 열려 있습니다
입력 2019.06.04 (18:59) 수정 2019.06.04 (19:00) 취재K
6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4일 국회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숲 해설가와 함께 국회 안 나무들의 생태와 역사 등을 관람하는 숲 해설 참관 행사입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찬길 숲 해설가의 해설을 따라 9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던 5월 13일, 국회사무처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숲 해설 프로그램에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정찬길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숲 해설 프로그램에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정찬길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 안 나무 17만 2,800그루…진짜 식물 국회였네!

여야의 극렬 대치와 거듭되는 국회 파행으로 '동물 국회', '식물 국회'라는 오명이 붙기도 하지만, 실제 국회 안엔 다양한 식물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무궁화 6,000그루, 반송 73그루, 금강소나무 80그루 등 120종 17만 2,800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갖가지 야생화까지 더한다면 문자 그대로 '식물 국회'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국회 해태상에서 처음 출발한 숲 해설의 첫 나무는 '반송(盤松)'이었습니다. 반송 8그루는 해태상을 기준으로 본관 건물을 향해 잔디광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소나무 이름이 반송인 이유는 소반 위에 올려져 있는 고봉 밥그릇처럼 생겨서라고 합니다. 반송은 뿌리에서부터 여러 줄기가 뻗어져 나와 다산과 다복을 상징한다고 해서 조선 시대에는 중국 사신을 맞이했던 모화루 뒤편에도 다수 심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진 해설 대상은 무궁화였습니다. 비록 법률로 지정된 국화(國花)는 아니지만, 통일신라 시대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최치원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엔 신라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의 나라라고 표현한 기록이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무궁화는 나라꽃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무궁화는 크게 단심계, 배달계, 아사달계로 구분됩니다. 꽃이 한 번 피면 하루 만에 지고, 뒤이어 곧바로 또 다른 꽃봉오리가 피어서 꽃 이름이 '무궁화'라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해설사는 일본이 일제 강점기 당시 무궁화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나라꽃의 지위를 떨어뜨리려 했다는 설도 소개했습니다.

국회 사랑재 앞에 심어져 있는 백송. 소나무과의 상록 침엽 교목이다.국회 사랑재 앞에 심어져 있는 백송. 소나무과의 상록 침엽 교목이다.

향나무 본 국회 사무총장 "국회도 중진이 되면 부드러워야 하는데…"

국회 본관 앞에는 금강소나무가 다수 심어져 있습니다. 2007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기증했다고 합니다. 다만 본래 금강소나무의 자생지가 주로 고지대인 만큼, 국회 앞 금강소나무들은 다른 지역 소나무들보다 제대로 자라고 있지 못하다는 생태학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는 부연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숲 해설가는 2013년 경복궁 근정전을 보수 작업 당시 주 기둥 4개 중 하나만 온전히 남아 있었는데 그 기둥의 재료가 금강소나무였다며, 다른 나무에 비해 월등히 튼튼하고 잘 썩지 않아 예로부터 선조들이 중요 건축물의 자재로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회 사랑재로 이동하던 중 '화합의 꽃밭'이라는 이름의 꽃밭이 눈에 띄었습니다. 꽃밭 앞에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4월 3일, 식목일을 앞두고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129명의 국회의원이 기증한 81종 15,000본의 각 지역 자생화와 수목으로 조성된 화단으로 여야 간 화합과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쓰인 팻말이 놓여 있었습니다.

팻말을 본 유인태 사무총장은 여야 대치 상황을 의식한 듯 나지막이 "심어봐야 헛것"이라 말하며 눈길을 돌렸습니다. 유 사무총장은 국회 본관 우측에 심어져 있는 향나무에 대한 해설을 들은 뒤에도 쓴소리를 했습니다. 숲 해설사가 "향나무의 새로 난 잎은 가시처럼 뾰족한데, 7~8년이 된 잎은 표면적을 넓혀 만져도 부드럽다"고 설명하자 유 사무총장은 "국회도 중진 (의원)이 되면 부드러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꼬집었습니다.

2009년 4월 3일 국회 안에 조성된 ‘화합의 꽃밭’의 팻말.2009년 4월 3일 국회 안에 조성된 ‘화합의 꽃밭’의 팻말.

"국회를 사랑하게 됐다더라"…국회 말고 나무만?

90분간 진행된 국회 숲 해설은 꼬일 대로 꼬인 국회 상황과 달리 생기 넘치고 흥미진진했습니다. 관람코스는 90분이 소요되는 전체 코스 외에도 잔디마당 및 사랑재 코스(40분), 헌정기념관 코스(40분)도 있어 세 가지 중 선택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숲 해설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두 차례 운영됩니다.

관람하기 위해선 사전 예약이 필수적입니다. 국회 방문자센터 홈페이지(http://memorial.assembly.go.kr)나 '국회관람' 애플리케이션에서 관람 희망일 3개월 전부터 3일 전까지 예약할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국회 방문자센터 홈페이지

국회 숲 해설가는 총 3명입니다. 오늘 해설을 담당한 정찬길 숲 해설가는 "국회 숲 해설은 생태적 관점보다는 역사적, 문화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데 방점을 맞췄다"며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정 해설가는 과거 숲 해설 관람을 마친 한 주민의 소감을 대신 전하기도 했는데요. "전에는 국회의원들이 싸워서 보기도 싫었는데 숲 해설을 참가한 뒤로 국회를 사랑하게 됐다"는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유 사무총장은 "국회가 아니라 국회 나무만 사랑하게 된 것 아니냐"며 머쓱하게 웃었습니다. 여야는 오늘도 합의 문구와 회동 형식을 두고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국회 숲은 열린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데 국회는 언제쯤 열리게 될까요?
  • 국회는 닫혀도 국회 숲은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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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6-04 19:00:28
    취재K
6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4일 국회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숲 해설가와 함께 국회 안 나무들의 생태와 역사 등을 관람하는 숲 해설 참관 행사입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찬길 숲 해설가의 해설을 따라 9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던 5월 13일, 국회사무처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숲 해설 프로그램에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정찬길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숲 해설 프로그램에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정찬길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 안 나무 17만 2,800그루…진짜 식물 국회였네!

여야의 극렬 대치와 거듭되는 국회 파행으로 '동물 국회', '식물 국회'라는 오명이 붙기도 하지만, 실제 국회 안엔 다양한 식물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무궁화 6,000그루, 반송 73그루, 금강소나무 80그루 등 120종 17만 2,800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갖가지 야생화까지 더한다면 문자 그대로 '식물 국회'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국회 해태상에서 처음 출발한 숲 해설의 첫 나무는 '반송(盤松)'이었습니다. 반송 8그루는 해태상을 기준으로 본관 건물을 향해 잔디광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소나무 이름이 반송인 이유는 소반 위에 올려져 있는 고봉 밥그릇처럼 생겨서라고 합니다. 반송은 뿌리에서부터 여러 줄기가 뻗어져 나와 다산과 다복을 상징한다고 해서 조선 시대에는 중국 사신을 맞이했던 모화루 뒤편에도 다수 심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진 해설 대상은 무궁화였습니다. 비록 법률로 지정된 국화(國花)는 아니지만, 통일신라 시대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최치원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엔 신라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의 나라라고 표현한 기록이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무궁화는 나라꽃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무궁화는 크게 단심계, 배달계, 아사달계로 구분됩니다. 꽃이 한 번 피면 하루 만에 지고, 뒤이어 곧바로 또 다른 꽃봉오리가 피어서 꽃 이름이 '무궁화'라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해설사는 일본이 일제 강점기 당시 무궁화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나라꽃의 지위를 떨어뜨리려 했다는 설도 소개했습니다.

국회 사랑재 앞에 심어져 있는 백송. 소나무과의 상록 침엽 교목이다.국회 사랑재 앞에 심어져 있는 백송. 소나무과의 상록 침엽 교목이다.

향나무 본 국회 사무총장 "국회도 중진이 되면 부드러워야 하는데…"

국회 본관 앞에는 금강소나무가 다수 심어져 있습니다. 2007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기증했다고 합니다. 다만 본래 금강소나무의 자생지가 주로 고지대인 만큼, 국회 앞 금강소나무들은 다른 지역 소나무들보다 제대로 자라고 있지 못하다는 생태학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는 부연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숲 해설가는 2013년 경복궁 근정전을 보수 작업 당시 주 기둥 4개 중 하나만 온전히 남아 있었는데 그 기둥의 재료가 금강소나무였다며, 다른 나무에 비해 월등히 튼튼하고 잘 썩지 않아 예로부터 선조들이 중요 건축물의 자재로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회 사랑재로 이동하던 중 '화합의 꽃밭'이라는 이름의 꽃밭이 눈에 띄었습니다. 꽃밭 앞에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4월 3일, 식목일을 앞두고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129명의 국회의원이 기증한 81종 15,000본의 각 지역 자생화와 수목으로 조성된 화단으로 여야 간 화합과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쓰인 팻말이 놓여 있었습니다.

팻말을 본 유인태 사무총장은 여야 대치 상황을 의식한 듯 나지막이 "심어봐야 헛것"이라 말하며 눈길을 돌렸습니다. 유 사무총장은 국회 본관 우측에 심어져 있는 향나무에 대한 해설을 들은 뒤에도 쓴소리를 했습니다. 숲 해설사가 "향나무의 새로 난 잎은 가시처럼 뾰족한데, 7~8년이 된 잎은 표면적을 넓혀 만져도 부드럽다"고 설명하자 유 사무총장은 "국회도 중진 (의원)이 되면 부드러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꼬집었습니다.

2009년 4월 3일 국회 안에 조성된 ‘화합의 꽃밭’의 팻말.2009년 4월 3일 국회 안에 조성된 ‘화합의 꽃밭’의 팻말.

"국회를 사랑하게 됐다더라"…국회 말고 나무만?

90분간 진행된 국회 숲 해설은 꼬일 대로 꼬인 국회 상황과 달리 생기 넘치고 흥미진진했습니다. 관람코스는 90분이 소요되는 전체 코스 외에도 잔디마당 및 사랑재 코스(40분), 헌정기념관 코스(40분)도 있어 세 가지 중 선택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숲 해설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두 차례 운영됩니다.

관람하기 위해선 사전 예약이 필수적입니다. 국회 방문자센터 홈페이지(http://memorial.assembly.go.kr)나 '국회관람' 애플리케이션에서 관람 희망일 3개월 전부터 3일 전까지 예약할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국회 방문자센터 홈페이지

국회 숲 해설가는 총 3명입니다. 오늘 해설을 담당한 정찬길 숲 해설가는 "국회 숲 해설은 생태적 관점보다는 역사적, 문화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데 방점을 맞췄다"며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정 해설가는 과거 숲 해설 관람을 마친 한 주민의 소감을 대신 전하기도 했는데요. "전에는 국회의원들이 싸워서 보기도 싫었는데 숲 해설을 참가한 뒤로 국회를 사랑하게 됐다"는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유 사무총장은 "국회가 아니라 국회 나무만 사랑하게 된 것 아니냐"며 머쓱하게 웃었습니다. 여야는 오늘도 합의 문구와 회동 형식을 두고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국회 숲은 열린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데 국회는 언제쯤 열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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