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사고로 3명 사망…‘조현병’이 뭐길래

입력 2019.06.05 (12:25) 수정 2019.06.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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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절한 뉴스는 고속도로에서 찍힌 CCTV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화물차가 비상등을 켜고 급하게 차선을 옮깁니다.

1차선에 역주행하는 소형 화물차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중앙분리대에 바짝 붙어 아찔한 역주행을 계속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도 갓길을 역주행합니다.

대형 화물차들은 간신히 비켜갔지만 뒤따르던 승용차는 피하지 못하고 역주행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40살 박모 씨 조수석에는 세살배기 아들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마주오다 충돌한 차량 운전자는 29살 여성 최모 씨였습니다.

이들 3명은 사고 직후 모두 숨졌습니다.

사고 현장에는 세살 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곰돌이 인형과 보행기가 발견됐습니다.

피해자 차량 안에선 이달 말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 여러 장이 나왔습니다.

숨진 최 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습니다.

박 씨는 왜 아들을 태우고 고속도로 역주행이란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이유는 박 씨 아내의 신고로 밝혀졌습니다.

어제 오전 경남경찰청에 걸려 온 박 씨 아내의 신고 전화.

내용은요, “남편이 조현병 치료를 받은 환자인데 최근에 약을 먹지 않아 위험하다”, “새벽 2시까지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남편과 아이가 없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신고가 접수된 건 사고 발생 8분 전이었습니다.

경찰 설명 들어보시죠.

[고봉서/충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장 : "남편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그 정도로 공조요청이 들어왔어요."]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질환 중 하나가 조현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현(調絃),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이죠.

아직 조율되지 않은, 불안한 악기의 상태를 환자에 빗대 표현한건데,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습니다.

이 단어에 갖는 사람들의 거부감을 완화하고자 병명을 바꿨지만 최근 잇달아 발생한 범죄에 의해 조현병에 대한 인식은 공포의 이미지에 가까워졌습니다.

지난 4월 진주에서 벌어진 아파트 방화 살해 사건 기억하시죠.

피의자 안인득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총 21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안 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60여 차례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같은 달엔 조현병을 앓던 10대가 층간 소음을 이유로 윗층 할머니를 찔러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앞서 보도해드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 역시 조현병을 앓았던 이력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현병의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망상과 환각입니다.

망상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갖고 믿는 것이죠.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믿는 '피해 망상'이 대표적입니다.

앞서 보신 10대 조현병 환자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할머니가 내 머릿속에 들어온다"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증상인 환각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경험하는 겁니다.

여러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환청'이 가장 흔합니다.

망상과 환각 두 증상 모두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현병은 ‘믿지 못하는’ 병입니다.

그러기에 병원 치료도 의사의 처방도 믿지 않습니다.

자신이 병이 없는데 왜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때문에 환자들은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주 방화 사건이나 이번 역주행 사고 모두 조현병 치료를 중단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현재로선 최선의 범죄 예방책이란 얘깁니다.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죠.

[우영섭/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초기부터 치료를 받지 않무엇고 방치된 경우 나중에 치료 효과도 떨어지고 치료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사회적 관심과 치료 시스템 물론 중요합니다.

최근 이른바 '임세원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자신이 치료하던 정신질환자에게 숨진 고 임세원 교수의 이름을 딴 법안이죠.

자해 또는 타해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퇴원할 경우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알려 적극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0만 명 뿐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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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주행 사고로 3명 사망…‘조현병’이 뭐길래
    • 입력 2019-06-05 12:32:48
    • 수정2019-06-05 1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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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절한 뉴스는 고속도로에서 찍힌 CCTV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화물차가 비상등을 켜고 급하게 차선을 옮깁니다.

1차선에 역주행하는 소형 화물차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중앙분리대에 바짝 붙어 아찔한 역주행을 계속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도 갓길을 역주행합니다.

대형 화물차들은 간신히 비켜갔지만 뒤따르던 승용차는 피하지 못하고 역주행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40살 박모 씨 조수석에는 세살배기 아들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마주오다 충돌한 차량 운전자는 29살 여성 최모 씨였습니다.

이들 3명은 사고 직후 모두 숨졌습니다.

사고 현장에는 세살 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곰돌이 인형과 보행기가 발견됐습니다.

피해자 차량 안에선 이달 말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 여러 장이 나왔습니다.

숨진 최 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습니다.

박 씨는 왜 아들을 태우고 고속도로 역주행이란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이유는 박 씨 아내의 신고로 밝혀졌습니다.

어제 오전 경남경찰청에 걸려 온 박 씨 아내의 신고 전화.

내용은요, “남편이 조현병 치료를 받은 환자인데 최근에 약을 먹지 않아 위험하다”, “새벽 2시까지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남편과 아이가 없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신고가 접수된 건 사고 발생 8분 전이었습니다.

경찰 설명 들어보시죠.

[고봉서/충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장 : "남편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그 정도로 공조요청이 들어왔어요."]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질환 중 하나가 조현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현(調絃),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이죠.

아직 조율되지 않은, 불안한 악기의 상태를 환자에 빗대 표현한건데,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습니다.

이 단어에 갖는 사람들의 거부감을 완화하고자 병명을 바꿨지만 최근 잇달아 발생한 범죄에 의해 조현병에 대한 인식은 공포의 이미지에 가까워졌습니다.

지난 4월 진주에서 벌어진 아파트 방화 살해 사건 기억하시죠.

피의자 안인득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총 21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안 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60여 차례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같은 달엔 조현병을 앓던 10대가 층간 소음을 이유로 윗층 할머니를 찔러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앞서 보도해드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 역시 조현병을 앓았던 이력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현병의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망상과 환각입니다.

망상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갖고 믿는 것이죠.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믿는 '피해 망상'이 대표적입니다.

앞서 보신 10대 조현병 환자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할머니가 내 머릿속에 들어온다"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증상인 환각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경험하는 겁니다.

여러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환청'이 가장 흔합니다.

망상과 환각 두 증상 모두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현병은 ‘믿지 못하는’ 병입니다.

그러기에 병원 치료도 의사의 처방도 믿지 않습니다.

자신이 병이 없는데 왜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때문에 환자들은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주 방화 사건이나 이번 역주행 사고 모두 조현병 치료를 중단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현재로선 최선의 범죄 예방책이란 얘깁니다.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죠.

[우영섭/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초기부터 치료를 받지 않무엇고 방치된 경우 나중에 치료 효과도 떨어지고 치료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사회적 관심과 치료 시스템 물론 중요합니다.

최근 이른바 '임세원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자신이 치료하던 정신질환자에게 숨진 고 임세원 교수의 이름을 딴 법안이죠.

자해 또는 타해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퇴원할 경우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알려 적극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0만 명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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