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은둔형 외톨이’ 만든 취업 빙하기…우리 20년 후는?
입력 2019.06.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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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취업빙하기'...일본 특유의 신입 중심 채용 시장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취업빙하기 세대의 비극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한국 사회의 20년 후는?
「취업빙하기 세대 - 취직난이 있었던 1990년대 후반경부터 약 10년간은 '취업빙하기'라고 불리며 이때 대학 등을 졸업하고 현재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사람을 취업빙하기 세대라고 한다. 버블 경제 붕괴 후 경기 후퇴로 기업이 신규 채용을 잘 하지 않은 탓에, 졸업 후에도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돼 정규 사원이 된 경우도 있지만, 비정규직 기간이 길어져, 충분히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어 안정적인 직업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최초의 실패에서 자신감을 잃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사람도 있다. (요미우리 신문 5월 30일)」
최근 일본을 강타한 은둔형 외톨이와 관련된 사건의 배경에는 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무너지면서 제때 취업을 하지 못한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취업을 못 해 결국 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외부와 단절한 삶을 살아오다 이제는 사회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침체가 개인에게 미치는 심각한 영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구조적 흐름, 그리고 한국 사회에 알리는 경고음을 살펴본다.
'취업빙하기'...일본 특유의 신입 중심 채용 시장
취업빙하기 세대가 탄생한 이유로는 일본 특유의 신입사원 중심의 채용 시장 특성을 들 수 있다.
대졸 취업자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의 채용 시장은 대학교 3학년 봄에 시작하는 취업설명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기업마다 단계별 과정을 거쳐, 대개 대학 4학년 봄에는 채용이 이미 내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기가 나쁠 경우 뽑는 수가 줄어들 수는 있으나, 일본 기업들의 신규 사원 채용 패턴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기업에 채용될 확률이 상당 부분 낮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취업 재수생에게는 대학에 재학하면서 채용 시장을 두드리는 이들보다 기회가 적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른바 '현역, 졸업자' 우선의 경향은 대학 입시에서도 나타났는데, 도쿄의대 등 일본 의대들의 입시 부정 사건에서 여성 차별이 주목받기는 했으나 많은 대학이 이른바 재수생, 삼수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점수를 적게 부여해 탈락시킨 것도 일본 사회의 이 같은 성향을 보여준다.
결국, 일본 사회에서는 한번 탈락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의미와 통하게 된다.
파견 사원을 지원하는 '파견 유니언'의 세키네 서기장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채용해 사내에서 키운다는 기업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에 오래 일한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어렵다. 정규직을 희망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비정규직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본 사회의 이러한 편향성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것이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다.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와 아시아를 덮친 IMF 통화 위기 등으로 취업문이 극히 좁아진 상황에서 취업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을 졸업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됐고, 이후 다시 기업문을 두드려도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사회적, 구조적 패자가 돼버린 세대들이다.
일본의 35~44세 인구는 약 1,700만 명이며 이중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317만 명, 또 구직에 나서지 않는 사람도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실정이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취업빙하기 세대의 비극
취업빙하기 세대는 당시 취업을 못 한 세대에 더해 경제적 상황으로 직장을 잃은 뒤 장기간 재취업을 못 한 세대까지 포함할 경우 그 폭이 50대까지 훌쩍 포함한다.
그리고 그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은둔형 외톨이 이른바 '히키코모리'의 출연이다.
취업빙하기가 시작되던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은둔형 외톨이는 각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고, 당시 20~30대였던 당사자들은 이후 20여 년이 흘러 이제는 40~50대의 중장년이 됐다.
일하지 않고 부모의 수입 등에 의존해 사는 이들 세대가 결국 미래 사회보장비 등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한 일본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61만 명.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되는 사람의 수로, 이 숫자 자체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15세~39세까지의 은둔형 외톨이가 54만여 명으로 조사된 만큼 오히려 나이가 많은 쪽에 히키코모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한국 사회의 20년 후는?
일본에서는 최근 충격적인 사고 두 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에서 은둔형 외톨이였던 51살의 남자가 흉기를 양손에 들고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을 덮쳐, 초등학교 여학생 1명과 학부모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전 농림부 차관이 히키코모리 성향의 아들을 집에서 흉기로 십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숨진 아들은 44세로 은둔형 외톨이 성향에 가정 내에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아버지의 진술이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히키코모리의 경우 내부로 파고드는 성향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처럼 타인을 위해 하는 성향이 드러난 경우들이 이번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가와사키 사건의 경우 '확대 자살'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취업 빙하기 세대'의 취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으로 3년간 이 세대 30만 명의 고용을 늘리고 100만 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 하지만 이렇듯 밀어내기식 취업 장려책이 이미 사회에서 수많은 상처를 안은 이 세대에게 어느 정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거기에 여전히 신규 채용자 이외의 인물에게 배타적인 일본 기업의 벽도 존재한다.
최근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1.5%(2019년 4월 기준, 통계청) 과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업자 수도 50만 7천 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 세대가 맞이할 20년 뒤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이 현재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미래의 문제임도 알아야 함을 일본 사회가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본을 강타한 은둔형 외톨이와 관련된 사건의 배경에는 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무너지면서 제때 취업을 하지 못한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취업을 못 해 결국 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외부와 단절한 삶을 살아오다 이제는 사회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침체가 개인에게 미치는 심각한 영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구조적 흐름, 그리고 한국 사회에 알리는 경고음을 살펴본다.
'취업빙하기'...일본 특유의 신입 중심 채용 시장
취업빙하기 세대가 탄생한 이유로는 일본 특유의 신입사원 중심의 채용 시장 특성을 들 수 있다.
대졸 취업자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의 채용 시장은 대학교 3학년 봄에 시작하는 취업설명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기업마다 단계별 과정을 거쳐, 대개 대학 4학년 봄에는 채용이 이미 내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기가 나쁠 경우 뽑는 수가 줄어들 수는 있으나, 일본 기업들의 신규 사원 채용 패턴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기업에 채용될 확률이 상당 부분 낮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취업 재수생에게는 대학에 재학하면서 채용 시장을 두드리는 이들보다 기회가 적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른바 '현역, 졸업자' 우선의 경향은 대학 입시에서도 나타났는데, 도쿄의대 등 일본 의대들의 입시 부정 사건에서 여성 차별이 주목받기는 했으나 많은 대학이 이른바 재수생, 삼수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점수를 적게 부여해 탈락시킨 것도 일본 사회의 이 같은 성향을 보여준다.
결국, 일본 사회에서는 한번 탈락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의미와 통하게 된다.
파견 사원을 지원하는 '파견 유니언'의 세키네 서기장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채용해 사내에서 키운다는 기업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에 오래 일한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어렵다. 정규직을 희망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비정규직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본 사회의 이러한 편향성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것이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다.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와 아시아를 덮친 IMF 통화 위기 등으로 취업문이 극히 좁아진 상황에서 취업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을 졸업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됐고, 이후 다시 기업문을 두드려도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사회적, 구조적 패자가 돼버린 세대들이다.
일본의 35~44세 인구는 약 1,700만 명이며 이중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317만 명, 또 구직에 나서지 않는 사람도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실정이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취업빙하기 세대의 비극
취업빙하기 세대는 당시 취업을 못 한 세대에 더해 경제적 상황으로 직장을 잃은 뒤 장기간 재취업을 못 한 세대까지 포함할 경우 그 폭이 50대까지 훌쩍 포함한다.
그리고 그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은둔형 외톨이 이른바 '히키코모리'의 출연이다.
취업빙하기가 시작되던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은둔형 외톨이는 각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고, 당시 20~30대였던 당사자들은 이후 20여 년이 흘러 이제는 40~50대의 중장년이 됐다.
일하지 않고 부모의 수입 등에 의존해 사는 이들 세대가 결국 미래 사회보장비 등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한 일본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61만 명.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되는 사람의 수로, 이 숫자 자체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15세~39세까지의 은둔형 외톨이가 54만여 명으로 조사된 만큼 오히려 나이가 많은 쪽에 히키코모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한국 사회의 20년 후는?
일본에서는 최근 충격적인 사고 두 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가와사키 사건 범인 사진.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주에는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에서 은둔형 외톨이였던 51살의 남자가 흉기를 양손에 들고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을 덮쳐, 초등학교 여학생 1명과 학부모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일본 시민들
또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전 농림부 차관이 히키코모리 성향의 아들을 집에서 흉기로 십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숨진 아들은 44세로 은둔형 외톨이 성향에 가정 내에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아버지의 진술이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들을 찔러 숨지게 한 뒤 자수한 전직 고위관료
보통 히키코모리의 경우 내부로 파고드는 성향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처럼 타인을 위해 하는 성향이 드러난 경우들이 이번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가와사키 사건의 경우 '확대 자살'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취업 빙하기 세대'의 취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으로 3년간 이 세대 30만 명의 고용을 늘리고 100만 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 하지만 이렇듯 밀어내기식 취업 장려책이 이미 사회에서 수많은 상처를 안은 이 세대에게 어느 정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거기에 여전히 신규 채용자 이외의 인물에게 배타적인 일본 기업의 벽도 존재한다.
최근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1.5%(2019년 4월 기준, 통계청) 과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업자 수도 50만 7천 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 세대가 맞이할 20년 뒤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이 현재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미래의 문제임도 알아야 함을 일본 사회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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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리포트] ‘은둔형 외톨이’ 만든 취업 빙하기…우리 20년 후는?
-
- 입력 2019-06-05 14:03:38
'취업빙하기'...일본 특유의 신입 중심 채용 시장
<br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취업빙하기 세대의 비극
<br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한국 사회의 20년 후는?
「취업빙하기 세대 - 취직난이 있었던 1990년대 후반경부터 약 10년간은 '취업빙하기'라고 불리며 이때 대학 등을 졸업하고 현재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사람을 취업빙하기 세대라고 한다. 버블 경제 붕괴 후 경기 후퇴로 기업이 신규 채용을 잘 하지 않은 탓에, 졸업 후에도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돼 정규 사원이 된 경우도 있지만, 비정규직 기간이 길어져, 충분히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어 안정적인 직업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최초의 실패에서 자신감을 잃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사람도 있다. (요미우리 신문 5월 30일)」
최근 일본을 강타한 은둔형 외톨이와 관련된 사건의 배경에는 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무너지면서 제때 취업을 하지 못한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취업을 못 해 결국 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외부와 단절한 삶을 살아오다 이제는 사회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침체가 개인에게 미치는 심각한 영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구조적 흐름, 그리고 한국 사회에 알리는 경고음을 살펴본다.
'취업빙하기'...일본 특유의 신입 중심 채용 시장
취업빙하기 세대가 탄생한 이유로는 일본 특유의 신입사원 중심의 채용 시장 특성을 들 수 있다.
대졸 취업자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의 채용 시장은 대학교 3학년 봄에 시작하는 취업설명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기업마다 단계별 과정을 거쳐, 대개 대학 4학년 봄에는 채용이 이미 내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기가 나쁠 경우 뽑는 수가 줄어들 수는 있으나, 일본 기업들의 신규 사원 채용 패턴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기업에 채용될 확률이 상당 부분 낮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취업 재수생에게는 대학에 재학하면서 채용 시장을 두드리는 이들보다 기회가 적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른바 '현역, 졸업자' 우선의 경향은 대학 입시에서도 나타났는데, 도쿄의대 등 일본 의대들의 입시 부정 사건에서 여성 차별이 주목받기는 했으나 많은 대학이 이른바 재수생, 삼수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점수를 적게 부여해 탈락시킨 것도 일본 사회의 이 같은 성향을 보여준다.
결국, 일본 사회에서는 한번 탈락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의미와 통하게 된다.
파견 사원을 지원하는 '파견 유니언'의 세키네 서기장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채용해 사내에서 키운다는 기업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에 오래 일한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어렵다. 정규직을 희망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비정규직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본 사회의 이러한 편향성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것이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다.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와 아시아를 덮친 IMF 통화 위기 등으로 취업문이 극히 좁아진 상황에서 취업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을 졸업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됐고, 이후 다시 기업문을 두드려도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사회적, 구조적 패자가 돼버린 세대들이다.
일본의 35~44세 인구는 약 1,700만 명이며 이중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317만 명, 또 구직에 나서지 않는 사람도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실정이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취업빙하기 세대의 비극
취업빙하기 세대는 당시 취업을 못 한 세대에 더해 경제적 상황으로 직장을 잃은 뒤 장기간 재취업을 못 한 세대까지 포함할 경우 그 폭이 50대까지 훌쩍 포함한다.
그리고 그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은둔형 외톨이 이른바 '히키코모리'의 출연이다.
취업빙하기가 시작되던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은둔형 외톨이는 각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고, 당시 20~30대였던 당사자들은 이후 20여 년이 흘러 이제는 40~50대의 중장년이 됐다.
일하지 않고 부모의 수입 등에 의존해 사는 이들 세대가 결국 미래 사회보장비 등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한 일본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61만 명.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되는 사람의 수로, 이 숫자 자체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15세~39세까지의 은둔형 외톨이가 54만여 명으로 조사된 만큼 오히려 나이가 많은 쪽에 히키코모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한국 사회의 20년 후는?
일본에서는 최근 충격적인 사고 두 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에서 은둔형 외톨이였던 51살의 남자가 흉기를 양손에 들고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을 덮쳐, 초등학교 여학생 1명과 학부모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전 농림부 차관이 히키코모리 성향의 아들을 집에서 흉기로 십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숨진 아들은 44세로 은둔형 외톨이 성향에 가정 내에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아버지의 진술이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히키코모리의 경우 내부로 파고드는 성향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처럼 타인을 위해 하는 성향이 드러난 경우들이 이번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가와사키 사건의 경우 '확대 자살'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취업 빙하기 세대'의 취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으로 3년간 이 세대 30만 명의 고용을 늘리고 100만 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 하지만 이렇듯 밀어내기식 취업 장려책이 이미 사회에서 수많은 상처를 안은 이 세대에게 어느 정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거기에 여전히 신규 채용자 이외의 인물에게 배타적인 일본 기업의 벽도 존재한다.
최근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1.5%(2019년 4월 기준, 통계청) 과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업자 수도 50만 7천 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 세대가 맞이할 20년 뒤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이 현재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미래의 문제임도 알아야 함을 일본 사회가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본을 강타한 은둔형 외톨이와 관련된 사건의 배경에는 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무너지면서 제때 취업을 하지 못한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취업을 못 해 결국 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외부와 단절한 삶을 살아오다 이제는 사회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침체가 개인에게 미치는 심각한 영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구조적 흐름, 그리고 한국 사회에 알리는 경고음을 살펴본다.
'취업빙하기'...일본 특유의 신입 중심 채용 시장
취업빙하기 세대가 탄생한 이유로는 일본 특유의 신입사원 중심의 채용 시장 특성을 들 수 있다.
대졸 취업자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의 채용 시장은 대학교 3학년 봄에 시작하는 취업설명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기업마다 단계별 과정을 거쳐, 대개 대학 4학년 봄에는 채용이 이미 내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기가 나쁠 경우 뽑는 수가 줄어들 수는 있으나, 일본 기업들의 신규 사원 채용 패턴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기업에 채용될 확률이 상당 부분 낮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취업 재수생에게는 대학에 재학하면서 채용 시장을 두드리는 이들보다 기회가 적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른바 '현역, 졸업자' 우선의 경향은 대학 입시에서도 나타났는데, 도쿄의대 등 일본 의대들의 입시 부정 사건에서 여성 차별이 주목받기는 했으나 많은 대학이 이른바 재수생, 삼수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점수를 적게 부여해 탈락시킨 것도 일본 사회의 이 같은 성향을 보여준다.
결국, 일본 사회에서는 한번 탈락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의미와 통하게 된다.
파견 사원을 지원하는 '파견 유니언'의 세키네 서기장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채용해 사내에서 키운다는 기업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에 오래 일한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어렵다. 정규직을 희망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비정규직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본 사회의 이러한 편향성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것이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다.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와 아시아를 덮친 IMF 통화 위기 등으로 취업문이 극히 좁아진 상황에서 취업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을 졸업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됐고, 이후 다시 기업문을 두드려도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사회적, 구조적 패자가 돼버린 세대들이다.
일본의 35~44세 인구는 약 1,700만 명이며 이중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317만 명, 또 구직에 나서지 않는 사람도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실정이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취업빙하기 세대의 비극
취업빙하기 세대는 당시 취업을 못 한 세대에 더해 경제적 상황으로 직장을 잃은 뒤 장기간 재취업을 못 한 세대까지 포함할 경우 그 폭이 50대까지 훌쩍 포함한다.
그리고 그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은둔형 외톨이 이른바 '히키코모리'의 출연이다.
취업빙하기가 시작되던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은둔형 외톨이는 각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고, 당시 20~30대였던 당사자들은 이후 20여 년이 흘러 이제는 40~50대의 중장년이 됐다.
일하지 않고 부모의 수입 등에 의존해 사는 이들 세대가 결국 미래 사회보장비 등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한 일본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61만 명.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되는 사람의 수로, 이 숫자 자체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15세~39세까지의 은둔형 외톨이가 54만여 명으로 조사된 만큼 오히려 나이가 많은 쪽에 히키코모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한국 사회의 20년 후는?
일본에서는 최근 충격적인 사고 두 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에서 은둔형 외톨이였던 51살의 남자가 흉기를 양손에 들고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을 덮쳐, 초등학교 여학생 1명과 학부모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전 농림부 차관이 히키코모리 성향의 아들을 집에서 흉기로 십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숨진 아들은 44세로 은둔형 외톨이 성향에 가정 내에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아버지의 진술이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히키코모리의 경우 내부로 파고드는 성향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처럼 타인을 위해 하는 성향이 드러난 경우들이 이번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가와사키 사건의 경우 '확대 자살'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취업 빙하기 세대'의 취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으로 3년간 이 세대 30만 명의 고용을 늘리고 100만 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 하지만 이렇듯 밀어내기식 취업 장려책이 이미 사회에서 수많은 상처를 안은 이 세대에게 어느 정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거기에 여전히 신규 채용자 이외의 인물에게 배타적인 일본 기업의 벽도 존재한다.
최근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1.5%(2019년 4월 기준, 통계청) 과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업자 수도 50만 7천 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 세대가 맞이할 20년 뒤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이 현재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미래의 문제임도 알아야 함을 일본 사회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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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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