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박승 “韓경제정책, 약은 잘 골랐지만 과용했어”

입력 2019.06.10 (09:38) 수정 2019.06.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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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주도→내수주도’로 한국경제 엔진 교체중. 지표 나쁘지만 펀더멘탈은 정상
- 韓기업들 수출 막히니 사내유보, 해외투자만...가계 빈곤화 막아야 내수진작하고 양극화 문제 해소
- ‘소주성’ 방향은 맞지만 최저임금 인상폭 과도했고 탄력근로제 등 병행했어야
- 추경 포함한 적극적 재정 불가피해. 재정건전성 문제 걱정할 단계 아냐.
- 가계부채는 장기적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 펼치면 저절로 해결 될 것
- 빈곤화 성장의 근본원인은 수십년간 반복된 부동산 경기부양. 현 수준으로 가격 안정시켜야 후손들에게 희망있어.
- 내년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충격으로부터는 벗어나 일자리, 양극화 문제 다소 해결되는 국면 기대
- 글로벌경기 하강이 변수. 미중무역갈등·조선업 경기·남북관계 개선 여부가 관건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2>
■ 방송시간 : 6월 10일(월) 8:05~8:2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 김경래 : 2부에서는 먹고사는 문제, 경제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최근에 경제지표가 굉장히 안 좋지 않습니까?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섰고 성장률도 마이너스다 이런 보도도 보셨을 거고요. 청와대에서 어제 방금 뉴스에서 들으셨죠? 경제 관련된 브리핑을 하면서 이런 경기 하강 기간이 통상보다 좀 길다,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로 안 좋은 건지 그리고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 승 : 안녕하십니까?

▷ 김경래 : 일단은 두 가지 방향에서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우리 경제가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 방금 제가 말씀드렸듯이 지표들은 굉장히 안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 총재님은. 그거를 먼저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 박 승 :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상당히 안 좋다고 봅니다. 우선 일자리가 부족하고 지금 양극화 문제도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그런 숫자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다만 우리 경제의 기본 틀, 펀드멘탈이라고 하는 기본 틀은 정상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총재님은 경제 전문가시니까 그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시겠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은 아니, 펀드멘탈, 기본 틀은 정상으로 가고 있는데 지표들은 왜 이렇게 나쁜 건가 이 부분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잘 안 돼요. 이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 박 승 : 그러니까 지금 우리 경제가 우리가 선진국 단계에 진입해 있지 않습니까? 이 단계에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 엔진을 과거의 수출 주도 엔진에서 내수 주도 엔진으로 교체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가령 환경이 이렇게 바뀜에 따른 구조적인 여러 가지 마찰 현상이 지금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라서 수출이 잘되던 때 우리나라 제조업이 경제 성장을 견인했거든요. 제조업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면서 국내의 고용을 맡아서 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조업에서 성장이 멈추고 제조에서 매년 10만 명의 실업자가 나타나고 있어요. 고용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여기다가 지금 조선 불황이 몇 해 전부터 넘어와서 겹쳐 있어서 이게 말하자면 고용 문제가 심각하게 됐죠. 그러니까 국민의 입장에서는 고용 사정이 나쁜데다가 작년에 정부의 최저임금 문제가 불거져서 이것이 이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 거죠.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경제의 진행은 현재 2%대의 성장을 하고 있잖아요. 이것은 지금 정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는 거죠.

▷ 김경래 : 일단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 여쭤봤고요. 두 번째는 이 경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청와대라든가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은 적절한 것이냐, 지금 상황에서. 그거를 여쭤보고 싶은데 첫 번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지금 정부의 기조 아니겠습니까? 이 부분을 좀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경제가 이렇게 지표도 안 좋고 여러 가지가 안 좋은데. 이런 목소리에 대해서는 총재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박 승 : 기본 방향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소득주도 정책이라든가 포용적 성장이라든가 같은 말인데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가계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입니다. 이것이 과거에는 수출로 기업이 돈을 벌어서 그 돈을 국내에 투자를 하면 그 투자가 고용을 증대하고 그 소득이 가계로 흘러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 수출이 막히니까 지금 수출이 그동안 두 자릿수로 늘어서 경제 성장을 고도 성장을 이끌었지만 지금 지난 8년간, 올해를 포함해서 8년간 평균 수출 증가율이 -0.3%입니다. 올해도 지금 수출은 10% 가까운 감소세로 나가고 있잖아요. 이렇게 수출이 막히니까 기업이 국내 투자를 안 합니다. 기업의 투자는 수출을 보고 한 것인데 수출이 막히니까 국내 투자를 안 하고 해외에 투자를 하거나 사내유보로 쌓거나 이러거든요. 이러니까 가계 소득으로 선순환이 안 됩니다. 여기서 이른바 가계 빈곤화가 생겨서 가계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가계 소득을 늘려야 한다. 그러면 왜 가계 소득을 늘리자는 목적은 어디에 있느냐? 이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출이 안 되니까 내수를 확대해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자는 것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국민 생활을 향상해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다른 또 하나의 목적입니다. 그러면 가계 소득을 정부가 이거를 어떻게 늘려준다는 것이냐. 이것이 이른바 각종 복지 증대, 예를 들면 노령, 기초연금 인상이라든가 의료보험 확대라든가 무상교육 확대라든가 이런 복지 증대 그리고 임금 인상, 최저임금도 여기에 포함됩니다만. 그다음에 종부세나 법인세 인상과 같은 소득 재분배 정책 이런 걸 통해서 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잘못되어 있지 않느냐. 이거는 부분적으로는 맞습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이거를 한다고 해서, 소득주도 정책을 한다고 해서 최저임금을 올렸잖아요. 노동 시간도 단축하는 정책을 했잖아요. 이것이 잘못됐습니다. 이것이 지나치게 최저임금을 올리다 보니까 여기 부작용이 나왔던 것이고 또 노동 시간 단축도 이게 탄력근로제도 같이 했어야 하고 또 희망하는 사람은 초과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걸 못했어요. 그래서 여기서 문제가 생긴 건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소득주도 정책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하면 약의 선택의 잘못이 아니라 복용 방법을 잘못해서, 과용하도록 해서 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앞으로 바꿔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경래 : 그러니까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하면 딱 눈에 보이는 건 아까 말씀하신 예를 들어 최저임금의 속도 조절이라든가 탄력근로제 확대라든가 이런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 박 승 : 그렇죠.

▷ 김경래 : 그런데 지금 당장은 그런 것들이 뭐랄까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 않습니까? 특히 탄력근로제는 국회에서 논의도 안 되고 있는 것 같고요, 지금. 그리고 최저임금 같은 경우는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아마 예년과 똑같은 형태의 사회적인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사실 정부가 주도해서 이런 부분들을 수정할 방법도 좀 마땅치 않다, 여러 가지로 진퇴양난이 아닌가라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 박 승 : 맞습니다. 경제란 경제만으로는 잘하기 어렵습니다. 정치도 함께 도와야 하고 사회도 함께 도와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이런 정책을 한다 하더라도 정치 쪽에서 협조가 없으면 그거는 안 되는 것이죠.

▷ 김경래 : 지금 성장률 같은 문제로 생각을 해 보면 추가경정예산, 추경 같은 경우에 지금 정부가 내놓은 정도, 이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어떻습니까? 좀 적다는 쪽도 있어요.

▶ 박 승 : 추경이 적다고요?

▷ 김경래 : 네, 정부가 내놓은 추경도 너무 뭐랄까 소극적인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좀 있더라고요.

▶ 박 승 : 글쎄요, 그것은 보기 따라 다를 거예요. 저는 그것이 적절한지 그거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고 다만 현재 상태에서 적극적인 재정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봅니다. 흔히들 재정이 이와 같이 확대되면 소위 재정 건전성, 국가 부채 문제가 걱정이 아니냐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만 아직은 우리나라는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봅니다. 예를 들면 정부 부채만 하더라도 GDP의 지금 한 35% 되는 걸로 아는데 이게 선진국 경우에는 한 70~80% 되거든요, 평균이. 그리고 일본은 200%가 넘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그리고 우리 지금 담세율이, 조세부담률이 21%인데 선진국은 지금 이게 보통 24%, 25% 그렇게 되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여유가 우리는 상당히 있다 이렇게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러면 이번에, 추경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인데 추경 뭐 6.7조 원 이거는 좀 적절하다고 보시는 편이네요? 지금 말씀하시는 건.

▶ 박 승 : 아무튼 추경은 필요하다고 보죠. 그것이 뭐 규모가 적절하냐 하는 것은 제가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드릴 자료가 없습니다, 현재로써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그러면 또 한 가지 문제가 지금 추경하고 이거는 좀 다른 이야기인데 가계 부채 문제가 좀 심각하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 박 승 : 가계 부채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가계 부채는 줄여가야 하는데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증가율의 문제가 엮였어요. 가계 부채 증가율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합니다. 따라서 가계 부채의 증가를 다스려야 하는 것은 확실한 문제인데 그러면 왜 가계 부채가 이와 같이 쌓이느냐.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저금리에 원인이 있고 또 하나는 부동산 이재, 부동산에서 이익을 남기려는, 그러니까 부동산 이제에 하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것을 다스려 가자면 첫째,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거예요. 다시 말하면 부동산을 통해서 이익을 남긴다는 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정부가 펴면 가계 부채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이게 참 부동산을 잡으려다 보니까 건설 경기가 또 나빠지잖아요.

▶ 박 승 : 그렇죠.

▷ 김경래 : 그러면 일자리 문제가 또 생기고. 이게 참 딜레마인데 이게 단기적으로는 그러면 이런 상황은 우리가 좀 뭐랄까요, 감내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과도기라고 보시는 건가요?

▶ 박 승 : 그거 지금 수십 년 동안 되풀이해온 겁니다.

▷ 김경래 : 그렇죠.

▶ 박 승 : 부동산값이 오르면 그걸 잡느라고 야단법석을 하고 부동산값이 안정되면 또 국민들이 아우성을 칩니다. 집값 떨어져서 뭐 집 이사도 못하고 어쩌고 또 경기가 나빠지고 건설 노동자들 일감 없어지고. 그 아우성이면 또 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합니다. 이것을 수십 년 동안 되풀이한 결과가 뭐냐 하면 지난 50년 동안 물가가 30% 올랐는데 집값, 땅값은 3,000배가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집값이 오르면 집 가진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이것은 집 없는 사람들의 눈물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후손들의 눈물을 대가로 얻은 소득입니다. 그래서 집값 상승은 경제가 성장해서 소득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먹고살기에는 어려워지는 이른바 빈곤화 성장, 빈곤화 성장의 근본 원인이 부동산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문제를 절대로 경기 부양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 부동산값이 원칙적으로는 더 떨어져야 합니다. 떨어져야만 이거는 여러 가지 사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니까 부동산값을 떨어뜨리지는 말고 올리지도 말고. 그래야 앞으로 몇십 년이라도 현재 수준의 부동산을 안정시키는 그런 장기 안정 정책을 역대 정부가 밀고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후손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좀 감내해야 한다 이런 쪽이시네요, 말씀하시는 게.

▶ 박 승 : 그렇습니다.

▷ 김경래 : 마지막으로 지금 청와대 같은 경우에는 하반기, 그리고 길게 보면 내년 정도에는 경제가 좀 괜찮아질 거다, 반등할 수 있다 이런 취지로 지금 예상을 하고 있는데 총재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게 가능하다고 보세요?

▶ 박 승 : 글쎄, 그게 지금 예를 들어서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의 충격이 현재 경제난의 큰 부분은 거기서 나오고 있다고 나는 보고 있어요. 그 충격에서는 상당 부분 벗어날 걸로 봅니다. 그거는 벗어날 것으로 보고 따라서 큰 이변이 없으면 일자리 문제라든지 양극화 문제가 다소 정리되는, 좀 향상되기 시작하는 그런 국면이 나올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지금 국제 환경, 국내도 문제지만 국제 환경이 너무나 안 좋습니다. 지금 뭐 아시다시피 미중 무역 문제라든가 또 세계 경제가 지금 재작년 2017년을 정점으로서 지금 하강 국면을, 침체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경기가 올해도 안 좋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올해 경제성장률이 미국만 지금 한국과 같은 2%대고요. 일본이나 독일은 0.7%, 선진국 평균 수준 1.1% 이렇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거예요. 이제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기가 계속 지금 하강하니까 이런 것이 겹쳐서 장래에는, 내년 상황이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특히 미중 무역 갈등 문제하고 조선 경기의 회복 여부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 이 세 가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그렇게 만만치는 않은 상황이네요.

▶ 박 승 : 그렇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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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박승 “韓경제정책, 약은 잘 골랐지만 과용했어”
    • 입력 2019-06-10 09:38:42
    • 수정2019-06-11 10:10:48
    최강시사
- ‘수출주도→내수주도’로 한국경제 엔진 교체중. 지표 나쁘지만 펀더멘탈은 정상
- 韓기업들 수출 막히니 사내유보, 해외투자만...가계 빈곤화 막아야 내수진작하고 양극화 문제 해소
- ‘소주성’ 방향은 맞지만 최저임금 인상폭 과도했고 탄력근로제 등 병행했어야
- 추경 포함한 적극적 재정 불가피해. 재정건전성 문제 걱정할 단계 아냐.
- 가계부채는 장기적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 펼치면 저절로 해결 될 것
- 빈곤화 성장의 근본원인은 수십년간 반복된 부동산 경기부양. 현 수준으로 가격 안정시켜야 후손들에게 희망있어.
- 내년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충격으로부터는 벗어나 일자리, 양극화 문제 다소 해결되는 국면 기대
- 글로벌경기 하강이 변수. 미중무역갈등·조선업 경기·남북관계 개선 여부가 관건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2>
■ 방송시간 : 6월 10일(월) 8:05~8:2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 김경래 : 2부에서는 먹고사는 문제, 경제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최근에 경제지표가 굉장히 안 좋지 않습니까?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섰고 성장률도 마이너스다 이런 보도도 보셨을 거고요. 청와대에서 어제 방금 뉴스에서 들으셨죠? 경제 관련된 브리핑을 하면서 이런 경기 하강 기간이 통상보다 좀 길다,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로 안 좋은 건지 그리고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 승 : 안녕하십니까?

▷ 김경래 : 일단은 두 가지 방향에서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우리 경제가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 방금 제가 말씀드렸듯이 지표들은 굉장히 안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 총재님은. 그거를 먼저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 박 승 :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상당히 안 좋다고 봅니다. 우선 일자리가 부족하고 지금 양극화 문제도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그런 숫자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다만 우리 경제의 기본 틀, 펀드멘탈이라고 하는 기본 틀은 정상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총재님은 경제 전문가시니까 그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시겠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은 아니, 펀드멘탈, 기본 틀은 정상으로 가고 있는데 지표들은 왜 이렇게 나쁜 건가 이 부분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잘 안 돼요. 이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 박 승 : 그러니까 지금 우리 경제가 우리가 선진국 단계에 진입해 있지 않습니까? 이 단계에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 엔진을 과거의 수출 주도 엔진에서 내수 주도 엔진으로 교체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가령 환경이 이렇게 바뀜에 따른 구조적인 여러 가지 마찰 현상이 지금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라서 수출이 잘되던 때 우리나라 제조업이 경제 성장을 견인했거든요. 제조업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면서 국내의 고용을 맡아서 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조업에서 성장이 멈추고 제조에서 매년 10만 명의 실업자가 나타나고 있어요. 고용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여기다가 지금 조선 불황이 몇 해 전부터 넘어와서 겹쳐 있어서 이게 말하자면 고용 문제가 심각하게 됐죠. 그러니까 국민의 입장에서는 고용 사정이 나쁜데다가 작년에 정부의 최저임금 문제가 불거져서 이것이 이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 거죠.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경제의 진행은 현재 2%대의 성장을 하고 있잖아요. 이것은 지금 정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는 거죠.

▷ 김경래 : 일단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 여쭤봤고요. 두 번째는 이 경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청와대라든가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은 적절한 것이냐, 지금 상황에서. 그거를 여쭤보고 싶은데 첫 번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지금 정부의 기조 아니겠습니까? 이 부분을 좀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경제가 이렇게 지표도 안 좋고 여러 가지가 안 좋은데. 이런 목소리에 대해서는 총재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박 승 : 기본 방향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소득주도 정책이라든가 포용적 성장이라든가 같은 말인데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가계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입니다. 이것이 과거에는 수출로 기업이 돈을 벌어서 그 돈을 국내에 투자를 하면 그 투자가 고용을 증대하고 그 소득이 가계로 흘러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 수출이 막히니까 지금 수출이 그동안 두 자릿수로 늘어서 경제 성장을 고도 성장을 이끌었지만 지금 지난 8년간, 올해를 포함해서 8년간 평균 수출 증가율이 -0.3%입니다. 올해도 지금 수출은 10% 가까운 감소세로 나가고 있잖아요. 이렇게 수출이 막히니까 기업이 국내 투자를 안 합니다. 기업의 투자는 수출을 보고 한 것인데 수출이 막히니까 국내 투자를 안 하고 해외에 투자를 하거나 사내유보로 쌓거나 이러거든요. 이러니까 가계 소득으로 선순환이 안 됩니다. 여기서 이른바 가계 빈곤화가 생겨서 가계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가계 소득을 늘려야 한다. 그러면 왜 가계 소득을 늘리자는 목적은 어디에 있느냐? 이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출이 안 되니까 내수를 확대해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자는 것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국민 생활을 향상해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다른 또 하나의 목적입니다. 그러면 가계 소득을 정부가 이거를 어떻게 늘려준다는 것이냐. 이것이 이른바 각종 복지 증대, 예를 들면 노령, 기초연금 인상이라든가 의료보험 확대라든가 무상교육 확대라든가 이런 복지 증대 그리고 임금 인상, 최저임금도 여기에 포함됩니다만. 그다음에 종부세나 법인세 인상과 같은 소득 재분배 정책 이런 걸 통해서 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잘못되어 있지 않느냐. 이거는 부분적으로는 맞습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이거를 한다고 해서, 소득주도 정책을 한다고 해서 최저임금을 올렸잖아요. 노동 시간도 단축하는 정책을 했잖아요. 이것이 잘못됐습니다. 이것이 지나치게 최저임금을 올리다 보니까 여기 부작용이 나왔던 것이고 또 노동 시간 단축도 이게 탄력근로제도 같이 했어야 하고 또 희망하는 사람은 초과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걸 못했어요. 그래서 여기서 문제가 생긴 건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소득주도 정책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하면 약의 선택의 잘못이 아니라 복용 방법을 잘못해서, 과용하도록 해서 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앞으로 바꿔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경래 : 그러니까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하면 딱 눈에 보이는 건 아까 말씀하신 예를 들어 최저임금의 속도 조절이라든가 탄력근로제 확대라든가 이런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 박 승 : 그렇죠.

▷ 김경래 : 그런데 지금 당장은 그런 것들이 뭐랄까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 않습니까? 특히 탄력근로제는 국회에서 논의도 안 되고 있는 것 같고요, 지금. 그리고 최저임금 같은 경우는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아마 예년과 똑같은 형태의 사회적인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사실 정부가 주도해서 이런 부분들을 수정할 방법도 좀 마땅치 않다, 여러 가지로 진퇴양난이 아닌가라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 박 승 : 맞습니다. 경제란 경제만으로는 잘하기 어렵습니다. 정치도 함께 도와야 하고 사회도 함께 도와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이런 정책을 한다 하더라도 정치 쪽에서 협조가 없으면 그거는 안 되는 것이죠.

▷ 김경래 : 지금 성장률 같은 문제로 생각을 해 보면 추가경정예산, 추경 같은 경우에 지금 정부가 내놓은 정도, 이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어떻습니까? 좀 적다는 쪽도 있어요.

▶ 박 승 : 추경이 적다고요?

▷ 김경래 : 네, 정부가 내놓은 추경도 너무 뭐랄까 소극적인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좀 있더라고요.

▶ 박 승 : 글쎄요, 그것은 보기 따라 다를 거예요. 저는 그것이 적절한지 그거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고 다만 현재 상태에서 적극적인 재정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봅니다. 흔히들 재정이 이와 같이 확대되면 소위 재정 건전성, 국가 부채 문제가 걱정이 아니냐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만 아직은 우리나라는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봅니다. 예를 들면 정부 부채만 하더라도 GDP의 지금 한 35% 되는 걸로 아는데 이게 선진국 경우에는 한 70~80% 되거든요, 평균이. 그리고 일본은 200%가 넘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그리고 우리 지금 담세율이, 조세부담률이 21%인데 선진국은 지금 이게 보통 24%, 25% 그렇게 되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여유가 우리는 상당히 있다 이렇게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러면 이번에, 추경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인데 추경 뭐 6.7조 원 이거는 좀 적절하다고 보시는 편이네요? 지금 말씀하시는 건.

▶ 박 승 : 아무튼 추경은 필요하다고 보죠. 그것이 뭐 규모가 적절하냐 하는 것은 제가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드릴 자료가 없습니다, 현재로써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그러면 또 한 가지 문제가 지금 추경하고 이거는 좀 다른 이야기인데 가계 부채 문제가 좀 심각하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 박 승 : 가계 부채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가계 부채는 줄여가야 하는데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증가율의 문제가 엮였어요. 가계 부채 증가율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합니다. 따라서 가계 부채의 증가를 다스려야 하는 것은 확실한 문제인데 그러면 왜 가계 부채가 이와 같이 쌓이느냐.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저금리에 원인이 있고 또 하나는 부동산 이재, 부동산에서 이익을 남기려는, 그러니까 부동산 이제에 하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것을 다스려 가자면 첫째,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거예요. 다시 말하면 부동산을 통해서 이익을 남긴다는 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정부가 펴면 가계 부채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이게 참 부동산을 잡으려다 보니까 건설 경기가 또 나빠지잖아요.

▶ 박 승 : 그렇죠.

▷ 김경래 : 그러면 일자리 문제가 또 생기고. 이게 참 딜레마인데 이게 단기적으로는 그러면 이런 상황은 우리가 좀 뭐랄까요, 감내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과도기라고 보시는 건가요?

▶ 박 승 : 그거 지금 수십 년 동안 되풀이해온 겁니다.

▷ 김경래 : 그렇죠.

▶ 박 승 : 부동산값이 오르면 그걸 잡느라고 야단법석을 하고 부동산값이 안정되면 또 국민들이 아우성을 칩니다. 집값 떨어져서 뭐 집 이사도 못하고 어쩌고 또 경기가 나빠지고 건설 노동자들 일감 없어지고. 그 아우성이면 또 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합니다. 이것을 수십 년 동안 되풀이한 결과가 뭐냐 하면 지난 50년 동안 물가가 30% 올랐는데 집값, 땅값은 3,000배가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집값이 오르면 집 가진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이것은 집 없는 사람들의 눈물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후손들의 눈물을 대가로 얻은 소득입니다. 그래서 집값 상승은 경제가 성장해서 소득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먹고살기에는 어려워지는 이른바 빈곤화 성장, 빈곤화 성장의 근본 원인이 부동산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문제를 절대로 경기 부양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 부동산값이 원칙적으로는 더 떨어져야 합니다. 떨어져야만 이거는 여러 가지 사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니까 부동산값을 떨어뜨리지는 말고 올리지도 말고. 그래야 앞으로 몇십 년이라도 현재 수준의 부동산을 안정시키는 그런 장기 안정 정책을 역대 정부가 밀고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후손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좀 감내해야 한다 이런 쪽이시네요, 말씀하시는 게.

▶ 박 승 : 그렇습니다.

▷ 김경래 : 마지막으로 지금 청와대 같은 경우에는 하반기, 그리고 길게 보면 내년 정도에는 경제가 좀 괜찮아질 거다, 반등할 수 있다 이런 취지로 지금 예상을 하고 있는데 총재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게 가능하다고 보세요?

▶ 박 승 : 글쎄, 그게 지금 예를 들어서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의 충격이 현재 경제난의 큰 부분은 거기서 나오고 있다고 나는 보고 있어요. 그 충격에서는 상당 부분 벗어날 걸로 봅니다. 그거는 벗어날 것으로 보고 따라서 큰 이변이 없으면 일자리 문제라든지 양극화 문제가 다소 정리되는, 좀 향상되기 시작하는 그런 국면이 나올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지금 국제 환경, 국내도 문제지만 국제 환경이 너무나 안 좋습니다. 지금 뭐 아시다시피 미중 무역 문제라든가 또 세계 경제가 지금 재작년 2017년을 정점으로서 지금 하강 국면을, 침체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경기가 올해도 안 좋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올해 경제성장률이 미국만 지금 한국과 같은 2%대고요. 일본이나 독일은 0.7%, 선진국 평균 수준 1.1% 이렇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거예요. 이제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기가 계속 지금 하강하니까 이런 것이 겹쳐서 장래에는, 내년 상황이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특히 미중 무역 갈등 문제하고 조선 경기의 회복 여부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 이 세 가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그렇게 만만치는 않은 상황이네요.

▶ 박 승 : 그렇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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