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점검원, 성희롱·성추행 무방비 노출…2인1조 왜 안되나?

입력 2019.06.10 (21:23) 수정 2019.06.1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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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을 방문해 도시가스 사용량과 안전을 체크하는 점검원들, 대부분 여성입니다.

문제는, 점검을 나서면 남성 집주인들에게 당하는 성희롱과 추행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여성 점검원 10여 명이 털어놓은 경험담 먼저 들어보시죠.

[리포트]

[가스 점검원 A씨 : "일단 속옷 차림으로 문 열어줘서 처음에 되게 움찔했고 뒤에 오셔 가지고 '오랜만에 화장품 냄새 맡으니깐 너무 좋다'고 그랬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가스 점검원 B씨 : "진짜 이건 창피해서 아이들한테도 말 못했던 건데 (가스) 보일러가 이렇게 높게 있었어요. 근데 그 분이 뒤에 와서 '보일러 안 보이니까 보여줄까' 저를 이렇게 끌어안고 올려서 제가 되게 놀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가스 점검원 C씨 : "올누드로 문 열자마자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거예요. 그러면 소리도 못 지르고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어요."]

[가스 점검원 D씨 : "고객이 뒤에서 껴안았다 이런 성추행한 게 문제가 됐을 때예요. (남성이) 소파에 이렇게 앉아있더니 '아줌마도 좀 안겨봤수?' 일하고 있는데 그러는 거예요."]

[가스 점검원 E씨 : "'술 한잔 마시고 가라'는 건 다반사고 그때는 저희 화도 못 내요. 화를 내면 안돼요. 왜냐면 그 집에 또 가야 되는데..."]

[가스 점검원 F씨 : “케이블(방송)에서 하는 성인 채널을 틀어놓고 계시더라고요. 그럴 때도 저희 아는 척 못 해요. 얼른 가서 점검하고 나와야지.”]

[가스 점검원 D씨 : "'아줌마는 왜 이런 일 해? 우리 가게에서 서빙하면 참 잘할 것 같은데' 그러는 거예요."]

[가스 점검원 C씨 : "교육강사 그러니깐 원청 직원이죠." 물어봤더니 '아니 그 일에서 둘이 벌어진 일 가지고 여기 와서 왜 얘기를 하세요?'..."]

[앵커]

성희롱이나,추행을 당한 집 근처만 가도, 생생한 당시 기억으로 여성 점검원들의 정신적 고통은 심각합니다.

하지만 실적을 채우려면 또다시 갈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피해를 막기 위한 2인 1조 근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도시 가스 점검원 김 모 씨.

한 집 앞에서 한참을 망설입니다.

점검을 하려면 집 안에 들어가야 하지만 초인종을 누르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2년 전, 악몽 같은 기억 때문입니다.

[김○○/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너무 무섭고 떨리고 두렵고 여자로서 감당하기 설마 알몸으로 나올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거든요."]

점검원 한 명당 할당된 집은 4천5백 가구, 6개월 안에 점검을 마쳐야 합니다.

빈집은 두 번,세 번도 모자라 주말도, 밤낮도 없이 가기도 합니다.

실적 때문입니다.

[A씨/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상반기에 4500건 중에 80%를 해라, 90%를 해라 이렇게 정해져 있는데 그걸 못하면 인센티브를 안 준다든가..."]

실적 압박에 성적 피해를 입었던 집도 다시 갈 수 밖에 없는 실정.

너무 두려워 가족을 데리고 간 적도 있습니다.

[김○○/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여보 여기 내가 이 집에 갈 거야. 아무 소리 안 나면 5분 후에는 노크를 꼭 해줘. 그리고 들어가서 점검하고..."]

점검원들은 2인 1조 근무를 계속 사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알아서 잘하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B씨/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회사는 그러는 거예요. '되도록이면 증거수집을 해주세요'라고 하는데 저희가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도시가스 회사를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비용 문제를 듭니다.

[도시 가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2인 1조라는 게 하여튼 비용 대비 효율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을 검토를 해야 되기 때문에 아직 서울시에서는 그게 문제 이슈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가스 요금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도 2인 1조는 요금인상 요인이 된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서울시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이 저희도 알아봤는데 일단 거의 3분 이내에 끝나더라고요. 근데 거기서 두 명이 나가서 그거를 한다는 것도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청와대 게시판엔 점검원들도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라며, 2인 1조 근무 등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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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점검원, 성희롱·성추행 무방비 노출…2인1조 왜 안되나?
    • 입력 2019-06-10 21:29:25
    • 수정2019-06-10 22:09:30
    뉴스 9
[앵커]

집을 방문해 도시가스 사용량과 안전을 체크하는 점검원들, 대부분 여성입니다.

문제는, 점검을 나서면 남성 집주인들에게 당하는 성희롱과 추행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여성 점검원 10여 명이 털어놓은 경험담 먼저 들어보시죠.

[리포트]

[가스 점검원 A씨 : "일단 속옷 차림으로 문 열어줘서 처음에 되게 움찔했고 뒤에 오셔 가지고 '오랜만에 화장품 냄새 맡으니깐 너무 좋다'고 그랬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가스 점검원 B씨 : "진짜 이건 창피해서 아이들한테도 말 못했던 건데 (가스) 보일러가 이렇게 높게 있었어요. 근데 그 분이 뒤에 와서 '보일러 안 보이니까 보여줄까' 저를 이렇게 끌어안고 올려서 제가 되게 놀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가스 점검원 C씨 : "올누드로 문 열자마자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거예요. 그러면 소리도 못 지르고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어요."]

[가스 점검원 D씨 : "고객이 뒤에서 껴안았다 이런 성추행한 게 문제가 됐을 때예요. (남성이) 소파에 이렇게 앉아있더니 '아줌마도 좀 안겨봤수?' 일하고 있는데 그러는 거예요."]

[가스 점검원 E씨 : "'술 한잔 마시고 가라'는 건 다반사고 그때는 저희 화도 못 내요. 화를 내면 안돼요. 왜냐면 그 집에 또 가야 되는데..."]

[가스 점검원 F씨 : “케이블(방송)에서 하는 성인 채널을 틀어놓고 계시더라고요. 그럴 때도 저희 아는 척 못 해요. 얼른 가서 점검하고 나와야지.”]

[가스 점검원 D씨 : "'아줌마는 왜 이런 일 해? 우리 가게에서 서빙하면 참 잘할 것 같은데' 그러는 거예요."]

[가스 점검원 C씨 : "교육강사 그러니깐 원청 직원이죠." 물어봤더니 '아니 그 일에서 둘이 벌어진 일 가지고 여기 와서 왜 얘기를 하세요?'..."]

[앵커]

성희롱이나,추행을 당한 집 근처만 가도, 생생한 당시 기억으로 여성 점검원들의 정신적 고통은 심각합니다.

하지만 실적을 채우려면 또다시 갈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피해를 막기 위한 2인 1조 근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도시 가스 점검원 김 모 씨.

한 집 앞에서 한참을 망설입니다.

점검을 하려면 집 안에 들어가야 하지만 초인종을 누르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2년 전, 악몽 같은 기억 때문입니다.

[김○○/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너무 무섭고 떨리고 두렵고 여자로서 감당하기 설마 알몸으로 나올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거든요."]

점검원 한 명당 할당된 집은 4천5백 가구, 6개월 안에 점검을 마쳐야 합니다.

빈집은 두 번,세 번도 모자라 주말도, 밤낮도 없이 가기도 합니다.

실적 때문입니다.

[A씨/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상반기에 4500건 중에 80%를 해라, 90%를 해라 이렇게 정해져 있는데 그걸 못하면 인센티브를 안 준다든가..."]

실적 압박에 성적 피해를 입었던 집도 다시 갈 수 밖에 없는 실정.

너무 두려워 가족을 데리고 간 적도 있습니다.

[김○○/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여보 여기 내가 이 집에 갈 거야. 아무 소리 안 나면 5분 후에는 노크를 꼭 해줘. 그리고 들어가서 점검하고..."]

점검원들은 2인 1조 근무를 계속 사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알아서 잘하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B씨/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회사는 그러는 거예요. '되도록이면 증거수집을 해주세요'라고 하는데 저희가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도시가스 회사를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비용 문제를 듭니다.

[도시 가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2인 1조라는 게 하여튼 비용 대비 효율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을 검토를 해야 되기 때문에 아직 서울시에서는 그게 문제 이슈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가스 요금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도 2인 1조는 요금인상 요인이 된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서울시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이 저희도 알아봤는데 일단 거의 3분 이내에 끝나더라고요. 근데 거기서 두 명이 나가서 그거를 한다는 것도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청와대 게시판엔 점검원들도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라며, 2인 1조 근무 등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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