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막말은 정치가 아니다

입력 2019.06.11 (07:44) 수정 2019.06.1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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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익 해설 위원]

국회가 두 달 넘게 문을 못 열고 있습니다. 5월에 이어 6월 국회도 어려운 거 아니냔 우려도 나옵니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속에 국민들은 자고나면 정치인들의 막말이나 듣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제 제1야당에선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천렵을 떠난 것처럼 보는 대변인 논평이 나왔습니다. 막말 논란이 일어난 건 이 '천렵'이란 말에 '질'이란 접미사를 붙여 '천렵질'로 표현한 것 때문입니다. 흔히 직업이나 직위, 행위에 '질'이란 접미사를 붙이면 비하의 뜻이 담기게 됩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천렵으로 보는 게 맞느냐는 차치하고라도 공당에서 나온 말치곤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6일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문재인 대통령은 빨갱이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불과 몇 달 전 5.18 유가족을 괴물집단으로 비하하거나, 세월호 유가족에게 '진짜 징하게 해 먹는다'는 듣기에도 민망한 막말도 있었습니다. 같은 정치진영이나 지지층 가운데는 이런 막말을 속 시원하게 말 한 번 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영이나 세력을 떠나 막말에 박수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막말이 아닙니다. 청년들은 취업난에 아우성이고 경제지표들은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북핵문제 등 외교적 난제들도 쌓여갑니다. 국회가 이런 논의는 하지 않고 정치인들은 상대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막말로 키우고 있으니 국민들 시선이 고울 리 없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막말이 계속될까 우려됩니다. 정치인이 막말을 통해 상대 진영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인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고, 순식간에 회자되는 유명세를 타려고 계산했다면 그 유명세를 유권자들은 심판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막말 행진은 국회의 솜방망이 징계나 늑장 징계가 부른 결과일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망언과 막말은 국민의 삶을 피곤하고 힘들게 하고, 나아가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부를 수 있습니다.
'막말은 정치가 아닙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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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막말은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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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6-11 08: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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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익 해설 위원]

국회가 두 달 넘게 문을 못 열고 있습니다. 5월에 이어 6월 국회도 어려운 거 아니냔 우려도 나옵니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속에 국민들은 자고나면 정치인들의 막말이나 듣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제 제1야당에선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천렵을 떠난 것처럼 보는 대변인 논평이 나왔습니다. 막말 논란이 일어난 건 이 '천렵'이란 말에 '질'이란 접미사를 붙여 '천렵질'로 표현한 것 때문입니다. 흔히 직업이나 직위, 행위에 '질'이란 접미사를 붙이면 비하의 뜻이 담기게 됩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천렵으로 보는 게 맞느냐는 차치하고라도 공당에서 나온 말치곤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6일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문재인 대통령은 빨갱이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불과 몇 달 전 5.18 유가족을 괴물집단으로 비하하거나, 세월호 유가족에게 '진짜 징하게 해 먹는다'는 듣기에도 민망한 막말도 있었습니다. 같은 정치진영이나 지지층 가운데는 이런 막말을 속 시원하게 말 한 번 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영이나 세력을 떠나 막말에 박수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막말이 아닙니다. 청년들은 취업난에 아우성이고 경제지표들은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북핵문제 등 외교적 난제들도 쌓여갑니다. 국회가 이런 논의는 하지 않고 정치인들은 상대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막말로 키우고 있으니 국민들 시선이 고울 리 없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막말이 계속될까 우려됩니다. 정치인이 막말을 통해 상대 진영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인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고, 순식간에 회자되는 유명세를 타려고 계산했다면 그 유명세를 유권자들은 심판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막말 행진은 국회의 솜방망이 징계나 늑장 징계가 부른 결과일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망언과 막말은 국민의 삶을 피곤하고 힘들게 하고, 나아가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부를 수 있습니다.
'막말은 정치가 아닙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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