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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썼다는 ‘졸피뎀’이 뭐길래
입력 2019.06.11 (10:31) 취재K
고유정의 '전남편 살인 사건'은 미스터리였다. 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키 160cm 남짓인 고 씨가 자신보다 20cm나 큰 전 남편을 어떻게 제압했을까,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난제는 '졸피뎀'과 함께 풀리기 시작했다. 고유정이 시신을 옮길 때 사용한 승용차에 피해자의 혈흔이 묻어있었는데, 이 혈흔을 정밀검사한 결과 수면제 성분 졸피뎀이 검출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고유정은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장한 남성도 수면제를 먹고는 잠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효과 좋은 수면제 성분 ‘졸피뎀’…문제는 ‘부작용’

졸피뎀은 수면제의 이름이 아니라 성분이다. 졸피뎀이 들어있는 약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스틸녹스'다. 약효가 빠르고 효과적이며 기존의 수면제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부각돼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문제는 졸피뎀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복용하면 환각 증상이 나타나고, 장기 복용시 자살 충동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알약 반 알로도 약효가 있지만 점차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등 내성이 생기고, 약에 의존하게 될 우려도 있다.

‘강간 약물’ 오명…중독자의 대체 약물로도 쓰여

졸피뎀은 수면제 약이 피해갈 수 없는 오명, '강간 약물'로도 불린다. 이른바 물뽕(GHB)과 같이 액체에 타면 맛도 냄새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자신의 주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면 수면제 투약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수면제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은 필로폰이나 대마초 등 기존의 마약 대신에 사용되기도 한다. 스틸녹스와 함께 많이 쓰이는 약이 항불안제이자 수면제인 자낙스다. 한 중독자는 "필로폰이나 대마초는 불법이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은 합법이어서 대량 구매한 후 한꺼번에 투약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없지만, 처방받기는 어렵지 않다.향정신성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없지만, 처방받기는 어렵지 않다.

“오·남용 심각한데”…너무 쉬운 처방

정부도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왔다. 졸피뎀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데, 이 처방 내역을 병원과 약국에서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과거처럼 환자가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같은 약을 처방받아 모으는 '약 쇼핑'은 할 수 없어졌다.

그럼에도 처방의 문제는 남는다. 기자가 직접 "약을 잘 준다"는 서울 시내 병원을 돌아다닌 결과, 대부분의 의사들은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한마디에 곧 수면제를 처방해줬다. 환자와 중독자들은 이런 '약 잘 주는' 병원을 암암리에 알고 있었다.

스틸녹스의 경우, 범죄에 연루된 적이 많아서인지 최대 일주일에서 열흘이라는 처방 기간을 잘 지켰다. 하지만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은 "많이 달라"는 말에 한 달 치를 쉽게 처방받을 수 있었다.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수면제는 치료를 돕는 '약(藥)'이다. 그런 약도 투약자가 나쁜 마음을 먹는 순간 '마약(痲藥)'이자 '사약(賜藥)'이 된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엄격하게 처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약이 절실한 환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더욱 그렇다.
  • 고유정이 썼다는 ‘졸피뎀’이 뭐길래
    • 입력 2019-06-11 10:31:34
    취재K
고유정의 '전남편 살인 사건'은 미스터리였다. 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키 160cm 남짓인 고 씨가 자신보다 20cm나 큰 전 남편을 어떻게 제압했을까,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난제는 '졸피뎀'과 함께 풀리기 시작했다. 고유정이 시신을 옮길 때 사용한 승용차에 피해자의 혈흔이 묻어있었는데, 이 혈흔을 정밀검사한 결과 수면제 성분 졸피뎀이 검출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고유정은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장한 남성도 수면제를 먹고는 잠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효과 좋은 수면제 성분 ‘졸피뎀’…문제는 ‘부작용’

졸피뎀은 수면제의 이름이 아니라 성분이다. 졸피뎀이 들어있는 약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스틸녹스'다. 약효가 빠르고 효과적이며 기존의 수면제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부각돼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문제는 졸피뎀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복용하면 환각 증상이 나타나고, 장기 복용시 자살 충동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알약 반 알로도 약효가 있지만 점차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등 내성이 생기고, 약에 의존하게 될 우려도 있다.

‘강간 약물’ 오명…중독자의 대체 약물로도 쓰여

졸피뎀은 수면제 약이 피해갈 수 없는 오명, '강간 약물'로도 불린다. 이른바 물뽕(GHB)과 같이 액체에 타면 맛도 냄새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자신의 주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면 수면제 투약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수면제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은 필로폰이나 대마초 등 기존의 마약 대신에 사용되기도 한다. 스틸녹스와 함께 많이 쓰이는 약이 항불안제이자 수면제인 자낙스다. 한 중독자는 "필로폰이나 대마초는 불법이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은 합법이어서 대량 구매한 후 한꺼번에 투약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없지만, 처방받기는 어렵지 않다.향정신성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없지만, 처방받기는 어렵지 않다.

“오·남용 심각한데”…너무 쉬운 처방

정부도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왔다. 졸피뎀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데, 이 처방 내역을 병원과 약국에서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과거처럼 환자가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같은 약을 처방받아 모으는 '약 쇼핑'은 할 수 없어졌다.

그럼에도 처방의 문제는 남는다. 기자가 직접 "약을 잘 준다"는 서울 시내 병원을 돌아다닌 결과, 대부분의 의사들은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한마디에 곧 수면제를 처방해줬다. 환자와 중독자들은 이런 '약 잘 주는' 병원을 암암리에 알고 있었다.

스틸녹스의 경우, 범죄에 연루된 적이 많아서인지 최대 일주일에서 열흘이라는 처방 기간을 잘 지켰다. 하지만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은 "많이 달라"는 말에 한 달 치를 쉽게 처방받을 수 있었다.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수면제는 치료를 돕는 '약(藥)'이다. 그런 약도 투약자가 나쁜 마음을 먹는 순간 '마약(痲藥)'이자 '사약(賜藥)'이 된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엄격하게 처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약이 절실한 환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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