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 ‘삼성 2인자’ 정현호는 누구?

입력 2019.06.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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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JY 턱밑'·'최측근'…정현호 사장의 수식어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늘(11일)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인 정현호 사장을 소환했습니다.

삼성바이오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면서 검찰 안팎에선 정 사장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일찍부터 나왔습니다. 삼성그룹 내 정 사장의 '위치'와 '역할' 때문입니다. 정 사장의 이름 앞에 붙어 나오는 '윗선', '이재용 최측근', 'JY(이재용) 턱밑'과 같은 수식어들은 그의 '위치'와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입니다.

이재용의 하버드대 동문…그룹 '컨트롤타워' 모두 거쳐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정 사장은 88년부터 5년 넘게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은 뒤 2003년부터는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미전실)을 두루 거쳤습니다. 비서실, 구조본에 미전실까지. 삼성그룹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각 시대의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조직들입니다.

이렇게 그룹 내 최고 결정 조직을 두루 거친 정 사장은 2017년 11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에 오릅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2017년 2월 미전실을 해체했습니다. 미전실이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를 위한 각종 불법행위를 실행한 조직으로 눈총을 받은 데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9개월 만인 그해 11월 미전실의 후신 격인 사업지원TF를 신설했는데, 그 수장으로 정 사장이 낙점된 겁니다. 미전실 사장단은 미전실 해체와 함께 모두 물러났는데, 그 가운데 유일하게 사업지원TF로 복귀한 인물이 정 사장이었습니다.

정 사장이 주목을 받는 건 단순히 사내 요직을 모두 거친 '엘리트'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부회장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 사장은 1990년대 미 하버드대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비슷한 시기 이 부회장도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 부회장이 밟을 예정인 코스를 정 사장이 먼저 거친 뒤 뒤 일종의 '과외'를 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후 그룹 내 요직을 거치며 이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정 사장은 이 부회장 구속 당시 자주 면회를 가 현안을 보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경력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장을 맡다보니 '이재용 최측근', '삼성 2인자'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겁니다.


'이재용 최측근' 정현호 사장의 '입'이 향하는 곳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곁에는 '2인자' 이학수 전 부회장이 함께했습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2003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때 '이건희 회장은 모르는 일', '내가 다 알아서 한 것'이라고 진술해 이건희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지 않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에선 정 사장을 '이재용 시대의 이학수'로 보기도 합니다. 정 사장의 경력이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장, 전략기획실장 등 '컨트롤타워'를 두루 거친 이학수 전 부회장의 경력과 비슷한 데다, '2인자'로 불리는 '위치'까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정 사장의 '역할', 검찰 진술은 어떨까요?

현재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부당하게 변경해 장부상 가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회계 부정 의혹과, 지난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된 각종 서류와 회사 서버,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입니다.

증거인멸 부분과 관련해 현재 삼성전자 부사장 이 모 씨와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서 모 상무 등이 구속된 상황입니다. 백 상무 등은 정 사장의 직속 부하이고 이 부사장 또한 정 사장의 지시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는 힘든 인물입니다. '증거인멸'을 최종 결정하고 지시한 사람이 정 사장이 아닌지 검찰이 의심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이 같은 증거인멸은 수사의 '본류'인 회계 부정 의혹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증거를 감추려는 사람이 결국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람 아니겠느냐"는 게 검찰 관계자의 말입니다. 2015년 회계 부정의 목적은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정당화,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있습니다.

정 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할지, 정 사장의 '입'을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정 사장의 진술이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일지, '부하직원들이 결정하고 보고만 받았다'일지, '내가 지시했고 윗선은 모른다'일지, '나도 지시를 받아서 한 일'일지. 정 사장의 '입'에 많은 것들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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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출석 ‘삼성 2인자’ 정현호는 누구?
    • 입력 2019-06-11 15:04:03
    취재K
'윗선'·'JY 턱밑'·'최측근'…정현호 사장의 수식어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늘(11일)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인 정현호 사장을 소환했습니다.

삼성바이오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면서 검찰 안팎에선 정 사장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일찍부터 나왔습니다. 삼성그룹 내 정 사장의 '위치'와 '역할' 때문입니다. 정 사장의 이름 앞에 붙어 나오는 '윗선', '이재용 최측근', 'JY(이재용) 턱밑'과 같은 수식어들은 그의 '위치'와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입니다.

이재용의 하버드대 동문…그룹 '컨트롤타워' 모두 거쳐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정 사장은 88년부터 5년 넘게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은 뒤 2003년부터는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미전실)을 두루 거쳤습니다. 비서실, 구조본에 미전실까지. 삼성그룹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각 시대의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조직들입니다.

이렇게 그룹 내 최고 결정 조직을 두루 거친 정 사장은 2017년 11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에 오릅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2017년 2월 미전실을 해체했습니다. 미전실이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를 위한 각종 불법행위를 실행한 조직으로 눈총을 받은 데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9개월 만인 그해 11월 미전실의 후신 격인 사업지원TF를 신설했는데, 그 수장으로 정 사장이 낙점된 겁니다. 미전실 사장단은 미전실 해체와 함께 모두 물러났는데, 그 가운데 유일하게 사업지원TF로 복귀한 인물이 정 사장이었습니다.

정 사장이 주목을 받는 건 단순히 사내 요직을 모두 거친 '엘리트'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부회장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 사장은 1990년대 미 하버드대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비슷한 시기 이 부회장도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 부회장이 밟을 예정인 코스를 정 사장이 먼저 거친 뒤 뒤 일종의 '과외'를 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후 그룹 내 요직을 거치며 이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정 사장은 이 부회장 구속 당시 자주 면회를 가 현안을 보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경력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장을 맡다보니 '이재용 최측근', '삼성 2인자'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겁니다.


'이재용 최측근' 정현호 사장의 '입'이 향하는 곳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곁에는 '2인자' 이학수 전 부회장이 함께했습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2003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때 '이건희 회장은 모르는 일', '내가 다 알아서 한 것'이라고 진술해 이건희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지 않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에선 정 사장을 '이재용 시대의 이학수'로 보기도 합니다. 정 사장의 경력이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장, 전략기획실장 등 '컨트롤타워'를 두루 거친 이학수 전 부회장의 경력과 비슷한 데다, '2인자'로 불리는 '위치'까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정 사장의 '역할', 검찰 진술은 어떨까요?

현재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부당하게 변경해 장부상 가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회계 부정 의혹과, 지난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된 각종 서류와 회사 서버,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입니다.

증거인멸 부분과 관련해 현재 삼성전자 부사장 이 모 씨와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서 모 상무 등이 구속된 상황입니다. 백 상무 등은 정 사장의 직속 부하이고 이 부사장 또한 정 사장의 지시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는 힘든 인물입니다. '증거인멸'을 최종 결정하고 지시한 사람이 정 사장이 아닌지 검찰이 의심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이 같은 증거인멸은 수사의 '본류'인 회계 부정 의혹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증거를 감추려는 사람이 결국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람 아니겠느냐"는 게 검찰 관계자의 말입니다. 2015년 회계 부정의 목적은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정당화,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있습니다.

정 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할지, 정 사장의 '입'을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정 사장의 진술이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일지, '부하직원들이 결정하고 보고만 받았다'일지, '내가 지시했고 윗선은 모른다'일지, '나도 지시를 받아서 한 일'일지. 정 사장의 '입'에 많은 것들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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