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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한 쥴은 싫어요”…센 거 찾아 ‘불법 직구’
입력 2019.06.12 (07:01) 취재K
전자담배 업계의 '애플'…미국 액상전자담배 점유율 1위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액상 전자담배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쥴(JUUL)'이 지난달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처음이라는데요.

쥴은 별도의 버튼이나 스위치가 없어 사용이 간편한 데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전자담배 업계의 애
플'로까지 불리며 화제가 되면서, 이미 판매 전부터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에 익숙한 국내 흡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습니다. 실제로 출시 직후 쥴을 판매하는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는 완판은 물론 예약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한증막에 들어온 줄"…실망스런 '국내용 쥴'

그런데 막상 국내용 쥴을 구매한 흡연자들 상당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회사원 A 씨는 "전혀 담배 같지 않고 그냥 수증기 같다. 꼭 한증막에 들어간 느낌이었다"고 쥴 이용 후기를 밝혔습니다. "60 모금을 흡입해도 담배를 피운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고도 할 정도였습니다.

또 다른 흡연자 B 씨는 "담배 냄새가 안 나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순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요컨대 쥴은 담배 특유의 타격감, 즉 연기를 흡입하는 느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겁니다.


니코틴 1% 넘으면 유해화학물질…국내용은 니코틴 0.7%

실제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쥴은 니코틴 함량이 1.7%, 3%, 5%로 다양하지만,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니코틴 함량이 0.7%에 불과합니다. 흡연자들의 실망감에는 정확한 근거가 있었던 겁니다. 국내 판매용 쥴의 니코틴 함량은 왜 이렇게 적을까요?

액상담배인 쥴에 포함된 액상이 화학물질관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액상에 니코틴 함량이 1%를 넘을 경우 화학물질관리법 상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고, 이를 판매할 경우 유해물질 취급과 관련된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게다가 함량이 2%를 넘을 경우에는 환경부로부터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까지 받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판매용 쥴은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췄는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진짜 쥴, 그러니까 니코틴 함유량이 높은 줄쥴을쥴 찾는 흡연자들이 오히려 급증한 겁니다.



그럼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미국 판매용 쥴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역시 구매대행이었습니다. 취재진은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판매책과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직접 구매문의를 해봤더니 곧바로 가격을 안내했습니다.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망고 맛 액상 카트리지(팟, pod)의 경우 2개에 18,000원. 4개에 18,000원에 판매되는 국내 카트리지보다 정확히 2배 비싼 가격입니다.

전자담배 구매대행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4개에 4만 2천 원 가량을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는 4개에 15~17달러 정도에 판매하고 있으니, 국내 구매대행 가격은 현지보다 2배 이상 비싼 셈입니다.



통관에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직까지 통관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했습니다. 박스와 스티커 작업 뒤 발송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요. 다른 박스로 위장해 발송한다는 겁니다. 재포장 없이 정품 박스를 미개봉 상태에서 보낸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령하지 못해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배송기간은 대체로 5~10일, 3~5일이 걸리는 특급배송도 가능했습니다.

구매대행으로 '짝퉁 액상' 유입...'호환팟' 유행하기도

이 같은 구매대행의 활성화는 이른바 '짝퉁 액상'의 유통도 부추기고 있습니다. 쥴은 전용 디바이스와 액상이 담긴 '팟'을 결합하는 구조인데, 쥴과 호환되는 액상 카트리지가 구매대행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면서 이 카트리지에 니코틴 함량이 높은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을 주입하는 '호환팟'이 가능해진 겁니다.

이 짝퉁 액상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를 교묘히 피해갈 뿐 아니라 정품 팟보다 가격도 저렴해, 국내에서 쥴을 판매하는 쥴랩스코리아 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액상 니코틴 유통 엄격 규제한다지만…'불법 거래' 언제까지 방치?

쥴은 국내 출시와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우려를 낳았습니다. 일반 담배보다 현저히 적은 세금이 부과된다는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미국에서처럼 청소년들의 '입문 담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쟁점인데요. 여기에 세관 당국의 무관심을 이용한 불법 구매대행까지 확산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액상 니코틴들까지 손쉽게 유통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는 국민 건강권을 위해 액상 니코틴을 유해화학물질로 규정하고 유통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지만, 불과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닿을 수 있는 이 불법 거래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밍밍한 쥴은 싫어요”…센 거 찾아 ‘불법 직구’
    • 입력 2019-06-12 07:01:53
    취재K
전자담배 업계의 '애플'…미국 액상전자담배 점유율 1위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액상 전자담배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쥴(JUUL)'이 지난달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처음이라는데요.

쥴은 별도의 버튼이나 스위치가 없어 사용이 간편한 데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전자담배 업계의 애
플'로까지 불리며 화제가 되면서, 이미 판매 전부터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에 익숙한 국내 흡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습니다. 실제로 출시 직후 쥴을 판매하는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는 완판은 물론 예약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한증막에 들어온 줄"…실망스런 '국내용 쥴'

그런데 막상 국내용 쥴을 구매한 흡연자들 상당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회사원 A 씨는 "전혀 담배 같지 않고 그냥 수증기 같다. 꼭 한증막에 들어간 느낌이었다"고 쥴 이용 후기를 밝혔습니다. "60 모금을 흡입해도 담배를 피운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고도 할 정도였습니다.

또 다른 흡연자 B 씨는 "담배 냄새가 안 나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순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요컨대 쥴은 담배 특유의 타격감, 즉 연기를 흡입하는 느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겁니다.


니코틴 1% 넘으면 유해화학물질…국내용은 니코틴 0.7%

실제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쥴은 니코틴 함량이 1.7%, 3%, 5%로 다양하지만,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니코틴 함량이 0.7%에 불과합니다. 흡연자들의 실망감에는 정확한 근거가 있었던 겁니다. 국내 판매용 쥴의 니코틴 함량은 왜 이렇게 적을까요?

액상담배인 쥴에 포함된 액상이 화학물질관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액상에 니코틴 함량이 1%를 넘을 경우 화학물질관리법 상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고, 이를 판매할 경우 유해물질 취급과 관련된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게다가 함량이 2%를 넘을 경우에는 환경부로부터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까지 받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판매용 쥴은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췄는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진짜 쥴, 그러니까 니코틴 함유량이 높은 줄쥴을쥴 찾는 흡연자들이 오히려 급증한 겁니다.



그럼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미국 판매용 쥴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역시 구매대행이었습니다. 취재진은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판매책과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직접 구매문의를 해봤더니 곧바로 가격을 안내했습니다.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망고 맛 액상 카트리지(팟, pod)의 경우 2개에 18,000원. 4개에 18,000원에 판매되는 국내 카트리지보다 정확히 2배 비싼 가격입니다.

전자담배 구매대행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4개에 4만 2천 원 가량을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는 4개에 15~17달러 정도에 판매하고 있으니, 국내 구매대행 가격은 현지보다 2배 이상 비싼 셈입니다.



통관에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직까지 통관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했습니다. 박스와 스티커 작업 뒤 발송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요. 다른 박스로 위장해 발송한다는 겁니다. 재포장 없이 정품 박스를 미개봉 상태에서 보낸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령하지 못해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배송기간은 대체로 5~10일, 3~5일이 걸리는 특급배송도 가능했습니다.

구매대행으로 '짝퉁 액상' 유입...'호환팟' 유행하기도

이 같은 구매대행의 활성화는 이른바 '짝퉁 액상'의 유통도 부추기고 있습니다. 쥴은 전용 디바이스와 액상이 담긴 '팟'을 결합하는 구조인데, 쥴과 호환되는 액상 카트리지가 구매대행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면서 이 카트리지에 니코틴 함량이 높은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을 주입하는 '호환팟'이 가능해진 겁니다.

이 짝퉁 액상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를 교묘히 피해갈 뿐 아니라 정품 팟보다 가격도 저렴해, 국내에서 쥴을 판매하는 쥴랩스코리아 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액상 니코틴 유통 엄격 규제한다지만…'불법 거래' 언제까지 방치?

쥴은 국내 출시와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우려를 낳았습니다. 일반 담배보다 현저히 적은 세금이 부과된다는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미국에서처럼 청소년들의 '입문 담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쟁점인데요. 여기에 세관 당국의 무관심을 이용한 불법 구매대행까지 확산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액상 니코틴들까지 손쉽게 유통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는 국민 건강권을 위해 액상 니코틴을 유해화학물질로 규정하고 유통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지만, 불과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닿을 수 있는 이 불법 거래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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