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들이 우산을 쓴 까닭은?

입력 2019.06.14 (08:08) 수정 2019.06.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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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관광 명소 빅토리아 피크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이 곳 주변에 홍콩 시민 백만 명이 모였습니다.

홍콩 인구가 7백 만이니 7명 중 1명이 나온 셈이죠.

비도 오지 않는데 저마다 우산을 들고 나왔습니다.

5년 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이른바 '우산 혁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를 피하기 위해 사용한 노란 우산의 물결에서 유래된 명칭입니다.

이렇게 많은 홍콩인들은 왜 다시, 거리로 나온 걸까요?

이들의 팻말에 적힌 짧은 구호 보시죠.

'반송중(反送中)'.

중국 송환 반대 즉 범죄자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합니다.

지금 홍콩 정부가 추진중인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발하고 있는 건데요.

이 법안은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지역 즉 중국 본토와 타이완, 마카오 등에도 범죄인을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우려는 바로 '중국'에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이 홍콩에 있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악용할 거라는 겁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거란 게 이들 시위대의 주장입니다.

법안 심의가 예정됐던 지난 12일 급기야 시위대와 경찰이 극렬하게 충돌했습니다.

당시 현장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 중인데요.

잠시 보시겠습니다.

경찰 여러 명이 갑자기 달려가 한 시민을 잡아채 넘어뜨립니다.

그리고 때립니다.

넘어진 시민은 무방비 상태로 맞기만 합니다.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하고, 피를 흘린 채 앉아 있는 시민도 보입니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직격으로 맞았습니다.

한 여성은 경찰들 앞에서 팔을 펼쳐 보이며 "나는 무장하지 않았고 공격하지 않는다"고 외치지만 돌아온 건 최루탄이었습니다.

이날 시위에선 7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홍콩 정부는 일단 법안 심의를 연기했습니다.

시위대가 1차 승리를 거둔 셈이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강경한 입장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공공의 적이 된 캐리 람.

5년 전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한 공으로 행정 수반에 오른 인물인데요.

람 장관은 이번 시위를 '조직된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처벌을 경고했습니다.

법안 심의도 곧 다시 할 뜻을 밝혔습니다.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홍콩 TVB 인터뷰 中 : "이제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의회라는 틀 속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위에는 홍콩 시민들의 뿌리 깊은 '반중 감정'이 한몫을 했습니다.

홍콩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일국양제(一國兩制)'죠.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 다시 말해 중국이 홍콩과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지만 체제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뒤 국방과 외교에 대한 주권은 중국, 홍콩은 입법·사법·행정에 자치권을 가지고 나라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자부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중국의 내정간섭으로부터 홍콩을 지켜내는 것, 이번에 문제가 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발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이유도 있습니다.

중국 부자들의 돈이 홍콩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값이 갑자기 오르고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는 박탈감을 드러냈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시위가 계속되자 전 세계 이목이 홍콩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중국과 불편한 관계인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를 두고 "내가 본 최대 시위였다"며 "홍콩 시민들을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홍콩 문제가 미중 무역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과거 홍콩을 식민지로 뒀던 영국도 나섰습니다.

메이 총리는 "전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반응에 중국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홍콩 시위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홍콩의 제2의 우산혁명이 이번에는 성공을 거둘지, 또 다시 ‘미완의 혁명’으로 남을지 세계 이목이 홍콩섬을 향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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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인들이 우산을 쓴 까닭은?
    • 입력 2019-06-14 08:12:46
    • 수정2019-06-14 13:56:49
    아침뉴스타임
홍콩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관광 명소 빅토리아 피크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이 곳 주변에 홍콩 시민 백만 명이 모였습니다.

홍콩 인구가 7백 만이니 7명 중 1명이 나온 셈이죠.

비도 오지 않는데 저마다 우산을 들고 나왔습니다.

5년 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이른바 '우산 혁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를 피하기 위해 사용한 노란 우산의 물결에서 유래된 명칭입니다.

이렇게 많은 홍콩인들은 왜 다시, 거리로 나온 걸까요?

이들의 팻말에 적힌 짧은 구호 보시죠.

'반송중(反送中)'.

중국 송환 반대 즉 범죄자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합니다.

지금 홍콩 정부가 추진중인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발하고 있는 건데요.

이 법안은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지역 즉 중국 본토와 타이완, 마카오 등에도 범죄인을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우려는 바로 '중국'에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이 홍콩에 있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악용할 거라는 겁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거란 게 이들 시위대의 주장입니다.

법안 심의가 예정됐던 지난 12일 급기야 시위대와 경찰이 극렬하게 충돌했습니다.

당시 현장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 중인데요.

잠시 보시겠습니다.

경찰 여러 명이 갑자기 달려가 한 시민을 잡아채 넘어뜨립니다.

그리고 때립니다.

넘어진 시민은 무방비 상태로 맞기만 합니다.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하고, 피를 흘린 채 앉아 있는 시민도 보입니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직격으로 맞았습니다.

한 여성은 경찰들 앞에서 팔을 펼쳐 보이며 "나는 무장하지 않았고 공격하지 않는다"고 외치지만 돌아온 건 최루탄이었습니다.

이날 시위에선 7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홍콩 정부는 일단 법안 심의를 연기했습니다.

시위대가 1차 승리를 거둔 셈이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강경한 입장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공공의 적이 된 캐리 람.

5년 전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한 공으로 행정 수반에 오른 인물인데요.

람 장관은 이번 시위를 '조직된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처벌을 경고했습니다.

법안 심의도 곧 다시 할 뜻을 밝혔습니다.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홍콩 TVB 인터뷰 中 : "이제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의회라는 틀 속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위에는 홍콩 시민들의 뿌리 깊은 '반중 감정'이 한몫을 했습니다.

홍콩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일국양제(一國兩制)'죠.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 다시 말해 중국이 홍콩과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지만 체제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뒤 국방과 외교에 대한 주권은 중국, 홍콩은 입법·사법·행정에 자치권을 가지고 나라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자부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중국의 내정간섭으로부터 홍콩을 지켜내는 것, 이번에 문제가 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발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이유도 있습니다.

중국 부자들의 돈이 홍콩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값이 갑자기 오르고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는 박탈감을 드러냈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시위가 계속되자 전 세계 이목이 홍콩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중국과 불편한 관계인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를 두고 "내가 본 최대 시위였다"며 "홍콩 시민들을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홍콩 문제가 미중 무역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과거 홍콩을 식민지로 뒀던 영국도 나섰습니다.

메이 총리는 "전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반응에 중국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홍콩 시위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홍콩의 제2의 우산혁명이 이번에는 성공을 거둘지, 또 다시 ‘미완의 혁명’으로 남을지 세계 이목이 홍콩섬을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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