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 TBS-TV ‘일본 국민과의 대화’ 편에 출연해 방청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03년 6월 8일 오후 일본 민영방송 TBS-TV 도쿄 스튜디오에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했다.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본 주부·대학생·자영업자 등 방청객 100명이 기립해 노 대통령을 맞았다. 우리에게 '초난강'으로 알려진 구사나기 쓰요시는 노 대통령에게 '김치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예방에 효과가 있냐'고 묻는 등 방송 내내 한국 음식과 대중문화에 친근함을 보였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 심지어 ‘자기 외모에 만족하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녹화는 100분간 진행됐고, 90분 길이로 편집돼 일본 전역에 방송됐다. 일본에 오래 거주해 온 재일동포들은 '16년 전 그때'를 종종 떠올린다.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때가 바로 이 무렵이기도 하다. 2002년 FIFA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고, 2003~2004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켰다. 노 대통령이 일본 TV방송에 출연해 일본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도쿄대에서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연설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온정의 손길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어졌다. 역사와 영토 문제로 인한 갈등은 그 때도 여전했지만 한일 관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러던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우경화와 함께 혐한(嫌韓)도 확산됐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외교관계는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두 번째 방문한다.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28일~29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작 나오고도 남았어야 할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 개최 공식 발표는 G20을 불과 6일 남겨놓고도 감감무소식이다. 19일 우리 정부가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한 제안도, 일본 정부는 단칼에 거부했다. 평행선은 길어졌고, 출구 찾기도 더 어려워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27일 방일 첫날 첫 일정은 오사카 교민 간담회다. 일본의 교민 사회도 이명박 대통령 방일 이후 처음 열리는 간담회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와 아쉬움이 앞선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한 점, 방문 기간 별다른 친선 외교 일정이 없다는(혹은 알려지지 않은) 점 등 때문이다. 도쿄에서 17년간 한국어학원을 운영해 온 이모 씨는 “한일 관계가 좋아야 이곳 교민들의 경제도 나아진다"며 '2003년 그 때’를 언급했다. 이 씨는 "대통령이 만약 그때처럼 방송이든, 연설이든 일본 국민에게 직접 친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존재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2003년 6월 8일 오후 일본 민영방송 TBS-TV 도쿄 스튜디오에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했다.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본 주부·대학생·자영업자 등 방청객 100명이 기립해 노 대통령을 맞았다. 우리에게 '초난강'으로 알려진 구사나기 쓰요시는 노 대통령에게 '김치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예방에 효과가 있냐'고 묻는 등 방송 내내 한국 음식과 대중문화에 친근함을 보였다.
일본 방청객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노무현 대통령
훈훈한 분위기 속에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 심지어 ‘자기 외모에 만족하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녹화는 100분간 진행됐고, 90분 길이로 편집돼 일본 전역에 방송됐다. 일본에 오래 거주해 온 재일동포들은 '16년 전 그때'를 종종 떠올린다.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 관련 소식을 전하는 KBS 뉴스9
2003~2004년 일본 NHK를 통해 방영된 KBS 드라마 '겨울연가'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때가 바로 이 무렵이기도 하다. 2002년 FIFA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고, 2003~2004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켰다. 노 대통령이 일본 TV방송에 출연해 일본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도쿄대에서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연설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온정의 손길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어졌다. 역사와 영토 문제로 인한 갈등은 그 때도 여전했지만 한일 관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러던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우경화와 함께 혐한(嫌韓)도 확산됐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외교관계는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두 번째 방문한다.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28일~29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작 나오고도 남았어야 할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 개최 공식 발표는 G20을 불과 6일 남겨놓고도 감감무소식이다. 19일 우리 정부가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한 제안도, 일본 정부는 단칼에 거부했다. 평행선은 길어졌고, 출구 찾기도 더 어려워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27일 방일 첫날 첫 일정은 오사카 교민 간담회다. 일본의 교민 사회도 이명박 대통령 방일 이후 처음 열리는 간담회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와 아쉬움이 앞선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한 점, 방문 기간 별다른 친선 외교 일정이 없다는(혹은 알려지지 않은) 점 등 때문이다. 도쿄에서 17년간 한국어학원을 운영해 온 이모 씨는 “한일 관계가 좋아야 이곳 교민들의 경제도 나아진다"며 '2003년 그 때’를 언급했다. 이 씨는 "대통령이 만약 그때처럼 방송이든, 연설이든 일본 국민에게 직접 친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존재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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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파구 못 찾는 한일 관계…‘2003년 그 때’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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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6-22 09:02:40
▲2003년 6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 TBS-TV ‘일본 국민과의 대화’ 편에 출연해 방청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03년 6월 8일 오후 일본 민영방송 TBS-TV 도쿄 스튜디오에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했다.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본 주부·대학생·자영업자 등 방청객 100명이 기립해 노 대통령을 맞았다. 우리에게 '초난강'으로 알려진 구사나기 쓰요시는 노 대통령에게 '김치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예방에 효과가 있냐'고 묻는 등 방송 내내 한국 음식과 대중문화에 친근함을 보였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 심지어 ‘자기 외모에 만족하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녹화는 100분간 진행됐고, 90분 길이로 편집돼 일본 전역에 방송됐다. 일본에 오래 거주해 온 재일동포들은 '16년 전 그때'를 종종 떠올린다.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때가 바로 이 무렵이기도 하다. 2002년 FIFA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고, 2003~2004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켰다. 노 대통령이 일본 TV방송에 출연해 일본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도쿄대에서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연설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온정의 손길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어졌다. 역사와 영토 문제로 인한 갈등은 그 때도 여전했지만 한일 관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러던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우경화와 함께 혐한(嫌韓)도 확산됐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외교관계는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두 번째 방문한다.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28일~29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작 나오고도 남았어야 할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 개최 공식 발표는 G20을 불과 6일 남겨놓고도 감감무소식이다. 19일 우리 정부가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한 제안도, 일본 정부는 단칼에 거부했다. 평행선은 길어졌고, 출구 찾기도 더 어려워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27일 방일 첫날 첫 일정은 오사카 교민 간담회다. 일본의 교민 사회도 이명박 대통령 방일 이후 처음 열리는 간담회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와 아쉬움이 앞선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한 점, 방문 기간 별다른 친선 외교 일정이 없다는(혹은 알려지지 않은) 점 등 때문이다. 도쿄에서 17년간 한국어학원을 운영해 온 이모 씨는 “한일 관계가 좋아야 이곳 교민들의 경제도 나아진다"며 '2003년 그 때’를 언급했다. 이 씨는 "대통령이 만약 그때처럼 방송이든, 연설이든 일본 국민에게 직접 친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존재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2003년 6월 8일 오후 일본 민영방송 TBS-TV 도쿄 스튜디오에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했다.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본 주부·대학생·자영업자 등 방청객 100명이 기립해 노 대통령을 맞았다. 우리에게 '초난강'으로 알려진 구사나기 쓰요시는 노 대통령에게 '김치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예방에 효과가 있냐'고 묻는 등 방송 내내 한국 음식과 대중문화에 친근함을 보였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 심지어 ‘자기 외모에 만족하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녹화는 100분간 진행됐고, 90분 길이로 편집돼 일본 전역에 방송됐다. 일본에 오래 거주해 온 재일동포들은 '16년 전 그때'를 종종 떠올린다.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때가 바로 이 무렵이기도 하다. 2002년 FIFA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고, 2003~2004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켰다. 노 대통령이 일본 TV방송에 출연해 일본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도쿄대에서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연설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온정의 손길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어졌다. 역사와 영토 문제로 인한 갈등은 그 때도 여전했지만 한일 관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러던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우경화와 함께 혐한(嫌韓)도 확산됐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외교관계는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두 번째 방문한다.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28일~29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작 나오고도 남았어야 할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 개최 공식 발표는 G20을 불과 6일 남겨놓고도 감감무소식이다. 19일 우리 정부가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한 제안도, 일본 정부는 단칼에 거부했다. 평행선은 길어졌고, 출구 찾기도 더 어려워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27일 방일 첫날 첫 일정은 오사카 교민 간담회다. 일본의 교민 사회도 이명박 대통령 방일 이후 처음 열리는 간담회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와 아쉬움이 앞선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한 점, 방문 기간 별다른 친선 외교 일정이 없다는(혹은 알려지지 않은) 점 등 때문이다. 도쿄에서 17년간 한국어학원을 운영해 온 이모 씨는 “한일 관계가 좋아야 이곳 교민들의 경제도 나아진다"며 '2003년 그 때’를 언급했다. 이 씨는 "대통령이 만약 그때처럼 방송이든, 연설이든 일본 국민에게 직접 친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존재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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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기 기자 rememb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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