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미신고 영업 신고했더니 “직접 고발하라”는 시청…“공무원 맞나요?”

입력 2019.06.23 (08:00) 수정 2019.06.23 (13: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전 세입자로부터 커피숍을 인도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57살 오은순 씨. 임대료는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는 150여만 원입니다.

장사를 시작한 지 반년이 채 안 된 올해 4월, 커피숍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옆에 아파트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가 들어왔는데 어떡하느냐"는 얘기였습니다.

상가와 같은 건물에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의 복지시설 자리에 한 입주민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카페가 영업에 들어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공동 시설이어서 임대료도, 관리비도, 위탁수수료도 내지 않고 운영하는 카페였습니다. 오 씨 커피숍과 비교해 커피값은 1,000원 이상 저렴한 반면, 운영시간은 오전 8시 50분부터 밤 9시까지로 거의 같았습니다.

이 카페는 '입주민만 이용 가능'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긴 했지만, 실제로는 외부인도 이용했습니다. 아파트 주민은 기본적으로 주민카드를 찍게 해 나중에 관리비로 정산하도록 했지만, 현금도 받았습니다. 주민카드 자체가 없는 외부인에게선 현금만 받았습니다.

지역 구조상 외부인 유입 없이 해당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 주민만 상대로 하는 상권이다 보니, 오 씨의 커피숍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매출도 절반 넘게 급감했습니다.

월세가 밀리는 등 가게 운영이 힘들게 됐지만, 오 씨는 "속상한데 어쩌겠느냐. 아파트에서 결정한 일이고 당연히 영업허가도 받았을 텐데, 내가 뭐라고 하겠느냐"며 한숨만 쉬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이 오 씨를 찾아와 의외의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그 카페는 영업 허가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사업자등록을 하고 정식으로 영업하는 카페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오 씨는 놀랐습니다. 황급히 시청에 확인해 봤더니 사실이었습니다. 해당 카페는 사업자등록이 돼 있지 않았습니다.

더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주민 카페가 들어선 공간은 건축물 용도 자체가 '복지시설'로 돼 있어서 영리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애초에 휴게음식점 영업신고가 불가능한 곳이란 것이었습니다.

애초엔 카페 영업이 합법이라면 상권 잠식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오 씨였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에게서 카페가 영업신고 없이 운영 중이란 제보를 받고 실제 사실관계까지 확인한 이상,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중순, 무허가 영업과 현금 수령에 따른 탈세가 의심된다며 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평택시청에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시청은 며칠째 묵묵부답이었고, 매출 감소에 하루하루 힘들어진 오 씨는 직접 시청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오 씨를 맞은 시청 공무원은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공무원은 "무신고 영업의 경우는 우리가 수사권이 없어서 경찰에 고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심증만으로는 고발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오 씨가 "이건 심증이 아니지 않느냐, 영업하는 시간에 가서 보면 다 알 수 있다"고 하자, 공무원은 갑자기 "그럼 사장님이 고발을 하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오 씨가 "아니, 어떻게 민원인한테 주민을 고발하라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공무원은 "일단 민원은 접수하겠지만, 우리로선 이렇게밖에 설명을 못 드린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시청은 현지 점검 결과라면서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해당 카페는 영리 목적 없이 입주민만 대상으로 최소한의 시설 유지·관리 비용만 부과하는 복지시설이어서 휴게음식점 영업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 씨는 "현금을 받고 외부인에게까지 영업하는데, 어떻게 그게 아파트 주민만 쓰는 복지시설이냐"며 반발했습니다.

오 씨는 시청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달 초 경기도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상급기관인 도청에 민원이 접수되자, 갑자기 시청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뒤늦게 해당 카페의 운영 행위가 식품위생법상 '영업'에 해당하는지 법률 자문을 받아 해당할 경우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커피를 직접 사보거나 현금 수령 여부를 확인 못 한 부분은 죄송하다"고도 했습니다.

오 씨가 "도청 민원 넣기 전에는 나한테 공문을 보내서 그 카페는 복지시설이라서 영업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럼 그 공문은 대체 뭘 근거로 보냈던 거냐"고 항의하자 시청 측은 "그건 그냥 일차적인 답변이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 공문에서 아예 결론을 내려놨는데, 그게 어딜 봐서 1차 답변이냐"고 거듭 따지자 "그때는 절대 영업 행위가 아니라는 관리사무소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판단했던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아파트 측 입장은 무엇인지, 취재진은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봤습니다. 무허가 영업 등 불법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관리사무소 측은 "탈세 얘기 나오는 것도 이해를 한다. 좀 늦은 감이 있더라도 전부 입주자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그렇게 우선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아파트에서는 또 다른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관리사무소가 해당 카페를 입주민이 아닌 인근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겁니다.

오 씨는 "입주민 전용 복지시설이어서 영업 신고 안 해도 된다면서, 외부인까지 받자며 투표를 한 것 자체가 모순 아니냐. 아예 드러내놓고 영업하겠다는 소리"라면서 "시청에서 아파트 측에 관련 규정을 정확히 설명하고 제대로 관리·감독을 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커피숍 운영에 위기를 몰고 온 영업허가 없이 운영 중인 아파트 카페보다도, 그걸 바로잡아달라고 신고했더니 "당신이 직접 경찰에 고발하라"고 하고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그건 주민만 쓰는 복지시설이라서 괜찮다"며 수긍 못 할 태도를 보인 시청 공무원들이 더 야속하다고, 오 씨는 토로합니다.

"하루 13시간 일해도 월세랑 전기세 등 내고 나면 입에 풀칠도 하기 힘든데, 바로 옆에 무허가 논란 주민 카페까지 들어와서 자칫 가게 문 닫아야 할 판입니다. 이럴 때 법대로 조치하고 도와줘야 하는 게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청 아닌가요? 그런데 자기들은 해 줄 게 없다면서 나보고 주민과 직접 싸우라는 게 공무원이 할 소리인가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못참겠다] 미신고 영업 신고했더니 “직접 고발하라”는 시청…“공무원 맞나요?”
    • 입력 2019-06-23 08:00:38
    • 수정2019-06-23 13:10:44
    영상K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전 세입자로부터 커피숍을 인도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57살 오은순 씨. 임대료는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는 150여만 원입니다.

장사를 시작한 지 반년이 채 안 된 올해 4월, 커피숍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옆에 아파트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가 들어왔는데 어떡하느냐"는 얘기였습니다.

상가와 같은 건물에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의 복지시설 자리에 한 입주민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카페가 영업에 들어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공동 시설이어서 임대료도, 관리비도, 위탁수수료도 내지 않고 운영하는 카페였습니다. 오 씨 커피숍과 비교해 커피값은 1,000원 이상 저렴한 반면, 운영시간은 오전 8시 50분부터 밤 9시까지로 거의 같았습니다.

이 카페는 '입주민만 이용 가능'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긴 했지만, 실제로는 외부인도 이용했습니다. 아파트 주민은 기본적으로 주민카드를 찍게 해 나중에 관리비로 정산하도록 했지만, 현금도 받았습니다. 주민카드 자체가 없는 외부인에게선 현금만 받았습니다.

지역 구조상 외부인 유입 없이 해당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 주민만 상대로 하는 상권이다 보니, 오 씨의 커피숍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매출도 절반 넘게 급감했습니다.

월세가 밀리는 등 가게 운영이 힘들게 됐지만, 오 씨는 "속상한데 어쩌겠느냐. 아파트에서 결정한 일이고 당연히 영업허가도 받았을 텐데, 내가 뭐라고 하겠느냐"며 한숨만 쉬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이 오 씨를 찾아와 의외의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그 카페는 영업 허가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사업자등록을 하고 정식으로 영업하는 카페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오 씨는 놀랐습니다. 황급히 시청에 확인해 봤더니 사실이었습니다. 해당 카페는 사업자등록이 돼 있지 않았습니다.

더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주민 카페가 들어선 공간은 건축물 용도 자체가 '복지시설'로 돼 있어서 영리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애초에 휴게음식점 영업신고가 불가능한 곳이란 것이었습니다.

애초엔 카페 영업이 합법이라면 상권 잠식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오 씨였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에게서 카페가 영업신고 없이 운영 중이란 제보를 받고 실제 사실관계까지 확인한 이상,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중순, 무허가 영업과 현금 수령에 따른 탈세가 의심된다며 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평택시청에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시청은 며칠째 묵묵부답이었고, 매출 감소에 하루하루 힘들어진 오 씨는 직접 시청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오 씨를 맞은 시청 공무원은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공무원은 "무신고 영업의 경우는 우리가 수사권이 없어서 경찰에 고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심증만으로는 고발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오 씨가 "이건 심증이 아니지 않느냐, 영업하는 시간에 가서 보면 다 알 수 있다"고 하자, 공무원은 갑자기 "그럼 사장님이 고발을 하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오 씨가 "아니, 어떻게 민원인한테 주민을 고발하라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공무원은 "일단 민원은 접수하겠지만, 우리로선 이렇게밖에 설명을 못 드린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시청은 현지 점검 결과라면서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해당 카페는 영리 목적 없이 입주민만 대상으로 최소한의 시설 유지·관리 비용만 부과하는 복지시설이어서 휴게음식점 영업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 씨는 "현금을 받고 외부인에게까지 영업하는데, 어떻게 그게 아파트 주민만 쓰는 복지시설이냐"며 반발했습니다.

오 씨는 시청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달 초 경기도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상급기관인 도청에 민원이 접수되자, 갑자기 시청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뒤늦게 해당 카페의 운영 행위가 식품위생법상 '영업'에 해당하는지 법률 자문을 받아 해당할 경우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커피를 직접 사보거나 현금 수령 여부를 확인 못 한 부분은 죄송하다"고도 했습니다.

오 씨가 "도청 민원 넣기 전에는 나한테 공문을 보내서 그 카페는 복지시설이라서 영업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럼 그 공문은 대체 뭘 근거로 보냈던 거냐"고 항의하자 시청 측은 "그건 그냥 일차적인 답변이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 공문에서 아예 결론을 내려놨는데, 그게 어딜 봐서 1차 답변이냐"고 거듭 따지자 "그때는 절대 영업 행위가 아니라는 관리사무소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판단했던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아파트 측 입장은 무엇인지, 취재진은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봤습니다. 무허가 영업 등 불법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관리사무소 측은 "탈세 얘기 나오는 것도 이해를 한다. 좀 늦은 감이 있더라도 전부 입주자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그렇게 우선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아파트에서는 또 다른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관리사무소가 해당 카페를 입주민이 아닌 인근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겁니다.

오 씨는 "입주민 전용 복지시설이어서 영업 신고 안 해도 된다면서, 외부인까지 받자며 투표를 한 것 자체가 모순 아니냐. 아예 드러내놓고 영업하겠다는 소리"라면서 "시청에서 아파트 측에 관련 규정을 정확히 설명하고 제대로 관리·감독을 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커피숍 운영에 위기를 몰고 온 영업허가 없이 운영 중인 아파트 카페보다도, 그걸 바로잡아달라고 신고했더니 "당신이 직접 경찰에 고발하라"고 하고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그건 주민만 쓰는 복지시설이라서 괜찮다"며 수긍 못 할 태도를 보인 시청 공무원들이 더 야속하다고, 오 씨는 토로합니다.

"하루 13시간 일해도 월세랑 전기세 등 내고 나면 입에 풀칠도 하기 힘든데, 바로 옆에 무허가 논란 주민 카페까지 들어와서 자칫 가게 문 닫아야 할 판입니다. 이럴 때 법대로 조치하고 도와줘야 하는 게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청 아닌가요? 그런데 자기들은 해 줄 게 없다면서 나보고 주민과 직접 싸우라는 게 공무원이 할 소리인가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