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언론이 노조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3가지 방법

입력 2019.06.23 (22:29) 수정 2021.02.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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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욱] 안녕하십니까? 웃음 노동자 최욱입니다.

[정세진] 안톤 숄츠 기자도 함께합니다.

[숄츠] 안톤 숄츠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세진] 그리고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김빛이라 기자도 함께합니다.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김빛이라입니다.

[정세진] 지난 12일에 공동연구로 참여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가 공개됐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뉴스 이용자들이 언론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22%로 나왔는데요. 조사 대상국이 38개국, 그중에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조사에 한국이 4년 전부터 포함이 됐는데 줄곧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지난해 25%에서 이번에는 22%로 더 떨어졌습니다. 반면 지난 4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 세계언론자유지수, 여기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70위까지 떨어졌던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41위로 상승했습니다. 언론 자유는 높아졌는데 언론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도는 반대로 가는 현상, 취재 여건은 나아졌지만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도는 더 떨어졌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간극은 왜 생기는 걸까요?

[정준희] 당연히 언론자유지수가 높아지게 되면 더 불신감이 커지게 되죠. 그래도 뭔가 좀 유보하고 인정해 줄 게 있었는데 상황이 어려우니까 그럴 수 있다는 게 있는데 지금은 사실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왜 얘네는 달라진 게 없지? 또 왜 더 심해졌지? 이런 생각들이 일반 대중들의 의식 속에 반영이 되어 있다고 하는 거고요.

[최욱] 어떤 외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언론 스스로 신뢰할 만한 뉴스 콘텐츠를 못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정준희] (대중들은) 그렇게 보는 거죠. 우리가 객관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대중들의 주관적인 인식에 해당하는 거니까 그 인식이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하는 것으로 일단 이해를 할 수 있고요. 저는 사실 전 세계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현상에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정세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정준희] 그렇죠. 전체적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고 이거는 우리가 객관적으로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뉴스를 소비하고 싶은데 거기에 대한 판단이 사실은 내가 원하는 뉴스를 제대로 전반적으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쪽으로 많이 가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그런 구조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언론으로 개별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런데 한국은 그것이 낙폭(落幅)이 훨씬 더 크고 그 환경이 주는 어떤 영향이 훨씬 더 크다고 하는 거겠죠.

[숄츠] 이 트렌드(trend: 경향)가 사실 되게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 이런 디지털 미디어 통해서 그냥 기자들, 제대로 리서치(research: 조사)하고 스토리 만들었던 사람 믿는 것보다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콘텐츠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얼마나 이상한 거 믿고 싶어도 항상 비슷한 믿음이 있는 사람을 인터넷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 그냥 서로서로 인터넷 통해서 연결하고 어느 정도 자기 세상, 자기 사실, 만들 수 있는 이런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이런 숫자(수치)가 슬프고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기자 입장에서는 어떠세요? 기자들이 갖고 있는 틀을 여전히 못 깨고 있다는 생각도 여전히 하고 계신가요?

[김빛이라] 독자들이 원하는 것,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 가야 하는 것들을 사실 주로 둬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기자들도 자체적인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지는 못한 것 같아서, 그런 걸 깨야지만 따라가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습니다.

[정세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연구로 참여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가 공개한 내용들, 언론 신뢰도, 언론 자유 지수에 관한 내용 이야기해 보는 시간 잠시 가져봤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1TV, myK, pooq,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지난 12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텅 빈 기자회견에서 나홀로 브리핑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 조사활동 종료와 관련된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는데요. 브리핑 전에 법무부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출입기자단에 통보하면서 법무부 기자단이 취재 보이콧(boycott: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기 위하여 조직적·집단적으로 벌이는 거부 운동)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첫 번째 주제는 박상기 장관의 나홀로 브리핑과 법무부 기자단의 보이콧 사태에 대해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그 과정에 대해서 좀 자세히 전해주시죠.

[김빛이라] 간담회 1시간 정도 앞두고 법무부 출입기자단이 들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추가 공지’라는 게 올라옵니다. 홍보 담당관이 “장관 발표 후에 별도 질의응답 시간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통보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한 출입기자가 “박근혜 대통령 브리핑 때보다 후퇴한 형식이다, 왜 직접 질문받지 않고 왜 직접 답하지 않느냐,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질의를 했고 법무부 최종 답변은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대변인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도 된다” 이렇게 판단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기자단은 법무부의 최종적인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해서 간담회 자체도 보이콧을 하고 배포된 자료에 대해서 기사를 쓰지 말자고 해서 결과적으로는 이 국정 방송 KTV 카메라만이 남은 기자회견장에 박 장관이 가서 8분 정도 가량의 입장문을 읽고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정세진] 그럼 박상기 장관의 나홀로 브리핑 장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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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6월 12일 박상기 법무부장관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 종료 브리핑

- 법무부의 질의응답 거부 통보에 자리를 뜨는 기자들
- 텅 빈 기자실에서 ‘나홀로 기자회견’ 강행한 박장관
[박상기/법무부 장관] 안녕하십니까. 법무부장관입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 마무리하겠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경우 일부 성과도 있었습니다만 그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한계를 절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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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박상기 장관의 브리핑 내용이 어떻게 보면 보도자료인가요? 보도자료에 브리핑 자료 내용이 충분한 게 담겨져 있다고 언급이 됐다고 알려졌는데 이 내용이 다인지 아니면 보도자료가 따로 자세히 첨부가 되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김빛이라] 아닙니다. 그 내용이 전부입니다. 그 해당 내용 8분가량 입장문을 읽은 것인데 기자들의 보이콧에 결정적인 사유가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정준희] 브리핑이라고 하는 건 장관의 입장을 밝히는 게 핵심이 아니라 과거사위 활동의 결과들을 밝히고 한계가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점이었는지,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지 이거를 밝히고 난 다음에 기자들이 성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대 질문을 할 테고 한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또 반대 질문을 할 텐데 그거를 장관의 입을 통해서 뒤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그런 것이잖아요. 안 그러면 그냥 과거사위 보고서 읽어보면 되는 건데 굳이 왜 이걸 보도자료라는 형식으로 입장문을 줄줄이 써 놓은 것을 이야기를 했는지는 납득이 잘 안 가는 그런 측면들이 훨씬 더 강하고요.

[정세진] 숄츠 기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숄츠] 확실하게 거기에 기자간담회는 갈 필요성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어차피 저는 기자라서 당연히 그 사람한테 질문 물어봐야 하잖아요. 얼마나 좋은 브리핑, 얼마나 좋은 자료를 준비해도 이런 콘텐츠 한번 읽어보고. 그런데 이건 어떻게 왜 이렇게 했냐, 왜, 어떻게 됐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약간 이런 질문 하는 게 우리 기자들 일이잖아요. 그거는 제대로 못 한다면 그럼 기자간담회 할 필요성 없잖아요. 그래서 정말 그냥 이메일로 서류 보내주면 되잖아요. 그런데 기자간담회하고 다 와라, 그런데 질문 물어보면 안 된다. 이거 조금 이상하죠.

[김빛이라] 브리핑을 한다고 했으면 그 내용에 대해서 질의응답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거든요. 법조 기자들이 전해온 입장을 전해드리면 “과거사위를 출범시킨 장관으로서 상황을 정리할 책임이 있었다고 봤다. 과거사위가 검찰에게 김학의 사건 수사 촉구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점 그리고 박 장관 본인은 검찰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나 과거사위가 무리한 점 없는지 질문들을 다 준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질의응답 자체가 재차 거부당했고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가 보이콧을 하는 방식으로서 앞으로의 사안에 대해서 좀 엄중함을 알리는 그런 뜻이었다고 합니다.

[정준희] 보이콧에 관련된 문제는 찬반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이콧이라는 형식이 정말 기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사과를 끌어내고 더 내밀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방편으로서 적합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옳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죠. 저는 이 보이콧에 대해서 가부(可不)의 판단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신 이런 거죠. 아마 국민들이 여기에 대해서 이런 보이콧의 결정이 ‘기 싸움’으로 비추는 면도 사실 좀 있어요. 이게 국민을 대행해서 정말 나를 대행해서 이 사람들이 싸워주고 있다기보다는 기자들이 자기들이 듣고 싶은 게 있고 법무부 장관은 피하고 싶은 게 있는데 서로 간 약간 줄다리기를 하면서 좀 다투나 보네라고 하는 과거의 잔상들이 좀 남은 상태에서 서로 간에 이익 다툼을 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측면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이게 옳다, 그르다고 이야기할 건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그런 측면들, 보이콧에 대해서는. 그런 건 있다는 거죠.

[최욱] 이거 관련해서 인터넷을 여론을 살펴봤는데.

[정세진] 요즘 열심히 하시네요.

[최욱]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으면 기자들이 이렇게 보이콧을 했겠느냐는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은 이제는 그런 과거의 좋지 않았던 사례가 기준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계속해서 나쁜 길로 가겠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박상기 장관이) 좀 비판받아도 충분하다,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정세진] 박상기 법무부 장관 직접 김빛이라 기자가 접촉을 해봤다고요.

[최욱] 만났어요?

[김빛이라] 네.

[최욱] 열심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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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박상기 법무부장관 인터뷰
[김빛이라/기자] 장관님 안녕하세요. KBS 김빛이라 기자인데요. 몇 번 연락드렸는데 안받으시더라고요. 브리핑 기자들 질문 안받으시고 진행하셨잖아요. 장관님 스스로 결정하신 사안이었나요?

[박상기] 그건 성격이 법무부 입장문 발표하는 시간이었지 일문일답을 하는 그런 시간이 아니었거든요.

[김빛이라] 사안이 사안인 만큼,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질의하는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해주셔야 한다고 보시진 않으셨나요?

[박상기] 그건..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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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대단한 걸 취재한 줄 알았는데..

[정세진] 짧고 굵네요.

[정준희] 만나는 건 중요해요.

[숄츠] 가끔은 내용이 없는 것에도.

[최욱] 여기에도 메시지가 있습니다.

[정세진] “입장문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일문일답을 받는 시간이 아니었다”고 본인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러면 기자들한테 그런 거(질의응답 없다는 통보)를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김빛이라] 장관뿐만 아니라 법무부에서 브리핑을 열기로 한 회의 같은 것이 있었을 때도 문제 지적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대변인을 통해서 제가 나머지 얘기를 좀 들었는데 “질의응답 없이 브리핑하기로 한 것은 장관의 의사가 반영이 된 부분이지만 그래도 기자들이 질의를 할 때 받아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죠.

[최욱] 그런 생각이 굉장히 놀라운데 그동안 계속 그렇게 해왔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정세진] 확실히 언론과의 대화를 박장기 장관이 기피 해왔었잖아요. 그 전에 트라우마가 있으신 건지.

[김빛이라] 사실 법조 출입기자들이 설명한 상황들에 의하면 이전에도 언론을 기피 해왔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브리핑에서 질문 자체를 받지 않으려는 전례가 있었는데요.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지현 검사, 지난해 2월 ‘미 투(Me Too)’ 때인데요. 서지현 검사가 장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그것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이후에 박 장관이 직접 성범죄대책위를 발족한다고 했을 때 박 장관이 입장문만 읽고 2분 만에 바로 퇴장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법무부 인권 국장에게 하라고 해서 기자들이 한 차례 굉장히 크게 항의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보이콧은 아니었지만 이번 보이콧을 불러오기까지의 언론을 향한 태도에 대해서는 과거 전례들이 있었던 것이죠.

[정세진] 신문들에서 ‘예고된 참사’다 이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빛이라] 한겨레21에서 <박상기 장관의 ‘예고된 참사’>라는 기사를 썼는데요. “박 장관이 검찰과거사위 활동을 세세하게 챙기지 않아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한 쟁점을 잘 모른다. 그래서 기자들 질문을 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라고 내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추측하기도 했고요. 서울신문 온라인판에서 <박상기 법무장관이 질의응답을 죽기보다 싫어한 이유는>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 여기를 보면 이번 과거사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트라우마도 거론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박 장관이 이 자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했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가상화폐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질타를 받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이런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언론 앞에 나서는 것 자체를 피해야겠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정세진] 교수님도 그렇게 보십니까? 그런 이유 때문만으로?

[정준희] 상당 부분 그렇겠죠. 이건 말을 못한다, 잘한다, 이런 얘기를 떠나서 언론에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일단 없는 것이 비교적 명확해 보이고요. 두 번째로는 아마 내심 그럴 겁니다. 사람들의 논점이 지금 옮겨갔잖아요. 과거사위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왜 법무부 장관은 대답을 안 했나로 논점이 옮겨 갔잖아요. 그건 자기가 감당하면 되거든요. 욕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감당하면 되기 때문에 과거사위에 관련된 또는 검찰에 관련된 법무부 장관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커지는 것이 되게 싫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면 둘 다 별로 안 좋은 상황이지만 사실 그냥 욕을 먹는 게 자기로서는 더 전략적으로 낫다고 판단을 했겠죠.


[정세진] 관련 기사들을 좀 보면 중앙일보 “기자들을 ‘받아쓰기 기술자’라고 보는 반(反)민주적, 반(反)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정부 취향에 맞는 보도자료나 받아쓰라며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발상은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오만불손한 작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세계일보는 “과거사위 활동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박 장관의 행동은 무책임을 넘어 안하무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언론에 대해 무지하거나 구린 데가 많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독선적인 발상이 어디서 나온것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언론을 받아쓰기나 하는 국책 홍보기관쯤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렇게 오만하게 나올 수 없다.” 이런 식의 비판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어떠세요? 기사.

[정준희] 저는 기자들 분노는 이해하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법무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의 궤을 같이 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확 들고 일어나는 게 그렇게 예뻐 보이진 않거든요. 굳이 말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후퇴한 기자회견”이라는 건 의식하고 있는 거죠, 자신들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 그다음에 “기자들을 ‘받아쓰기 기술자’라고 본다”든가 이걸 자꾸 책임을 그쪽(정부)으로 돌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받아쓰기 많이 했잖아요. 받아쓰기 많이 했고 왜곡하기도 많이 했고 사실 기업들이나 삼성 보도자료 이런 것들 그대로 받아쓰고 이런 것들 엄청나게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색깔들은 자신들은 싹 빼버린 채 이 정부가 우리를 받아쓰기의 기술자라고 보고 있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자신의 잘못들을 쓱 덮고 정부의 잘못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략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숨겨 있다고 보이는 거예요.

[최욱] 그럼 만약에 가령 옛날에 우리 받아쓰기 기술자였다, 앞으로 우리 그런 길을 가지 않겠다. 이게 잘못된 것이라고 했으면 어느 정도 가능한 겁니까?

[정준희] 저는 충분히 동의하죠.

[숄츠] 우리 오늘 시작했을 때 한국 국민들, 여기 언론은 좀 너무 믿음이 없다고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딱 이런 태도(반성하는 태도)가 더 많이 생기게 되면 이 문제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기자들도 약간 오만 있어서 약간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이런 거 좀 그런 느낌 받을 수밖에 없어요. 사실 더 높은 윤리적인 자리를 잡으려고 하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세진] 이번 박 장관의 브리핑 사태를 계기로 해서 문재인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그런 기사들로까지 확대가 됐는데요. 조선일보는 “현 정권은 출범 초부터 ‘소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 모습을 그동안 숱하게 보였다. 박 장관의 이날 ‘나 홀로 발표’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세 차례에 걸쳐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오늘 간담회는 외교 문제만 다루겠다며 답을 피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JTBC는 좀 다른 시각의 보도를 냈습니다. 앵커 브리핑을 통해서 <움찔, 웅크림, 그리고 ‘오, 노!’>라는 제목의 앵커 브리핑이었는데요. JTBC 앵커 브리핑 보고 또 이야기 나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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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JTBC 뉴스룸 6월 13일 <[앵커브리핑] 움찔, 웅크림, 그리고 ‘오, 노!’>

[손석희/앵커] 법무부 장관은 싸늘한 정적 속에 단지 발표문을 읽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인사를 받을 사람도 하나 없이… 장관과 기자들의 기 싸움 때문에 시민들 대신 질문할 권한이 사라진 시간… 어제의 장면은 아마도 민주화된 시대의 흑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 다른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9년 전, 오바마는 한국 기자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받겠습니다… 아무도 없나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 침묵이 흘렀던 시간… 그 침묵의 시간은 주어진 권한조차 행하지 못했던 한국의 언론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때마다 정해진 순서대로 질문하고 그것으로 그만이었던 장면들과 급기야는 그저 두 손을 모으고 있어야 했던 저 유명한 신년 기자 간담회까지… 우리 언론이 상대로부터 이런 반응을 매우 정당하게 받아낼 수 있기 위해서는 오바마 회견에 대한 기억과 대통령 연두 회견에 대한 기억이 그만큼 옅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될 때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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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희] 저는 사실 이건 잘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이게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이런 게 있을 거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기자들이 지금 질문을 하지 말라는 건지, 또는 질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지 반성부터 먼저 하라는 건지 사실 이런 식의 메시지로 볼 텐데 그렇게 읽힐 수도 있는 측면이 있고요. 저는 그런데 맨 나중이거든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라는 건 지금의 이 사태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품는 일반적인 감정은 법무부장관이 왜 저랬지? 그런데 기자들도 안 예뻐 보이는 거예요. 그 두 가지의 모순적이고 양비론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는 게 사람들마다 있을 것 같아요. 차라리 툭 털어놓고 누가 잘못한 건지 이야기해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겠는 이 마음은 뭐지 이런 거죠.

[최욱] 맞아요, 정확합니다.

[정준희] 사실 기자집단이나 기자들 또는 저널리스트로서는 사실은 자신의 직업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나는 국민을 대신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국민들은 동일한 생각 안 할 수도 있거든요. 이들의 본심이 정말로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와 싸워주고 있어, 그다음에 그들로부터 뭔가 얻어내려고 하고 있어. 기자들이 응원해줘야겠다 하는 마음, 확실히 현 정부를 비판하거나 또는 법무부 장관의 태도에 대해서 비판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이 기억이 옅어지고 시간이 흘러야 가능해지겠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거죠.


[정세진]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출입처 제도가 있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일각의 얘기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출입처 제도와 이 사안과의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김빛이라] 저는 한 가지 단편적인 게 앞선 법무부 브리핑 건에서 법무부 측이 “기자들이 보이콧을 한다고 했지만 자료가 배포됐는데 기사를 아무도 안 쓸 줄은 몰랐다”, 이 이야기는 굉장히 안이한 인식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출입처에서 보도자료가 나왔고 늘상 기자들이 기본적인 우리는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이런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보도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인식으로 장관의 브리핑을 강행했다는 게 입장인데. 뭔가 기자단과 출입처 간의 관계에 대해서 기자들이 오히려 그 출입처 제도에 얽매여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출입처 역시 기자들을 대할 때 어느 정도 단점들이 이 사안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세진] 출입처 제도가 원래 없었다면 박상기 장관도 난 질의응답 안 받겠다 이렇게 말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저 쪽(기자)도 보이콧 못하는거고 그런 건가요, 만약에 없었다면?

[정준희] 언론이 정부를 대할 때, 정부가 언론을 대할 때도 실제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 집단들에 대해서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주면 이 집단은 이걸 받을 거야”. 또는 이 집단(기자)도 보이콧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그거잖아요. “우리가 한번 혼내주면 얘네(정부)가 긴장할 거야“, 이런 게 있는 거거든요. ‘기 싸움’이라고 표현한 게 뭐냐면 이 출입처라고 표현하는 형식으로 정부와 기자 집단이 딜(deal: 거래)을 함으로써 정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인지가 되고 있다는 거예요, 양쪽에.

[정세진] 또 현재 기자 시스템 아래에서 어떻게 해야지만 취재원과 기자의 원활한 소통 속에 국민들이 정말 알 권리를 전해드릴 수 있을지.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정준희] 저는 우리나라 정부나 권력 기관들이 기본적으로 언론을 좋아하는 건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언론은 무섭거나 싫지만 관리해야 하는 존재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거죠, 언론 관계라고 하는 것 자체가. 그런데 지금의 우리나라 정부들이 지속적으로 가지고 온 비밀주의적 태도, 여기에는 불신이 굉장히 자리하고 있는 거죠. 언론으로부터 당한 트라우마라든가 아까 지난번에 유시민 장관 나와서 이야기했던 그런 경험이라든가 이런 게 굉장히 크게 작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거는 징징거릴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권력을 가진 쪽이라고 한다면 언론의 이런 거 때문에 내가 못하겠어라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이건 일종의 숙명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좀 더 투명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빛이라] 하나 제가 기자들과 얘기하면서 “이거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한 것 중에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를 사실은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출입처 제도, 지금과 같은 굉장히 딱딱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기자들 전문 부서, 그러니까 배치된 부서에 의해서 할당량이 있는 기사 있고 이런 것들이 완전히 타파되어서 뭐 취재원이나 제보자 중심으로 분야 중심으로 나눠서 취재를 한다면 공직자가 됐든 제보자가 됐든 훨씬 더 디테일하고 비판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고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이 사안을 통해서 기자들 느끼고 있더라고요.

[숄츠] 문제는 이 제도를 바꾸는 게 되게 힘들잖아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잘못된 제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이 출입처 제도 같은 경우는 몇 번 얘기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쟁까지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실패했어요. 어느 정도. 그래서 그거 보니까 지금 이런 시스템 바꾸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고 생각해요,

[정세진] 뭔가 조금은 이 안에서라도 달라질 수 있겠죠.

[정준희] 기득권을 가지고 있거나 데스킹을 하는 쪽의 사고가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예요. 해오던 걸 계속하는 게 제일 안전하잖아요. 나만 갑자기 바꾸는 건 굉장히 불안한 일이죠. 거기에 구속되어 있는 거죠. 또 한 가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우리나라 언론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인데 실제로 정부가 직접 소통하려고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어요. 간접 소통 다시 말하면 언론을 설득하고 언론한테 잘 보여서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사라진 거예요, 상당히 많은 부분에 있어서는.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지가 일부 있어요. 그러면 이 구조를 다시 바꾸려면, 다시 바꾼다는 건 직접 소통이 한계가 있다는 걸 명확하게 설득력 있게 밝히려면 간접 소통됐을 때, 다시 말하면 언론에 의해서 제대로 필터링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된 검증도 가능하고 올바로 전달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나 국민에게 확신이 일어나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현재의 언론은 자신의 권리만 주장만 하고 있는 거죠. 왜 너희는 우리를 안 거치려고 해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게 바로 민주주의에서 굉장히 중요한 원칙을 훼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과거에는 그게 맞았어요. 하지만 현재는 반드시 그렇진 않거든요. 언론을 반드시 검증을 통과해야지만 가능하다는 건 누가 만든 논리일까요? 안 그럴 수도 있는 건데, 그렇죠.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당연하게 자신들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권리를 민주주의와 동일시하는 태도는 저는 올바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사고할 필요가 있어요.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 박상기 장관 나홀로 브리핑과 출입 기자들의 보이콧 사태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김빛이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정세진]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이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회사를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물적분할, 법인분할을 결정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주총 전부터 사측과 노조 간의 대립이 극에 달했습니다. 노조가 주총 예정 장소에서 점거 농성을 했고 사측은 노조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등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죠. 주총 당일에는 사측이 동원한 용역과 노동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습니다.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을 다루면서 상당 수 언론들은 노동 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사측 입장에만 치우친 보도를 내놨다는 그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번 순서는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을 통해서 언론의 노동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 가져보려고 합니다. 관련해서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하종강] 안녕하세요? 하종강입니다.

[정세진] 최욱 씨는 (하종강 교수님을) 잘 알고 계세요?

[최욱] 저 깜짝 놀랐어요. 지금까지 여기 찾아주신 분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분입니다. 제가 드라마를 잘 안 보는데 JTBC 드라마였나요?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거기에서 대형마트의 노조 이야기를 다룬 건데 거기 노동 상담가 안내상 씨가 연기한, 그것의 실제 모델이래요, 이분이. 나 깜짝 놀랐네. 맞습니까?

[하종강] 전부 다 제 얘기는 아니고요. 6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니까 그 만화가,최규석 작가가 6년 동안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고요. 몇 사람 이야기를 모아서 주인공 캐릭터 만든 거잖아요. 만화 구상을 처음에 저랑 같이 시작했고 제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어가 있고 이런 편이어서 자꾸 제 이름이 나올 뿐이지 전부 다 제 얘기는 아닙니다.

[최욱] 아 그렇겠죠. 그렇게 또 사람이 그렇게까지 됐겠어.

[정세진] 오늘 노사 갈등 문제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짚어보는 시간 가져보는데요. 일단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이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서 물적분할을 했다, 이렇게 일단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왜 하는지?

[하종강] 물적분할은 기업분할의 한 방식인데요. 기업이 본래에 있던 어느 부서를 독립시켜서 새로운 기업체로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이 기업체의 주식을 100% 모기업이 소유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모 회사, 자회사가 되는 거죠. 회사가 회사를 만든 것처럼 보이니까 물적분할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생산 파트를 물적분할로 새 회사로 설립하고. 생산 파트를 현대중공업이라는 회사로 울산에 남겨두고 그다음에 모회사는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 회사를 만들어서 본사를 서울로 옮기겠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재무, 기획, 이런 중요한 연구 개발 파트는 본사에 속하게 되는데 나머지는 다 울산에 남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지금 왜 문제가 되냐 하면 이 와중에서 노동자 노동 조건이 엄청나게 연결이 되거든요. 첫 번째 대우조선해양과 지금 현대중공업은 겹치는 사업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회사를 합친 다음에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 겹치는 부분들은 통합하고 없앨 수 있어요. 이 과정에 엄청난 구조조정이 시행될 수 있겠죠.

[정세진] 사측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하종강] 약속하고 있지만 그 약속은 사실 지켜질지 아닐지 두고 봐야 해요.

[정세진] 예전에도 그랬었나요?

[하종강]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죠. 본사를 서울에 두게 되는 한국조선해양은 부채 비율이 62.1%에서 1.5%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울산에 남게 되는 현대중공업은 부채 비율이 115%로 늘어나요.

[정세진] 부채를 저쪽(현대중공업)에 주는 거군요.

[하종강] 부채를 남겨둔 채 우량한 회사를 만들어서 서울로 가는 거죠. 그러면 남게 되는 노동자들은 나중에 엄청난 고용 불안도 발생하게 되고 악의적으로 마음을 먹으면 부채 덩어리의 회사를 회사가 정리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악의적으로 마음먹으면. 그러니까 노동자는 당연히 이 물적 분할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세진] 보통 언론들이 노사 갈등을 다룰 때 노조를 악의 축으로 만드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 이렇게들 이야기를 합니다. 교수님.

[정준희] 우리가 흔히 프레임(frame)이라는 표현을 쓰죠. 틀 짓기 방식이라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노조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고 공포감을 만드는 그런 방향에서 폭력적이라는 거, 노조의 단체 행동이나 노조의 행동 자체가 대단히 폭력적이다. 두 번째로는 노조가 자신의 노동권의 영역을 벗어나서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민폐를 끼친다고 하는 것. 세 번째, 그것의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이어지는 게 따라서 경제에 상당히 심각한 부담을 주고 경제에 상당히 문제를 일으킨다는 경제에 대한 경제 위기론하고 연결시키는 그런 방식으로 가는 거죠. 그래서 폭력적인 노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경제를 말아먹는다,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그런 형태의 프레임이 많이 자주 등장합니다.

[정세진] 기사들 보면서 그런 거 많이 느끼셨나요?

[하종강] 한국이 노동 문제를 올바로 보도하기 어려운 이유가 배운 적이 없으니까 제대로 파악할 능력이 우선 없는 겁니다.

[정준희]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사실은 누구나 ‘노동자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들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영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런데 시민 교육의 일환에서 자신이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한 시민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하는 게 시민성 안으로 들어가야 할 문제인데 그걸 누구나 남의 문제인 것처럼 그렇게 보기 때문에 우리 앞으로도 얘기하겠지만 노동 문제를 다루는 시각 자체가 그런 식으로 와 있죠. 아예 구조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많은 거죠.

[정세진] 첫 번째, ‘폭력 노조’ 프레임 보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노조원들이 주총 예정지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기습 점거하는 상황에서 노사 간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측 “직원 1명 실명 위기”…민노총 2차례 시위에 부상자만 43명>, 중앙일보 <현대중공업 노조, 주총장 점거 농성, 사측 “경비원 7명 부상…1명 실명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실명 위기라는 언론들의 보도는 뒤에 오보로 밝혀졌습니다. 왜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요?

[정준희] 이게 의도적 오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보면 기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이 있었고 사측도 같이 뭔가를 교환하는 그런 거였는데 7명이 병원에 옮겨졌고 1명은 실명 위기라고 하는 게 설로 나왔는데 “옳다구나” 하고 받아 쓴 형태거든요.

[최욱] 그거 취재해야 할 거 아니에요.

[정준희] 그렇죠, 사실 확인을 거치거나 이러지 않은 채. 그리고 이건 자신들의 프레임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되게 자극적이죠.

[정세진] 경찰과 현지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실명 위기라는 언론 보도는 오보다.

[최욱] 그러니까. (취재하러) 병원에만 가면 되잖아요.

[하종강] 병원에 간 인원은 3명이었고 다 그날 치료 마치고 병원을 나갔다는 거예요. 그런데 실명 위기에 빠진 직원이 있었다는 것을 보도한 언론은 22개입니다. 나중에 사실 아니었다는 정정 기사를 낸 언론사는 그중에 한 언론사예요.

[최욱] 중앙일보죠?

[하종강] 그런데 그 언론사도 실명 위기 발생이라는 큰 기사만 독자들이 기억할 뿐이지 나중에 사실이 아니었다는 작은 기사는 봤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사람들이. 그리고 폭력적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사진들은 사실 보시면 그 귀퉁이에 ‘현대중공업’ 이렇게 쓰여 있어요. 카피라이트(copyright: 저작권)가. 회사가 제공한 사진들입니다. 거의 대부분. 그래서 부분적으로 가장 폭력성에 찌든 사진들이 그냥 언론에 보도된 겁니다. 거의 대부분. 회사가 제공한 사진들이 언론에 실린 거거든요. 기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은 별로 없었고. 그리고 실제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지금도 보면 일반 사람들이 선뜻 다가서기 어려울 정도의 분위기를 연출할 때는 있어요. 그런데 항상 그 앞에 훨씬 센 폭력이 선행돼 있습니다. 그건 마치 뭐와 같냐 하면 우리 100만 촛불이 모였을 때 차벽 치지 않고 물대포 쏘지 않으니까 폭력 시위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죠. 노동자들이 폭력적인 양상을 보일 때가 있지만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선행된 폭력이 항상 앞에 있었다는 거죠.

[정준희] 2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물리적인 일정한 해프닝이나 출동이 일어나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들이거든요. 그리고 많은 부분은 유도된 폭력인 경우도 상당히 많고. 그런데 그것의 특정 부분이 이것도 프레임이죠. 준비된 프레임이죠. 뭔가 발생이 되면 그걸 딱 찍어서 그게 전체 사태였던 양 그렇게 만들어버린 일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이것도 사실 그와 유사한 맥락이 있다고 봐요.

[정세진] 주총 당일에도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한 보도가 이어졌는데요. 동아일보의 경우는 “주주총회 변경 소식을 듣고 뒤늦게 온 노조원들이 이미 물적분할 안건이 처리되고 텅 빈 무대의 외벽 목재 패널을 부수고 들어와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집기들을 뒤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하종강] 나중에 동영상으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의자를 집어던지고 소화기를 난사한 사람은 분노한 노동자들이 아니라 그들의 진입을 막으려고 했던 용역 회사 직원들이었거든요.

[최욱] 노조원이 이 주주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죠?

[하종강] 왜냐하면 우리사주 주주 조합원들이었기 때문에 우리사주 주주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당연히 있었던 거죠. 그리고 회사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울산법원에 냈는데 기각됐어요. 울산법원이 기각하면서 뭐라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냐 하면 “쟁의 행위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다” 그래서 이런 쟁위행위를 금지 시켜달라고 회사가 제출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이 사실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어요.

[최욱] 언론들이 잘하는 기계적 중립도 여기서는 안 쓰네요.

[정준희] 없는 거죠, 기계적 중립조차 없고. 여기에 지금 밑에 캡션으로 달려있는 거 보세요. “주주총회장 변경 소식을 듣고 뒤늦게 온 노조원들이 이미 물적분할 안건이 되고 외벽 패널을 부수고 들어가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집기를 뒤엎은 것으로 보인다”예요. 취재가 잘 안 됐다고 하는 것들이 명백히 문장 속에도 표현이 돼 있거든요. 이 사진을 스스로 찍었는지 그다음에 이런 식의 내용들을 취재하거나 사실 검증까지 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표현들이죠.

[정세진] 주총 당시 현장에 있었던 비즈한국의 박현광 기자가 있는데요. 박현광 기자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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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비즈한국 박현광 기자 인터뷰

Q. 현장에서 목격한 상황은?
[박현광/비즈한국 기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거는 물리적 충돌은 있었습니다. 물리적 충돌이라고 하면 용역들이 노조원들을 못 들어오게 막고 노조원들은 용역들을 끌어내려고 하고 그런 충돌이 있었던 건 분명히 맞지만 거기서 폭력이라고 말할만한 충돌은 없었고요. 그리고 노조원분들이 먼저 소화기를 분사했느냐? 그거는 제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왜냐면 분명히 제가 현장에서 용역 분들이 노조원 분들에게 소화기 분사하는 걸 똑똑히 봤고 제가 취재를 끝나고 후에 그 용역들 중의 한 명을 인터뷰를 했는데 그 용역의 팀장급이었던 거 같아요, 용역들 사이에서는. 그때 말하기로는 좀 우발적인 행동이었다, 사측이 그렇게 시키진 않았다라고 주장은 하더라고요.

Q. 사측 용역이 소화기 분사 인정한 셈인지?
[박현광] 그렇죠, 용역들은 인정을 했죠. 근데 사측에서는 아직도 인정을 하진 않고 있죠.

Q. 현장 목격하지 않은 기자들이 ‘폭력 노조’ 보도 쏟아냈는데...?
[박현광] 이분들(노조원)이 어떻게든 자기주장을, 의견을 표출하고자 그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선택을 폭력으로 간주해버리면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잖습니까. 그렇게 된다는 게 조금 답답하더라고요. 이거는 좀 개인적으로 기자로서 좀 씁쓸했던 건데 사실 현장에 없었으면 나도 그렇게 썼을 거 같다. 왜냐면 내가 본 게 없고 사측이 본인들이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고, 영상이 있다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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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비즈한국 박현광 기자의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정준희] 되게 중요한 말이었다고 보는데요. 기자의 기본이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현장에서 취재했을 때 자신의 눈이 편향적인 눈인지 아니면 전체를 보는 눈인지에 대한 자기 점검도 되게 필요한데. 안 보고 쓰는 기자들이 워낙 많다는 이야기고, 아까 문장 안에서도 나타났던 것처럼. 안 보면서 받아쓰는 정보는 사측이 제공하는 대단히 일방적인 정보를 쓰고 있다는 것이고. 저는 실제로 노동을 취재하는 전문적인 기자들이 그렇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대부분 산업부에서 취재하거나 경제협력에서 취재하고 이런 경우들이 많은데 그게 사실 일반적인 출입처 관계라고 하는 거나 이런 것들은 대부분 사측과의 관계를 훨씬 더 긴밀하게 맺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그랬을 때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보도의 방식이 어떻겠느냐, 저는 그걸 보여준다고 봐요.

[하종강] 박현광 기자가 지극히 평범한 정상적인 보통 기자인 거잖아요, 원래. 그런데 굉장히 드문 경우, 이게 비극인 거죠. 대부분의 기자가 저래야 하고 특수한 경우에 저러지 않은 기자가 소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거의 박현광 기자밖에 없는 거잖아요. 저 현장에서는. 이게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는 있는 거죠.

[정세진]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쓴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저희가 취재를 해봤습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 언제 어디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팩트만 캡션에 썼는데 나중에 다른 기자의 취재내용을 추가해 수정한 것으로 안다. 인과관계를 볼 때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동아일보 취재기자]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소화기를 노조원들이 뿌렸다고 가정해서 쓴 게 아니다. 현장을 놓쳤기 때문에 목격자들을 취재해 기사를 썼다. 노조원, 사측 용역, 경찰 등을 복합적으로 취재했다.

[정준희]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건 불행한 일이잖아요. 그렇죠?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그런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 같은 것이 연출되는 과정이 어땠냐고 하는 거예요. 경영 쪽이 (주주 총회를) 자신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부분들을 고려하면서 이걸 설득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기보다 되게 빠른 시간에 신속하게 결정 내리는 방식으로 밀어붙였단 말이죠. 그러면 이 과정이 올바른 과정이었냐 하는 것이 저는 이야기의 핵심적이라고 보고돼야 한다고 보거든요.

[최욱] TV조선은 이 사안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높더라고요. 제가 보니까. 다루기도 많이 다루고.

[정세진] 그러면 TV조선의 관련 보도를 보죠. ‘민폐 노조’ 프레임으로 이어가고 있는 TV조선의 보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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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TV조선 뉴스9 5월 28일 <노조 불법점거 건물 피해 속출... 영업 못하고 학교도 휴업>

[기자] 건물 주위는 노조원들이 세운 오토바이가 빼곡합니다. 집회 때문에 도로도 일부 통제됐습니다.

[울산시민] 못 가잖아요, 내가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을. 얼마나 불편해요.

[기자] 노조가 점거한 건물에 입주한 식당 등 업체 10곳은 이틀째 영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조상덕/식당 운영자] 이해는 하지만 저도 약자잖아요. 점거를 당하고, 쫓겨난 상황이고. 장사도 영업도 못하는 상황이니까.

[기자] 건물에 있던 외국인 학교는 학생 안전을 위해 금요일까지 휴업을 결정했습니다.

[스캇 커니/외국인 학교 교장대행] 학생들이 갑작스런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능한 빨리 이 상황이 해결돼 학생들이 다시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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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여러 울산에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넣어서 TV조선의 보도가 이루어졌는데요. 그런데 노조원들이 점거 농성을 결정한 27일은 사실상 한마음회관 휴관일로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고요. 외국인 학교의 고학년은 29일부터 31일까지 수학여행 갔다고 하네요. 저학년은 30일 체험활동과 31일 휴교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저기 외국인 선생님도 나오셔서 교장 대행 분도 나오셔서 다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하종강] 저분이 이야기하신 것 중 어느 부분만 보도됐을 수도 있고요. 저 외에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나는 일이 있는데 보도 내용을 보면서. 학교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가 파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중 한 학생이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데 그럼 결식아동이 밥을 굶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 어떻게 봐야 합니까? 굉장히 착하고 정의로운 학생이에요. 그래서 뭐라고 설명했냐 하면 모든 파업은 불편과 손실을 발생시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잠깐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거고 두 번째 그 불편에 대한 불만을 파업하는 노동자에게 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학교와 교육청, 교육 당국에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노동자의 파업으로 불편이 발생할 수 있는데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 불편에 대한 불만을 노동자들에게 하지 않고 파업을 발생시킨 곳에 가서 따집니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하거든요. 그래서 청소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다른 나라는 으레 시민들이 쓰레기를 모아서 시장 집 앞에 가서 버리는 일을 벌여요, 이례적으로. 모든 파업은 불편을 발생시킵니다. 그런데 그것만 이렇게 특화시켜서 보도를 하면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부인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거죠.

[숄츠] 이만큼 일반적인 리포트는 독일에서는 아마 많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얼마나 진보적인, 얼마나 보수적인 미디어라도 이 전체 그림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하잖아요. 어떤 부분 집중할 수 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파업하는지 아니면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잘 설명해야 그다음에 부작용이나 이런 거 설명할 수도 있어요.

[최욱] 파업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는 거, 이거 사실 관계를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아요.

[정세진] 울산 출신이잖아요.

[최욱] 우리 동네 예기예요. 저희 아버지가 현대중공업에 근무하셨고 저희 아버지가 사측이었습니다.

[정세진] “우리 집안이 원래 양반이었어” 이런 거.

[최욱] 그래서 이 사안에 대해서 제가 확인을 좀 해봤어요. 현대중공업이 위치 해있는 울산시 동구
같은 경우에는 직간접적으로 현대중공업에 다 연관이 있어요. 그렇기때문에 일단 시민들이 관심도가 높죠, 여기에 대해서. 그런데 여기 영상에 나왔던 것처럼 여기에 입주해 있는 식당 분들 피해 보죠, 왜 안 봐요. 그리고 도로가 또 많이 막힌답니다, 이 파업 때문에. 그러면 짜증도 나죠. 왜 안 나겠습니까? 그런데 대체로 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분위기예요. 사실 예전에는 이런 파업 같은 거 했을 때 모두가 다 노조원들을 지지하지는 않았어요. “저렇게 회사 발목 잡네, 회사가 살아야 우리가 사는 거지” 그런 목소리도 공존했는데 이번만큼은 거의 일방적으로 노조원들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존의 문제가 다 걸려 있는 거거든요.

[정세진] 울산 지역 언론들의 보도는 사뭇 달랐는데요. KBS 울산은 9시 뉴스에서 “한마음회관 점거 농성은 닷새나 이어졌지만 이 기간동안 경찰과 구청에 신고된 주민들의 소음 신고는 없었다”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반박했습니다. “상당수 주민들은 노조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울산 MBC <뉴스데스크>는 현대중공업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시민들, 기사를 내놨습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시민은 “노동자가 있어 현대중공업이 세계적인 글로벌 회사가 됐고 노동자와 함께한 것이지 정몽주 씨 혼자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죠. 중앙 언론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역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언론과 중앙 언론들의 보도,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정준희] 저는 기본적으로 다르고 다양해야 기본적으로 맞다고 보고요. 지역 언론들은 그 지역의 어떤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 산업 문제와 얽혀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시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그 지역의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정보들을 안고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당연히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건데 여기서 핵심 문제는 이른바 중앙 언론이라고 불리는 언론들은 이 지역에 대한 올바른 취재에 근거를 두지 않은 채 사측에 상당히 기울어진, 사측을 옹호하는 듯한, 그리고 대단히 반(反) 노동적인, 심지어는 반(反) 지역적인 그런 식의 태도로 상당히 손쉽게 이념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정세진] 언론이 노조를 악의 축으로 만드는 프레임, 세 번째로는 ‘노조발 경제 위기’ 프레임을 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세계 1~2위 조선소인 두 회사가 합병하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1%가 넘는 ‘매머드 조선소’가 탄생해, 저가(低價) 수주로 인한 최악의 조선사적 불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경쟁국 정부와 업계가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 견제에 나섰는데, 국내에서는 노조와 지역 정치권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 돼버렸다.”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전문가들은 조선업 재편의 첫 단추인 물적 분할 주총이 노조의 ‘생떼’에 좌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불법 파업으로 사업 재편이 지장을 받으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쇠퇴의 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종강] 기사 내용대로 노동조합 때문에 인수가 안 될 것 같아요? 아니잖아요. 합리적인 방식을 조금 더 취하겠죠. 노동자도 이만큼 싸웠으니까. 그러면 노동자들이 이렇게 (파업)하는 것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 이것도 우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보도하는 기자들의 마인드 자체가 친(親)기업적인 사고에 어릴 때부터 젖어 있었기 때문에 노동 문제를 올바로 분석할 능력이 없는 거거든요.

[정세진] 사측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보도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죠? 예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요.

[하종강] 우리 사회에 87년, 88년 2년 동안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양상이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수십 년 동안 노동운동이 정체돼 있다가 그 2년 동안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었죠. 그만큼 노동조합을 억압하는 사측의 행위도 굉장히 강력해졌는데 현대중공업은 대표적으로 권력 투쟁이라는 역사를 남겼고 ‘식칼 테러’라는 역사를 남겼어요. 식칼 테러를 당했던 노동자가 직접 뭐라고 전하냐 하면 시퍼런 칼날이 앞에 있는 동료 허리에 와서 이렇게 쑤셔 박히고 자기 허리에도 칼날이 와서 박히는 걸 느꼈다는 거죠. 그러면서 자기가 뭐라고 생각했냐 하면 “노동조합 위원장이 비폭력 결정만 안했으면 너희들은 다 죽었다. 그때 우리 쪽 인원이 1000명이 넘었었거든요. 저쪽(사측)은 별로 안 됐었습니다. 무기를 들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제압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우리가 비폭력으로 대응을 결정했기 때문에 그때 대응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취재 내려왔던 기자들은 다 회사가 제공한 호텔에서 숙식을 제공 받으면서 회사가 주는 자료 가지고 고용을 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사실 그때만 이루어진 게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죠.


[정준희] 저는 우리나라 언론들이 상당히 편향적인 측면이 많다고 보지만 특히나 노동 문제에 있어서는 압도적으로 편향적이라고 생각해요, 상당 부분이. 그리고 압도적으로 친기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한국 경제 전반을 고민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특정 기업, 특정 대기업, 특정 사주를 고민해 주는 게 너무나 많아요. 특히나 경제지들, 한국경제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전경련이 보유한 신문이라는 건 뻔히 우리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다음에 현대자동차가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고 삼성물산이라든가 SKT 같은 데가 상당 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그런 식의 형태예요. 여기가 기업적인 정서로 거의 대행할 것이라는 짐작은 뻔히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대단히 편향적인데 이 경제지뿐만 아니라 보수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태도들, 아마도 우리나라 언론사의 대다수는 광고주를 상당히 인식하고 그다음에 자신의 계층을 상류층이라고 지향하는 식의 태도들을 많은 기자들이 가지고 있고 많은 데스크들이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들과 시각을 일치하면서 한국 경제를 고민한다는 말 자체가 사실은 특정 집단이나 특정 기업이나 특정 계급 집단들의 어떤 고민들과 공유되어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상당히 쏠린 그런 식의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고 그게 국민들의 인식에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

[정세진] 앞으로도 그럼 노사 갈등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셨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하종강] 이 프로그램이 좋은 영향을 끼치겠죠. 이걸 본 기자들은 아마 좀 느꼈을겁니다.

[정세진] 어떤 점을 더 강조하기를 바라십니까?

[하종강]대기업 노동자가 임금 인상을 하기 위해서 파업을 하고 타결을 지었어요. 그랬더니 기사 제목을 뭐라고 뽑았냐 하면 “기본급 4000원 올리려고 3조 원 날렸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이 기본급 4000원 올리겠다고 3조 원을 날렸다는 거거든요. 다른 나라 언론은 제목을 뭐라고 뽑냐 하면 “기본급 4000원 올려주지 않겠다고 3조 원 날렸다” 이렇게 뽑습니다. 이 어리석은 경영진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 파업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주주에게 반하는 무능한 경영이다, 당연히 교체되어야죠. 한국 기업 경영 방식이 주주 자본주의 시각이 용납이 안 되는 굉장히 보수적인 방식이고요. 기존에 언론들이 다 이런 기업과 이해를 같이 하기 때문에 노동 문제를 보는 시각이 세계에서 가장 보수화돼 있다고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최욱] 조금 전에 4000원 올리려고 3조 원 날렸다, 안 좋은 식으로 말씀으로 하셨는데 “맞는 말인데?” 이렇게 저도 생각했거든요, 순간. 무릎을 처음으로 치게 했습니다.

[정세진] 생각해 보니까 진짜 그러네요. 그리고 경영자보다 노동자가 더 많은데 우리가.

[최욱] 그러네.

[정세진] 항상 그 입장을 대변했어야 하는지 반성을 더 하게 됩니다. 앞으로 기자들이 어떻게 보도를 해야 하는지?

[하종강] 기자들이 노동조합, 민주노총, 파업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형성되는 개념이 정상적인 생각이 아닐 수 있다, 의심을 해보셔야 해요. 그래야 진실이 보입니다. 수십 년 동안 잘못 주입된 틀린 생각일 수 있다. 기자들이 자신감 가지지 말고 그런 반성을 해보셔야 진실이 보일 겁니다.

[정세진] 최욱 씨가 굉장히 많이 반성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노동자라고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었죠.

[최욱] 진짜 오늘 제 자신을 발견한 거예요. 나도 거기에 많이 젖어 있었구나 하는 걸 발견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세진]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하종강 교수님과 함께 현대중공업 사태를 계기로 노사 갈등을 다루는 언론 보도까지 짚어보는 시간 가져봤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저희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꾸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언론이 노조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3가지 방법' 기사 관련 반론보도문

본사는 2019년 6월 22일, 6월 23일 자 ‘[저널리즘토크쇼J] 언론이 노조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3가지 방법’ 보도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주총회 당일 주총장 파손에 관한 동아일보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고 적시하였고,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기자들”이라는 사회자 발언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동아일보사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주총회 당일 취재 기자가 울산 현장을 직접 찾아 노조원, 사측 용역, 경찰, 목격자 등을 복합적으로 취재하였고, 노조의 주총장 파손에 관해서는 현장취재를 통해 확인한 뒤, 이를 토대로 보도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는 법원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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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 언론이 노조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3가지 방법
    • 입력 2019-06-23 22:45:30
    • 수정2021-02-17 17:31:28
    저널리즘 토크쇼 J
[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욱] 안녕하십니까? 웃음 노동자 최욱입니다.

[정세진] 안톤 숄츠 기자도 함께합니다.

[숄츠] 안톤 숄츠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세진] 그리고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김빛이라 기자도 함께합니다.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김빛이라입니다.

[정세진] 지난 12일에 공동연구로 참여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가 공개됐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뉴스 이용자들이 언론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22%로 나왔는데요. 조사 대상국이 38개국, 그중에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조사에 한국이 4년 전부터 포함이 됐는데 줄곧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지난해 25%에서 이번에는 22%로 더 떨어졌습니다. 반면 지난 4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 세계언론자유지수, 여기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70위까지 떨어졌던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41위로 상승했습니다. 언론 자유는 높아졌는데 언론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도는 반대로 가는 현상, 취재 여건은 나아졌지만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도는 더 떨어졌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간극은 왜 생기는 걸까요?

[정준희] 당연히 언론자유지수가 높아지게 되면 더 불신감이 커지게 되죠. 그래도 뭔가 좀 유보하고 인정해 줄 게 있었는데 상황이 어려우니까 그럴 수 있다는 게 있는데 지금은 사실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왜 얘네는 달라진 게 없지? 또 왜 더 심해졌지? 이런 생각들이 일반 대중들의 의식 속에 반영이 되어 있다고 하는 거고요.

[최욱] 어떤 외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언론 스스로 신뢰할 만한 뉴스 콘텐츠를 못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정준희] (대중들은) 그렇게 보는 거죠. 우리가 객관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대중들의 주관적인 인식에 해당하는 거니까 그 인식이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하는 것으로 일단 이해를 할 수 있고요. 저는 사실 전 세계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현상에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정세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정준희] 그렇죠. 전체적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고 이거는 우리가 객관적으로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뉴스를 소비하고 싶은데 거기에 대한 판단이 사실은 내가 원하는 뉴스를 제대로 전반적으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쪽으로 많이 가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그런 구조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언론으로 개별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런데 한국은 그것이 낙폭(落幅)이 훨씬 더 크고 그 환경이 주는 어떤 영향이 훨씬 더 크다고 하는 거겠죠.

[숄츠] 이 트렌드(trend: 경향)가 사실 되게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 이런 디지털 미디어 통해서 그냥 기자들, 제대로 리서치(research: 조사)하고 스토리 만들었던 사람 믿는 것보다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콘텐츠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얼마나 이상한 거 믿고 싶어도 항상 비슷한 믿음이 있는 사람을 인터넷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 그냥 서로서로 인터넷 통해서 연결하고 어느 정도 자기 세상, 자기 사실, 만들 수 있는 이런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이런 숫자(수치)가 슬프고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기자 입장에서는 어떠세요? 기자들이 갖고 있는 틀을 여전히 못 깨고 있다는 생각도 여전히 하고 계신가요?

[김빛이라] 독자들이 원하는 것,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 가야 하는 것들을 사실 주로 둬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기자들도 자체적인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지는 못한 것 같아서, 그런 걸 깨야지만 따라가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습니다.

[정세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연구로 참여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가 공개한 내용들, 언론 신뢰도, 언론 자유 지수에 관한 내용 이야기해 보는 시간 잠시 가져봤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1TV, myK, pooq,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지난 12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텅 빈 기자회견에서 나홀로 브리핑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 조사활동 종료와 관련된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는데요. 브리핑 전에 법무부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출입기자단에 통보하면서 법무부 기자단이 취재 보이콧(boycott: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기 위하여 조직적·집단적으로 벌이는 거부 운동)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첫 번째 주제는 박상기 장관의 나홀로 브리핑과 법무부 기자단의 보이콧 사태에 대해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그 과정에 대해서 좀 자세히 전해주시죠.

[김빛이라] 간담회 1시간 정도 앞두고 법무부 출입기자단이 들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추가 공지’라는 게 올라옵니다. 홍보 담당관이 “장관 발표 후에 별도 질의응답 시간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통보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한 출입기자가 “박근혜 대통령 브리핑 때보다 후퇴한 형식이다, 왜 직접 질문받지 않고 왜 직접 답하지 않느냐,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질의를 했고 법무부 최종 답변은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대변인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도 된다” 이렇게 판단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기자단은 법무부의 최종적인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해서 간담회 자체도 보이콧을 하고 배포된 자료에 대해서 기사를 쓰지 말자고 해서 결과적으로는 이 국정 방송 KTV 카메라만이 남은 기자회견장에 박 장관이 가서 8분 정도 가량의 입장문을 읽고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정세진] 그럼 박상기 장관의 나홀로 브리핑 장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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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6월 12일 박상기 법무부장관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 종료 브리핑

- 법무부의 질의응답 거부 통보에 자리를 뜨는 기자들
- 텅 빈 기자실에서 ‘나홀로 기자회견’ 강행한 박장관
[박상기/법무부 장관] 안녕하십니까. 법무부장관입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 마무리하겠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경우 일부 성과도 있었습니다만 그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한계를 절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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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박상기 장관의 브리핑 내용이 어떻게 보면 보도자료인가요? 보도자료에 브리핑 자료 내용이 충분한 게 담겨져 있다고 언급이 됐다고 알려졌는데 이 내용이 다인지 아니면 보도자료가 따로 자세히 첨부가 되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김빛이라] 아닙니다. 그 내용이 전부입니다. 그 해당 내용 8분가량 입장문을 읽은 것인데 기자들의 보이콧에 결정적인 사유가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정준희] 브리핑이라고 하는 건 장관의 입장을 밝히는 게 핵심이 아니라 과거사위 활동의 결과들을 밝히고 한계가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점이었는지,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지 이거를 밝히고 난 다음에 기자들이 성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대 질문을 할 테고 한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또 반대 질문을 할 텐데 그거를 장관의 입을 통해서 뒤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그런 것이잖아요. 안 그러면 그냥 과거사위 보고서 읽어보면 되는 건데 굳이 왜 이걸 보도자료라는 형식으로 입장문을 줄줄이 써 놓은 것을 이야기를 했는지는 납득이 잘 안 가는 그런 측면들이 훨씬 더 강하고요.

[정세진] 숄츠 기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숄츠] 확실하게 거기에 기자간담회는 갈 필요성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어차피 저는 기자라서 당연히 그 사람한테 질문 물어봐야 하잖아요. 얼마나 좋은 브리핑, 얼마나 좋은 자료를 준비해도 이런 콘텐츠 한번 읽어보고. 그런데 이건 어떻게 왜 이렇게 했냐, 왜, 어떻게 됐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약간 이런 질문 하는 게 우리 기자들 일이잖아요. 그거는 제대로 못 한다면 그럼 기자간담회 할 필요성 없잖아요. 그래서 정말 그냥 이메일로 서류 보내주면 되잖아요. 그런데 기자간담회하고 다 와라, 그런데 질문 물어보면 안 된다. 이거 조금 이상하죠.

[김빛이라] 브리핑을 한다고 했으면 그 내용에 대해서 질의응답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거든요. 법조 기자들이 전해온 입장을 전해드리면 “과거사위를 출범시킨 장관으로서 상황을 정리할 책임이 있었다고 봤다. 과거사위가 검찰에게 김학의 사건 수사 촉구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점 그리고 박 장관 본인은 검찰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나 과거사위가 무리한 점 없는지 질문들을 다 준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질의응답 자체가 재차 거부당했고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가 보이콧을 하는 방식으로서 앞으로의 사안에 대해서 좀 엄중함을 알리는 그런 뜻이었다고 합니다.

[정준희] 보이콧에 관련된 문제는 찬반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이콧이라는 형식이 정말 기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사과를 끌어내고 더 내밀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방편으로서 적합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옳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죠. 저는 이 보이콧에 대해서 가부(可不)의 판단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신 이런 거죠. 아마 국민들이 여기에 대해서 이런 보이콧의 결정이 ‘기 싸움’으로 비추는 면도 사실 좀 있어요. 이게 국민을 대행해서 정말 나를 대행해서 이 사람들이 싸워주고 있다기보다는 기자들이 자기들이 듣고 싶은 게 있고 법무부 장관은 피하고 싶은 게 있는데 서로 간 약간 줄다리기를 하면서 좀 다투나 보네라고 하는 과거의 잔상들이 좀 남은 상태에서 서로 간에 이익 다툼을 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측면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이게 옳다, 그르다고 이야기할 건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그런 측면들, 보이콧에 대해서는. 그런 건 있다는 거죠.

[최욱] 이거 관련해서 인터넷을 여론을 살펴봤는데.

[정세진] 요즘 열심히 하시네요.

[최욱]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으면 기자들이 이렇게 보이콧을 했겠느냐는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은 이제는 그런 과거의 좋지 않았던 사례가 기준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계속해서 나쁜 길로 가겠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박상기 장관이) 좀 비판받아도 충분하다,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정세진] 박상기 법무부 장관 직접 김빛이라 기자가 접촉을 해봤다고요.

[최욱] 만났어요?

[김빛이라] 네.

[최욱] 열심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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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박상기 법무부장관 인터뷰
[김빛이라/기자] 장관님 안녕하세요. KBS 김빛이라 기자인데요. 몇 번 연락드렸는데 안받으시더라고요. 브리핑 기자들 질문 안받으시고 진행하셨잖아요. 장관님 스스로 결정하신 사안이었나요?

[박상기] 그건 성격이 법무부 입장문 발표하는 시간이었지 일문일답을 하는 그런 시간이 아니었거든요.

[김빛이라] 사안이 사안인 만큼,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질의하는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해주셔야 한다고 보시진 않으셨나요?

[박상기] 그건..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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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대단한 걸 취재한 줄 알았는데..

[정세진] 짧고 굵네요.

[정준희] 만나는 건 중요해요.

[숄츠] 가끔은 내용이 없는 것에도.

[최욱] 여기에도 메시지가 있습니다.

[정세진] “입장문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일문일답을 받는 시간이 아니었다”고 본인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러면 기자들한테 그런 거(질의응답 없다는 통보)를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김빛이라] 장관뿐만 아니라 법무부에서 브리핑을 열기로 한 회의 같은 것이 있었을 때도 문제 지적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대변인을 통해서 제가 나머지 얘기를 좀 들었는데 “질의응답 없이 브리핑하기로 한 것은 장관의 의사가 반영이 된 부분이지만 그래도 기자들이 질의를 할 때 받아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죠.

[최욱] 그런 생각이 굉장히 놀라운데 그동안 계속 그렇게 해왔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정세진] 확실히 언론과의 대화를 박장기 장관이 기피 해왔었잖아요. 그 전에 트라우마가 있으신 건지.

[김빛이라] 사실 법조 출입기자들이 설명한 상황들에 의하면 이전에도 언론을 기피 해왔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브리핑에서 질문 자체를 받지 않으려는 전례가 있었는데요.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지현 검사, 지난해 2월 ‘미 투(Me Too)’ 때인데요. 서지현 검사가 장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그것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이후에 박 장관이 직접 성범죄대책위를 발족한다고 했을 때 박 장관이 입장문만 읽고 2분 만에 바로 퇴장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법무부 인권 국장에게 하라고 해서 기자들이 한 차례 굉장히 크게 항의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보이콧은 아니었지만 이번 보이콧을 불러오기까지의 언론을 향한 태도에 대해서는 과거 전례들이 있었던 것이죠.

[정세진] 신문들에서 ‘예고된 참사’다 이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빛이라] 한겨레21에서 <박상기 장관의 ‘예고된 참사’>라는 기사를 썼는데요. “박 장관이 검찰과거사위 활동을 세세하게 챙기지 않아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한 쟁점을 잘 모른다. 그래서 기자들 질문을 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라고 내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추측하기도 했고요. 서울신문 온라인판에서 <박상기 법무장관이 질의응답을 죽기보다 싫어한 이유는>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 여기를 보면 이번 과거사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트라우마도 거론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박 장관이 이 자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했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가상화폐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질타를 받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이런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언론 앞에 나서는 것 자체를 피해야겠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정세진] 교수님도 그렇게 보십니까? 그런 이유 때문만으로?

[정준희] 상당 부분 그렇겠죠. 이건 말을 못한다, 잘한다, 이런 얘기를 떠나서 언론에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일단 없는 것이 비교적 명확해 보이고요. 두 번째로는 아마 내심 그럴 겁니다. 사람들의 논점이 지금 옮겨갔잖아요. 과거사위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왜 법무부 장관은 대답을 안 했나로 논점이 옮겨 갔잖아요. 그건 자기가 감당하면 되거든요. 욕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감당하면 되기 때문에 과거사위에 관련된 또는 검찰에 관련된 법무부 장관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커지는 것이 되게 싫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면 둘 다 별로 안 좋은 상황이지만 사실 그냥 욕을 먹는 게 자기로서는 더 전략적으로 낫다고 판단을 했겠죠.


[정세진] 관련 기사들을 좀 보면 중앙일보 “기자들을 ‘받아쓰기 기술자’라고 보는 반(反)민주적, 반(反)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정부 취향에 맞는 보도자료나 받아쓰라며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발상은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오만불손한 작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세계일보는 “과거사위 활동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박 장관의 행동은 무책임을 넘어 안하무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언론에 대해 무지하거나 구린 데가 많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독선적인 발상이 어디서 나온것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언론을 받아쓰기나 하는 국책 홍보기관쯤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렇게 오만하게 나올 수 없다.” 이런 식의 비판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어떠세요? 기사.

[정준희] 저는 기자들 분노는 이해하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법무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의 궤을 같이 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확 들고 일어나는 게 그렇게 예뻐 보이진 않거든요. 굳이 말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후퇴한 기자회견”이라는 건 의식하고 있는 거죠, 자신들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 그다음에 “기자들을 ‘받아쓰기 기술자’라고 본다”든가 이걸 자꾸 책임을 그쪽(정부)으로 돌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받아쓰기 많이 했잖아요. 받아쓰기 많이 했고 왜곡하기도 많이 했고 사실 기업들이나 삼성 보도자료 이런 것들 그대로 받아쓰고 이런 것들 엄청나게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색깔들은 자신들은 싹 빼버린 채 이 정부가 우리를 받아쓰기의 기술자라고 보고 있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자신의 잘못들을 쓱 덮고 정부의 잘못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략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숨겨 있다고 보이는 거예요.

[최욱] 그럼 만약에 가령 옛날에 우리 받아쓰기 기술자였다, 앞으로 우리 그런 길을 가지 않겠다. 이게 잘못된 것이라고 했으면 어느 정도 가능한 겁니까?

[정준희] 저는 충분히 동의하죠.

[숄츠] 우리 오늘 시작했을 때 한국 국민들, 여기 언론은 좀 너무 믿음이 없다고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딱 이런 태도(반성하는 태도)가 더 많이 생기게 되면 이 문제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기자들도 약간 오만 있어서 약간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이런 거 좀 그런 느낌 받을 수밖에 없어요. 사실 더 높은 윤리적인 자리를 잡으려고 하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세진] 이번 박 장관의 브리핑 사태를 계기로 해서 문재인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그런 기사들로까지 확대가 됐는데요. 조선일보는 “현 정권은 출범 초부터 ‘소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 모습을 그동안 숱하게 보였다. 박 장관의 이날 ‘나 홀로 발표’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세 차례에 걸쳐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오늘 간담회는 외교 문제만 다루겠다며 답을 피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JTBC는 좀 다른 시각의 보도를 냈습니다. 앵커 브리핑을 통해서 <움찔, 웅크림, 그리고 ‘오, 노!’>라는 제목의 앵커 브리핑이었는데요. JTBC 앵커 브리핑 보고 또 이야기 나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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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JTBC 뉴스룸 6월 13일 <[앵커브리핑] 움찔, 웅크림, 그리고 ‘오, 노!’>

[손석희/앵커] 법무부 장관은 싸늘한 정적 속에 단지 발표문을 읽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인사를 받을 사람도 하나 없이… 장관과 기자들의 기 싸움 때문에 시민들 대신 질문할 권한이 사라진 시간… 어제의 장면은 아마도 민주화된 시대의 흑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 다른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9년 전, 오바마는 한국 기자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받겠습니다… 아무도 없나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 침묵이 흘렀던 시간… 그 침묵의 시간은 주어진 권한조차 행하지 못했던 한국의 언론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때마다 정해진 순서대로 질문하고 그것으로 그만이었던 장면들과 급기야는 그저 두 손을 모으고 있어야 했던 저 유명한 신년 기자 간담회까지… 우리 언론이 상대로부터 이런 반응을 매우 정당하게 받아낼 수 있기 위해서는 오바마 회견에 대한 기억과 대통령 연두 회견에 대한 기억이 그만큼 옅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될 때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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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희] 저는 사실 이건 잘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이게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이런 게 있을 거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기자들이 지금 질문을 하지 말라는 건지, 또는 질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지 반성부터 먼저 하라는 건지 사실 이런 식의 메시지로 볼 텐데 그렇게 읽힐 수도 있는 측면이 있고요. 저는 그런데 맨 나중이거든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라는 건 지금의 이 사태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품는 일반적인 감정은 법무부장관이 왜 저랬지? 그런데 기자들도 안 예뻐 보이는 거예요. 그 두 가지의 모순적이고 양비론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는 게 사람들마다 있을 것 같아요. 차라리 툭 털어놓고 누가 잘못한 건지 이야기해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겠는 이 마음은 뭐지 이런 거죠.

[최욱] 맞아요, 정확합니다.

[정준희] 사실 기자집단이나 기자들 또는 저널리스트로서는 사실은 자신의 직업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나는 국민을 대신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국민들은 동일한 생각 안 할 수도 있거든요. 이들의 본심이 정말로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와 싸워주고 있어, 그다음에 그들로부터 뭔가 얻어내려고 하고 있어. 기자들이 응원해줘야겠다 하는 마음, 확실히 현 정부를 비판하거나 또는 법무부 장관의 태도에 대해서 비판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이 기억이 옅어지고 시간이 흘러야 가능해지겠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거죠.


[정세진]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출입처 제도가 있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일각의 얘기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출입처 제도와 이 사안과의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김빛이라] 저는 한 가지 단편적인 게 앞선 법무부 브리핑 건에서 법무부 측이 “기자들이 보이콧을 한다고 했지만 자료가 배포됐는데 기사를 아무도 안 쓸 줄은 몰랐다”, 이 이야기는 굉장히 안이한 인식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출입처에서 보도자료가 나왔고 늘상 기자들이 기본적인 우리는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이런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보도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인식으로 장관의 브리핑을 강행했다는 게 입장인데. 뭔가 기자단과 출입처 간의 관계에 대해서 기자들이 오히려 그 출입처 제도에 얽매여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출입처 역시 기자들을 대할 때 어느 정도 단점들이 이 사안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세진] 출입처 제도가 원래 없었다면 박상기 장관도 난 질의응답 안 받겠다 이렇게 말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저 쪽(기자)도 보이콧 못하는거고 그런 건가요, 만약에 없었다면?

[정준희] 언론이 정부를 대할 때, 정부가 언론을 대할 때도 실제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 집단들에 대해서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주면 이 집단은 이걸 받을 거야”. 또는 이 집단(기자)도 보이콧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그거잖아요. “우리가 한번 혼내주면 얘네(정부)가 긴장할 거야“, 이런 게 있는 거거든요. ‘기 싸움’이라고 표현한 게 뭐냐면 이 출입처라고 표현하는 형식으로 정부와 기자 집단이 딜(deal: 거래)을 함으로써 정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인지가 되고 있다는 거예요, 양쪽에.

[정세진] 또 현재 기자 시스템 아래에서 어떻게 해야지만 취재원과 기자의 원활한 소통 속에 국민들이 정말 알 권리를 전해드릴 수 있을지.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정준희] 저는 우리나라 정부나 권력 기관들이 기본적으로 언론을 좋아하는 건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언론은 무섭거나 싫지만 관리해야 하는 존재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거죠, 언론 관계라고 하는 것 자체가. 그런데 지금의 우리나라 정부들이 지속적으로 가지고 온 비밀주의적 태도, 여기에는 불신이 굉장히 자리하고 있는 거죠. 언론으로부터 당한 트라우마라든가 아까 지난번에 유시민 장관 나와서 이야기했던 그런 경험이라든가 이런 게 굉장히 크게 작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거는 징징거릴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권력을 가진 쪽이라고 한다면 언론의 이런 거 때문에 내가 못하겠어라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이건 일종의 숙명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좀 더 투명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빛이라] 하나 제가 기자들과 얘기하면서 “이거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한 것 중에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를 사실은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출입처 제도, 지금과 같은 굉장히 딱딱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기자들 전문 부서, 그러니까 배치된 부서에 의해서 할당량이 있는 기사 있고 이런 것들이 완전히 타파되어서 뭐 취재원이나 제보자 중심으로 분야 중심으로 나눠서 취재를 한다면 공직자가 됐든 제보자가 됐든 훨씬 더 디테일하고 비판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고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이 사안을 통해서 기자들 느끼고 있더라고요.

[숄츠] 문제는 이 제도를 바꾸는 게 되게 힘들잖아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잘못된 제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이 출입처 제도 같은 경우는 몇 번 얘기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쟁까지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실패했어요. 어느 정도. 그래서 그거 보니까 지금 이런 시스템 바꾸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고 생각해요,

[정세진] 뭔가 조금은 이 안에서라도 달라질 수 있겠죠.

[정준희] 기득권을 가지고 있거나 데스킹을 하는 쪽의 사고가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예요. 해오던 걸 계속하는 게 제일 안전하잖아요. 나만 갑자기 바꾸는 건 굉장히 불안한 일이죠. 거기에 구속되어 있는 거죠. 또 한 가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우리나라 언론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인데 실제로 정부가 직접 소통하려고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어요. 간접 소통 다시 말하면 언론을 설득하고 언론한테 잘 보여서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사라진 거예요, 상당히 많은 부분에 있어서는.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지가 일부 있어요. 그러면 이 구조를 다시 바꾸려면, 다시 바꾼다는 건 직접 소통이 한계가 있다는 걸 명확하게 설득력 있게 밝히려면 간접 소통됐을 때, 다시 말하면 언론에 의해서 제대로 필터링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된 검증도 가능하고 올바로 전달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나 국민에게 확신이 일어나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현재의 언론은 자신의 권리만 주장만 하고 있는 거죠. 왜 너희는 우리를 안 거치려고 해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게 바로 민주주의에서 굉장히 중요한 원칙을 훼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과거에는 그게 맞았어요. 하지만 현재는 반드시 그렇진 않거든요. 언론을 반드시 검증을 통과해야지만 가능하다는 건 누가 만든 논리일까요? 안 그럴 수도 있는 건데, 그렇죠.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당연하게 자신들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권리를 민주주의와 동일시하는 태도는 저는 올바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사고할 필요가 있어요.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 박상기 장관 나홀로 브리핑과 출입 기자들의 보이콧 사태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김빛이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정세진]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이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회사를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물적분할, 법인분할을 결정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주총 전부터 사측과 노조 간의 대립이 극에 달했습니다. 노조가 주총 예정 장소에서 점거 농성을 했고 사측은 노조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등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죠. 주총 당일에는 사측이 동원한 용역과 노동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습니다.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을 다루면서 상당 수 언론들은 노동 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사측 입장에만 치우친 보도를 내놨다는 그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번 순서는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을 통해서 언론의 노동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 가져보려고 합니다. 관련해서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하종강] 안녕하세요? 하종강입니다.

[정세진] 최욱 씨는 (하종강 교수님을) 잘 알고 계세요?

[최욱] 저 깜짝 놀랐어요. 지금까지 여기 찾아주신 분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분입니다. 제가 드라마를 잘 안 보는데 JTBC 드라마였나요?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거기에서 대형마트의 노조 이야기를 다룬 건데 거기 노동 상담가 안내상 씨가 연기한, 그것의 실제 모델이래요, 이분이. 나 깜짝 놀랐네. 맞습니까?

[하종강] 전부 다 제 얘기는 아니고요. 6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니까 그 만화가,최규석 작가가 6년 동안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고요. 몇 사람 이야기를 모아서 주인공 캐릭터 만든 거잖아요. 만화 구상을 처음에 저랑 같이 시작했고 제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어가 있고 이런 편이어서 자꾸 제 이름이 나올 뿐이지 전부 다 제 얘기는 아닙니다.

[최욱] 아 그렇겠죠. 그렇게 또 사람이 그렇게까지 됐겠어.

[정세진] 오늘 노사 갈등 문제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짚어보는 시간 가져보는데요. 일단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이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서 물적분할을 했다, 이렇게 일단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왜 하는지?

[하종강] 물적분할은 기업분할의 한 방식인데요. 기업이 본래에 있던 어느 부서를 독립시켜서 새로운 기업체로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이 기업체의 주식을 100% 모기업이 소유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모 회사, 자회사가 되는 거죠. 회사가 회사를 만든 것처럼 보이니까 물적분할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생산 파트를 물적분할로 새 회사로 설립하고. 생산 파트를 현대중공업이라는 회사로 울산에 남겨두고 그다음에 모회사는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 회사를 만들어서 본사를 서울로 옮기겠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재무, 기획, 이런 중요한 연구 개발 파트는 본사에 속하게 되는데 나머지는 다 울산에 남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지금 왜 문제가 되냐 하면 이 와중에서 노동자 노동 조건이 엄청나게 연결이 되거든요. 첫 번째 대우조선해양과 지금 현대중공업은 겹치는 사업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회사를 합친 다음에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 겹치는 부분들은 통합하고 없앨 수 있어요. 이 과정에 엄청난 구조조정이 시행될 수 있겠죠.

[정세진] 사측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하종강] 약속하고 있지만 그 약속은 사실 지켜질지 아닐지 두고 봐야 해요.

[정세진] 예전에도 그랬었나요?

[하종강]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죠. 본사를 서울에 두게 되는 한국조선해양은 부채 비율이 62.1%에서 1.5%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울산에 남게 되는 현대중공업은 부채 비율이 115%로 늘어나요.

[정세진] 부채를 저쪽(현대중공업)에 주는 거군요.

[하종강] 부채를 남겨둔 채 우량한 회사를 만들어서 서울로 가는 거죠. 그러면 남게 되는 노동자들은 나중에 엄청난 고용 불안도 발생하게 되고 악의적으로 마음을 먹으면 부채 덩어리의 회사를 회사가 정리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악의적으로 마음먹으면. 그러니까 노동자는 당연히 이 물적 분할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세진] 보통 언론들이 노사 갈등을 다룰 때 노조를 악의 축으로 만드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 이렇게들 이야기를 합니다. 교수님.

[정준희] 우리가 흔히 프레임(frame)이라는 표현을 쓰죠. 틀 짓기 방식이라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노조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고 공포감을 만드는 그런 방향에서 폭력적이라는 거, 노조의 단체 행동이나 노조의 행동 자체가 대단히 폭력적이다. 두 번째로는 노조가 자신의 노동권의 영역을 벗어나서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민폐를 끼친다고 하는 것. 세 번째, 그것의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이어지는 게 따라서 경제에 상당히 심각한 부담을 주고 경제에 상당히 문제를 일으킨다는 경제에 대한 경제 위기론하고 연결시키는 그런 방식으로 가는 거죠. 그래서 폭력적인 노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경제를 말아먹는다,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그런 형태의 프레임이 많이 자주 등장합니다.

[정세진] 기사들 보면서 그런 거 많이 느끼셨나요?

[하종강] 한국이 노동 문제를 올바로 보도하기 어려운 이유가 배운 적이 없으니까 제대로 파악할 능력이 우선 없는 겁니다.

[정준희]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사실은 누구나 ‘노동자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들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영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런데 시민 교육의 일환에서 자신이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한 시민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하는 게 시민성 안으로 들어가야 할 문제인데 그걸 누구나 남의 문제인 것처럼 그렇게 보기 때문에 우리 앞으로도 얘기하겠지만 노동 문제를 다루는 시각 자체가 그런 식으로 와 있죠. 아예 구조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많은 거죠.

[정세진] 첫 번째, ‘폭력 노조’ 프레임 보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노조원들이 주총 예정지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기습 점거하는 상황에서 노사 간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측 “직원 1명 실명 위기”…민노총 2차례 시위에 부상자만 43명>, 중앙일보 <현대중공업 노조, 주총장 점거 농성, 사측 “경비원 7명 부상…1명 실명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실명 위기라는 언론들의 보도는 뒤에 오보로 밝혀졌습니다. 왜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요?

[정준희] 이게 의도적 오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보면 기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이 있었고 사측도 같이 뭔가를 교환하는 그런 거였는데 7명이 병원에 옮겨졌고 1명은 실명 위기라고 하는 게 설로 나왔는데 “옳다구나” 하고 받아 쓴 형태거든요.

[최욱] 그거 취재해야 할 거 아니에요.

[정준희] 그렇죠, 사실 확인을 거치거나 이러지 않은 채. 그리고 이건 자신들의 프레임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되게 자극적이죠.

[정세진] 경찰과 현지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실명 위기라는 언론 보도는 오보다.

[최욱] 그러니까. (취재하러) 병원에만 가면 되잖아요.

[하종강] 병원에 간 인원은 3명이었고 다 그날 치료 마치고 병원을 나갔다는 거예요. 그런데 실명 위기에 빠진 직원이 있었다는 것을 보도한 언론은 22개입니다. 나중에 사실 아니었다는 정정 기사를 낸 언론사는 그중에 한 언론사예요.

[최욱] 중앙일보죠?

[하종강] 그런데 그 언론사도 실명 위기 발생이라는 큰 기사만 독자들이 기억할 뿐이지 나중에 사실이 아니었다는 작은 기사는 봤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사람들이. 그리고 폭력적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사진들은 사실 보시면 그 귀퉁이에 ‘현대중공업’ 이렇게 쓰여 있어요. 카피라이트(copyright: 저작권)가. 회사가 제공한 사진들입니다. 거의 대부분. 그래서 부분적으로 가장 폭력성에 찌든 사진들이 그냥 언론에 보도된 겁니다. 거의 대부분. 회사가 제공한 사진들이 언론에 실린 거거든요. 기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은 별로 없었고. 그리고 실제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지금도 보면 일반 사람들이 선뜻 다가서기 어려울 정도의 분위기를 연출할 때는 있어요. 그런데 항상 그 앞에 훨씬 센 폭력이 선행돼 있습니다. 그건 마치 뭐와 같냐 하면 우리 100만 촛불이 모였을 때 차벽 치지 않고 물대포 쏘지 않으니까 폭력 시위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죠. 노동자들이 폭력적인 양상을 보일 때가 있지만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선행된 폭력이 항상 앞에 있었다는 거죠.

[정준희] 2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물리적인 일정한 해프닝이나 출동이 일어나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들이거든요. 그리고 많은 부분은 유도된 폭력인 경우도 상당히 많고. 그런데 그것의 특정 부분이 이것도 프레임이죠. 준비된 프레임이죠. 뭔가 발생이 되면 그걸 딱 찍어서 그게 전체 사태였던 양 그렇게 만들어버린 일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이것도 사실 그와 유사한 맥락이 있다고 봐요.

[정세진] 주총 당일에도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한 보도가 이어졌는데요. 동아일보의 경우는 “주주총회 변경 소식을 듣고 뒤늦게 온 노조원들이 이미 물적분할 안건이 처리되고 텅 빈 무대의 외벽 목재 패널을 부수고 들어와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집기들을 뒤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하종강] 나중에 동영상으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의자를 집어던지고 소화기를 난사한 사람은 분노한 노동자들이 아니라 그들의 진입을 막으려고 했던 용역 회사 직원들이었거든요.

[최욱] 노조원이 이 주주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죠?

[하종강] 왜냐하면 우리사주 주주 조합원들이었기 때문에 우리사주 주주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당연히 있었던 거죠. 그리고 회사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울산법원에 냈는데 기각됐어요. 울산법원이 기각하면서 뭐라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냐 하면 “쟁의 행위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다” 그래서 이런 쟁위행위를 금지 시켜달라고 회사가 제출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이 사실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어요.

[최욱] 언론들이 잘하는 기계적 중립도 여기서는 안 쓰네요.

[정준희] 없는 거죠, 기계적 중립조차 없고. 여기에 지금 밑에 캡션으로 달려있는 거 보세요. “주주총회장 변경 소식을 듣고 뒤늦게 온 노조원들이 이미 물적분할 안건이 되고 외벽 패널을 부수고 들어가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집기를 뒤엎은 것으로 보인다”예요. 취재가 잘 안 됐다고 하는 것들이 명백히 문장 속에도 표현이 돼 있거든요. 이 사진을 스스로 찍었는지 그다음에 이런 식의 내용들을 취재하거나 사실 검증까지 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표현들이죠.

[정세진] 주총 당시 현장에 있었던 비즈한국의 박현광 기자가 있는데요. 박현광 기자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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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비즈한국 박현광 기자 인터뷰

Q. 현장에서 목격한 상황은?
[박현광/비즈한국 기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거는 물리적 충돌은 있었습니다. 물리적 충돌이라고 하면 용역들이 노조원들을 못 들어오게 막고 노조원들은 용역들을 끌어내려고 하고 그런 충돌이 있었던 건 분명히 맞지만 거기서 폭력이라고 말할만한 충돌은 없었고요. 그리고 노조원분들이 먼저 소화기를 분사했느냐? 그거는 제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왜냐면 분명히 제가 현장에서 용역 분들이 노조원 분들에게 소화기 분사하는 걸 똑똑히 봤고 제가 취재를 끝나고 후에 그 용역들 중의 한 명을 인터뷰를 했는데 그 용역의 팀장급이었던 거 같아요, 용역들 사이에서는. 그때 말하기로는 좀 우발적인 행동이었다, 사측이 그렇게 시키진 않았다라고 주장은 하더라고요.

Q. 사측 용역이 소화기 분사 인정한 셈인지?
[박현광] 그렇죠, 용역들은 인정을 했죠. 근데 사측에서는 아직도 인정을 하진 않고 있죠.

Q. 현장 목격하지 않은 기자들이 ‘폭력 노조’ 보도 쏟아냈는데...?
[박현광] 이분들(노조원)이 어떻게든 자기주장을, 의견을 표출하고자 그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선택을 폭력으로 간주해버리면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잖습니까. 그렇게 된다는 게 조금 답답하더라고요. 이거는 좀 개인적으로 기자로서 좀 씁쓸했던 건데 사실 현장에 없었으면 나도 그렇게 썼을 거 같다. 왜냐면 내가 본 게 없고 사측이 본인들이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고, 영상이 있다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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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비즈한국 박현광 기자의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정준희] 되게 중요한 말이었다고 보는데요. 기자의 기본이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현장에서 취재했을 때 자신의 눈이 편향적인 눈인지 아니면 전체를 보는 눈인지에 대한 자기 점검도 되게 필요한데. 안 보고 쓰는 기자들이 워낙 많다는 이야기고, 아까 문장 안에서도 나타났던 것처럼. 안 보면서 받아쓰는 정보는 사측이 제공하는 대단히 일방적인 정보를 쓰고 있다는 것이고. 저는 실제로 노동을 취재하는 전문적인 기자들이 그렇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대부분 산업부에서 취재하거나 경제협력에서 취재하고 이런 경우들이 많은데 그게 사실 일반적인 출입처 관계라고 하는 거나 이런 것들은 대부분 사측과의 관계를 훨씬 더 긴밀하게 맺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그랬을 때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보도의 방식이 어떻겠느냐, 저는 그걸 보여준다고 봐요.

[하종강] 박현광 기자가 지극히 평범한 정상적인 보통 기자인 거잖아요, 원래. 그런데 굉장히 드문 경우, 이게 비극인 거죠. 대부분의 기자가 저래야 하고 특수한 경우에 저러지 않은 기자가 소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거의 박현광 기자밖에 없는 거잖아요. 저 현장에서는. 이게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는 있는 거죠.

[정세진]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쓴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저희가 취재를 해봤습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 언제 어디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팩트만 캡션에 썼는데 나중에 다른 기자의 취재내용을 추가해 수정한 것으로 안다. 인과관계를 볼 때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동아일보 취재기자]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소화기를 노조원들이 뿌렸다고 가정해서 쓴 게 아니다. 현장을 놓쳤기 때문에 목격자들을 취재해 기사를 썼다. 노조원, 사측 용역, 경찰 등을 복합적으로 취재했다.

[정준희]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건 불행한 일이잖아요. 그렇죠?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그런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 같은 것이 연출되는 과정이 어땠냐고 하는 거예요. 경영 쪽이 (주주 총회를) 자신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부분들을 고려하면서 이걸 설득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기보다 되게 빠른 시간에 신속하게 결정 내리는 방식으로 밀어붙였단 말이죠. 그러면 이 과정이 올바른 과정이었냐 하는 것이 저는 이야기의 핵심적이라고 보고돼야 한다고 보거든요.

[최욱] TV조선은 이 사안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높더라고요. 제가 보니까. 다루기도 많이 다루고.

[정세진] 그러면 TV조선의 관련 보도를 보죠. ‘민폐 노조’ 프레임으로 이어가고 있는 TV조선의 보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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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TV조선 뉴스9 5월 28일 <노조 불법점거 건물 피해 속출... 영업 못하고 학교도 휴업>

[기자] 건물 주위는 노조원들이 세운 오토바이가 빼곡합니다. 집회 때문에 도로도 일부 통제됐습니다.

[울산시민] 못 가잖아요, 내가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을. 얼마나 불편해요.

[기자] 노조가 점거한 건물에 입주한 식당 등 업체 10곳은 이틀째 영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조상덕/식당 운영자] 이해는 하지만 저도 약자잖아요. 점거를 당하고, 쫓겨난 상황이고. 장사도 영업도 못하는 상황이니까.

[기자] 건물에 있던 외국인 학교는 학생 안전을 위해 금요일까지 휴업을 결정했습니다.

[스캇 커니/외국인 학교 교장대행] 학생들이 갑작스런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능한 빨리 이 상황이 해결돼 학생들이 다시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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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여러 울산에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넣어서 TV조선의 보도가 이루어졌는데요. 그런데 노조원들이 점거 농성을 결정한 27일은 사실상 한마음회관 휴관일로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고요. 외국인 학교의 고학년은 29일부터 31일까지 수학여행 갔다고 하네요. 저학년은 30일 체험활동과 31일 휴교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저기 외국인 선생님도 나오셔서 교장 대행 분도 나오셔서 다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하종강] 저분이 이야기하신 것 중 어느 부분만 보도됐을 수도 있고요. 저 외에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나는 일이 있는데 보도 내용을 보면서. 학교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가 파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중 한 학생이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데 그럼 결식아동이 밥을 굶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 어떻게 봐야 합니까? 굉장히 착하고 정의로운 학생이에요. 그래서 뭐라고 설명했냐 하면 모든 파업은 불편과 손실을 발생시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잠깐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거고 두 번째 그 불편에 대한 불만을 파업하는 노동자에게 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학교와 교육청, 교육 당국에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노동자의 파업으로 불편이 발생할 수 있는데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 불편에 대한 불만을 노동자들에게 하지 않고 파업을 발생시킨 곳에 가서 따집니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하거든요. 그래서 청소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다른 나라는 으레 시민들이 쓰레기를 모아서 시장 집 앞에 가서 버리는 일을 벌여요, 이례적으로. 모든 파업은 불편을 발생시킵니다. 그런데 그것만 이렇게 특화시켜서 보도를 하면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부인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거죠.

[숄츠] 이만큼 일반적인 리포트는 독일에서는 아마 많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얼마나 진보적인, 얼마나 보수적인 미디어라도 이 전체 그림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하잖아요. 어떤 부분 집중할 수 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파업하는지 아니면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잘 설명해야 그다음에 부작용이나 이런 거 설명할 수도 있어요.

[최욱] 파업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는 거, 이거 사실 관계를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아요.

[정세진] 울산 출신이잖아요.

[최욱] 우리 동네 예기예요. 저희 아버지가 현대중공업에 근무하셨고 저희 아버지가 사측이었습니다.

[정세진] “우리 집안이 원래 양반이었어” 이런 거.

[최욱] 그래서 이 사안에 대해서 제가 확인을 좀 해봤어요. 현대중공업이 위치 해있는 울산시 동구
같은 경우에는 직간접적으로 현대중공업에 다 연관이 있어요. 그렇기때문에 일단 시민들이 관심도가 높죠, 여기에 대해서. 그런데 여기 영상에 나왔던 것처럼 여기에 입주해 있는 식당 분들 피해 보죠, 왜 안 봐요. 그리고 도로가 또 많이 막힌답니다, 이 파업 때문에. 그러면 짜증도 나죠. 왜 안 나겠습니까? 그런데 대체로 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분위기예요. 사실 예전에는 이런 파업 같은 거 했을 때 모두가 다 노조원들을 지지하지는 않았어요. “저렇게 회사 발목 잡네, 회사가 살아야 우리가 사는 거지” 그런 목소리도 공존했는데 이번만큼은 거의 일방적으로 노조원들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존의 문제가 다 걸려 있는 거거든요.

[정세진] 울산 지역 언론들의 보도는 사뭇 달랐는데요. KBS 울산은 9시 뉴스에서 “한마음회관 점거 농성은 닷새나 이어졌지만 이 기간동안 경찰과 구청에 신고된 주민들의 소음 신고는 없었다”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반박했습니다. “상당수 주민들은 노조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울산 MBC <뉴스데스크>는 현대중공업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시민들, 기사를 내놨습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시민은 “노동자가 있어 현대중공업이 세계적인 글로벌 회사가 됐고 노동자와 함께한 것이지 정몽주 씨 혼자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죠. 중앙 언론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역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언론과 중앙 언론들의 보도,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정준희] 저는 기본적으로 다르고 다양해야 기본적으로 맞다고 보고요. 지역 언론들은 그 지역의 어떤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 산업 문제와 얽혀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시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그 지역의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정보들을 안고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당연히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건데 여기서 핵심 문제는 이른바 중앙 언론이라고 불리는 언론들은 이 지역에 대한 올바른 취재에 근거를 두지 않은 채 사측에 상당히 기울어진, 사측을 옹호하는 듯한, 그리고 대단히 반(反) 노동적인, 심지어는 반(反) 지역적인 그런 식의 태도로 상당히 손쉽게 이념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정세진] 언론이 노조를 악의 축으로 만드는 프레임, 세 번째로는 ‘노조발 경제 위기’ 프레임을 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세계 1~2위 조선소인 두 회사가 합병하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1%가 넘는 ‘매머드 조선소’가 탄생해, 저가(低價) 수주로 인한 최악의 조선사적 불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경쟁국 정부와 업계가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 견제에 나섰는데, 국내에서는 노조와 지역 정치권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 돼버렸다.”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전문가들은 조선업 재편의 첫 단추인 물적 분할 주총이 노조의 ‘생떼’에 좌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불법 파업으로 사업 재편이 지장을 받으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쇠퇴의 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종강] 기사 내용대로 노동조합 때문에 인수가 안 될 것 같아요? 아니잖아요. 합리적인 방식을 조금 더 취하겠죠. 노동자도 이만큼 싸웠으니까. 그러면 노동자들이 이렇게 (파업)하는 것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 이것도 우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보도하는 기자들의 마인드 자체가 친(親)기업적인 사고에 어릴 때부터 젖어 있었기 때문에 노동 문제를 올바로 분석할 능력이 없는 거거든요.

[정세진] 사측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보도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죠? 예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요.

[하종강] 우리 사회에 87년, 88년 2년 동안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양상이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수십 년 동안 노동운동이 정체돼 있다가 그 2년 동안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었죠. 그만큼 노동조합을 억압하는 사측의 행위도 굉장히 강력해졌는데 현대중공업은 대표적으로 권력 투쟁이라는 역사를 남겼고 ‘식칼 테러’라는 역사를 남겼어요. 식칼 테러를 당했던 노동자가 직접 뭐라고 전하냐 하면 시퍼런 칼날이 앞에 있는 동료 허리에 와서 이렇게 쑤셔 박히고 자기 허리에도 칼날이 와서 박히는 걸 느꼈다는 거죠. 그러면서 자기가 뭐라고 생각했냐 하면 “노동조합 위원장이 비폭력 결정만 안했으면 너희들은 다 죽었다. 그때 우리 쪽 인원이 1000명이 넘었었거든요. 저쪽(사측)은 별로 안 됐었습니다. 무기를 들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제압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우리가 비폭력으로 대응을 결정했기 때문에 그때 대응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취재 내려왔던 기자들은 다 회사가 제공한 호텔에서 숙식을 제공 받으면서 회사가 주는 자료 가지고 고용을 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사실 그때만 이루어진 게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죠.


[정준희] 저는 우리나라 언론들이 상당히 편향적인 측면이 많다고 보지만 특히나 노동 문제에 있어서는 압도적으로 편향적이라고 생각해요, 상당 부분이. 그리고 압도적으로 친기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한국 경제 전반을 고민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특정 기업, 특정 대기업, 특정 사주를 고민해 주는 게 너무나 많아요. 특히나 경제지들, 한국경제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전경련이 보유한 신문이라는 건 뻔히 우리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다음에 현대자동차가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고 삼성물산이라든가 SKT 같은 데가 상당 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그런 식의 형태예요. 여기가 기업적인 정서로 거의 대행할 것이라는 짐작은 뻔히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대단히 편향적인데 이 경제지뿐만 아니라 보수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태도들, 아마도 우리나라 언론사의 대다수는 광고주를 상당히 인식하고 그다음에 자신의 계층을 상류층이라고 지향하는 식의 태도들을 많은 기자들이 가지고 있고 많은 데스크들이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들과 시각을 일치하면서 한국 경제를 고민한다는 말 자체가 사실은 특정 집단이나 특정 기업이나 특정 계급 집단들의 어떤 고민들과 공유되어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상당히 쏠린 그런 식의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고 그게 국민들의 인식에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

[정세진] 앞으로도 그럼 노사 갈등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셨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하종강] 이 프로그램이 좋은 영향을 끼치겠죠. 이걸 본 기자들은 아마 좀 느꼈을겁니다.

[정세진] 어떤 점을 더 강조하기를 바라십니까?

[하종강]대기업 노동자가 임금 인상을 하기 위해서 파업을 하고 타결을 지었어요. 그랬더니 기사 제목을 뭐라고 뽑았냐 하면 “기본급 4000원 올리려고 3조 원 날렸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이 기본급 4000원 올리겠다고 3조 원을 날렸다는 거거든요. 다른 나라 언론은 제목을 뭐라고 뽑냐 하면 “기본급 4000원 올려주지 않겠다고 3조 원 날렸다” 이렇게 뽑습니다. 이 어리석은 경영진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 파업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주주에게 반하는 무능한 경영이다, 당연히 교체되어야죠. 한국 기업 경영 방식이 주주 자본주의 시각이 용납이 안 되는 굉장히 보수적인 방식이고요. 기존에 언론들이 다 이런 기업과 이해를 같이 하기 때문에 노동 문제를 보는 시각이 세계에서 가장 보수화돼 있다고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최욱] 조금 전에 4000원 올리려고 3조 원 날렸다, 안 좋은 식으로 말씀으로 하셨는데 “맞는 말인데?” 이렇게 저도 생각했거든요, 순간. 무릎을 처음으로 치게 했습니다.

[정세진] 생각해 보니까 진짜 그러네요. 그리고 경영자보다 노동자가 더 많은데 우리가.

[최욱] 그러네.

[정세진] 항상 그 입장을 대변했어야 하는지 반성을 더 하게 됩니다. 앞으로 기자들이 어떻게 보도를 해야 하는지?

[하종강] 기자들이 노동조합, 민주노총, 파업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형성되는 개념이 정상적인 생각이 아닐 수 있다, 의심을 해보셔야 해요. 그래야 진실이 보입니다. 수십 년 동안 잘못 주입된 틀린 생각일 수 있다. 기자들이 자신감 가지지 말고 그런 반성을 해보셔야 진실이 보일 겁니다.

[정세진] 최욱 씨가 굉장히 많이 반성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노동자라고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었죠.

[최욱] 진짜 오늘 제 자신을 발견한 거예요. 나도 거기에 많이 젖어 있었구나 하는 걸 발견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세진]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하종강 교수님과 함께 현대중공업 사태를 계기로 노사 갈등을 다루는 언론 보도까지 짚어보는 시간 가져봤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저희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꾸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언론이 노조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3가지 방법' 기사 관련 반론보도문

본사는 2019년 6월 22일, 6월 23일 자 ‘[저널리즘토크쇼J] 언론이 노조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3가지 방법’ 보도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주총회 당일 주총장 파손에 관한 동아일보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고 적시하였고,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기자들”이라는 사회자 발언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동아일보사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주총회 당일 취재 기자가 울산 현장을 직접 찾아 노조원, 사측 용역, 경찰, 목격자 등을 복합적으로 취재하였고, 노조의 주총장 파손에 관해서는 현장취재를 통해 확인한 뒤, 이를 토대로 보도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는 법원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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