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잡힌 한보 정태수 아들…아버지는 어디에?

입력 2019.06.24 (08:08) 수정 2019.06.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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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신 분들은 이른바 '한보 사태'를 기억하실 겁니다.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 그룹의 부도는 외환위기의 시작이 됐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죠.

한보 사태의 중심에는 창업주인 정태수 총회장이 있었습니다.

세무공무원으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에 오른 성공 신화의 주인공.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그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고 끝내 부도를 내기까지 각종 로비와 횡령, 제기된 의혹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요,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정 회장과 가족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가 이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정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해외에서 전격 체포돼 국내로 들어와습니다.

도피 21년 만입니다.

검찰 수사관에 이끌려 공항 출국장을 빠져 나오는 이 남성이 바로 정한근 씹니다.

지난 1998년 32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달아나 이후 행방이 묘연했는데 파나마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정한근/前 한보그룹 부회장 : "(해외 도피 왜 하셨습니까?) …. (도피 생활 어디서 어떻게 한 겁니까?) …."]

검찰은 정한근 씨를 추적해 온 열달간의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했습니다.

도피 수법은 치밀했습니다.

우선 고등학교 친구 A 씨의 신상 정보가 동원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2007년부터 순차적으로 캐나다와 미국 두 나라의 영주권과 시민권을 차례로 취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름을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4번 씩이나 바꿔왔습니다.

다니엘 승현, 승현, 헨리, 다니엘.

정한근 씨가 검찰과 경찰, 인터폴을 따돌리기 위해 사용해 온 이름입니다.

검찰은 출입국 내역을 재검토 하는 과정에서 최근 정 씨가 에콰도르에 체류 중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검찰의 송환 요청에,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 18일 정 씨가 파나마를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간다고 통보했습니다.

통보에 따라 정 씨는 즉각 구금됐는데, 비행기 이륙 1시간 전이었습니다.

결국 정 씨는 검찰에 체포됐고 완전 범죄를 꿈꿨던 그의 도피 행각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해외로 도망갔던 넷째 아들이 붙잡혀 들어오면서 관심은 다시, 아버지 정태수 회장 행방에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정 회장은 90년대 정관계 로비를 해가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불리다가 1997년 부도를 내고 IMF 위기 시작을 부른 인물입니다.

처음 검찰에 출석하던 날, 정 회장은 휠체어에 마스크 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법당국에 출두하는 재벌의 상징이 된 이른바 '휠체어 재판'의 원조격입니다.

검찰 수사 내내 입을 꾹 다물었다 해서 별명이 자물통이었습니다.

[정태수/前 한보그룹 회장/1997년 4월 청문회 : "재판이 계류중에 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지금 여기에서 제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른바 '머슴 발언'.

["자금이라는 건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압니까?"]

청문회 때 한보그룹 임원과 본인이 밝힌 비자금 액수가 달랐고,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임원을 두고 머슴이라고 지칭한 겁니다.

2007년에 재판을 받던 중 병 치료 받는다고 일본으로 갔다가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1923년생, 살아있다면 올해 아흔여섯입니다.

지금까지도 정 회장을 쫓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남긴 빚, 나라에 내야 할 막대한 세금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내야 할 세금만 2천700억 원, 일가 다 합치면 3천 6백억 원대 육박합니다.

2014년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 상습 체납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액숩니다.

이 돈 돌려받으려면 정 전 회장의 생사 여부부터 확인해 봐야 합니다.

체포된 아들 정한근 씨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는 사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만약 사실이라면 자식들에게 상속한 재산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면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무 공무원 출신인 정 전 회장이 실명으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줬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만약 살아있다해도 국내에는 정 전 회장 명의의 재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회수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검찰은 정 전 회장 일가의 해외 도피 재산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르면 오늘 법원에 정한근 씨에 대한 재판 재개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로비의 귀재에서 도피의 귀재로 불려온 정 회장 일가에 대한 재판이 다시 시작됩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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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년 만에 잡힌 한보 정태수 아들…아버지는 어디에?
    • 입력 2019-06-24 08:14:01
    • 수정2019-06-24 10: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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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신 분들은 이른바 '한보 사태'를 기억하실 겁니다.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 그룹의 부도는 외환위기의 시작이 됐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죠.

한보 사태의 중심에는 창업주인 정태수 총회장이 있었습니다.

세무공무원으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에 오른 성공 신화의 주인공.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그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고 끝내 부도를 내기까지 각종 로비와 횡령, 제기된 의혹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요,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정 회장과 가족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가 이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정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해외에서 전격 체포돼 국내로 들어와습니다.

도피 21년 만입니다.

검찰 수사관에 이끌려 공항 출국장을 빠져 나오는 이 남성이 바로 정한근 씹니다.

지난 1998년 32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달아나 이후 행방이 묘연했는데 파나마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정한근/前 한보그룹 부회장 : "(해외 도피 왜 하셨습니까?) …. (도피 생활 어디서 어떻게 한 겁니까?) …."]

검찰은 정한근 씨를 추적해 온 열달간의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했습니다.

도피 수법은 치밀했습니다.

우선 고등학교 친구 A 씨의 신상 정보가 동원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2007년부터 순차적으로 캐나다와 미국 두 나라의 영주권과 시민권을 차례로 취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름을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4번 씩이나 바꿔왔습니다.

다니엘 승현, 승현, 헨리, 다니엘.

정한근 씨가 검찰과 경찰, 인터폴을 따돌리기 위해 사용해 온 이름입니다.

검찰은 출입국 내역을 재검토 하는 과정에서 최근 정 씨가 에콰도르에 체류 중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검찰의 송환 요청에,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 18일 정 씨가 파나마를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간다고 통보했습니다.

통보에 따라 정 씨는 즉각 구금됐는데, 비행기 이륙 1시간 전이었습니다.

결국 정 씨는 검찰에 체포됐고 완전 범죄를 꿈꿨던 그의 도피 행각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해외로 도망갔던 넷째 아들이 붙잡혀 들어오면서 관심은 다시, 아버지 정태수 회장 행방에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정 회장은 90년대 정관계 로비를 해가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불리다가 1997년 부도를 내고 IMF 위기 시작을 부른 인물입니다.

처음 검찰에 출석하던 날, 정 회장은 휠체어에 마스크 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법당국에 출두하는 재벌의 상징이 된 이른바 '휠체어 재판'의 원조격입니다.

검찰 수사 내내 입을 꾹 다물었다 해서 별명이 자물통이었습니다.

[정태수/前 한보그룹 회장/1997년 4월 청문회 : "재판이 계류중에 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지금 여기에서 제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른바 '머슴 발언'.

["자금이라는 건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압니까?"]

청문회 때 한보그룹 임원과 본인이 밝힌 비자금 액수가 달랐고,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임원을 두고 머슴이라고 지칭한 겁니다.

2007년에 재판을 받던 중 병 치료 받는다고 일본으로 갔다가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1923년생, 살아있다면 올해 아흔여섯입니다.

지금까지도 정 회장을 쫓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남긴 빚, 나라에 내야 할 막대한 세금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내야 할 세금만 2천700억 원, 일가 다 합치면 3천 6백억 원대 육박합니다.

2014년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 상습 체납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액숩니다.

이 돈 돌려받으려면 정 전 회장의 생사 여부부터 확인해 봐야 합니다.

체포된 아들 정한근 씨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는 사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만약 사실이라면 자식들에게 상속한 재산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면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무 공무원 출신인 정 전 회장이 실명으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줬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만약 살아있다해도 국내에는 정 전 회장 명의의 재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회수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검찰은 정 전 회장 일가의 해외 도피 재산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르면 오늘 법원에 정한근 씨에 대한 재판 재개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로비의 귀재에서 도피의 귀재로 불려온 정 회장 일가에 대한 재판이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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