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68%, “집 때문에 결혼 못합니다”

입력 2019.06.25 (07:01) 수정 2019.06.2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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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 유형의 28%, 가장 많습니다. 그 중심에는 결혼 안 한 젊은이, '청년'이 있습니다.

■ 결혼 적령기 2명 중 1명은 '미혼'...걸림돌은 '집'

2017년 기준 초혼 나이는 남성이 32.94세, 여성은 30.24세입니다. 그래서 30~34세를 결혼 적령기로 잡았습니다. 이 나이의 청년 가운데 46.9%, 2명 중 1명이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20년 전 미혼율, 13.2%와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선택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비혼'이라는 말도 생겨났죠. 그러나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68.5%가 '주거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 건실하게 10년 모아야 집 한 채

집이 뭔데 결혼마저 주저하게 할까요? 만 19세~39세의 청년들이 소유한 주택의 평균 가격을 보죠. 10년 새것의 두 배 올랐습니다. 더 좋은 집으로 옮겨 갔다기보다는 집값 상승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 기준 내 집 마련 비용은 평균 2억 원. 어떤 의미일까요? 같은 해, 대기업의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은 3,950만 원, 중소기업의 대졸 신입 연봉은 2,690만 원이었습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청년은 안 쓰고 안 먹고 10년을 꼬박 모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게 '집'이었습니다.


■ "결혼하려면 월 300~400만 원 벌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서, "결혼을 한다면 적정한 소득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월평균 300만~400만 원, 여성은 200~300만 원은 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혼자라면 좁아도, 낡아도 버티겠는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 출발을 생각하면 망설여집니다. 이것저것 따져봐도 별수 없습니다. 답답함과 불안감이 결혼을 주저하게 합니다.


■ 사는 곳(Buy)이 아닌 사는 곳(Live)을 위한 해법은?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소득,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주거 정책에 최근 청년층이 포함됐습니다. 임대주택 30만 호 공급, 우대형 청약 통장, 보증금 및 월세 대출 확대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주택 공급은 소득이 적은 저소득 청년에게 주로 맞춰져 있고, '보통 청년'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대출 정책이 주류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빚더미입니다.

요즘 집 없는 청년을 '민달팽이'에 빗댑니다. 청년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탄생한 '민달팽이유니온'의 조현준 사무처장이 쓴 글 일부를 옮겨 봅니다.

...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넓고 화려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깨끗하고 잘 정비된 신도시도 아니다. 사는 집의 임대인이 무리하게 월세를 올리지 않기 바랄 뿐이다. 작은 공간을 벗어날 소정의 목돈이 필요할 뿐이다. 비어있는 정책을 단순히 채워 나가는 것이 아닌, 그것을 '왜'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껍질이 없어 쓸쓸해도,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티가 나지 않아도, 민달팽이는 오늘도 성실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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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68%, “집 때문에 결혼 못합니다”
    • 입력 2019-06-25 07:01:00
    • 수정2019-06-25 07:08:26
    취재K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 유형의 28%, 가장 많습니다. 그 중심에는 결혼 안 한 젊은이, '청년'이 있습니다.

■ 결혼 적령기 2명 중 1명은 '미혼'...걸림돌은 '집'

2017년 기준 초혼 나이는 남성이 32.94세, 여성은 30.24세입니다. 그래서 30~34세를 결혼 적령기로 잡았습니다. 이 나이의 청년 가운데 46.9%, 2명 중 1명이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20년 전 미혼율, 13.2%와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선택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비혼'이라는 말도 생겨났죠. 그러나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68.5%가 '주거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 건실하게 10년 모아야 집 한 채

집이 뭔데 결혼마저 주저하게 할까요? 만 19세~39세의 청년들이 소유한 주택의 평균 가격을 보죠. 10년 새것의 두 배 올랐습니다. 더 좋은 집으로 옮겨 갔다기보다는 집값 상승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 기준 내 집 마련 비용은 평균 2억 원. 어떤 의미일까요? 같은 해, 대기업의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은 3,950만 원, 중소기업의 대졸 신입 연봉은 2,690만 원이었습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청년은 안 쓰고 안 먹고 10년을 꼬박 모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게 '집'이었습니다.


■ "결혼하려면 월 300~400만 원 벌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서, "결혼을 한다면 적정한 소득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월평균 300만~400만 원, 여성은 200~300만 원은 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혼자라면 좁아도, 낡아도 버티겠는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 출발을 생각하면 망설여집니다. 이것저것 따져봐도 별수 없습니다. 답답함과 불안감이 결혼을 주저하게 합니다.


■ 사는 곳(Buy)이 아닌 사는 곳(Live)을 위한 해법은?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소득,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주거 정책에 최근 청년층이 포함됐습니다. 임대주택 30만 호 공급, 우대형 청약 통장, 보증금 및 월세 대출 확대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주택 공급은 소득이 적은 저소득 청년에게 주로 맞춰져 있고, '보통 청년'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대출 정책이 주류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빚더미입니다.

요즘 집 없는 청년을 '민달팽이'에 빗댑니다. 청년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탄생한 '민달팽이유니온'의 조현준 사무처장이 쓴 글 일부를 옮겨 봅니다.

...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넓고 화려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깨끗하고 잘 정비된 신도시도 아니다. 사는 집의 임대인이 무리하게 월세를 올리지 않기 바랄 뿐이다. 작은 공간을 벗어날 소정의 목돈이 필요할 뿐이다. 비어있는 정책을 단순히 채워 나가는 것이 아닌, 그것을 '왜'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껍질이 없어 쓸쓸해도,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티가 나지 않아도, 민달팽이는 오늘도 성실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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