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장애등급제 폐지…무엇이 달라지나?

입력 2019.06.25 (15:31) 수정 2019.06.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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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31년 만에 ‘장애등급제’ 폐지…장애인 복지 서비스 대상 늘어나
개별 맞춤형 복지 제공…“활동지원 서비스 시간 축소 우려”

복지 서비스 절실한데 장애 등급 때문에...

한 3급 뇌병변 장애인은 혼자서는 10m도 걷기 힘들 정도로 거동이 어렵습니다. 이분에겐 휠체어나 신체활동을 돕는 서비스가 필요한데도 3급이라는 이유로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합니다. 1·2급 장애인만이 지원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등급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한하면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와 필요가 충분히 채워지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정책이 그랬습니다. 의학적 기준 하나로 장애인을 1~6등급으로 나누고 복지 서비스를 차등 지원하는 '장애등급제'가 지난 31년 동안 유지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활동지원이나 교통수단 등의 복지 혜택이 절실한 장애인이라 해도 대상 등급이 아니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장애등급제가 장애인 복지의 걸림돌이 되는 겁니다.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그래서 바꾸기로 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12개 정부 부처 23개 서비스에서 '장애 등급'이라는 칸막이를 없앴습니다.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볼까요? 기존에 1~3급 장애인만 받을 수 있었던 활동지원 서비스를 모든 장애인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활동지원 서비스란, 혼자서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목욕이나 외출 등의 활동을 도와주는 복지 서비스입니다.

시각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점자 주민등록증과 점자 여권, 그동안은 1~3급 시각 장애인만 받을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모든 시각 장애인에게 지급됩니다.

1·2급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었던 휠체어가 장착된 장애인 콜택시도 중증의 보행 장애가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택시 차량 수도 200명당 1대 수준에서 150명당 1대로 늘어납니다.

욕창 예방 매트리스나 휠체어 등의 보조장구도 1·2급 지체·뇌병변 장애인에게만 지급됐었는데요. 이제는 중증 지체·뇌병변 장애인에게 제공됩니다.

종합조사 방식 도입해 필요한 서비스 제공

물론 모든 서비스를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꼭 필요한 장애인에게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바뀐 제도의 핵심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장애인마다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 조사해야 합니다.

정부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라는 평가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옷 갈아입기'나 '목욕하기' 등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 뒤,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을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최고 점수 구간인 465점 이상을 받으면 한 달에 48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42점 미만을 받을 땐, 한 달에 47시간만 지원받게 됩니다.


31년 만에 장애등급제 폐지…우려 섞인 목소리는 왜?

숙원과도 같았던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둔 장애인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기대와 희망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일부 장애인 단체는 정부가 마련한 종합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 조사방식을 적용하면 현재 받는 서비스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이 지표대로 계산했을 때 일부 중증장애인의 지원 시간이 줄어들 우려가 있습니다. 직장이나 학교에 가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직장이나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중증 장애인은 많지 않습니다. 일부 장애인들은 평가 지표가 장애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어 복지 서비스의 필요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장애인에게 매겨지는 점수가 또 다른 낙인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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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달 장애등급제 폐지…무엇이 달라지나?
    • 입력 2019-06-25 15:31:03
    • 수정2019-06-25 18:47:34
    취재K
31년 만에 ‘장애등급제’ 폐지…장애인 복지 서비스 대상 늘어나<br />개별 맞춤형 복지 제공…“활동지원 서비스 시간 축소 우려”
복지 서비스 절실한데 장애 등급 때문에...

한 3급 뇌병변 장애인은 혼자서는 10m도 걷기 힘들 정도로 거동이 어렵습니다. 이분에겐 휠체어나 신체활동을 돕는 서비스가 필요한데도 3급이라는 이유로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합니다. 1·2급 장애인만이 지원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등급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한하면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와 필요가 충분히 채워지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정책이 그랬습니다. 의학적 기준 하나로 장애인을 1~6등급으로 나누고 복지 서비스를 차등 지원하는 '장애등급제'가 지난 31년 동안 유지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활동지원이나 교통수단 등의 복지 혜택이 절실한 장애인이라 해도 대상 등급이 아니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장애등급제가 장애인 복지의 걸림돌이 되는 겁니다.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그래서 바꾸기로 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12개 정부 부처 23개 서비스에서 '장애 등급'이라는 칸막이를 없앴습니다.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볼까요? 기존에 1~3급 장애인만 받을 수 있었던 활동지원 서비스를 모든 장애인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활동지원 서비스란, 혼자서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목욕이나 외출 등의 활동을 도와주는 복지 서비스입니다.

시각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점자 주민등록증과 점자 여권, 그동안은 1~3급 시각 장애인만 받을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모든 시각 장애인에게 지급됩니다.

1·2급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었던 휠체어가 장착된 장애인 콜택시도 중증의 보행 장애가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택시 차량 수도 200명당 1대 수준에서 150명당 1대로 늘어납니다.

욕창 예방 매트리스나 휠체어 등의 보조장구도 1·2급 지체·뇌병변 장애인에게만 지급됐었는데요. 이제는 중증 지체·뇌병변 장애인에게 제공됩니다.

종합조사 방식 도입해 필요한 서비스 제공

물론 모든 서비스를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꼭 필요한 장애인에게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바뀐 제도의 핵심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장애인마다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 조사해야 합니다.

정부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라는 평가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옷 갈아입기'나 '목욕하기' 등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 뒤,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을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최고 점수 구간인 465점 이상을 받으면 한 달에 48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42점 미만을 받을 땐, 한 달에 47시간만 지원받게 됩니다.


31년 만에 장애등급제 폐지…우려 섞인 목소리는 왜?

숙원과도 같았던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둔 장애인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기대와 희망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일부 장애인 단체는 정부가 마련한 종합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 조사방식을 적용하면 현재 받는 서비스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이 지표대로 계산했을 때 일부 중증장애인의 지원 시간이 줄어들 우려가 있습니다. 직장이나 학교에 가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직장이나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중증 장애인은 많지 않습니다. 일부 장애인들은 평가 지표가 장애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어 복지 서비스의 필요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장애인에게 매겨지는 점수가 또 다른 낙인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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