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고 파헤쳐지고…방치된 ‘호국영령’ 묘역

입력 2019.06.26 (06:33) 수정 2019.06.2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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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때 목숨을 잃은 참전용사들은 국립묘지에 안장하도록 돼있지만, 그렇지 못한 전몰군경들도 있습니다.

제대로 돌보는 사람도 없이 방치돼 있는 호국영령 묘역들을 이형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래된 봉분이 모여있는 경남 통영의 한 야산, 호국영령 10위의 넋이 잠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묘역인지 안내판조차 없습니다.

묘비에 새겨진 전사자들의 이름은 세월과 함께 삭아버렸고, 봉분에는 큰 구멍이 난 곳도 있습니다.

무명용사 6기 잠든 곳.

덩그러니 남은 이름 모를 호국영령들의 낡은 비석 주변에는 거미줄과 먼지가 잔뜩 끼었습니다.

[이충권/전몰군경유족회경남지부 통영시 지회장 : "돌볼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봐도 참담하죠. 여기에 또 사람보다 오히려 짐승이 더 많이 내려오니까, 너무 산 속이니까…."]

모두 6·25 전쟁 때 전사한 군인이나 경찰입니다.

하지만 당시 무연고자이거나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국립묘지 밖 전국 곳곳에 묻혔습니다.

묘역 관리는 각 기초자치단체가 하게 돼 있습니다.

전국의 전몰군경 합동묘역은 45곳, 6천여 위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9곳의 기초자치단체에는 아예 묘역 관리 예산조차 없습니다.

[경남 ○○시 공무원/음성변조 : "(묘역을) 저 혼자 지금 다 (담당)하다 보니까, 묘 자체에 대한 (관리) 부분이 조금 미흡할 수는 있겠네요. 한번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국가보훈처에 대책 마련을 권고했지만, 보훈처는 법적 근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음성변조 : "국가 보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문제이지만, 합동묘역에 대해서 저희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지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6천여 위의 호국영령들, 죽어서도 예우를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잠들어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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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지고 파헤쳐지고…방치된 ‘호국영령’ 묘역
    • 입력 2019-06-26 06:36:03
    • 수정2019-06-26 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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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때 목숨을 잃은 참전용사들은 국립묘지에 안장하도록 돼있지만, 그렇지 못한 전몰군경들도 있습니다.

제대로 돌보는 사람도 없이 방치돼 있는 호국영령 묘역들을 이형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래된 봉분이 모여있는 경남 통영의 한 야산, 호국영령 10위의 넋이 잠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묘역인지 안내판조차 없습니다.

묘비에 새겨진 전사자들의 이름은 세월과 함께 삭아버렸고, 봉분에는 큰 구멍이 난 곳도 있습니다.

무명용사 6기 잠든 곳.

덩그러니 남은 이름 모를 호국영령들의 낡은 비석 주변에는 거미줄과 먼지가 잔뜩 끼었습니다.

[이충권/전몰군경유족회경남지부 통영시 지회장 : "돌볼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봐도 참담하죠. 여기에 또 사람보다 오히려 짐승이 더 많이 내려오니까, 너무 산 속이니까…."]

모두 6·25 전쟁 때 전사한 군인이나 경찰입니다.

하지만 당시 무연고자이거나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국립묘지 밖 전국 곳곳에 묻혔습니다.

묘역 관리는 각 기초자치단체가 하게 돼 있습니다.

전국의 전몰군경 합동묘역은 45곳, 6천여 위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9곳의 기초자치단체에는 아예 묘역 관리 예산조차 없습니다.

[경남 ○○시 공무원/음성변조 : "(묘역을) 저 혼자 지금 다 (담당)하다 보니까, 묘 자체에 대한 (관리) 부분이 조금 미흡할 수는 있겠네요. 한번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국가보훈처에 대책 마련을 권고했지만, 보훈처는 법적 근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음성변조 : "국가 보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문제이지만, 합동묘역에 대해서 저희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지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6천여 위의 호국영령들, 죽어서도 예우를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잠들어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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