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반려견 대국 중국의 두얼굴…위린 개고기 축제

입력 2019.06.2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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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중국 공안들이 기자의 호텔 방에 들이닥쳤다.

세계에서 단지 개를 먹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유명해진 곳은 없을 것이다. 중국 광시 좡족자치구 위린(玉林)시 얘기다.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광시 난닝으로, 난닝에서 다시 고속열차를 타고 위린시까지 꼬박 12시간 걸려 도착했다. 날씨는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찜통더위였고, 기자는 서둘러 예약한 호텔 방을 찾아 짐을 풀고 내일부터 시작될 개고기 축제 취재 계획을 정리하다 잠이 들었다.

새벽 2시쯤, 비몽사몽 방안이 소란해 잠이 깼다. 호텔 방 침대 앞에 중국 공안 4명이 서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공안 1명이 대뜸 신분증을 보여 달라며 이곳에는 왜 왔느냐고 묻는다. 다른 1명은 침대 주위를 돌며 카메라로 잠에서 깬 기자를 촬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어이없는 상황이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추궁하던 공안에 중국 외교부에 항의하겠다고 했더니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다. 정식 취재 비자를 받은 외신 기자의 방에 무슨 근거로 침입했냐고 따졌더니 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삼십 여분 동안의 조사를 빙자한 위협과 협박이 끝나자 계급이 가장 높아 보이는 공안이 미안하다며 악수를 청한다. 취재를 포기할 수는 없어 꾹 참고 돌려보냈다. 중국 특파원으로 만 2년, 더 험한 곳에도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크게 어렵지 않은 취재일 것이란 애초 예상과 달리 당장 내일부터 순탄치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개고기 축제' 지원하던 위린시...전 세계적 비난 여론에 앗 뜨거워"

다음 날 아침 호텔을 나서는데 로비에 사복 차림의 낯선 젊은이가 따라 나온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4명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기자를 24시간 따라다닌다. 이들은 도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매년 6월 말 절기상 하짓날에 위린에서는 개고기를 먹는 관습이 있다. 위린시 정부는 2009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 축제를 지역의 공식 행사로 지원하기도 했다. 중국어로는 '고우로우지에'(狗肉節), 우리 말로 풀면 개고기축제다. 그러자 바로 중국 내부는 물론, 세계 동물 애호가들과 동물 보호단체의 비난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동물 보호단체와 애견인들이 축젯날 위린시로 몰려들어 거센 항의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일부 애견인들은 개고기 판매점 앞에서 위령제를 지내기도 했고, 도축 직전의 개와 고양이들을 돈을 주고 사가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과 외지인들 간에 물리적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개고기 축제를 지원했던 위린시 정부도 금세 발을 뺐다. 취재에서 만난 위린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위린에서 개고기 축제는 없습니다. 단지 하짓날이 있을 뿐입니다." 주민들이 관습에 따라 먹는 것이지 지방 정부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개고기 상인들...외국인과 외신 기자들에 '으르렁'

위린에서 가장 유명한 개고기 도매시장 둥커우(棟口)시장을 찾아갔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공안들과 상인회 청년들이 들어가는 사람들 인상착의를 훑어보고 있다. 카메라 없이 현지인 복장 비슷하게 들어가자 입구에서부터 도축된 개와 고양이들이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피 묻은 앞치마 차림에 칼을 들고 있는 한 남자에게 고기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너희 고기 사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빨리 가라"고 말한다. 낮은 음성이지만 살벌한 분위기다.

시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이번엔 도축된 개고기를 손질해 팔고 있는 여성에게 물었다. "하루에 몇 마리나 도축되나?" 그러자 답변이 걸작이다. "나는 아침에는 닭보다 더 먼저 일어나고, 너희가 말하는 개보다 늦게 잠이 든다. 내가 이것이 좋아서 하는 줄 아나?" "나도 할 수 있으면 너처럼 가방 메고 다니면서 인터뷰나 하면서 살고 싶다." 수많은 취재진과 동물 보호단체를 겪어서 그런지 이들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기자 주변을 상인들이 둘러쌌다. 일촉즉발 위기 순간에 우리를 따라다니던 공안들에 의해 간신히 시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개고기는 이미 이곳의 전통이자 산업이고, 여기에 생업이 걸려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먹지 말라면 더 먹는다?

논란이 어떻든 간에 올해 개고기 축젯날, 아니 하짓날 위린시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시민이 개고기를 먹었다. 이곳 주민들은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서 양기가 강한 음식인 개고기와 함께 열대과일 리치를 먹으면 몸에 이롭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한 위린시 개고기 원조집 주인 첸펑주안 씨는 "위린에서는 하짓날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몸보신 용으로 개고기를 많이 먹는다며 2, 3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일 년 내내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고기 축제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돼 더 많은 관심이 쏠렸고, 결과적으로 홍보가 돼 손님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당 한쪽 편에서는 광둥성과 후난성 등 중국 전역으로 배달하는 개고기가 포장되고 있었다.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3대 가족이 한데 둘러앉아 개고기를 먹는 모습도 많이 눈에 띈다. 거기서 만난 친샤오친씨가 이렇게 말한다. "저는 계림(桂林)에서 왔는데 개고기 문화는 이 지역의 음식 문화예요. 세상에는 소를 안 먹는 사람도 있고, 돼지를 안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냥 다른 것은 다르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개고기 도축, 유통, 판매 과정 투명화가 돌파구?

인간의 충성스런 친구 개를 먹다니 절대 안 된다는 입장과 개고기가 뭐가 문제냐는 찬반양론 사이에서 개고기 양성화, 투명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주목된다. 개는 소나 돼지와 달리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도축과 유통, 판매 과정이 불투명하고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위린시 둥커우 시장에서 만난 장화화 전 화남이공대 교수는 "출처가 불분명한 개와 고양이들이 마구잡이로 도살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장문의 건의서를 위린시 정부에 제출하러 왔다고 밝혔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하짓날 위린시에서 소비되는 수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 가운데 상당수가 도난당한 애완견이거나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기자가 살아있는 개가 거래되는 시장을 찾았을 때, 목줄이 있는 개들도 상당수 보였다. 몸이 불에 그슬린 채로 낑낑거리는 개는 물론, 애견으로 유명한 종류의 작은 개들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보면 검역 과정 없이 도축되는 개고기의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위린시 정부도 개고기 유통을 투명하게 하고 위생을 확보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는 분위기다. 외신 기자들이 주목하는 하짓날 점심때, 가장 많은 손님이 모이는 가게 앞에서 지역 경찰들이 총출동해 강력한 위생 단속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세계 최대 반려동물 대국의 아이러니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는 등록된 반려견만 1억 마리가 넘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반려동물 대국이 돼가고 있다. 등록되지 않고 키우는 개와 고양이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참작하면 벌써 중국의 반려견이 3억 마리를 넘어섰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는 상황이다. 애견 인구가 늘고, 애견 산업이 발달하는 중국. 지난 5월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상하이에서 국제애견연맹이 공인하는 '월드도그쇼'(World Dog Show)가 개최됐다. 영국 애견협회는 중국 위린의 개고기 축제를 이유로 불참했다. 하지만 국제애견연맹(FCI) 이브 드 클레르크 대표는 "반발 여론은 이해하지만, 중국의 주최국 지위 박탈은 더 안 좋은 징조가 될 수 있다." "오히려 개가 단순히 식용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며 추진을 강행했다.

통계상으로 보면 중국에서 애견인구는 급증 추세다. 반면 개고기 소비는 분명 감소 추세다. 위린시 정부 관계자는 거주 주민의 70%가량은 개를 먹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추세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홍콩은 1954년부터 개고기를 금지했고, 타이완은 2001년부터 개고기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문헌에 따르면 기원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온다. 각기 따로 진화된 문화에 우열이나 옳고 그름을 논할 수도 없다. 중국의 개고기 논쟁은 문화가 진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싶다. 중국이 어떻게 변할지, 비슷한 문화와 논쟁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생생한 뉴스는 토요일(29일) 밤 9시 40분 특파원보고 (하루에 수만 마리를 먹어치운다고?)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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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반려견 대국 중국의 두얼굴…위린 개고기 축제
    • 입력 2019-06-28 06:09:48
    특파원 리포트
새벽에 중국 공안들이 기자의 호텔 방에 들이닥쳤다.

세계에서 단지 개를 먹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유명해진 곳은 없을 것이다. 중국 광시 좡족자치구 위린(玉林)시 얘기다.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광시 난닝으로, 난닝에서 다시 고속열차를 타고 위린시까지 꼬박 12시간 걸려 도착했다. 날씨는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찜통더위였고, 기자는 서둘러 예약한 호텔 방을 찾아 짐을 풀고 내일부터 시작될 개고기 축제 취재 계획을 정리하다 잠이 들었다.

새벽 2시쯤, 비몽사몽 방안이 소란해 잠이 깼다. 호텔 방 침대 앞에 중국 공안 4명이 서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공안 1명이 대뜸 신분증을 보여 달라며 이곳에는 왜 왔느냐고 묻는다. 다른 1명은 침대 주위를 돌며 카메라로 잠에서 깬 기자를 촬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어이없는 상황이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추궁하던 공안에 중국 외교부에 항의하겠다고 했더니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다. 정식 취재 비자를 받은 외신 기자의 방에 무슨 근거로 침입했냐고 따졌더니 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삼십 여분 동안의 조사를 빙자한 위협과 협박이 끝나자 계급이 가장 높아 보이는 공안이 미안하다며 악수를 청한다. 취재를 포기할 수는 없어 꾹 참고 돌려보냈다. 중국 특파원으로 만 2년, 더 험한 곳에도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크게 어렵지 않은 취재일 것이란 애초 예상과 달리 당장 내일부터 순탄치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개고기 축제' 지원하던 위린시...전 세계적 비난 여론에 앗 뜨거워"

다음 날 아침 호텔을 나서는데 로비에 사복 차림의 낯선 젊은이가 따라 나온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4명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기자를 24시간 따라다닌다. 이들은 도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매년 6월 말 절기상 하짓날에 위린에서는 개고기를 먹는 관습이 있다. 위린시 정부는 2009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 축제를 지역의 공식 행사로 지원하기도 했다. 중국어로는 '고우로우지에'(狗肉節), 우리 말로 풀면 개고기축제다. 그러자 바로 중국 내부는 물론, 세계 동물 애호가들과 동물 보호단체의 비난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동물 보호단체와 애견인들이 축젯날 위린시로 몰려들어 거센 항의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일부 애견인들은 개고기 판매점 앞에서 위령제를 지내기도 했고, 도축 직전의 개와 고양이들을 돈을 주고 사가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과 외지인들 간에 물리적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개고기 축제를 지원했던 위린시 정부도 금세 발을 뺐다. 취재에서 만난 위린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위린에서 개고기 축제는 없습니다. 단지 하짓날이 있을 뿐입니다." 주민들이 관습에 따라 먹는 것이지 지방 정부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개고기 상인들...외국인과 외신 기자들에 '으르렁'

위린에서 가장 유명한 개고기 도매시장 둥커우(棟口)시장을 찾아갔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공안들과 상인회 청년들이 들어가는 사람들 인상착의를 훑어보고 있다. 카메라 없이 현지인 복장 비슷하게 들어가자 입구에서부터 도축된 개와 고양이들이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피 묻은 앞치마 차림에 칼을 들고 있는 한 남자에게 고기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너희 고기 사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빨리 가라"고 말한다. 낮은 음성이지만 살벌한 분위기다.

시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이번엔 도축된 개고기를 손질해 팔고 있는 여성에게 물었다. "하루에 몇 마리나 도축되나?" 그러자 답변이 걸작이다. "나는 아침에는 닭보다 더 먼저 일어나고, 너희가 말하는 개보다 늦게 잠이 든다. 내가 이것이 좋아서 하는 줄 아나?" "나도 할 수 있으면 너처럼 가방 메고 다니면서 인터뷰나 하면서 살고 싶다." 수많은 취재진과 동물 보호단체를 겪어서 그런지 이들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기자 주변을 상인들이 둘러쌌다. 일촉즉발 위기 순간에 우리를 따라다니던 공안들에 의해 간신히 시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개고기는 이미 이곳의 전통이자 산업이고, 여기에 생업이 걸려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먹지 말라면 더 먹는다?

논란이 어떻든 간에 올해 개고기 축젯날, 아니 하짓날 위린시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시민이 개고기를 먹었다. 이곳 주민들은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서 양기가 강한 음식인 개고기와 함께 열대과일 리치를 먹으면 몸에 이롭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한 위린시 개고기 원조집 주인 첸펑주안 씨는 "위린에서는 하짓날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몸보신 용으로 개고기를 많이 먹는다며 2, 3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일 년 내내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고기 축제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돼 더 많은 관심이 쏠렸고, 결과적으로 홍보가 돼 손님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당 한쪽 편에서는 광둥성과 후난성 등 중국 전역으로 배달하는 개고기가 포장되고 있었다.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3대 가족이 한데 둘러앉아 개고기를 먹는 모습도 많이 눈에 띈다. 거기서 만난 친샤오친씨가 이렇게 말한다. "저는 계림(桂林)에서 왔는데 개고기 문화는 이 지역의 음식 문화예요. 세상에는 소를 안 먹는 사람도 있고, 돼지를 안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냥 다른 것은 다르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개고기 도축, 유통, 판매 과정 투명화가 돌파구?

인간의 충성스런 친구 개를 먹다니 절대 안 된다는 입장과 개고기가 뭐가 문제냐는 찬반양론 사이에서 개고기 양성화, 투명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주목된다. 개는 소나 돼지와 달리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도축과 유통, 판매 과정이 불투명하고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위린시 둥커우 시장에서 만난 장화화 전 화남이공대 교수는 "출처가 불분명한 개와 고양이들이 마구잡이로 도살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장문의 건의서를 위린시 정부에 제출하러 왔다고 밝혔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하짓날 위린시에서 소비되는 수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 가운데 상당수가 도난당한 애완견이거나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기자가 살아있는 개가 거래되는 시장을 찾았을 때, 목줄이 있는 개들도 상당수 보였다. 몸이 불에 그슬린 채로 낑낑거리는 개는 물론, 애견으로 유명한 종류의 작은 개들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보면 검역 과정 없이 도축되는 개고기의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위린시 정부도 개고기 유통을 투명하게 하고 위생을 확보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는 분위기다. 외신 기자들이 주목하는 하짓날 점심때, 가장 많은 손님이 모이는 가게 앞에서 지역 경찰들이 총출동해 강력한 위생 단속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세계 최대 반려동물 대국의 아이러니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는 등록된 반려견만 1억 마리가 넘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반려동물 대국이 돼가고 있다. 등록되지 않고 키우는 개와 고양이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참작하면 벌써 중국의 반려견이 3억 마리를 넘어섰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는 상황이다. 애견 인구가 늘고, 애견 산업이 발달하는 중국. 지난 5월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상하이에서 국제애견연맹이 공인하는 '월드도그쇼'(World Dog Show)가 개최됐다. 영국 애견협회는 중국 위린의 개고기 축제를 이유로 불참했다. 하지만 국제애견연맹(FCI) 이브 드 클레르크 대표는 "반발 여론은 이해하지만, 중국의 주최국 지위 박탈은 더 안 좋은 징조가 될 수 있다." "오히려 개가 단순히 식용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며 추진을 강행했다.

통계상으로 보면 중국에서 애견인구는 급증 추세다. 반면 개고기 소비는 분명 감소 추세다. 위린시 정부 관계자는 거주 주민의 70%가량은 개를 먹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추세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홍콩은 1954년부터 개고기를 금지했고, 타이완은 2001년부터 개고기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문헌에 따르면 기원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온다. 각기 따로 진화된 문화에 우열이나 옳고 그름을 논할 수도 없다. 중국의 개고기 논쟁은 문화가 진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싶다. 중국이 어떻게 변할지, 비슷한 문화와 논쟁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생생한 뉴스는 토요일(29일) 밤 9시 40분 특파원보고 (하루에 수만 마리를 먹어치운다고?)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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