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제가 정국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6일 당 의원 총회에서 "국회의원이 된 이후 의원 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이제 안 할 수 없다"면서 "자기 역할을 팽개치고 당리당략 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역시 "주권자인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국회의원 소환제를 명령하고 있다"며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를 보면, 국민소환제 도입을 찬성하는 비율은 77.5%로 나타났다.
[내려받기] 국민소환제 여론조사 [PDF]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일 안하는 의원에 대해 국민소환제 하겠다는데, 차라리 한국당이 싫다고 하지 속이 빤히 보인다"고 맞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개헌과 함께 국민소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소환제를 하려면 개헌이 필요할까. 역사 속 논쟁을 통해 짚어보면 이는 대체로 사실이다.
‘소환벽보사건’을 다룬 당시 신문기사/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1952년 "국회의원을 소환하라" 벽보 사건...국회를 흔들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인 1952년 1월 27일. 부산 시내 곳곳에 '삐라(불법 선전물)'가 뿌려지고 전봇대와 담벼락에 벽보가 붙었다. "민의를 무시한 국회의원을 소환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직접선거와 양원제 도입 등 개헌안을 국회가 부결시킨 데 따른 불만이었다. '삐라' 살포의 배경에 이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위협하며 독재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과연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는 초기 국회의 정당성과도 직결된 사안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같은 해 2월 16일 담화를 통해 "국회의원을 소환하는 조건이 헌법에 없다고 말하나 소환하지 말라는 조건이 없다"면서 "민주국가의 주인 되는 투표자들이 소환한다는 것은 이론으로나 법리로나 막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승만 "헌법에는 소환하지 말라는 조건이 없다"
국회에서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이재학 대한국민당 의원은 "(임기) 4년이라고 한 이것(헌법)은 법률로도 우리가 변경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 "소환을 하자는 것을 우리가 만들 수도 없고 하물며 대통령령으로나 기타의 어떠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변경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보장된 임기를 소환제로 중단시킬 수 없다는 최근 소환제 도입 반대 입장과도 닮아 있다.
1952년 2월 21일 국회는 김병로 대법원장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김 대법원장은 헌법과 일반법에 대한 입법을 강조하며 절차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의원들은 확답을 재차 요구했다지만 김 대법원장은 확답을 피했다. 결국 곽상훈 무소속 의원은 "우리나라 헌법으로서는 소환할 규정도 없고 결코 법에 의지한 소환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미 소환사건은 법리적 문제를 넘어 국회와 대통령 간 권력 투쟁으로 번진 상태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2월 26일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4년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 기한 안에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기존 담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헌을 둘러싼 이승만과 국회의 대립은 지속됐다.
지자체장은 되고, 국회의원은 안돼. 헌법 때문에?
국회의원 소환이 다시 국회에서 본격 회자된 건 2006년 제17대 국회다. 국회는 선거로 뽑는 지자체장에 대해 주민 소환제를 도입했다. 당시에도 임기가 정해진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을 임기 도중 중단하는 것이 타당한가, 또 국회의원은 왜 해당되지 않는 지 논란거리였다.
2006년 4월 18일, 법안을 심사하는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애꿎은 시골 기초 단체장은 소환하고 국회의원은 예외고 이래 가지고는 법의 명분이 서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주민소환식으로 국민이 2년 이상 된 대통령에 대해서 할 수 있다든지 이런 것이 수미일관하게 되어야 하지 않느냐"며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는 대통령 탄핵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바람에 정치적 역풍을 맞은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강창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민소환법안이 17대 국회에 발의돼있지만 "우리나라 헌법이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 학계에서 다수설인 것 같다"고 답했다. 제헌 당시 제기된 국민소환의 위헌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17대 국회에 발의됐던 국민소환법안은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이 폐기됐다.
'국민소환법', 국회는 스스로 '금고아'를 쓰는 손오공이 될까?
19대 국회에서도 국민소환법안이 발의됐으나 또다시 폐기됐다. 현 20대 국회에서는 3건의 국민소환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개헌 없이 국민소환제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헌법 117조와 1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임기나 징계 사유 절차를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반면 국회의원은 임기가 4년이며(42조),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징계할 수 있다(64조). 대통령 역시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 탄핵 조항이 헌법에 명시돼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국회의원 임기 보장과 함께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헌은 국민투표로 결정된다. 그 전에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국회가 스스로 '금고아'를 머리에 쓰는 손오공이 될 수 있을까.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역시 "주권자인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국회의원 소환제를 명령하고 있다"며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를 보면, 국민소환제 도입을 찬성하는 비율은 77.5%로 나타났다.
[내려받기] 국민소환제 여론조사 [PDF]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일 안하는 의원에 대해 국민소환제 하겠다는데, 차라리 한국당이 싫다고 하지 속이 빤히 보인다"고 맞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개헌과 함께 국민소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소환제를 하려면 개헌이 필요할까. 역사 속 논쟁을 통해 짚어보면 이는 대체로 사실이다.

1952년 "국회의원을 소환하라" 벽보 사건...국회를 흔들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인 1952년 1월 27일. 부산 시내 곳곳에 '삐라(불법 선전물)'가 뿌려지고 전봇대와 담벼락에 벽보가 붙었다. "민의를 무시한 국회의원을 소환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직접선거와 양원제 도입 등 개헌안을 국회가 부결시킨 데 따른 불만이었다. '삐라' 살포의 배경에 이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위협하며 독재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과연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는 초기 국회의 정당성과도 직결된 사안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같은 해 2월 16일 담화를 통해 "국회의원을 소환하는 조건이 헌법에 없다고 말하나 소환하지 말라는 조건이 없다"면서 "민주국가의 주인 되는 투표자들이 소환한다는 것은 이론으로나 법리로나 막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승만 "헌법에는 소환하지 말라는 조건이 없다"
국회에서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이재학 대한국민당 의원은 "(임기) 4년이라고 한 이것(헌법)은 법률로도 우리가 변경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 "소환을 하자는 것을 우리가 만들 수도 없고 하물며 대통령령으로나 기타의 어떠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변경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보장된 임기를 소환제로 중단시킬 수 없다는 최근 소환제 도입 반대 입장과도 닮아 있다.
1952년 2월 21일 국회는 김병로 대법원장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김 대법원장은 헌법과 일반법에 대한 입법을 강조하며 절차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의원들은 확답을 재차 요구했다지만 김 대법원장은 확답을 피했다. 결국 곽상훈 무소속 의원은 "우리나라 헌법으로서는 소환할 규정도 없고 결코 법에 의지한 소환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미 소환사건은 법리적 문제를 넘어 국회와 대통령 간 권력 투쟁으로 번진 상태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2월 26일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4년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 기한 안에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기존 담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헌을 둘러싼 이승만과 국회의 대립은 지속됐다.
지자체장은 되고, 국회의원은 안돼. 헌법 때문에?
국회의원 소환이 다시 국회에서 본격 회자된 건 2006년 제17대 국회다. 국회는 선거로 뽑는 지자체장에 대해 주민 소환제를 도입했다. 당시에도 임기가 정해진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을 임기 도중 중단하는 것이 타당한가, 또 국회의원은 왜 해당되지 않는 지 논란거리였다.
2006년 4월 18일, 법안을 심사하는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애꿎은 시골 기초 단체장은 소환하고 국회의원은 예외고 이래 가지고는 법의 명분이 서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주민소환식으로 국민이 2년 이상 된 대통령에 대해서 할 수 있다든지 이런 것이 수미일관하게 되어야 하지 않느냐"며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는 대통령 탄핵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바람에 정치적 역풍을 맞은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강창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민소환법안이 17대 국회에 발의돼있지만 "우리나라 헌법이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 학계에서 다수설인 것 같다"고 답했다. 제헌 당시 제기된 국민소환의 위헌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17대 국회에 발의됐던 국민소환법안은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이 폐기됐다.
'국민소환법', 국회는 스스로 '금고아'를 쓰는 손오공이 될까?
19대 국회에서도 국민소환법안이 발의됐으나 또다시 폐기됐다. 현 20대 국회에서는 3건의 국민소환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개헌 없이 국민소환제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헌법 117조와 1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임기나 징계 사유 절차를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반면 국회의원은 임기가 4년이며(42조),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징계할 수 있다(64조). 대통령 역시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 탄핵 조항이 헌법에 명시돼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국회의원 임기 보장과 함께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헌은 국민투표로 결정된다. 그 전에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국회가 스스로 '금고아'를 머리에 쓰는 손오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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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K] 헌정사로 본 ‘국민소환제’…개헌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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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6-28 07:00:28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제가 정국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6일 당 의원 총회에서 "국회의원이 된 이후 의원 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이제 안 할 수 없다"면서 "자기 역할을 팽개치고 당리당략 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역시 "주권자인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국회의원 소환제를 명령하고 있다"며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를 보면, 국민소환제 도입을 찬성하는 비율은 77.5%로 나타났다.
[내려받기] 국민소환제 여론조사 [PDF]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일 안하는 의원에 대해 국민소환제 하겠다는데, 차라리 한국당이 싫다고 하지 속이 빤히 보인다"고 맞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개헌과 함께 국민소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소환제를 하려면 개헌이 필요할까. 역사 속 논쟁을 통해 짚어보면 이는 대체로 사실이다.

1952년 "국회의원을 소환하라" 벽보 사건...국회를 흔들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인 1952년 1월 27일. 부산 시내 곳곳에 '삐라(불법 선전물)'가 뿌려지고 전봇대와 담벼락에 벽보가 붙었다. "민의를 무시한 국회의원을 소환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직접선거와 양원제 도입 등 개헌안을 국회가 부결시킨 데 따른 불만이었다. '삐라' 살포의 배경에 이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위협하며 독재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과연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는 초기 국회의 정당성과도 직결된 사안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같은 해 2월 16일 담화를 통해 "국회의원을 소환하는 조건이 헌법에 없다고 말하나 소환하지 말라는 조건이 없다"면서 "민주국가의 주인 되는 투표자들이 소환한다는 것은 이론으로나 법리로나 막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승만 "헌법에는 소환하지 말라는 조건이 없다"
국회에서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이재학 대한국민당 의원은 "(임기) 4년이라고 한 이것(헌법)은 법률로도 우리가 변경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 "소환을 하자는 것을 우리가 만들 수도 없고 하물며 대통령령으로나 기타의 어떠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변경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보장된 임기를 소환제로 중단시킬 수 없다는 최근 소환제 도입 반대 입장과도 닮아 있다.
1952년 2월 21일 국회는 김병로 대법원장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김 대법원장은 헌법과 일반법에 대한 입법을 강조하며 절차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의원들은 확답을 재차 요구했다지만 김 대법원장은 확답을 피했다. 결국 곽상훈 무소속 의원은 "우리나라 헌법으로서는 소환할 규정도 없고 결코 법에 의지한 소환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미 소환사건은 법리적 문제를 넘어 국회와 대통령 간 권력 투쟁으로 번진 상태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2월 26일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4년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 기한 안에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기존 담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헌을 둘러싼 이승만과 국회의 대립은 지속됐다.
지자체장은 되고, 국회의원은 안돼. 헌법 때문에?
국회의원 소환이 다시 국회에서 본격 회자된 건 2006년 제17대 국회다. 국회는 선거로 뽑는 지자체장에 대해 주민 소환제를 도입했다. 당시에도 임기가 정해진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을 임기 도중 중단하는 것이 타당한가, 또 국회의원은 왜 해당되지 않는 지 논란거리였다.
2006년 4월 18일, 법안을 심사하는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애꿎은 시골 기초 단체장은 소환하고 국회의원은 예외고 이래 가지고는 법의 명분이 서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주민소환식으로 국민이 2년 이상 된 대통령에 대해서 할 수 있다든지 이런 것이 수미일관하게 되어야 하지 않느냐"며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는 대통령 탄핵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바람에 정치적 역풍을 맞은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강창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민소환법안이 17대 국회에 발의돼있지만 "우리나라 헌법이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 학계에서 다수설인 것 같다"고 답했다. 제헌 당시 제기된 국민소환의 위헌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17대 국회에 발의됐던 국민소환법안은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이 폐기됐다.
'국민소환법', 국회는 스스로 '금고아'를 쓰는 손오공이 될까?
19대 국회에서도 국민소환법안이 발의됐으나 또다시 폐기됐다. 현 20대 국회에서는 3건의 국민소환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개헌 없이 국민소환제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헌법 117조와 1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임기나 징계 사유 절차를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반면 국회의원은 임기가 4년이며(42조),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징계할 수 있다(64조). 대통령 역시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 탄핵 조항이 헌법에 명시돼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국회의원 임기 보장과 함께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헌은 국민투표로 결정된다. 그 전에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국회가 스스로 '금고아'를 머리에 쓰는 손오공이 될 수 있을까.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역시 "주권자인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국회의원 소환제를 명령하고 있다"며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를 보면, 국민소환제 도입을 찬성하는 비율은 77.5%로 나타났다.
[내려받기] 국민소환제 여론조사 [PDF]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일 안하는 의원에 대해 국민소환제 하겠다는데, 차라리 한국당이 싫다고 하지 속이 빤히 보인다"고 맞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개헌과 함께 국민소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소환제를 하려면 개헌이 필요할까. 역사 속 논쟁을 통해 짚어보면 이는 대체로 사실이다.

1952년 "국회의원을 소환하라" 벽보 사건...국회를 흔들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인 1952년 1월 27일. 부산 시내 곳곳에 '삐라(불법 선전물)'가 뿌려지고 전봇대와 담벼락에 벽보가 붙었다. "민의를 무시한 국회의원을 소환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직접선거와 양원제 도입 등 개헌안을 국회가 부결시킨 데 따른 불만이었다. '삐라' 살포의 배경에 이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위협하며 독재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과연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는 초기 국회의 정당성과도 직결된 사안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같은 해 2월 16일 담화를 통해 "국회의원을 소환하는 조건이 헌법에 없다고 말하나 소환하지 말라는 조건이 없다"면서 "민주국가의 주인 되는 투표자들이 소환한다는 것은 이론으로나 법리로나 막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승만 "헌법에는 소환하지 말라는 조건이 없다"
국회에서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이재학 대한국민당 의원은 "(임기) 4년이라고 한 이것(헌법)은 법률로도 우리가 변경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 "소환을 하자는 것을 우리가 만들 수도 없고 하물며 대통령령으로나 기타의 어떠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변경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보장된 임기를 소환제로 중단시킬 수 없다는 최근 소환제 도입 반대 입장과도 닮아 있다.
1952년 2월 21일 국회는 김병로 대법원장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김 대법원장은 헌법과 일반법에 대한 입법을 강조하며 절차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의원들은 확답을 재차 요구했다지만 김 대법원장은 확답을 피했다. 결국 곽상훈 무소속 의원은 "우리나라 헌법으로서는 소환할 규정도 없고 결코 법에 의지한 소환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미 소환사건은 법리적 문제를 넘어 국회와 대통령 간 권력 투쟁으로 번진 상태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2월 26일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4년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 기한 안에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기존 담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헌을 둘러싼 이승만과 국회의 대립은 지속됐다.
지자체장은 되고, 국회의원은 안돼. 헌법 때문에?
국회의원 소환이 다시 국회에서 본격 회자된 건 2006년 제17대 국회다. 국회는 선거로 뽑는 지자체장에 대해 주민 소환제를 도입했다. 당시에도 임기가 정해진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을 임기 도중 중단하는 것이 타당한가, 또 국회의원은 왜 해당되지 않는 지 논란거리였다.
2006년 4월 18일, 법안을 심사하는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애꿎은 시골 기초 단체장은 소환하고 국회의원은 예외고 이래 가지고는 법의 명분이 서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주민소환식으로 국민이 2년 이상 된 대통령에 대해서 할 수 있다든지 이런 것이 수미일관하게 되어야 하지 않느냐"며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는 대통령 탄핵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바람에 정치적 역풍을 맞은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강창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민소환법안이 17대 국회에 발의돼있지만 "우리나라 헌법이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 학계에서 다수설인 것 같다"고 답했다. 제헌 당시 제기된 국민소환의 위헌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17대 국회에 발의됐던 국민소환법안은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이 폐기됐다.
'국민소환법', 국회는 스스로 '금고아'를 쓰는 손오공이 될까?
19대 국회에서도 국민소환법안이 발의됐으나 또다시 폐기됐다. 현 20대 국회에서는 3건의 국민소환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개헌 없이 국민소환제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헌법 117조와 1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임기나 징계 사유 절차를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반면 국회의원은 임기가 4년이며(42조),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징계할 수 있다(64조). 대통령 역시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 탄핵 조항이 헌법에 명시돼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국회의원 임기 보장과 함께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헌은 국민투표로 결정된다. 그 전에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국회가 스스로 '금고아'를 머리에 쓰는 손오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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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기자 4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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