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이 도장 찍었나?…재개발 조합 ‘서류 위조’ 논란

입력 2019.06.28 (15:13) 수정 2021.08.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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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사망한 조합원, 우체국 등기 보냈다?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북아현 3구역. 지난 3월 9일, 조합장과 임원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재개발 총회가 열렸습니다.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서면결의서'를 제출했는데, 이 중에는 최OO 씨 이름의 결의서도 있었습니다.

황당한 사실은 최 씨가 3년 전에 사망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최 씨 이름으로 우체국에서 총회 사무실로 등기를 보낸 기록도 있었습니다. 최 씨의 아내이자 상속을 받은 차OO 씨는 "자신은 서류를 조합에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토지 소유자나 조합원들이 재개발 사업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총회에 가지 못할 때, 일종의 부재자 투표처럼 서류로 의견을 내는 게 '서면결의서'입니다.

그런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는 조합원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방법 등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표준 정관을 참고해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하다보니, 방법이 제각각이고 관리도 허술합니다. 대개 당사자가 직접 제출하거나 우편 또는 홍보요원 등을 통한 인편으로 제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위ㆍ변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하이 가 있었는데 "총회 현장 참석"

북아현 3구역 조합원 구만수 씨 역시 본인이 낸 적 없는 서면결의서가 제출됐다고 말합니다. 구 씨는 "조합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받았는데, 내 필적과 다르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석 대장에 '현장 참석'이라고 돼있지만, 가지 않았다는 조합원도 나왔습니다. 조합원 노OO 씨는 총회에 가지 않았는데도 '현장 참석'으로 돼있고 심지어 참석 대장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서명도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노 씨는 참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총회가 열렸을 당시, 자신은 중국 상하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OO 씨도 '현장 참석'으로 돼있지만, 해외거주자로 밝혀졌습니다. 양 씨의 가족은 "(양 씨가) 3월에 한국에 온 적이 없다"며 "가족 누구도 총회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총회 선거관리위원장은 "(도착한) 서면결의서를 보내온 사람과 조합 명부를 확인할 뿐, 조작됐는지 알 길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장 참석자의 경우 신분증과 조합원 여부를 확인했다"며 "절차에 따라 조합원들을 입장시켰을 뿐,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툼 불씨 '서류 위조'…투표방식 개선해야

5월 말 기준으로 서울에서만도 600여 개의 재개발, 재건축, 도시정비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조합원간 이권 다툼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류 위변조 논란 등 법적 다툼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조필규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총회에 직접 참여하는 비율을 높이도록 하고, 서면결의서가 제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출되는 것을 막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조 연구원은 "종이로 인한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라며, "국토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전 교육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자투표를 허용하는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용역업체 홍보요원들이 조합원을 만나 서면동의서를 대신 받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 '재개발 서류 위변조 논란'과 관련한 더 생생한 영상은 오늘(28일) 밤 9시, KBS 1TV <뉴스9>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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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사람이 도장 찍었나?…재개발 조합 ‘서류 위조’ 논란
    • 입력 2019-06-28 15:13:24
    • 수정2021-08-11 20:03:53
    취재K
■ 3년 전 사망한 조합원, 우체국 등기 보냈다?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북아현 3구역. 지난 3월 9일, 조합장과 임원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재개발 총회가 열렸습니다.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서면결의서'를 제출했는데, 이 중에는 최OO 씨 이름의 결의서도 있었습니다.

황당한 사실은 최 씨가 3년 전에 사망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최 씨 이름으로 우체국에서 총회 사무실로 등기를 보낸 기록도 있었습니다. 최 씨의 아내이자 상속을 받은 차OO 씨는 "자신은 서류를 조합에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토지 소유자나 조합원들이 재개발 사업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총회에 가지 못할 때, 일종의 부재자 투표처럼 서류로 의견을 내는 게 '서면결의서'입니다.

그런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는 조합원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방법 등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표준 정관을 참고해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하다보니, 방법이 제각각이고 관리도 허술합니다. 대개 당사자가 직접 제출하거나 우편 또는 홍보요원 등을 통한 인편으로 제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위ㆍ변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하이 가 있었는데 "총회 현장 참석"

북아현 3구역 조합원 구만수 씨 역시 본인이 낸 적 없는 서면결의서가 제출됐다고 말합니다. 구 씨는 "조합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받았는데, 내 필적과 다르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석 대장에 '현장 참석'이라고 돼있지만, 가지 않았다는 조합원도 나왔습니다. 조합원 노OO 씨는 총회에 가지 않았는데도 '현장 참석'으로 돼있고 심지어 참석 대장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서명도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노 씨는 참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총회가 열렸을 당시, 자신은 중국 상하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OO 씨도 '현장 참석'으로 돼있지만, 해외거주자로 밝혀졌습니다. 양 씨의 가족은 "(양 씨가) 3월에 한국에 온 적이 없다"며 "가족 누구도 총회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총회 선거관리위원장은 "(도착한) 서면결의서를 보내온 사람과 조합 명부를 확인할 뿐, 조작됐는지 알 길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장 참석자의 경우 신분증과 조합원 여부를 확인했다"며 "절차에 따라 조합원들을 입장시켰을 뿐,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툼 불씨 '서류 위조'…투표방식 개선해야

5월 말 기준으로 서울에서만도 600여 개의 재개발, 재건축, 도시정비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조합원간 이권 다툼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류 위변조 논란 등 법적 다툼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조필규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총회에 직접 참여하는 비율을 높이도록 하고, 서면결의서가 제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출되는 것을 막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조 연구원은 "종이로 인한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라며, "국토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전 교육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자투표를 허용하는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용역업체 홍보요원들이 조합원을 만나 서면동의서를 대신 받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 '재개발 서류 위변조 논란'과 관련한 더 생생한 영상은 오늘(28일) 밤 9시, KBS 1TV <뉴스9>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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