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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남·북·미 정상, 역사적 첫 만남
[취재후] 트럼프의 운명적 트위터 사랑 “나는 140자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입력 2019.07.01 (11:21) 수정 2019.07.01 (11:32) 취재후·사건후
트럼프, "나는 140자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트럼프 대통령이 어니스트 헤밍웨이라니. 헤밍웨이 독자들께 우선 죄송합니다.) 워터게이트 보도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게 한 밥 우드워드 기자가 트럼프에 대해 쓴 책 <공포, Fear>에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경쟁 SNS의 등장으로 쇠락해가던 트위터가 글자 수를 280자로 두 배 늘리겠다고 하자 트럼프가 그렇게 말했다고 인용합니다. “좋은 일이야, 하지만 나는 140자의 어니스트 헤밍웨이였는데 좀 아쉽구먼.” 강인한 어조. 극도로 짧은 문장을 구사한 헤밍웨이와 자신에게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병상련(?)의 감정에 대한 평가는 잠시 보류합니다;)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의 DMZ 만남 이후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제 트럼프를 취재하려는 기자가 그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Follow)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트위터가 더 이상 ‘핫한 SNS’가 아니라 해도 말이죠. (사실 요즘 누가 트위터를 하나요?) 우리는 아무런 예고 없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하는 미국의 대통령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트위터 계정 바로가기

트럼프에 대한 네 줄짜리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NATO를 언급했습니다. 역시 트위터였습니다. 그의 트윗을 컴퓨터 화면에 띄운 다음, 화면을 캡쳐해서 기사에 붙였습니다. 추가 확인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의 공식 계정인 것이 확실하고, 그가 그런 멘션을 남긴 사실도 확실했습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 썼습니다’라고 써주면 기사 완성. (편하더군요)


트럼프는 짧게 '트윗'하고, 전 세계는 주목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29일 오전 2시 51분, 김정은 위원장을 초대하는 트윗을 썼고, 언론은 퍼 날랐습니다. 순식간에 모두가 알게 됐습니다. 트럼프 공식 계정에 올라온 트윗은 확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퍼 나르고, 모두가 트럼프에게 달려갑니다. 다짜고짜 묻습니다. “그 트윗 무슨 의미죠?”

북한조차 의심하지 않습니다. 트윗이 날라간 지 몇 시간 뒤, 최선희 부상 명의의 담화가 나옵니다. “공식 제안은 못 받았지만,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덥석 뭅니다. ‘의심 많은’ 북한조차 ‘공식 제안을 못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의중임을 의심하지 않는 겁니다. 전 세계가 즉시 반응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전 세계에 희망을 주었다”고 칭찬합니다. 언론은 ‘일반적 외교적 통념을 뛰어넘는다’면서, ‘드라마틱’하게 ‘트위터가 역사를 썼다’고도 말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They saw social media. Pretty powerful thing social media.”
(6월 30일, 오산 미군기지에서)

‘북한이 내 트위터를 봤죠. 꽤 세죠? 트위터^^’ 정도로 옮겨볼 수 있을까요. 트위터를 이렇게 활용하는 정치 지도자는 전 세계에 트럼프가 유일합니다. 중요한 발언을 트위터로 내뱉으려고 ‘시도’하는 정치인이 이제는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공’하는 정치인은 더 드뭅니다. 의도와 결과의 양 측면 모두에서 가장 성공적입니다. 현재 팔로워는 6,150만 명입니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습니다. 트위터는 트럼프를 설명할 때 빼놓아선 안 되는 소재가 됐습니다.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은 우연일까
이렇게 트럼프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 '정치공간으로써의 트위터'를 오랜 시간 연구해온 서울대 장덕진 교수의 도움을 받아 살펴보겠습니다.

①짧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됩니다. 긴 생각을 표현하기엔 짧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서 독자는 읽는 부담이 적습니다. 마음에 들면 RT(퍼나르기)합니다. 순식간에 퍼날라집니다. 친구가 아니어도 볼 수 있고 RT할 수 있습니다. 초기 스마트폰 보급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②트윗에서 승리하는 내용은 꽤 신뢰할 만합니다.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건 '적'도 본다는 의미입니다. 적에게 노출되어도 반박당하지 않는 트윗만 승리합니다. 사실이 아니면 빠르게 반박돼 사라집니다. 사람들이 '트윗'을 믿게 되는 이유입니다.
③원래 말을 왜곡시키지 않습니다. 사람을 거친 말은 거쳐간 사람의 생각에 따라 변해가지만, 트위터에서 RT된 말은 변하지 않습니다. 백 명이 리트윗해도 “따옴표” 안은 그대로입니다. “내 말의 진의를 누가 자꾸 왜곡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트위터로 말하기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④가장 정치적인 SNS입니다. 기존 미디어가 외면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돼왔습니다. 역사적, 정치적으로 방송과 신문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 대안을 찾습니다. ‘나꼼수’라는 팟캐스트가 과거에 그랬고, ‘유튜브’가 요즘 그런 특성을 보입니다. 트위터도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는 늘 기존 미디어와 정치환경에 불만족스러웠던 사람들의 ‘진지’가 되어 왔습니다. 트위터가 2010년 이후 아랍의 봄을 이끌고, 당시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주목받고, 미국에서도, 전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건 이런 특징 덕분입니다.

트위터, 결국 '너는 트럼프 운명'

‘가짜 뉴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입에 달고 사는 트럼프에겐 대안 미디어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말을 “따옴표” 안에 있는 그대로 전달해줄 효과적 장치. 빠르고 정확하게 광범위한 사람에게 가 닿을 장치 말이죠. 뉴욕타임스나 CNN은 믿을 수 없습니다. 가장 영향력 있지만 대놓고 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에게 그들은 표면적으론 ‘가짜뉴스’ 중의 ‘가짜뉴스’일 뿐입니다. (그의 판단력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께 맡깁니다)

분량의 한계가 트럼프의 한계는 아닙니다. 오히려 트럼프는 자기 목소리를 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트럼프가 하고 싶은 말은 늘 짧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복잡한 체계나 깊은 이론적 근거가 필요한 말을 즐기지 않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지난 대선 당시 ‘보스턴글로브’는 트럼프의 언어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라고 분석합니다. 후보 가운데 ‘가장 초딩스러운’ 언어를 씁니다. (힐러리는 중학교 1.7학년, 샌더스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답니다.) 그런 트럼프에겐 ‘140자’ 정도면 충분한지도 모릅니다.

동시에 트럼프 언어는 선정적입니다. 트럼프가 사용하는 단어들, ‘좋거나’, ‘싫은’ 양극단에 있습니다. 유리하면 ‘엄청나게 멋있거나’, ‘황홀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고, 불리하면 ‘최악’이고 ‘가짜’고 ‘형편없는’ 것이죠. 선명하고 간결하며 감정적인 언어는 트위터에서 유리합니다. 사람들이 주목하기 쉽습니다. 또 의견이 일치하면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반응합니다. 과감하고 용감해 보일 때 트위터에선 결과적으로 더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류해 둔 판단을 이쯤에서 내려봅니다. 트럼프, 당신의 헤밍웨이에 대한 감정이입에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누구보다 그 운명을 잘 아는 트럼프

트럼프는 자신과 꼭 어울리는 ‘미디어’를 찾은 겁니다.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트럼프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언론이 지난 미국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또 출구조사에서 트럼프가 진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자신조차 선거가 끝난 뒤에 당선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트럼프에게 기존 미디어들은 이 점 때문에 결정적으로 ‘가짜뉴스’입니다) 그렇게 선거에서 이긴 이유. 그는 트위터에서 찾습니다. 그 모든 여론의 불리함을 상쇄시켜줬다는 거죠.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트위터가 이끈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닙니다.


시작하며 인용했던 밥 우드워드의 ‘공포, Fear’를 인용하며 물러가겠습니다.

“이건 내 확성기야.” 트럼프가 대답했다. “이건 어떤 여과 장치도 없이 내가 대중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방식이야. 소음을 뚫어버리는 거지. 가짜 뉴스도 뚫어버리는 거야. 내가 활용해야 할 유일한 소통 방식이라고. 내게는 수천만 명의 팔로워가 있어. 케이블 뉴스 시청자보다 많지. 내가 나서서 연설하고 CNN이 그걸 다뤄도 아무도 안보고 아무도 신경 안 써. 내가 뭔가를 트윗하면 그건 세계를 상대로 한 내 확성기가 되지” p298

■“이렇게 트윗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자기 발등을 찍고 있어요.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힉스가 말했다.

“이게 바로 나야. 이건 내가 소통하는 방식이야. 이게 바로 내가 당선된 이유야. 이게 바로 내가 성공한 이유지." p301
  • [취재후] 트럼프의 운명적 트위터 사랑 “나는 140자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 입력 2019-07-01 11:21:18
    • 수정2019-07-01 11:32:22
    취재후·사건후
트럼프, "나는 140자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트럼프 대통령이 어니스트 헤밍웨이라니. 헤밍웨이 독자들께 우선 죄송합니다.) 워터게이트 보도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게 한 밥 우드워드 기자가 트럼프에 대해 쓴 책 <공포, Fear>에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경쟁 SNS의 등장으로 쇠락해가던 트위터가 글자 수를 280자로 두 배 늘리겠다고 하자 트럼프가 그렇게 말했다고 인용합니다. “좋은 일이야, 하지만 나는 140자의 어니스트 헤밍웨이였는데 좀 아쉽구먼.” 강인한 어조. 극도로 짧은 문장을 구사한 헤밍웨이와 자신에게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병상련(?)의 감정에 대한 평가는 잠시 보류합니다;)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의 DMZ 만남 이후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제 트럼프를 취재하려는 기자가 그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Follow)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트위터가 더 이상 ‘핫한 SNS’가 아니라 해도 말이죠. (사실 요즘 누가 트위터를 하나요?) 우리는 아무런 예고 없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하는 미국의 대통령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트위터 계정 바로가기

트럼프에 대한 네 줄짜리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NATO를 언급했습니다. 역시 트위터였습니다. 그의 트윗을 컴퓨터 화면에 띄운 다음, 화면을 캡쳐해서 기사에 붙였습니다. 추가 확인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의 공식 계정인 것이 확실하고, 그가 그런 멘션을 남긴 사실도 확실했습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 썼습니다’라고 써주면 기사 완성. (편하더군요)


트럼프는 짧게 '트윗'하고, 전 세계는 주목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29일 오전 2시 51분, 김정은 위원장을 초대하는 트윗을 썼고, 언론은 퍼 날랐습니다. 순식간에 모두가 알게 됐습니다. 트럼프 공식 계정에 올라온 트윗은 확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퍼 나르고, 모두가 트럼프에게 달려갑니다. 다짜고짜 묻습니다. “그 트윗 무슨 의미죠?”

북한조차 의심하지 않습니다. 트윗이 날라간 지 몇 시간 뒤, 최선희 부상 명의의 담화가 나옵니다. “공식 제안은 못 받았지만,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덥석 뭅니다. ‘의심 많은’ 북한조차 ‘공식 제안을 못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의중임을 의심하지 않는 겁니다. 전 세계가 즉시 반응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전 세계에 희망을 주었다”고 칭찬합니다. 언론은 ‘일반적 외교적 통념을 뛰어넘는다’면서, ‘드라마틱’하게 ‘트위터가 역사를 썼다’고도 말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They saw social media. Pretty powerful thing social media.”
(6월 30일, 오산 미군기지에서)

‘북한이 내 트위터를 봤죠. 꽤 세죠? 트위터^^’ 정도로 옮겨볼 수 있을까요. 트위터를 이렇게 활용하는 정치 지도자는 전 세계에 트럼프가 유일합니다. 중요한 발언을 트위터로 내뱉으려고 ‘시도’하는 정치인이 이제는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공’하는 정치인은 더 드뭅니다. 의도와 결과의 양 측면 모두에서 가장 성공적입니다. 현재 팔로워는 6,150만 명입니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습니다. 트위터는 트럼프를 설명할 때 빼놓아선 안 되는 소재가 됐습니다.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은 우연일까
이렇게 트럼프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 '정치공간으로써의 트위터'를 오랜 시간 연구해온 서울대 장덕진 교수의 도움을 받아 살펴보겠습니다.

①짧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됩니다. 긴 생각을 표현하기엔 짧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서 독자는 읽는 부담이 적습니다. 마음에 들면 RT(퍼나르기)합니다. 순식간에 퍼날라집니다. 친구가 아니어도 볼 수 있고 RT할 수 있습니다. 초기 스마트폰 보급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②트윗에서 승리하는 내용은 꽤 신뢰할 만합니다.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건 '적'도 본다는 의미입니다. 적에게 노출되어도 반박당하지 않는 트윗만 승리합니다. 사실이 아니면 빠르게 반박돼 사라집니다. 사람들이 '트윗'을 믿게 되는 이유입니다.
③원래 말을 왜곡시키지 않습니다. 사람을 거친 말은 거쳐간 사람의 생각에 따라 변해가지만, 트위터에서 RT된 말은 변하지 않습니다. 백 명이 리트윗해도 “따옴표” 안은 그대로입니다. “내 말의 진의를 누가 자꾸 왜곡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트위터로 말하기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④가장 정치적인 SNS입니다. 기존 미디어가 외면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돼왔습니다. 역사적, 정치적으로 방송과 신문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 대안을 찾습니다. ‘나꼼수’라는 팟캐스트가 과거에 그랬고, ‘유튜브’가 요즘 그런 특성을 보입니다. 트위터도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는 늘 기존 미디어와 정치환경에 불만족스러웠던 사람들의 ‘진지’가 되어 왔습니다. 트위터가 2010년 이후 아랍의 봄을 이끌고, 당시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주목받고, 미국에서도, 전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건 이런 특징 덕분입니다.

트위터, 결국 '너는 트럼프 운명'

‘가짜 뉴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입에 달고 사는 트럼프에겐 대안 미디어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말을 “따옴표” 안에 있는 그대로 전달해줄 효과적 장치. 빠르고 정확하게 광범위한 사람에게 가 닿을 장치 말이죠. 뉴욕타임스나 CNN은 믿을 수 없습니다. 가장 영향력 있지만 대놓고 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에게 그들은 표면적으론 ‘가짜뉴스’ 중의 ‘가짜뉴스’일 뿐입니다. (그의 판단력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께 맡깁니다)

분량의 한계가 트럼프의 한계는 아닙니다. 오히려 트럼프는 자기 목소리를 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트럼프가 하고 싶은 말은 늘 짧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복잡한 체계나 깊은 이론적 근거가 필요한 말을 즐기지 않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지난 대선 당시 ‘보스턴글로브’는 트럼프의 언어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라고 분석합니다. 후보 가운데 ‘가장 초딩스러운’ 언어를 씁니다. (힐러리는 중학교 1.7학년, 샌더스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답니다.) 그런 트럼프에겐 ‘140자’ 정도면 충분한지도 모릅니다.

동시에 트럼프 언어는 선정적입니다. 트럼프가 사용하는 단어들, ‘좋거나’, ‘싫은’ 양극단에 있습니다. 유리하면 ‘엄청나게 멋있거나’, ‘황홀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고, 불리하면 ‘최악’이고 ‘가짜’고 ‘형편없는’ 것이죠. 선명하고 간결하며 감정적인 언어는 트위터에서 유리합니다. 사람들이 주목하기 쉽습니다. 또 의견이 일치하면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반응합니다. 과감하고 용감해 보일 때 트위터에선 결과적으로 더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류해 둔 판단을 이쯤에서 내려봅니다. 트럼프, 당신의 헤밍웨이에 대한 감정이입에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누구보다 그 운명을 잘 아는 트럼프

트럼프는 자신과 꼭 어울리는 ‘미디어’를 찾은 겁니다.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트럼프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언론이 지난 미국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또 출구조사에서 트럼프가 진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자신조차 선거가 끝난 뒤에 당선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트럼프에게 기존 미디어들은 이 점 때문에 결정적으로 ‘가짜뉴스’입니다) 그렇게 선거에서 이긴 이유. 그는 트위터에서 찾습니다. 그 모든 여론의 불리함을 상쇄시켜줬다는 거죠.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트위터가 이끈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닙니다.


시작하며 인용했던 밥 우드워드의 ‘공포, Fear’를 인용하며 물러가겠습니다.

“이건 내 확성기야.” 트럼프가 대답했다. “이건 어떤 여과 장치도 없이 내가 대중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방식이야. 소음을 뚫어버리는 거지. 가짜 뉴스도 뚫어버리는 거야. 내가 활용해야 할 유일한 소통 방식이라고. 내게는 수천만 명의 팔로워가 있어. 케이블 뉴스 시청자보다 많지. 내가 나서서 연설하고 CNN이 그걸 다뤄도 아무도 안보고 아무도 신경 안 써. 내가 뭔가를 트윗하면 그건 세계를 상대로 한 내 확성기가 되지” p298

■“이렇게 트윗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자기 발등을 찍고 있어요.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힉스가 말했다.

“이게 바로 나야. 이건 내가 소통하는 방식이야. 이게 바로 내가 당선된 이유야. 이게 바로 내가 성공한 이유지."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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