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짓는다더니...마을 황폐화

입력 2019.07.0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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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10여 년 전, 경남의 한 산골에

대규모 리조트 사업이 추진됐는데요.

이주마을을 만드는 조건으로

사업자가 주민들이 살던 땅을 사들였지만

사업은 첫 삽도 못 뜨고 무산됐습니다.

개발도 백지화되고,

땅마저 없어진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황폐해진 마을에

방치됐습니다.

차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열세 가구가 사는

경남 함양의 산골 마을.



창호지가 찢어지고 지붕이 부서진

빈집들이 골목마다 방치돼 있습니다.



주민들이 사는 집도 낡기는 마찬가지,

80년이 넘은 집은 천장 곳곳에

비가 샌 흔적이 뚜렷하고

지붕과 기둥도 썩어들어 갑니다.



낡은 축사는 폭우에 폭삭 무너졌습니다.

[인터뷰]

함양군 대황마을 주민

"겨울 되면 춥기도 추운데, 수리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고. 개발지구로 묶여 있으니까 풀어줘야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민 대부분이 비슷한 형편이지만

새집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14년 전, 이 일대 9백만여 ㎡에

7천억 원 규모의 리조트 개발이 추진되면서

마을 땅이 사업자에게 팔린 겁니다.



주민들은

사업자가 이주 마을을 만드는 조건으로

땅을 판 뒤 낡은 집에서 버텨왔지만

리조트 개발 계획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지난해 취소됐습니다.



개발구역에 묶인 10여 년 동안

새집 짓기나 마을 정비를 할 수 없었는데,

개발이 취소된 뒤에도 땅이 사업자 소유라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윤종승/함양군 대황마을 이장

"십몇 년간 세월이 흐르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절망이죠, 절망. 집터라도 사서 새로 깨끗한 집을 지어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죠."



계약상 사업이 취소되면

주민들에게 땅을 되팔도록 하는

환매 조항이 있지만

유효 기간인 10년이 지나

이마저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대현/함양군 홍보담당

"사업 기간이 너무 오래돼서 사실상 환매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회사 측과 최대한 조율해서 환매가 가능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개발 사업이 무산되면서

수백 년을 이어온 마을이 황폐해졌지만

주민 주거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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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조트 짓는다더니...마을 황폐화
    • 입력 2019-07-01 23:11:54
    뉴스9(진주)
[앵커멘트]

10여 년 전, 경남의 한 산골에
대규모 리조트 사업이 추진됐는데요.
이주마을을 만드는 조건으로
사업자가 주민들이 살던 땅을 사들였지만
사업은 첫 삽도 못 뜨고 무산됐습니다.
개발도 백지화되고,
땅마저 없어진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황폐해진 마을에
방치됐습니다.
차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열세 가구가 사는
경남 함양의 산골 마을.

창호지가 찢어지고 지붕이 부서진
빈집들이 골목마다 방치돼 있습니다.

주민들이 사는 집도 낡기는 마찬가지,
80년이 넘은 집은 천장 곳곳에
비가 샌 흔적이 뚜렷하고
지붕과 기둥도 썩어들어 갑니다.

낡은 축사는 폭우에 폭삭 무너졌습니다.
[인터뷰]
함양군 대황마을 주민
"겨울 되면 춥기도 추운데, 수리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고. 개발지구로 묶여 있으니까 풀어줘야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민 대부분이 비슷한 형편이지만
새집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14년 전, 이 일대 9백만여 ㎡에
7천억 원 규모의 리조트 개발이 추진되면서
마을 땅이 사업자에게 팔린 겁니다.

주민들은
사업자가 이주 마을을 만드는 조건으로
땅을 판 뒤 낡은 집에서 버텨왔지만
리조트 개발 계획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지난해 취소됐습니다.

개발구역에 묶인 10여 년 동안
새집 짓기나 마을 정비를 할 수 없었는데,
개발이 취소된 뒤에도 땅이 사업자 소유라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윤종승/함양군 대황마을 이장
"십몇 년간 세월이 흐르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절망이죠, 절망. 집터라도 사서 새로 깨끗한 집을 지어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죠."

계약상 사업이 취소되면
주민들에게 땅을 되팔도록 하는
환매 조항이 있지만
유효 기간인 10년이 지나
이마저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대현/함양군 홍보담당
"사업 기간이 너무 오래돼서 사실상 환매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회사 측과 최대한 조율해서 환매가 가능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개발 사업이 무산되면서
수백 년을 이어온 마을이 황폐해졌지만
주민 주거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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