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사우디 여성 운전 합법화 1년

입력 2019.07.03 (20:40) 수정 2019.07.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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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에게 운전을 허락하지 않던 나라가 있었죠.

사우디아라비안데요.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운전을 합법화한 지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박석호 특파원!

아무래도 여성들 생활에 변화가 많았겠죠?

[기자]

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발달한 편이 아닙니다.

따라서 운전을 못 하면 어딜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차량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운전대를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성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해 6월 24일 사우디 정부는 여성 운전을 허용했고, 새벽 0시부터 여성들이 운전하는 차량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성들에게 운전이 절실했고, 그동안 몰래 운전을 배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마/여성운전자/2018년 6월 : "역사적인 날입니다. 운전을 하게 돼 너무 행복합니다. 불과 몇 분 전 시작된 거죠."]

남부지역에 사는 샬호브 씨는 자가용이 있지만 개인 운전사를 고용하느라 한 달에 670달러, 우리 돈으로 77만 원씩 써야 했는데요.

직접 운전을 하면서 이제 지출을 줄였고, 무엇보다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합니다.

사우디 여성들 사이에서는 운전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거나 새로 발급받은 면허증을 SNS에 공유하는 것도 트렌드가 됐습니다.

여성운전이 허용된 초기에는 보수적인 반대여론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7월, 메카주 남성 2명이 여성의 차량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여성운전은 잘 안착한 모습입니다.

도로표지판에도 남녀 모습이 함께 그려졌구요.

침착한 여성운전자 덕분에 교통질서가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알 바사미/교통부 국장 : "여성 운전자들이 차선·신호를 더 잘 지킨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여성들이 안전 운전에도 더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앵커]

여성 운전자가 늘면서 경제나 산업에도 변화가 좀 생겼을 듯한데요?

[기자]

네, 시내에 여성 택시운전기사가 등장했구요.

또, 우버 택시를 타도 여성 운전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넓어진다는 뜻이겠죠.

지난해에만 사우디 여성 7만 명이 운전면허를 발급받았습니다.

2020년 도로에서 운전하는 여성은 3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사비하/여성 운전자 : "운전면허를 따려는 여성이 아주 많아요. 학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요."]

자동차 기업의 마케팅 전쟁도 치열해졌습니다.

광고마다 사우디 여성을 모델로 내세웠구요.

여성 운전자 동호회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아말/여성 운전자 : "어디로 갈지, 가는 도중 뭘 할지 스스로 결정해요. 내 인생을 내가 결정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앵커]

여성운전 허용은 작은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보수적이었던 제도개혁 논의도 진전되고 있다구요?

[기자]

네, 사우디아라비아는 '은둔의 오일 왕국'이라는 전근대적 이미지를 벗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성운전을 합법화한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권력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였는데요.

양성평등을 존중하는 지도자로 재평가받기도 했죠.

하지만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후견인제도' 때문에 대학 등록, 여권신청, 해외여행 때마다 남성 가족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사우디 여성은 이런 금기도 빨리 사라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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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사우디 여성 운전 합법화 1년
    • 입력 2019-07-03 20:31:32
    • 수정2019-07-03 20:58:30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에게 운전을 허락하지 않던 나라가 있었죠.

사우디아라비안데요.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운전을 합법화한 지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박석호 특파원!

아무래도 여성들 생활에 변화가 많았겠죠?

[기자]

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발달한 편이 아닙니다.

따라서 운전을 못 하면 어딜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차량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운전대를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성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해 6월 24일 사우디 정부는 여성 운전을 허용했고, 새벽 0시부터 여성들이 운전하는 차량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성들에게 운전이 절실했고, 그동안 몰래 운전을 배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마/여성운전자/2018년 6월 : "역사적인 날입니다. 운전을 하게 돼 너무 행복합니다. 불과 몇 분 전 시작된 거죠."]

남부지역에 사는 샬호브 씨는 자가용이 있지만 개인 운전사를 고용하느라 한 달에 670달러, 우리 돈으로 77만 원씩 써야 했는데요.

직접 운전을 하면서 이제 지출을 줄였고, 무엇보다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합니다.

사우디 여성들 사이에서는 운전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거나 새로 발급받은 면허증을 SNS에 공유하는 것도 트렌드가 됐습니다.

여성운전이 허용된 초기에는 보수적인 반대여론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7월, 메카주 남성 2명이 여성의 차량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여성운전은 잘 안착한 모습입니다.

도로표지판에도 남녀 모습이 함께 그려졌구요.

침착한 여성운전자 덕분에 교통질서가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알 바사미/교통부 국장 : "여성 운전자들이 차선·신호를 더 잘 지킨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여성들이 안전 운전에도 더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앵커]

여성 운전자가 늘면서 경제나 산업에도 변화가 좀 생겼을 듯한데요?

[기자]

네, 시내에 여성 택시운전기사가 등장했구요.

또, 우버 택시를 타도 여성 운전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넓어진다는 뜻이겠죠.

지난해에만 사우디 여성 7만 명이 운전면허를 발급받았습니다.

2020년 도로에서 운전하는 여성은 3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사비하/여성 운전자 : "운전면허를 따려는 여성이 아주 많아요. 학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요."]

자동차 기업의 마케팅 전쟁도 치열해졌습니다.

광고마다 사우디 여성을 모델로 내세웠구요.

여성 운전자 동호회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아말/여성 운전자 : "어디로 갈지, 가는 도중 뭘 할지 스스로 결정해요. 내 인생을 내가 결정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앵커]

여성운전 허용은 작은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보수적이었던 제도개혁 논의도 진전되고 있다구요?

[기자]

네, 사우디아라비아는 '은둔의 오일 왕국'이라는 전근대적 이미지를 벗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성운전을 합법화한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권력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였는데요.

양성평등을 존중하는 지도자로 재평가받기도 했죠.

하지만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후견인제도' 때문에 대학 등록, 여권신청, 해외여행 때마다 남성 가족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사우디 여성은 이런 금기도 빨리 사라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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